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차]
서막
호녀 전기
1장. 여정의 시작
2장. 승냥이와의 만남
3장. 승냥이와 고라니
4장. 고라니의 눈물
5장. 표범과 까마귀
6장. 뱀의 독과 해독제
7장. 고래를 잡는 사람들
8장. 용의 뼈
9장. 범의 엄마
10장. 야수의 전쟁
웅녀 전기
1장. 경쟁의 시작
2장. 예언의 곰
3장. 멧돼지의 땅
4장. 고인돌
5장. 여우의 간계
6장. 독수리의 절벽
7장. 변심
8장. 계시의 밤
9장. 곰의 엄마
10장. 야수의 전쟁
사대홍 외전
작가 인터뷰
[본 문]
“내가 방법을 안다고 칩시다. 그렇다고 다른 부족에게 방법을 알려 줘야 할 이유는 없지요. 웅족과 호족의 비법을 거꾸로 내가 요구한다면 들을 것이오?”
환웅의 말에 호녀와 웅녀는 차분히 동시에 대답했다.
“홍익인간.”
환웅이 따라 말했다.
“홍익인간?”
“천족의 큰 뜻으로 알고 있습니다. 응당 환웅께서는 따르실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부드러움 속에 단호함이 묻은 웅녀의 말이다.
-p.10
“웅녀님, 난 더 이상 여기에 못 있겠어요.”
웅녀가 놀란 표정을 지었고, 호녀는 다짐한 듯 말했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으로는 백 일이 아니라 며칠을 버티지 못할 것 같아요. 이런 방법으로는 답을 얻지 못해요. 부족으로 돌아가서 어른께 여쭤야 해요. 그게 더 빠른 방법이에요.”
-p.22
백삼은 바위 뒤로 더욱 깊이 숨어서 주위를 살폈다. 백삼에게는 호랑이가 특별한 존재였다. 호랑이 사람들에게는 신이고, 영물이었다. 호랑이인들은 호랑이를 해치거나 위협을 가하지 않았다. 호랑이도 호랑이인들을 해치지 않았다. 물론 호랑이의 영역 깊숙한 곳으로 들어간 자들이 돌아오지 못한 경우는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들의 잘못이었다. 호랑이인들은 호랑이와 수백 년 아니, 그 이전부터 서로를 존중하며 잘 지내고 있었다. 호랑이인 누구도 호랑이를 무섭게 여기지 않았다. 호랑이의 힘과 그 영민함을 숭배할 뿐이다. 호랑이들도 그랬다. 그들은 서로의 영역을 인정하고 침범하지 않았다.
-p.40
승냥이의 비명에 눈을 뜬 백삼은 두 눈을 의심했다. 석하는 눈을 뜨고 더욱 놀라서 그만 자리에 주저앉았다. 석하가 보니, 호랑이 한 마리가 승냥이들과 대치하고 있었다. 석하는 ‘승냥이 밥이 되는구나!’ 생각했다가 설상가상으로 호랑이 밥이 되게 생긴 상황이었다.
석하는 백삼의 얼굴로 눈을 돌렸다. 백삼이 자신처럼 겁에 질려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미소를 짓고 있었다. 백삼이 아무리 호랑이인이라고 해도 어찌 저럴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p.123
‘너는 특별한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다. 모든 부족의 생과 사가 너에게 달려 있다. 까마귀도, 고라니도, 표범도 너를 받들게 될 것이다. 너는 호랑이의 엄마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는 죽음의 그림자를 가졌다. 항상 위험이 너의 생을 가로막고, 죽음의 문턱으로 너를 안내할 것이다. 죽음의 그림자를 넘는다면, 넌 호랑이의 엄마가 될 것이다. 다만, 지금은 네가 그것을 넘을 힘을 갖지 못했다. 이대로는 너는 스물을 넘기지 못하고 죽을 것이다. 그러니 너는 나를 따라 까마귀의 땅으로 가서, 너에게 드리워진 죽음의 그림자를 늦추는 제를 올려야 한다.’
-p.143
배는 한 시진 전처럼 서서히 움직였다. 주변을 관찰하고, 다시 다른 곳으로 움직이는 것을 다시 한 시진을 했다. 백삼은 지루했지만, 모두가 진지했으므로 표현하지 못했다. 이렇게 아무것도 잡지 못하고 돌아간다면, 마을 사람들이 크게 실망할 거라 백삼은 생각했다.
백삼은 효해의 얼굴을 보았다. 백삼은 순간적으로 젊은 효해의 얼굴에서, 부족을 책임지는 사람의 얼굴을 보았다. 효해의 얼굴에서 포기나 실망의 표정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었다.
-p.188
능화는 빠르게 고개를 돌렸다. 웅능화는 웅교의 얼굴을 똑바로 보기가 힘들었다. 자신이 왜 이런지 알 수가 없었다. 초홍을 보는 척 웅교를 훔쳐보았다. 처음 보았을 때의 소년 웅교는 어디에도 없었다. 능화의 눈앞에는 이목구비가 뚜렷한 잘생긴 남자가 있을 뿐이었다.
능화의 심장은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발그레한 얼굴을 숨기려 다시 고개를 숙였다. 능화의 나이는 스물다섯이었다. 다른 사람 같으면 시집을 몇 번은 갔을 나이였다. 하지만 능화는 초홍을 딸처럼 여기고, 초홍이 곰의 엄마가 되도록 모든 것을 초홍에 맞추어 살았다.
-p.329
수벽이 힘주어 물었다.
“그럼 웅초홍 님은 주술의 힘이나 예언의 힘을 가지고 있습니까?”
초홍은 한숨과 함께 힘없이 대답했다.
“아니요. 저는 주술의 힘도 예언의 힘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수벽이 비꼬는 어투로 물었다.
“그럼, 무엇으로 곰 엄마의 중책을 맡을 수 있습니까?”
초홍이 자신 있게 대답했다.
“저는 저에게 소중한 것들을 지키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게 소중한 것은 곰족입니다. 우리 부족을 위해서는 목숨도 내어놓을 수 있습니다. 곰의 엄마는 그런 마음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p.420
“하하하. 당신은 참 대단한 여자라니까? 그런데 당신이 가지고 있는 해독제는 수십 알에 불과한데, 어떻게 그들 모두를 살릴 셈이오?”
사살모가 재밌다는 듯 말했다.
“모두를 살릴 필요가 있나요? 각 부족의 엄마와 중요한 몇 사람에게 치료제를 주면, 그들은 모두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을 텐데⋯. 하찮은 부족의 인간들⋯ 죽을 것들에게 아까운 해독제를 낭비할 필요는 없어요. 하하하.”
-p.504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어느새 중년이 되어 있었습니다. 후회 없는 삶이었다고 자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무언가 빠진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제 안에 쓰지 못한 무엇인가가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무작정 펜을 들고 단편소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단편들이 모여 책 한 권 분량이 되었을 때, 과연 제가 장편도 쓸 수 있을지 궁금해졌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SF 소설을 쓰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12·3 계엄 사태를 겪으면서 잘못된 지도력으로 인해 사람들의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것을 피부로 느꼈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제 글은 ‘역사 판타지’의 길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좋은 리더란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풀어내고 싶었습니다.
-작가 인터뷰
대학 시절, 너무나 익숙했던 단군신화를 다시 접할 기회가 있었는데요. 그때 새로운 의문을 품게 되었습니다. ‘우리 민족의 아버지인 환웅에게 걸맞은 배필로 선택된 민족의 어머니는 어떤 분이었을까?’ ‘과연 단순히 쑥과 마늘을 먹으며 인내한 것만으로 최고의 어머니로 평가되었을까?’ 문자가 없던 시절에 구전으로 전해져 온 이야기이니만큼, 그 안에는 직접 겪은 이들만 알 수 있는 비밀이 있지 않았을까 상상했습니다. 그 기억이 코로나 시기에 불현듯 떠올랐어요.
-작가 인터뷰
호백삼과 웅초홍 모두 지금으로 치면 중, 고등학생 나이의 어리고 힘없는 여성입니다. 하지만 부족을 위해 자기의 모든 것을 쏟아붓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그 자리를 원했는지 아닌지가 아닙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이고 이겨내는 과정에서 자신의 이익이 아니라 부족의 안위와 더 나은 삶을 위해 나아간다는 점이 핵심이죠. 그들은 권력을 사리사욕을 채우거나 누군가를 억압하는 수단으로 쓰지 않아요. 대의를 위해 몸으로 실천하며 나아가는 리더들을 보여줌으로써 지금 시대의 리더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싶었습니다.
-작가 인터뷰
『전설의 왕국』은 판타지 역사 소설입니다. 역사적 사실 안에서 상상력을 펼쳐내는 일이 정말 쉽지 않았어요. 초고 작업만 3개월이 걸렸고, 이후 맞춤법과 구성, 편집 등 수많은 수정을 거쳐 이 책이 완성되었습니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난 후, 호백삼과 웅초홍을 꼭 기억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들이 우리 민족의 어머니였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 주세요. 이 책을 읽은 독자분들이 이 땅을 일으켜 세울 ‘주인공’이 되어 주시리라 믿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작가 인터뷰만 알 수 있는 비밀이 있지 않았을까 상상했습니다. 그 기억이 코로나 시기에 불현듯 떠올랐어요.
-작가 인터뷰
호백삼과 웅초홍 모두 지금으로 치면 중, 고등학생 나이의 어리고 힘없는 여성입니다. 하지만 부족을 위해 자기의 모든 것을 쏟아붓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그 자리를 원했는지 아닌지가 아닙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이고 이겨내는 과정에서 자신의 이익이 아니라 부족의 안위와 더 나은 삶을 위해 나아간다는 점이 핵심이죠. 그들은 권력을 사리사욕을 채우거나 누군가를 억압하는 수단으로 쓰지 않아요. 대의를 위해 몸으로 실천하며 나아가는 리더들을 보여줌으로써 지금 시대의 리더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싶었습니다.
-작가 인터뷰
『전설의 왕국』은 판타지 역사 소설입니다. 역사적 사실 안에서 상상력을 펼쳐내는 일이 정말 쉽지 않았어요. 초고 작업만 3개월이 걸렸고, 이후 맞춤법과 구성, 편집 등 수많은 수정을 거쳐 이 책이 완성되었습니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난 후, 호백삼과 웅초홍을 꼭 기억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들이 우리 민족의 어머니였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 주세요. 이 책을 읽은 독자분들이 이 땅을 일으켜 세울 ‘주인공’이 되어 주시리라 믿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작가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