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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박완서 X 이옥토 리커버 특별판) - 유년의 기억(소설로 그린 자화상1)

    • 박완서 저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08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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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품 규격 정보
    상품상세정보
    ISBN ISBN-13 : 9788901296906
    쪽수3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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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품구성단행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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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어떤 문장은 듣는 순간 영원히 기억하게 된다

     

    정이현·김금희·정세랑·강화길…

    동시대를 이끄는 작가들이 사랑한 작가, 박완서

    그가 생전에 가장 사랑했던 연작 자전소설이

    사진작가 이옥토의 사진과 만나 다시 태어났다

     

    어떤 문장은 한번 듣는 순간 영원히 기억하게 된다. 저마다 가슴속에 품은 애틋한 기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그 제목, 박완서 작가의 장편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가 그렇다. 2011년 타계한 박완서 작가가 생전에 가장 사랑했던 소설로 그린 자화상연작 자전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1992)와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1995)가 리커버 특별판으로 독자들을 찾아왔다. 2025 서울국제도서전을 뜨겁게 달군 화제의 주인공 사진작가 이옥토의 작품으로 표지를 갈아입고 장정을 새롭게 꾸며, 그 찬란하고 생생한 기억의 공간을 지금 이곳으로 되살린다.

    출간된 지 3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한국 소설의 대표적인 스테디셀러이자 중고등학생 필독서로 사랑받아온 두 권의 장편 소설은 누적 판매 160만 부 돌파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우며 한국문학사에 길이 남을 역작임을 증명했다. 이 책에 헌사를 남긴 정이현, 김금희, 정세랑, 강화길 등 동시대 문학을 이끄는 여성 작가들의 길잡이가 되어주었던 거장의 문장이 싱그럽고 아련한 그 계절로 우리를 초대한다.

    목차

    [목 차]

    다시 책머리에

    작가의 말

     

    야성의 시기

    아득한 서울

    문밖에서

    동무 없는 아이

    괴불 마당 집

    할아버지와 할머니

    오빠와 엄마

    고향의 봄

    패대기쳐진 문패

    암중모색

    그 전날 밤의 평화

    찬란한 예감

    작품 해설-김윤식(서울대 명예교수, 문학평론가)

    지금 다시 박완서를 읽으며-정이현(소설가)


    [본 문]

    할아버지를 기다리는 것은 어린 나에게 가장 큰 낙이었다. () ‘우리 할아버지다!’라고 생각하자마자 나는 총알처럼 동구 밖으로 내달았다. 단 한 번도 착각 같은 건 하지 않았다. 숨을 헐떡이며 열렬하게 매달린 할아버지의 두루마기 자락은 다듬이질이 잘 돼 늘 칼날처럼 차게 서슬이 서 있었다. 그리고 송도의 냄새가 묻어 있었다. 나는 그 냄새가 좋았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곧 오냐, 오냐, 내 새끼, 하면서 나를 번쩍 안아 올렸고, 그의 품은 든든하고 입김은 훈훈했다. 할아버지의 입김에선 언제나 술 냄새가 났다. 나는 할아버지의 훈훈함과 함께 그 술 냄새 또한 좋아했다.

    할아버지는 나를 내려놓고 나서 두루마기 주머니에서 먹을 것을 주섬주섬 꺼내 손에 쥐여 주는 것을 잊으신 적이 없었다. 노란 편지 봉투에 싼 미라사탕 아니면 잔칫상에서 염치 불구하고 집어넣었음직한 약과나 다식 따위였다. 그런 것들을 맛보느라 할아버지 손목을 놓고 깡충깡충 앞장서 뛸 때는 얼마나 의기양양했던지, 집에 들어가면 할머니한테 눈꼴이 시다는 핀잔을 들을 지경이었다.

    「야성의 시기」 중에서

     

    유리창 밖에는 전송하는 사람들이 참 많았다. 그중에서도 할머니는 제일 작고 초라해 보였다. 그 초라함이 나를 잡아당기는 것 같았다. 유리창이란 얼마나 신기한가. 할머니 눈에 눈물이 고이는 걸 말갛게 바라볼 수가 있었다. 나는 할머니에게 안겨 아이고 내 새끼.’ 하고 쓰다듬는 손길을 느끼며 따라 울고 싶었다.

    나는 온몸으로 유리창에 달라붙었다. 얼굴만 얼음장에 눌리듯 사정없이 퍼졌을 뿐 한 치도 할머니에게 다가갈 수 없었다. 기차는 크고 구슬픈 소리를 내지르고 나서 움직였다. 전송객도 따라 움직이다가 점점 안 보였다. 나는 할머니도 따라 움직였는지 그냥 서 있었는지 보지 못했다. 펑펑펑 눈물이 마구 나왔다. 눈물이 안 나오는데도 소리 내어 운 적은 많아도 그렇게 눈물이 많이 나오는데 엉엉 소리를 내지 않기는 생전 처음이었다.

    「아득한 서울」 중에서

     

    다 잘했지만 내가 제일 싫은 건 주소를 두 개 외는 거였다. 엄마가 처음 가르쳐 준 주소는 마땅히 기류계를 옮긴 사직동 주소였다. 나는 그까짓 거 금방 외웠다. 그걸로 끝났으면 좋았으련만 엄마는 갑자기 내가 길을 잃었을 때 그 주소를 대면 큰일이다 싶었나 보다. 현저동 집 주소도 외울 수 있도록 훈련을 시켰다. 번지에다 호수까지 달린 긴 거였지만 나불나불 뭐든지 암기를 잘할 나이였으니 그 또한 어려울 게 없는데도 엄마의 걱정은 좀 지나쳤다. 필시 주소를 속여서 입학원서를 낸 게 양심에 걸리는 순박함 때문이었겠지만, 두 주소를 금방 외자 이번엔 또 시험을 칠 때 헷갈려서 잘못 말할까 봐 근심을 하기 시작했다. 엄마는 순전히 당신이 안심하기 위해 나를 들볶았다. 가만히 있다가 불시에 너 어디 살지? 느이 집 어디야? 넌 지금 길을 잃은 거다.” 그러면 난 현저동 주소를 대야 했다. 반대로 느이 집 어디냐? 넌 지금 선생님 앞에서 시험을 치고 있는 거야.” 이렇게 물어보면 사직동의 가짜 주소를 대야 했다. 엄마는 내가 행여나 이 두 개의 주소를 헷갈릴까 봐 전전긍긍했다. () 엄마는 저 맹추한테 괜히 주소를 두 개씩 가르쳐 주었다고 들입다 후회를 하면서, 시험 날짜까지 현저동 주소는 아주 잊어버리고 있으라고 했다. 그러나 잊어버리란다고 잊어버려지는 게 아니었다. 엄마가 그럴수록 그 주소는 내 머릿속에 눌어붙었다. 사직동 주소는 물론이고 서울에서 그 후에 거친 수많은 집의 주소를 거의 다 잊어버렸지만 현저동 46번지의 418호란 내 최초의 주소는 여태껏 안 잊어버리고 있다.

    「문밖에서」 중에서

     

    나는 불현듯 싱아 생각이 났다. 우리 시골에선 싱아도 달개비만큼이나 흔한 풀이었다. 산기슭이나 길가 아무 데나 있었다. 그 줄기에는 마디가 있고, 찔레꽃 필 무렵 줄기가 가장 살이 오르고 연했다. 발그스름한 줄기를 꺾어서 겉껍질을 길이로 벗겨 내고 속살을 먹으면 새콤달콤했다. 입 안에 군침이 돌게 신맛이, 아카시아꽃으로 상한 비위를 가라앉히는 데는 그만일 것 같았다.

    나는 마치 상처 난 몸에 붙일 약초를 찾는 짐승처럼 조급하고도 간절하게 산속을 찾아 헤맸지만 싱아는 한 포기도 없었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나는 하늘이 노래질 때까지 헛구역질을 하느라 그곳과 우리 고향 뒷동산을 헷갈리고 있었다.

    「동무 없는 아이」 중에서

     

    이차대전을 맞은 것도 괴불 마당 집에서였다. 일본 사람들은 대동아전쟁이라고 했다. 무언지도 모르고 신이 났다. 우리는 그 전부터 이미 호전적으로 길들여져 있었다. 일본은 벌써부터 지나사변이라 부르는 전쟁(중일전쟁)을 하고 있었고, 우리는 중국을 짱꼴라’, 장개석을 쇼오가이세끼라고 부르면서 덮어놓고 무시할 때였다. 동무들하고 싸울 때도 짱꼴라라고 놀려 주는 게 가장 심한 모욕이 되었다. 아침에 운동장에서 조회를 할 때마다 황국신민의 맹세를 하고 나서 군가 행진곡에 발을 맞춰 교실에 들어갈 때면 괜히 피가 뜨거워지곤 했는데 그건 뭔가를 무찌르고 용약해야 할 것 같은 호전적인 정열이었다.

    짱꼴라한테는 줄창 이기고 있다고만 들어서 적으로는 시시했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더 큰 적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쇼오가이세끼에다 루스벧또’, ‘짜아찌루가 무찔러야 할 악의 괴수로 추가되고, 매일매일 승전의 소식이 전해졌다. “깨어졌다 싱가폴, 물러서라 영국아.” 하는 노래를 조선의 유명한 소프라노 가수가 불러 단박 유행을 시켰고, 남양군도를 하나하나 함락시킨 걸 뽐내고 자축하기 위해 밤엔 등불 행렬이 장안을 누볐다.

    「괴불 마당 집」 중에서

    출판사 서평



    나의 생생한 기억의 공간을 받아줄 다음 세대가 있다는 건

    작가로서 누리는 특권이 아닐 수 없다

     

    기억의 더미를 파헤쳐 한 폭의 수채화로 완성한

    날카롭게 빛나는 성장소설의 진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는 연작 자전소설의 첫 번째 이야기로, 1930년대 개풍 박적골에서 보낸 꿈같은 어린 시절과 1950년 한국전쟁으로 황폐해진 서울에서의 스무 살까지를 그리고 있다. 강한 생활력과 유별난 자존심을 지닌 어머니와 이에 버금가는 기질의 소유자인 작가 자신, 이와 대조적으로 여리고 섬세한 기질의 오빠가 어우러져 살아가는 가족 관계를 중심으로 1930년대 개풍 지방의 풍속과 훼손되지 않은 산천의 모습, 생활상, 인심 등이 유려한 필치로 그려지고 있다.

    더불어 작가가 1940년대 일제 치하에서 보낸 학창 시절과 6·25전쟁과 함께 스무 살을 맞이한 1950년 격동의 한국 현대사 풍경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고향 산천에 지천으로 자라나던 흔하디흔한 풀 싱아로 대변되는 작가의 순수한 유년 시절이 이야기가 전개되어갈수록 더욱 아련하게 그리워지는 아름다운 성장소설로, 박완서 문학의 최고작이라 일컬어진다.

     

    그건 앞으로 언젠가 글을 쓸 것 같은 예감이었다.

    그 예감이 공포를 몰아냈다.”

     

    1992년 출간된 이래 30여 년간

    수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박완서의 대표작

     

    박완서의 실제 고향이자 『그 많던 싱아…』의 도입부에 아름답고 정감 있게 그려지는 시골 마을인 개풍 박적골은 한국전쟁 이후 북한 땅으로 흡수된 지역으로 황해도 개성 인근에 위치해 있다. 이곳의 뼈대 있는 양반 집안에서 태어난 는 세 살 때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마저 오빠의 교육을 위해 서울로 떠나며 홀로 남겨지지만, 손녀딸을 하염없이 안쓰러워하는 할아버지의 비호 아래서 따뜻하게 자라게 된다.

    소설의 초반부는 1930년대 개풍 지방의 풍속과 훼손되지 않은 산천의 모습, 자연에서 모든 유희를 구하는 그 시절 어린아이들의 천진한 놀이 모습 등이 박완서 특유의 기지가 엿보이는 유려한 필치로 그려진다. 풍부한 감성으로 순우리말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문체의 매력을 소설 곳곳에서 느낄 수 있는데, 사소해 보이는 장면에서도 절묘한 비애와 아름다움을 뽑아내는 박완서만의 감성이 자라나기 시작한 곳이 바로 이곳 박적골이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들을 감상할 수 있다.

     

    내가 최초로 맞본 비애의 기억은 앞뒤에 아무런 사건도 없이 외따로인 채 다만 풍경만 있다. 엄마 등에 업혀 있었다. 막내라 커서도 어른들에게 잘 업혔으니 다섯 살 때쯤이 아니었을까. 저녁노을이 유난히 새빨갰다. 하늘이 낭자하게 피를 흘리고 있는 것 같았다. 마을의 풍경도 어둡지도 밝지도 않고 그냥 딴 동네 같았다. 정답던 사람도 모닥불을 통해서 보면 낯설 듯이.

    나는 참을 수가 없어서 울음을 터트렸다. 엄마는 내 갑작스러운 울음을 이해하지 못했다. 나 또한 설명할 수가 없었다. 그건 순수한 비애였다. 그와 유사한 체험은 그 후에도 또 있었다. 바람이 유난히 을씨년스럽게 느껴지는 저녁나절 동무들과 헤어져 홀로 집으로 돌아올 때, 홍시 빛깔의 잔광이 남아 있는 능선을 배경으로 텃밭머리에서 너울대는 수수 이삭을 바라볼 때의 비애를 무엇에 비길까. (32~33)

     

    고향 박적골 산천에 지천으로 자라나던 흔하디흔한 풀 싱아가 작중 주인공 의 싱그러운 유년기를 대변한다면, 소설의 중반부부터 펼쳐지는 눈 뜨고도 코 베인다는 서울에서의 빈곤한 생활과 인왕산 자락을 뒤덮은 아카시아는 그의 성장을 위한 뼈아픈 통과의례를 은유한다. 1940년대 일제 치하의 학교생활과 변소에 가는 일도 주인집 눈치를 봐야 하는 서글픈 서울살이 속에서 점차 세상을 깨달아가는 의 모습이 펼쳐진다.

     

    나는 불현듯 싱아 생각이 났다. 우리 시골에선 싱아도 달개비만큼이나 흔한 풀이었다. 산기슭이나 길가 아무 데나 있었다. 그 줄기에는 마디가 있고, 찔레꽃 필 무렵 줄기가 가장 살이 오르고 연했다. 발그스름한 줄기를 꺾어서 겉껍질을 길이로 벗겨 내고 속살을 먹으면 새콤달콤했다. 입 안에 군침이 돌게 신맛이, 아카시아꽃으로 상한 비위를 가라앉히는 데는 그만일 것 같았다.

    나는 마치 상처 난 몸에 붙일 약초를 찾는 짐승처럼 조급하고도 간절하게 산속을 찾아 헤맸지만 싱아는 한 포기도 없었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나는 하늘이 노래질 때까지 헛구역질을 하느라 그곳과 우리 고향 뒷동산을 헷갈리고 있었다. (89)

     

    소설의 후반부에 접어들며 를 둘러싼 세계는 이제 1950년 한국사의 격랑에 휘말려 산산이 부서지기 직전의 위기 상태로 치닫는다. 전쟁으로 무참하게 깨져버린 가족의 단란함, 그렇게 되기까지 엎치고 덮친 고약한 우연에 대한 정당한 복수로서 언젠가 글을 쓸 것 같은 예감에 사로잡히는 것으로 매듭짓는 소설의 말미는 한국 현대 문학의 거목, 작가 박완서의 등장을 예고하는 프리퀄과도 같다.

     

     

    이 소설의 존재는 그 자체로 소중한 한국 문학의 자산이다

     

    박완서 문학의 처음과 중간, 마지막을 완벽하게 재현한

    박완서 소설의 최고작

     

    『그 많던 싱아…』는 이미 발표된 박완서의 여러 소설 속에서 파편적으로 드러나거나 소설적으로 변용되어 나타난 자전적 요소들의 처음과 중간, 마지막까지의 모습을 완벽하게 재현하고 있다. 특히 제5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엄마의 말뚝 2」를 비롯해서 여러 작품 속에서 끊임없이 소설적 탐구의 대상이 되어온 작가의 가족 관계(강한 생활력과 유별난 자존심을 지닌 어머니와 이에 버금가는 기질의 소유자인 작가 자신, 이와 대조적으로 여리고 섬세한 기질의 오빠가 어우러져 살아가는 가족 관계)가 예리하게 묘사되며 작중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그 많던 싱아…』의 작품 해설을 쓴 고() 김윤식 선생과 서평을 쓴 정이현 작가는 이 점을 언급하며 이 소설이 박완서 문학의 모태 혹은 원형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만일 이 작가의 전 작품을 골똘히 읽어 온 독자라면 『그 많던 싱아…』라는, 전대미문의 기억력에만’ ‘순전히의존한 이 작품은 이 작가가 조심스럽게 써 온 「엄마의 말뚝 4」임을 알아차릴 수 있겠지요. 「엄마의 말뚝 1」이 박적골에서 서울로 와 바느질품팔이로 현저동에 머문 기숙(己宿) 여사의 몸부림이라면, 「엄마의 말뚝 2」가 그다음의 이야기고, 「엄마의 말뚝 3」은 기숙 여사의 죽음을 다룬 것 아닙니까. () 작가 박씨는 결코 (4)라는 번호의 작품을 남기지 않았습니다. 제가 그 (4)의 번호를 헌정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 김윤식, 「작품 해설」 중에서

     

    김윤식 평론가의 분석처럼 『그 많던 싱아…』는 「엄마의 말뚝」 연작을 장편으로 확장시킨 작품으로 읽을 수 있다. 작가에게 그 시절의 기억을 소설로 온전히 복원하는 것이 필생의 과제였음을 짐작케 한다.

    - 정이현, 「지금 다시 박완서를 읽으며」 중에서

     

    생전에 작가는 내 문학의 뿌리는 어머니라고 말했다. 소설의 후반부로 가면 와 가족들은 아버지와도 같던 숙부와 오빠마저 없는 세계로 내던져진다. 강인한 어머니와 영리하고 생활력 강한 올케, 그리고 이 모든 장면들을 기억하고 증언하리라 다짐하는 가 소설의 말미 한국전쟁 직후의 텅 빈 서울에 남겨진 채로 작품은 일단락되며, 후속작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로 이야기의 바통을 넘긴다.

    『그 많던 싱아…』는 순진한 이상주의로 좌익에 가담했다가 결국 의용군으로 끌려가 반죽음이 되어 돌아온 오빠, 동네 사람들로부터 빨갱이로 몰려 온갖 문초를 당한 ’, 인민군에 부역했다는 혐의로 사형을 언도받는 숙부 등 작가 박완서 개인의 내밀한 가족사를 그리고 있지만, 동시에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전후 한국 현대사의 주요 사건들을 그 어떤 자료보다 소상히 보여주는 증언문학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한 개인의 성장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새겨보는 눈부신 성장소설인 동시에 한국 사회의 어두웠던 시절을 생생히 고발하는 이 소설은 가히 박완서 문학의 최고작이라 할 만하다.

     

    홀로 목격한 자의 책무는 증언하는 것이다. ‘의 기억을 글로 남겨 후대에 전하는 것이다. 마지막 장의 소제목은 찬란한 예감이다. 그토록 처절한 현실 속에서 감히 찬란하다는 표현을 쓸 수 있는 건 예감이기 때문일 것이다. 새삼 인간은 무엇인가를 생각한다. 누구도 쉽게 정의 내릴 수 없겠지만 두 가지만은 확실하다. 하나, 인간은 벌레가 아니다. 그리고 또 하나, 인간은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찬란한 예감이 글을 쓸 것 같은 예감이라서 정말로 다행이라고 나는 되뇐다. 그리하여 우리가 박완서라는 작가를 가질 수 있었으니.

    - 정이현, 「지금 다시 박완서를 읽으며」 중에서

    저자 소개
    저자 : 박완서 (Park Wansuh / 朴婉緖)

    1931년 경기도 개풍 출생. 서울대 문리대 국문과 재학중 육이오전쟁을 겪고 학업을 중단했다. 1970년 불혹의 나이에 『나목裸木』으로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당선되어 문단에 나온 이래 2011년 향년 81세를 일기로 영면에 들기까지 사십여 년간 수많은 걸작들을 선보였다.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 『배반의 여름』 『엄마의 말뚝』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친절한 복희씨』 『기나긴 하루』 『미망』 등 다수의 작품이 있고, 한국문학작가상(1980) 이상문학상(1981) 대한민국문학상(1990) 이산문학상(1991) 중앙문화대상(1993) 현대문학상(1993) 동인문학상(1994) 한무숙문학상(1995) 대산문학상(1997) 만해문학상(1999) 인촌상(2000) 황순원문학상(2001) 등을 수상했다. 2006년 호암상, 서울대 명예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타계 후 금관문화훈장을 추서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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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매
    • hhhh1***
    • 2026.01.11

    구수하고 재밌는 박완서 작가님의 어린 시절 이야기 ㅎㅎ 성장에 관한 이야기인 동시에 역사와 시대의 아픔도 담고 있습니다 표지에 이끌려 샀지만 마음에 오래 남을 책을 만난 것 같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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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아하는 문장과 이야기는 그대로인데, 새 옷을 입었더니 처음 만났을 때처럼 설렙니다. 내 서재에 소장하고 싶은 리커버 도서들을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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