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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여우 누이와 산다 - 제2회 책읽는곰 어린이책 공모전 장편동화 수상작(큰곰자리 고학년 6)
- 주나무 저
- 책읽는곰
- 2025년 12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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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91158365929 |
|---|---|
| 쪽수 | 208쪽 |
| 크기 | 기타 규격 |
| 제품구성 | 단행본 |
![]() 제품안전인증 | KC 안전인증 적합 |
- 유아/어린이/초등학습 > 아동문학
열한 살 오다인은 고미숙 씨와 함께 여우 고개에 살고 있다. 미숙 씨는 인간이 아니라 여우 누이이고, 엄마가 아니라 9년 전 머물 곳을 찾던 다인이와 엄마를 받아 준 집주인이자 현재 다인이의 유일한 보호자다. 다인이는 엄마가 세상을 떠난 뒤로 엄마를 대신해 집사가 되었다. 집사가 하는 일이란 미숙 씨가 썰렁한 옛날 농담을 해도 웃어 주기, 복잡한 셈 앞에서 미숙 씨가 당황할 때 옆에서 넌지시 답 알려 주기, 그리고 인간을 싫어하고 믿지 않는 미숙 씨 대신 인간들과 만나기 등이다. 사귀기로 한 지 3일 만에 다인이가 여우 고개에 살아서 무섭다며 깬 이준서가 되지 않는 시비를 자꾸 걸지만, 다인이에게는 미숙 씨를 비롯해 마음이 잘 통하는 용감한 친구 효미와 두 아이를 잘 따르는 고양이 사탕이까지 있으니 괜찮다. 그런데 삼백 살 생일이 다가오면서 미숙 씨가 어쩐지 수상한 모습을 보인다. 낮 동안은 집 밖을 안 나가던 미숙 씨한테서 외출한 흔적이 보이고, 엄마가 아끼던 오토바이 레오를 갑자기 꺼내어 손보기도 한다. 그 와중에 '미숙이 오라비'라는 아저씨가 찾아와 집 안 여기저기를 쑤석거리며 미숙 씨가 곧 떠날 거라는 암시를 주는데……. 인간과 여우 누이는 그 모습 그대로 함께할 수 있을까. 새로운 가족 형태를 제시하고, 어린이와 어른의 상호 돌봄을 건강한 철학으로 풀어낸 고학년 동화.
[목 차]
1. 난 여우 누이와 산다 – 7
2. 엄마와 나 그리고 태권도 – 17
3. 난 매일 소시지만 먹어 – 25
4. 소시지도 햄도 아닌 효미 – 32
5. 구 년 전 여우 고개 – 41
6. 인간들은 익숙해질 시간이 필요해 – 50
7. 여우 사탕 – 57
8. 집사와 보호자 – 72
9. 오라비 한 끼 말 한 끼 – 84
10. 오다인은 이상해 – 97
11. 레오 vs 고미숙 – 109
12. 눈에 보이지 않아도 믿는다는 것 – 121
13. 투 비 컨티뉴드 – 136
14. 어른 여우가 필요한 순간 – 146
15. 여우 고개의 미숙 씨 – 156
16. 혀 아래에 도끼가 들어 있대 – 165
17. 오다인, 변신?! – 170
18. 그래, 난 여우 누이랑 산다 – 181
19. 삼백 번째 생일 파티 – 189
20. 미숙 씨와 나 그리고 레오 – 198
[본 문]
[본문 52~53쪽] 엄마가 그랬다. 사람들은 대부분 익숙한 건 좋아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거는 자기도 모르게, 그러니까 일부러 그러려고 그런 게 아닌데도 꺼리게 된다고. 엄마가 처음에 나를 가졌다고 했을 때도, 주변 사람들 모두 엄마 몸에 진흙이 잔뜩 묻은 것처럼 눈살을 찌푸렸단다. 하지만 엄마는 진흙이 묻은 게 아니라 금메달을 딴 것처럼 멋지게 느껴졌다고 했다. 엄마는 그 금메달을 품고서 열 달을 보냈다. 그리고 내가 태어나던 날, 나팔을 부는 것처럼 쩌렁쩌렁한 내 울음소리가 온 병원에 울려 퍼졌단다.
“다른 사람들은 몰랐겠지만, 난 진작 알고 있었거든. 이렇게 멋지고 용감한 공주님이 태어날 줄 말이야.”
엄마는 뽐내는 얼굴로 내 콧등을 톡 치며 말했다. 난 그럴 때 엄마가 짓는 표정이 좋았다. 내가 정말 잘 태어났다는 생각이 들게 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세상 사람들이 엄마와 나에게 익숙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게다가 이런 문제는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대단히 많이 걸린다는 걸 엄마는 나중에 깨달았다고 했다.
[본문 72~73쪽] “다인아, 이 고양이가 진짜 우리 말을 알아들은 걸까?”
효미가 물었다.
“그런 것 같아. 나 고양이 목소리 들었거든.”
“정말?”
“응. 믿기지 않겠지만 분명히 들었어.”
“그럼 믿을게.”
“정말? 왜? 내 말을 왜 그렇게 쉽게 믿어? 다른 애들은 안 믿는데.”
“그냥. 그랬으면 좋겠으니까. 고양이하고 사람하고 말할 수 있으면 좋잖아. 그러니까 그렇게 믿고 싶어.”
효미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효미가 난 정말 좋았다.
[본문 82~83쪽] “오다인, 잘 들어. 누굴 지키는 건 이다음에, 네가 힘이 아주 세져서 너 자신부터 지킬 수 있게 되면 그때 하는 거야. 넌 아직 새끼라고. 그전까지는 다 큰 성체가 새끼를 지키는 거야.”
“나 새끼 아닌데. 여우 아니고 사람이에요.”
“사람도 마찬가지야.”
“그러면 이제부터 미숙 씨가 날 지켜 줄 거예요? 우리 엄마처럼요?”
“너희 엄마처럼? 내가? 아니. 난 보호자고 넌 집사야. 우린 그냥 계약 관계일 뿐이라고.”
“보호자는 지켜 주는 사람이랬어요. 엄마가…….”
“그렇지만 넌, 넌 사람이고 난 여우 누이야.”
“그러니까 여우 누이하고 사람하고 서로 지켜 주면 되는 거잖아요.”
[본문 133~135쪽] “사람들은 여우 누이가 무조건 나쁜 요괴라고 생각하거든. 미숙 씨 안에 있는 진짜 마음이 어떤지는 사람들 눈에 안 보이니까.”
“착한 여우 누이도 있다고 설명하면 되지. 여러 번 천천히 아주 잘!”
“여러 번 천천히 아주 잘 설명했대. 믿어 달라고 간절하게 애원하기도 하고. 근데 원래 사람 믿음이 한번 굳어지면 잘 안 바뀌거든. 믿는다는 게 그래. 여기서 일어나는 일이라.”
엄마가 내 가슴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니까 다인아, 눈에 보이는 것만 믿으려고 하면 안 돼. 만약에 눈에 보이는 것만 믿잖아? 그러면 인생이…….”
“인생이 뭐, 엄마?”
“인생이 정말 시시하고 재미없어져! 엄마는 말이야,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 인간들한테도 마법 같은 힘이 있다고 믿어. 예를 들면, 네가 태어나기 전인데도 엄마는 딱 우리 다인이처럼 씩씩하고 멋진 아기가 태어날 거라는 걸 미리 알았거든. 그리고 엄마랑 다인이가 미숙 씨 집으로 오게 되던 날 말이야, 그날도 보이지 않는 마법 같은 힘에 이끌린 거라고 생각해. 알지? 그날 반짝반짝 빛나던 불빛!”
[본문 197쪽] 내가 엄마가 아닌 미숙 씨와 함께 여우 고개에 산다는 걸, 우리 반 아이들 모두 알게 되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아무렇지 않게 나와 미숙 씨에게 인사한 뒤 여우 고개를 내려갔다. 어린 인간들이 여우 누이와 나에게 익숙해지는 데는 생각보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본문 201쪽] 미숙 씨는 더 이상 인간이 될 수 있는지 없는지를 놓고 고민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날, 나와 우리 엄마에게 대문을 열어 주던 그 순간 미숙 씨는 이미 진짜 인간이 되었는지도, 마법 같은 힘은 이미 우리 모두에게 통했는지도…… 모른다.

편견을 이기는 ‘믿음’과 차이를 넘는 ‘공존’의 이야기
차가운 시대에 건네는 새로운 시대의 ‘여우 누이’
〈여우 누이〉를 아시나요? 사람으로 둔갑한 여우가 아들만 있는 집에 막내딸로 들어가 가축은 물론 사람까지 해치다 결국 천벌을 받는다는 옛이야기이지요. 뾰족한 귀에 눈도 쭉, 입도 쭉 찢어진 여우 누이가 “오라비 한 끼, 말 한 끼.”를 외치며 오빠를 쫓아가는 모습은 우리 옛이야기 가운데 손꼽을 만큼 무시무시한 장면일 겁니다. 그런데…… 이것은 ‘인간’들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 온 〈여우 누이〉 이야기이고, 정말로 그랬는지 여우 누이가 하는 말도 한번 들어봐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 주변에 여우 누이가 있다면 말이에요.
제2회 책읽는곰 어린이책 공모전 수상작인 《난 여우 누이와 산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믿고 보고 쓰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주나무 작가가 쓴 장편 동화입니다. 여우 누이 고미숙 씨와 9년째 함께 살고 있는 열한 살 인간 오다인이 여우 누이와 저를 둘러싼 인간들에 관해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솔직하게 적어 놓은 일기 같은 이야기이지요. 화려한 겉치레 없이 투명하고도 단단한 주나무 작가의 문장과 고요하고 무심한 듯하면서도 따뜻하고 신비로운 양양 작가의 그림은 현실과 환상이 경계 없이 이어지는 세계를 독자가 자연스럽게, 기꺼이 유영하게 합니다.
틈만 나면 인간은 믿을 수 없는 존재라며 열변을 토하는 미숙 씨가 어쩌다 인간 어린이의 유일한 보호자가 되었는지, 엄마에게서 당차고 씩씩한 성격을 그대로 물려받은 열한 살 다인이는 또 얼마나 야무지게 집사 역할을 해내는지, 인간과 여우 누이라는 서로 다른 두 존재가 어떻게 함께 살아가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공포와 징악의 상징에서 구원과 공존의 서사로,
‘믿음’ 위에 다시 쓰는 〈여우 누이〉
《난 여우 누이와 산다》는 제목이자 오다인이 써내려 가는 이야기의 첫 문장이기도 합니다. 놀라운 사실을 고백하는 것치고 별일 아니라는 듯 참으로 담담한 말투입니다. 다인이는 첫머리에서 “좀 무섭게 생기긴 했어도 미숙 씨는 날 먹지 않고 구 년째 키우고 있다.”라며 혹시 집사가 될지도 모를 독자들에게 여우 누이와 살 때 주의할 점들을 짚어 줍니다. 야행성이라 햇빛을 싫어하고, 인간이 되기로 한 뒤로 고기는 입에도 대지 않고, 복잡한 셈 앞에서 당황할 때 슬쩍 답을 이야기해 주면 은근히 좋아한다는 꿀팁(?)까지 전수하지요.
여우 누이에 대한 오해를 떨어내는 다인이의 설명에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믿음’의 문제로 옮겨 갑니다. 미숙 씨가 다인이에게 “믿음, 소망, 사랑 중에 뭐가 가장 어려운” 줄 아느냐고 묻자, 다인이는 사랑이 맨 끝에 오니까 사랑이라고 대답하지요. 이에 미숙 씨는 가장 어려운 건 ‘믿음’이라고, 그래서 자기가 아직도 인간이 아니라 여우 누이인 거라고 말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들을 사랑하는 작가의 상상력에서 여우 누이의 애틋한 서사가 피어나는 순간입니다. 옛이야기 속 무시무시한 요괴는 사실 여우 고개에서 오랫동안 혼자 살며 고개를 지나다니는 인간들 틈에 어울려 살고 싶었던 외로운 여우였고, 겨우 반쪽짜리 인간이 된 뒤로는 그 어떤 인간보다 인간 사회에 적응하려 애썼는지도 모릅니다. 인간들이 지레 겁먹고 멀리하거나 여우 구슬을 훔치려고 거짓 소문을 퍼뜨리며 수백 년 동안 자신을 배반하고 고립시켰다면, 여우 누이가 인간을 믿지 못하는 것도 당연하겠지요. 인간에 대한 불신만 남은 여우 누이 미숙 씨 앞에 어느 날 느닷없이 어린 다인이를 안은 수정 씨가 나타납니다.
“덜컥 여자 인간이 나타나서는 뭐든 다 해결해 줄 것처럼 굴더니…… 가장 어려운 문제만 남겨 놓고 혼자 가 버렸잖아. 이번에도 믿지 말아야 했는데 말이야.”
다인이의 엄마 오수정 씨는 미숙 씨 집에 얹혀사는 대가로 밀린 공과금부터 생활 전반에 걸친 문제들을 해결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끝내 해결하지 못했지요. 바로 미숙 씨를 ‘진정한 인간’으로 만들어 주는 일 말입니다. 아마도 미숙 씨는 수정 씨가 죽으면서 ‘믿음’의 불씨도 사라져 버렸다고 생각했겠지만, 결국에는 그 불씨가 수정 씨를 꼭 닮은 다인이 안에 고스란히 남아 있음을 알게 되지요. 그리고 미숙 씨가 ‘가장 어려운 문제’라고 한 것은, 아마도 인간이 되고자 하는 바람이 더는 자기만족을 위한 것이 아니라 유일한 보호자로서 다인이를 지켜야 한다는 이타적인 고민과 맞닿게 되었기 때문일 겁니다.
이질적인 존재에 대한 두려움과 혐오 위에 쓰였던 권선징악의 서사는 이렇듯 ‘진정한 믿음’을 바탕으로 하는 구원과 공존의 서사로 변모합니다. 진정한 믿음이란 실제 인간이 가진 특성이라기보다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믿으며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인간의 도덕률, 지향점에 가깝겠지요. 엄마처럼 자기를 지켜 줄 거냐는 물음에 넌 인간이고 난 여우 누이라며 미숙 씨가 선을 긋자, 다인이는 “그러니까 여우 누이하고 사람하고 서로 지켜 주면 되는 거잖아요.” 하고 당돌하게 말하지요. 이런 모습이 ‘편견을 이기는 믿음’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여우 구슬이 탐나서 여우 누이를 속이고 다른 이들과 이간질하며 요괴보다 더 요괴 같은 존재가 된 오라비와 인간인 다인이와 계속 함께하기 위해 ‘인간’으로 변신하는 대신 변화와 성장을 택하는 미숙 씨, 그리고 집사를 자처하며 미숙 씨 곁을 지키고 끝없는 질문으로 미숙 씨를 깨우치는 어린이 오다인. 심사 위원들의 말처럼 《난 여우 누이와 산다》는 인간이란 무엇인지, 진정한 어른은 어떤 모습일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듭니다. 어린이는 종종 어른의 생각을 거울처럼 비추는지라 편견 또한 숨기지 않고 드러내지만, 어른보다는 훨씬 유연하고 용감하며 적응력도 뛰어나지요. 본모습을 감추는 데만 익숙하여 겉으로 티를 내지 않을 뿐, 다르고 낯선 것을 꺼리는 마음을 쉽게 바꾸지 못하는 것은 오히려 어른일 겁니다. 그렇기에 오히려 이 책은 어른의 마음에 마디마디 맺혀 울림을 주는, 어른에게 필요한 동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인간과 여우 누이, 우리는 가족이 될 수 있을까?
《난 여우 누이와 산다》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혹은 사람들이 똑바로 마주하지 않는 존재)가 하나 더 나옵니다. 산호시 별내로 37길 1230번째 무덤에 누워 있는 오수정 씨입니다. 구체적인 이야기는 나오지 않지만 아마도 다인이를 혼자 낳아 키웠을 수정 씨는 살아 있는 동안은 “몸에 진흙이 잔뜩 묻은 것처럼” 보는 사람들의 냉대를 견뎌야 했고, 지금은 다인이의 기억 속에만 존재하기 때문에 정말로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지요. 하지만 다인이에게 엄마는 언제까지나 ‘챔피언’ 같은 사람입니다. 9년 전 그날 밤 용기를 쥐어짜 미숙 씨 집 대문에 발을 끼워 넣은 것처럼 엄마는 언제든 누구 앞에서든 비굴하지 않고 당당했습니다. 그런 엄마가 들려준 이야기들은 오롯이 다인이 마음에 남아 미숙 씨에 대한 생각이나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에 끊임없이 영향을 줍니다. 인간들에게는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도, 눈에 보이는 것만 믿으면 인생이 정말 시시하고 재미없어진다는 것도, 그리고 인간들에게도 눈에 보이지 않는 마법 같은 힘이 있다는 것도 모두 엄마가 가르쳐 준 것들이지요.
‘함께 살기로 계약한 여우 누이와 여자 인간과 인간 아이’라는 조합은 이미 가부장적인 가족 구조를 깨뜨리는 파격적인 공동체입니다. 그리고 다인이의 유일한 혈연인 엄마가 세상을 떠나면서, 혈연과 종을 뛰어넘는 새로운 가족의 형태가 완성되지요. 엄마의 죽음은 다인이에게 ‘결핍’이 아닙니다. 오히려 역설적으로 미숙 씨와 다인이가 성장하는 원동력이 되지요. 다인이도, 미숙 씨도 계속해서 “엄마가 아니라 미숙 씨”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그대로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미숙 씨는 미숙 씨인 채로, 다인이는 다인이인 채로 함께 지내는 데 무슨 문제라도 있는지 독자에게 도리어 반문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인간에 대한 믿음을 잃은 미숙 씨에게 어느 날 느닷없이 수정 씨가 다인이를 안고 들이닥쳤지요. 그리고 꺼져 가는 믿음의 불씨를 되살려 놓습니다. 그런데 여우든 인간이든 어른보다 조금 나은 어린이는 스스로 용감한 친구를 찾아냅니다. 다인이가 효미에게 먼저 다가가 친구가 되기로 한 것입니다. 미숙 씨와 수정 씨가 믿음과 책임을 바탕으로 계약을 맺고 다인이를 함께 키운 것처럼 두 사람은 남자아이들에게 괴롭힘당하던 고양이 사탕이를 구해 내고 함께 돌봐 줍니다. 수정 씨처럼 심장이 약하지만 수정 씨처럼 용기 있고 반듯한 효미는 다인이를 세상과 이어 주며 다인이를 믿고 지지하는 소중한 친구입니다. 어쩌면 두 어른이 계약이라는 이름 아래 온전히 드러내지 못한 우정을 다인이와 효미가 어린이답게, 조금 더 솔직하고 용감하게 보여 주며 어른들에게도 용기를 내라고 말하는 것 아닐까요?
책을 읽고 나면, 진취적인 표지 그림처럼 ‘무섭고 해로운 요괴’였던 옛이야기 속 여우 누이가 인간 아이와 함께 오토바이를 타고 어디든 갈 수 있도록 틀을 깨고 꺼내어 준 작가들에게 엄지를 들어 올리게 될 것입니다.
심사평
문장이 안정되고 발상이 신선하다. 단둘이던 가족 중 엄마마저 잃은 주인공 어린이가 여우 누이라는 여인과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 주며 공생한다는 설정과 사회 문제를 연결하여 풀어낸 작가의 역량이 돋보인다. 지금 우리의 가족 형태는 변하고 있다. 혈연 중심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족 형태를 제시하고 어린이의 성장을 보여 주려는 점도 마음에 다가왔다. 작고 연약한 존재들이라 해도 혼자보다는 둘이, 둘보다는 셋이 그렇게 여럿이 뭉치면 그 힘은 대적할 수 없을 만큼 강해진다. 함께 사는 세상이란 무엇인지 진정한 어른은 어떤 모습일지 어린이도 어른도 생각하게 한다. - 김유(어린이책 작가)
캐릭터가 선명하고 어린이들에게 꼭 필요한 내용을 여우 누이라는 옛이야기의 틀을 빌어 새롭고 재미있게 풀어냈다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비인간 주체인 여우 누이와 어린 주인공이 서로 의지하고 서로 돌보며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설득력 있게 그려 냈다는 점을 높이 샀다. 흔히 우리는 극복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종의 차이, 나이의 차이와 같은 다양한 차이를 뛰어넘어 호혜 평등한 상호 돌봄의 관계가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 주었다는 점이 좋았다. 보통은 어른이 아이를 돌보는 것이 당연하고 아이는 돌봄을 받기만 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 작품에서는 아이가 여우 누이에게 하는 역할(상호 돌봄)이 명확하게 있어서 좋았다. 또 인간이 세상의 중심이고 가장 가치 있는 존재인 것으로 알고 살아왔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는 것을 말하는 결말도 믿음직스러웠다. - 송수연(아동 청소년 문학 평론가)
초등 교과 연계
4-1 국어 1. 깊이 있게 읽어요
4-2 국어 6. 상상의 날개
5-1 국어 10. 주인공이 되어
5-2 국어 책을 읽고 생각을 넓혀요
6-2 국어 1. 작품 속 인물과 나
6-2 국어 8. 작품으로 경험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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