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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메이드 인생(실존과 경계 7)

    • 채만식 저
    • 니케북스
    • 2025년 09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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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품 규격 정보
    상품상세정보
    ISBN ISBN-13 : 9791194706182
    쪽수1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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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품구성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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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독보적 풍자 작가로 한국 문학사에 우뚝 선, 채만식

     

    후학들에게 문학을 자신처럼 하지 말라고 당부했던 그는

    자신의 작품이 백 년 후에도 시대를 넘어선 공감을 이끌어 내는 것을

    본다면 과연 어떤 생각을 할까?

    암울했던 일제강점기 당시 활약했던, 한국 근대문학의 빼어난 풍자작가 채만식은 인간 의 허위와 사회적 모순을 날카롭게 드러낸 작가로 평가받는다. 그중 〈레디메이드 인생〉과 〈치숙〉은 그의 대표작으로, 시대와 인간을 바라보는 냉철한 시선이 압축되어 있다.

     

    〈레디메이드 인생〉은 고등교육을 받은 엘리트임에도 취업하지 못한 지식인의 ‘잉여’적 처지를 사실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지식과 열정이 충분함에도 쓰일 데가 없는 젊은 지식인의 초상을 통해 ‘준비는 되었으나 쓸모없는’ 세대의 아이러니를 드러낸다. 이에 더해 일제 치하 사회의 구조적 모순, 근대 지식인의 좌절 등이 인물들의 대화를 통해 생생하게 그려진다. 특히 이 작품은 오늘날 청년 세대가 마주하는 고용 불안이나 심리적 무력감과도 맞닿아 있어, 시대를 넘어선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치숙〉은 무능하고 무력한 지식인을 해부한 작품이다. 주인공 ‘치숙’은 당시 많은 조선의 지식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시대적 격랑에 휩쓸려, 결국 아무런 성취 없이 흘려보내는 삶을 살고있다. 하지만 〈치숙〉에서 채만식이 날카롭게 풍자하고 있는 것은, 치숙이 아닌 그를 은근히 무시하고 조롱하는 기회주의자인 화자다. ‘치숙’과 ‘나’의 대화가 무르익어갈수록, 사회의식과 민족의식이 결여된 ‘나’의 속물적인 행태가 낱낱이 폭로된다.

     

    채만식의 두 작품 모두 날카로운 풍자와 사실적 묘사를 통해,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지식인 계층과 시대의 불합리를 드러낸다. 이는 단순한 시대 비판을 넘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목차

    [목 차]
      

    작가 소개

    문학을 나처럼 해서는

    레디메이드 인생

    치숙(痴叔)

    작품 해설


    [본 문]
      

    “가령 응…… 저…… 문맹퇴치운동도 있지. 농민의 구 할은 언문도 모른단 말이야! 그리고 생활개선운동도 좋고…… 헌신적으로.”

    “헌신적으로요?”

    “그렇지……. 할 테면 헌신적으로 해야지.”

    “무얼 먹고 헌신적으로 그런 사업을 합니까……? 먹을 것이 있어서 그런 농촌사업이라도 할 신세라면 이렇게 취직을 못 해서 애를 쓰겠습니까?”

    p.22~23

     

    인테리…… 인테리 중에도 아무런 손끝의 기술이 없이 대학이나 전문학교의 졸업증서 한 장을, 또는 조그마한 보통 상식을 가진 직업 없는 인테리…… 해마다 천여 명씩 늘어가는 인테리…… 뱀을 본 것은 이들 인테리다.

    부르죠아지의 모든 기관이 포화상태가 되어 더 수요가 아니 느니 그들은 결국 꾀임을 받아 나무에 올라갔다가 흔들리우는 셈이다. 개밥의 도토리다.

    인테리가 아니었으면 차라리 ……

    p.33~34

     

    방세와 전깃불값이 두 달 치나 밀리었다. 삼 원은 방세 한 달 치를 주고 일 원에서 전등삯 한 달 치를 주고도 싶었으나 그리고 나면 그 나머지로 설렁탕이나 호떡을 사 먹어도 하루밖에는 못 지낸다. 그래 그대로 넣어두고 한 이틀 지내는 동안에 일 원이 거진 달아났던 판인데 공연한 객기를 부리느라고 당치도 아니한 해태를 샀기 때문에 인제는 일 원 돈은 완전히 달아나고 삼 원만 남은 것이다.

    p.37

     

    별로 만나야 할 일도 없다. 그러나 제가끔 혼자 있으면 우울해지니까 이렇게 서로 찾으며 자주 만나게 된다.

    만나 앉아서 이야기라도 지껄이면 그 동안만은 명랑하여진다. 지금 서울 안에 P니 M이니 H와 같이 매일 만나 하는 일 없이 돌아다니고 주머니 구석에 돈푼 있으면 서로 털어 선술잔이나 먹고 하는 룸펜의 패가 수없이 많다.

    무어나 일을 맡기었으면 불이 번쩍 일게 해낼 팔팔한 젊은 사람들이다. 그렇건만 그들은 몸을 비비 꼬고 있다.

    p.52

     

    정조 댓가로 일금 이십 전을 부르는 여자……

    방금 세상에는 한번 정조를 빼앗긴 것으로 목숨을 버려 자살하는 여자도 있다. 그러는 한편 ‘이십 전도 좋소’하는 여자가 있다.

    여자의 정조가 그것을 잃었다고 자살을 하도록 그다지도 고귀한 것이라면 ‘이십 전에라도 팔겠소’하는 여자가 눈을 멀끔멀끔 뜨고 살아 있는 사실은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

    또 정조를 ‘이십 전에도 팔겠소’하는 여자가 있도록 그것이 아무렇지도 아니한 것이라면 그것을 한 번 빼앗긴 때문에 생명을 내버리는 여자가 있는 것은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

    p.71~72

     

    “거 참 모를 일이오……. 우리 같은 놈은 이 짓을 해 가면서도 자식을 공부 시키느라고 애를 쓰는 데 되려 공부시킬 줄 아는 양반이 보통학교도 아니 마친 자제를 공장엘 보내요?”

    “내가 학교 공부를 해본 나머지 그게 못쓰겠으니까 자식은 딴 공부 시키겠다는 것이지요.”

    “글쎄, 정 그러시다면 내가 내 자식 진배없이 잘 데리고 있으면서 일이나 착실히 가르쳐 드리리다마는 …… 원 너무 어린데 애차랍잖애요?”

    “애차라운 거야 애비된 내가 더 하지요만 그것이 제게는 약이니까…….”

    p.80

     

    사람이란 것은 제가끔 분지복이 있어서 기수(氣數)를 잘 타고나든지 부지런하면 부자가 되는 법이요, 복록을 못 타고나든지 게으른 놈은 가난하게 사는 법이요. 다아 이렇게 마련인데 그거야 말루 공평한 천리인 것을, 됩다 불공평하다께 될 말이요? 그리구서 억지로 남의 것을 뺏아 먹자고 들다니 그놈들이 부랑당이지 무어요.

    p.99

     

    내지 여자가 참 좋지 머. 인물이 개개 일짜로 예쁘겠다, 얌전하겠다, 상냥하겠다, 지식이 있어도 건방지지 않겠다, 조음이나 좋아!

    그리고 내지 여자한테 장가만 드는 게 아니라 성명도 내지인 성명으로 갈고, 집도 내지인 집에서 살고, 옷도 내지 옷을 입고 밥도 내지 식으로 먹고, 아이들도 내지인 이름을 지어서 내지인 학교에 보내고……

    내지인 학교래야지 죄선 학교는 너절해서 아이를 버려놓기나 꼭 알맞지요.

    그리고 나도 죄선말은 싹 걷어치우고 국어만 쓰고요.

    이렇게 다아 생활법식부텀도 내지인처럼 해야만 돈도 내지인처럼 잘 모으게 되거든요.

    p.103~104

     

    “사람이란 것은 누구를 물론허구 말이다, 아첨하는 것같이 더러운 게 없느니라.”

    “아첨이요?”

    “저…… 위로는 제왕, 밑으로는 걸인, 그 모든 사람이 위선 시방 이 제도의 이 세상에서 말이다, 제가끔 제 분수대루 살아가는 데 있어서 말이다, 제 개성을 속여가면서꺼정 생활에다가 아첨하는 것같이 더러운 것이 없고, 그런 사람같이 가련한 사람은 없느니라. 사람이라껀 밥 두 그릇이 하필 밥 한 그릇보다 더 배가 부른 건 아니니까.”

    p.118

    출판사 서평

    왜 지금 채만식인가?

    채만식은 웃음과 해학을 무기로 현실을 가장 깊이 관조한 작가다. 그는 인물을 희화화하면서도 그 인물을 둘러싼 사회 구조까지 함께 비틀어 보여주는 데 탁월했다. 그래서 그의 풍자는 단순한 조롱으로 그치지 않고, 개인과 사회를 동시에 겨누며 시대의 모순을 정밀하게 해부했다. 채만식의 소설은 단순히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마주하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는 거울이 된다.

    오늘날, 청년 세대의 좌절과 사회적 방관, 공동체의 위선은 결코 낯선 풍경이 아니다. 채만식은 이미 백 년 전 그 풍경을 예리한 풍자 속에 담아냈다. 바로 그 지점에서 그의 작품은 시대를 초월한 생명력을 지닌다. 채만식을 다시 읽는 일은 곧, 우리 시대의 질문과 마주하는 일이다.

     

     

    ■ 시리즈 소개

    니케북스의 ‘실존과 경계’ 시리즈

    불확실한 시대를 사는 현대인에게 20세기 문학이 답하다

     

    니케북스 20세기 문학선 ‘실존과 경계’는 20세기 문학이 던진 근본적인 질문에 주목한다. 이 시대의 문학은 인간 존재의 불안과 자유, 고독과 책임이라는 실존의 문제를 전면에 드러냈다. 삶과 죽음, 자아와 타자,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서 탄생한 이 작품들은 문학이 감당해야 할 저마다의 몫을 지고 있다.

    내면의 독백과 사회를 향한 목소리가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질 때, 문학은 개인과 세계를 연결하는 통로가 된다. 여기 실린 작품들은 시간이 흐르며 퇴색되는 그저 그런 고전이 아니라, 지금 우리에게 말을 거는 살아 있는 문학이다. 삶을 감각하게 하고, 질문을 유예하지 않으며, 우리 안의 경계를 흔든다. 서사보다 질문에, 해답보다 모순에 집중한 20세기 문학의 통찰이 여전히 유효한 이유다. 각 언어권 전문 번역가들의 원문에 충실한 번역과 21세기의 시선으로 풀어낸 역자 해설은 독자와 작품의 거리를 좁혀 줄 것이다.

    저자 소개
    저자 : 채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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