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차]
추천의 글
1부. 사라지는 집
011-780-6621
부러움과 부끄러움
빈집
말할 수 없는 이야기
나의 자리
다녀오세요
아버지와 나
90분
어린 사랑
아버지의 유산
✉ 여덟 살의 한솔에게
2부. 돌아오는 집
큰아빠
사랑을 의심한 시간
화해
〈1박 2일〉과 사또통닭
큰엄마
〈오직 그대만〉
김종순 아줌마
독립
이제 제 차례예요
안 당연한 사랑
돌아오는 집
✉ 큰아버지 큰어머니에게
3부. 함께 크는 집
부적격 보호자
안내견보다 반려견
설채현 선생님
솔이 또리 김토리
너의 모든 처음을
열혈 아빠와 슈퍼 천재견
너나 잘하세요
초심
대환장 쇼 어질리티
D-3일
킹 오브 더 점프 토리
좋은 건 바로 지금
✉ 토리에게
4부. 기다리는 집
나에게 집은
짐이 아니다
흰 지팡이
결혼 생각
자랑하고 싶은 가족
소설 쓰기 금지
그냥
사랑은 동기부여다
내일이 없는 것처럼
✉ 언젠가 만날 나의 아이에게
[본 문]
어린 시절의 나를 생각하면, 마치 연속적으로 반복되는 짝짓기 게임 속에 살았던 것 같다. 빙글빙글 돌다가 구호에 맞춰 짝을 짓고 자리를 차지하는. 다시 빙글빙글 돌다가 짝을 놓치면 자리를 잃는. 잠깐 자리에 앉으면 안도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면 의자를 영영 뺏길까 봐 안절부절못하는. 교회에 열심히 나가면, 성경을 열심히 읽으면, 공부를 열심히 하면, 집안일을 열심히 도우면 의자를 잃지 않고 나의 자리에 계속 앉아 있을 수 있을 거란 꿈을 품는. 헛된 희망의 게임은 오래지 않아 끝났다.
_30~31쪽, 「나의 자리」 중에서
표현이 덜했다고 해서 아버지가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어린 부모의 서툰 사랑의 방식을 성인이 되고 나서 조금씩 헤아리며, 나는 이따금씩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가 나와 아버지를 본다. 밖에서 호기롭게 펼치던 허세를 집 안까지 가져오진 못했던 아버지. 묻고 싶은 것을 단 한 번도 묻지 못한 아들. 표현을 아낀 우리의 시간은 그 속에 영원히 멈춰, 숱한 후회와 의문의 문장들로 희미하게 남아 있다.
_39쪽, 「아버지와 나」 중에서
가끔 누군가와 신경전을 벌이다가 울컥 화가 나서 대화를 차단해버리고 싶을 때, 반사 신경처럼 떠오르는 말이 있다. ‘이게 끝일 수 있어.’ 마음이 상해 문을 쾅 닫고 거리를 나섰다가 그길로 사고가 날 수도 있다. 한 시간 후, 24시간 후 내가 아무 변함 없이 살아 있고 내 곁의 사람들을 언제까지나 볼 수 있을 거라 장담한다는 건, 적어도 내 삶에선 명백한 오만이다.
내일이 당연하지 않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눈앞의 사람을 내버려두고 문을 닫고 싶은 충동이 순식간에 잦아든다. 더는 내 삶에 묻지 못한 말, 하지 못한 말, 건네지 못해 후회하는 말이 남지 않길 바라기 때문이다.
_51~52쪽, 「아버지의 유산」 중에서
가족관계증명서가 가족을 증명할 수 있을까? 내게 가족은 서류나 혈연이 아니라 같이 저녁밥 먹자고 말하는 목소리였다. 외출했다 돌아오는 나를 반기는 인사, 말없이 챙겨주는 국그릇, 기념일에 함께하는 발걸음, 좋은 일에 같이 기뻐하는 얼굴, 언제든 돌아가면 나를 품어줄 곳이 있다는 믿음.
그 모두에 조건이 없다는 걸 받아들이고부터 내게도 가족이 생겼다. 애쓰지 않아도 지켜지는 나의 자리에서, 사랑받기 위한 역할을 고민하는 대신 나를 위한 꿈을 꿨다. 두 분의 집을 떠난 지 오래이지만, 그 후로도 나는 줄곧 두 분의 품 안에서 외롭지 않고 따뜻할 수 있었다.
_97~98쪽, 「돌아오는 집」 중에서
토리는 160만 구독자에게 사랑받는 스타견이 되었고, 나는 처음으로 ‘시각장애인’이라는 수식어보다 ‘토리
아빠’라는 호칭으로 더 많이 불리고 있다.
〈TV 동물농장〉 PD님은 우리만 보면 행복에 젖은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20년 동안 동물을 봐왔는데, 토리랑 한솔님만 보면 너무 좋아요. 그냥 너무 좋아요.”
나도 그렇다. 사람들이 우릴 보며 걱정하는 게 아니라 행복하다고 얘기해주는 게 그냥 너무, 너무 좋다.
_172쪽, 「좋은 건 바로 지금」 중에서
토리를 교육하면서 ‘사람이나 개나 똑같구나’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더 나은 성장을 위해 어떻게 동기부여를 해줄 것인가. 이것이 내가 이해한 양육의 핵심이었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사랑법은 동기부여다. 이 사람이 더 좋은 곳으로 갈 수 있게, 더 좋은 생각을 할 수 있게, 더 좋은 감정을 느낄 수 있게 긍정의 동기부여를 계속해주는 것.
나를 사랑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_218쪽, 「사랑은 동기부여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