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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연고 사회학(문학의전당 시인선 389)

    • 박희곤 저
    • 문학의전당
    • 2025년 07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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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품 규격 정보
    상품상세정보
    ISBN ISBN-13 : 9791158966997
    쪽수1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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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품구성단행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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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코드 블루-극한의 고통 뛰어넘기

    2023년 《매일신문》 시니어문학상을 수상한 박희곤 시인의 첫 시집 『무연고 사회학』이 문학의전당 시인선 389로 출간되었다. 그동안 수많은 시인이 인간의 생로병사를 다뤘지만, 이처럼 치열하고 리얼하게 삶의 현장을 다룬 시집은 없다. 이 시집 『무연고 사회학』은 병원 흉부외과의 일상이 너무나 생생해서 머리끝이 곤두서게 된다. 하지만 촌각을 다투는 그 세계에 몸담고 살아오면서 시인은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다. 살고자 하는 사람과 살리고자 하는 사람의 혼신을 다한 협연이 그곳에서는 매일 이루어지고 있음을. 그와 아울러 숨을 내쉰다는 것이 얼마나 장엄한 연주인지 박희곤의 시를 읽으면 몸서리치게 경험하게 될 것이다.

    목차

    [목 차]
      

    제1부 코드 블루

    심장이식 13/외딴집 코드 블루 14/수술, 끝나지 않은 16/냉동인간 18/예빈이의 출가 20/해부학 실습 22/Mr. 알츠하이머 24/수면 내시경 26/역산(逆産) 28/천 개의 입 30/MRI 영상 32/바퀴와 나 34/스냅 풍경 36/누가 나를 훔쳐보는가? 38/불두(佛頭) 접합수술 40/아수라 42/차마 44/너의 이름으로 살아가라 46

     

    제2부 타인의 외딴집

    돌의 꿈 49/돌의 고고학 50/손 걸음 52/고래는 하늘로 날아가고 54/분교 종소리 56/가을 택배 57/실크로드 환승장에서 58/스무 살의 눈사람 60/포노 사피엔스 62/몽돌, 침묵의 아우성 64/가시오이 달래기 66/무연고 사회학 68/서방이 서방질하는 69/아이스 아메리카노 70/부고장 72/늙은 새댁 74/시 없는 시집 76/막장 늙은이 78

     

    제3부 서라벌의 달

    경주 남산 돌부처 씨 81/남산 천룡사지 82/포토즘 사피엔스 84/시의 꿈 86/경주에 갈 때는 88/국밥 한 그릇 90/청개구리傳 92/한가위는 한가한가? 93/칠순이 구순에게 94/춘래 할머니의 여행 96/정구지꽃 98/엄마와 육개장 99/국민 오빠 100/페이스톡 102/육동댁 104/세상의 비명 105/두식이 아재 106/세상의 문법 108/대머리 족보 110/아내의 텃밭 112

    해설 이승하(시인·중앙대 교수) 113


    [본 문]
      

    엄마 품에 안기기도 전에

    심실에 구멍이 나고 혈관이 뒤바뀐 선천성 심장병

    무색 무영등 속 엄마의 이름으로

    핏덩이가 숨만 헐떡인다

     

    구멍 난 가슴에 톱질하고 심장을 열어

    형벌을 받는 응급수술은 길고 험했다

     

    인공심폐기가 돌고 심장에 얼음이 채워지면

    생사의 경계에서 해탈의 경지로 넘어간다

     

    집도의 손놀림이 빨라지고 출혈 또한 잦아들면

    홀연히 심전도의 파고는 정상 비행을 하고

    아기의 검푸른 입술이 빨갛게 돌아오면

    내가 너를 살린 게 아니라 네가 나를 살렸다!

     

    아가야, 오늘까지 엄마의 이름으로 살고

    내일부터는 너의 이름으로 살아가라

    - 「너의 이름으로 살아가라」 전문

     

     

    고인이 된 내가 고인을 해부한다

    카데바가 된 나에게 국화꽃 한 송이로 묵념한다

     

    수술용 장갑을 끼고

    오장육부를 부검한다

    간의 좌엽은 간경화가 진행되어 있고

    우엽은 황달로 인해 간암이 떼어가고 없다

     

    췌장의 랑게르한스섬 베타세포는

    건포도처럼 말라비틀어져 인슐린 샘은 말라

    고혈당과 저혈당을 스파크로 왕복한다

     

    위장을 절개하자 역류성 식도염에 위궤양

    일상을 소화시키지 못하고

    신장은 결석이 생겨 휴화산처럼 굳어 있다

    폐는 날숨과 들숨 사이가 멀어

    폐포에 이산화탄소가 산화되지 못한 채 호흡이 응고되고

    심장의 박동 소리 전두엽을 적신다

    구멍 난 심장 뛰는 소리에 내가 놀란다

     

    고인이 된 나의 해부학 실습, 뼈만 남고 감정은 물이 된다

    팽팽한 긴장의 해부학 실습은 끝이 나고

    카데바 앞에서 나는 맛있게 밥을 먹는다

    - 「해부학 실습-카데바를 위하여」 전문

     

     

    식은 컵라면을 목구멍에 밀어 넣고

    당직실 컴퓨터 앞에서 호출받는다

     

    분만실에서는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온몸에 힘을 주라고 아니면 배 짼다고

    영안실에서는 아이고 아이고가 한창이다

     

    출생은 본인이 울고

    죽음은 타인이 우는

     

    병동에서는 코드 블루를 알리는 스피커

    응급실 정문으로 들어오는 사이렌

    경광등은 번쩍이고 휴대폰이 경기(驚氣)를 한다

     

    응급실에는 심폐소생술

    병실에서는 퇴원 준비

    암 병동에서는 무너지는 석탑

    날숨과 들숨 사이가 멀어져 링거병을 뗀다

     

    분만실 울음과 영안실 울음 사이

    나의 울음과 타인의 울음 사이

    - 「아수라」 전문

     

     

    다가구 주택 우편함 청구서들

    계약자 불명 앞으로 줄지어 서 있다

     

    고지서 독촉장 법원 등기 물

    단전 단수 붉은 경고문

     

    반지하에 널브러진 쓰레기봉투

    벼랑 끝 건강보험료 체납서

     

    몽골 기마인 후손인 그가

    도시인의 월세인이 되고 나서는

    달빛에 멀미하고

    장맛비 하수구 폭포 소리에 혼절했다

     

    그림자도 없는 수취인이

    무연고 화장장으로 끌려가자

    죽음이 압류당한 생의 부채를 갚아 주었

    - 「무연고 사회학」 전문

     

     

    시 한 줄 쓰고

    시집 속에 누워 시를 읽는다

     

    단어와 단어 사이에 쉼표

    문장과 문장 사이에 느낌표

    행과 행 사이에 물음표

     

    한 줄의 시

    한 줄의 따옴표

    마르지 않는 고통

     

    슬픔은 기쁨에게로 가는 언어

    물음표에게 길을 묻는다

     

    아무도 읽지 않는 시에

    마침표를 찍는다

     

    순간 빠뜨린 골뱅이의 점,

    시는 날아가 버리고

    시집 속에는 한 줄의 시도 없다

    - 「시 없는 시집」 전문

     

     

    준서는 밀성박씨 대종공파 19대 종손이다

     

    시험관 아기로 태어나 내년에는 초등학교 입학할 예정이다

     

    모유를 먹고 자랐지만 혈액암 투병으로

    머리칼이 모두 빠져버렸다

     

    학교 가면 친구들이 대머리라고 놀리면 어쩌냐는 준서에게

    엄마는 머리칼은 이빨같이 빠지면 또 난다고 달래었다

     

    시무룩하고 토라져 있는 아들을 보다 못한 아빠는

    머리를 깎아 함께 대머리가 되었다

     

    서로 대머리를 만지며 깔깔 웃는다

     

    학교에 입학할 3월이 다 되어가도 나지 않는 머리칼

    눌러쓴 모자를 들고 울고 있는 준서

    원래 반 대머리였던 늙은 할아버지도 완전 대머리가 되었다

     

    입맛 없어 하는 준서를 위해 오늘 저녁은 국밥집에서

    웃고 있는 대머리 돼지국밥을 먹는다

     

    어쩌면 준서가 짧은 여행을 끝내기 전

     

    긴 머리칼 삭발하고 챙이 둥근 모자를 쓴 3대가

    대머리 국밥에 새우젓 대신

    연신 콧물과 눈물로 간을 한다

     

    모자 대신 가발을 쓴 준서 엄마는 힘없이 숟가락만 젖고 있다

    - 「대머리 족보」 전문

    추천사

    작가의 말

    펜타닐이 들어가고 하나, 둘, 셋을 다 세기도 전 나는 죽었다.

     

    매일, 내가 집도하던 수술대에서

    그 침대에 누워 내가 수술받을 줄이야.

     

    간의 70%를 제거하고 다시 살았다.

     

    아직, 하루 4번의 인슐린 주사를

    죽을 때까지 맞아야겠지만…….

     

    고난 없는 일상이 어디 있으며

    아픔 없는 생이 어디 있으랴.

     

    그러니 시여, 고통과 허무를 딛고 일어서게 한 언어여!

     

    여분의 생도 나를 용서하기를.

     

    2025년 7월

    박희곤

    문영 (시인·문학평론가)

    박희곤 시인의 『무연고 사회학』은 현대사회의 위험을 알리는 긴급 신호다. 릴케는 병원을 두고 사람들은 죽어가기 위해 도시로 왔다고 했지만, 박희곤 시인은 살기 위해 병원에서 살아온 삶을 기억한다. 그것은 죽음과 절망 속에서 체험한 영혼의 언어이며 피와 살의 언어이다. 그 언어는 변방의 외딴집에서 생의 기쁨과 즐거움보다는 고독사에 대한 연민과 슬픔에 애정의 눈길을 보낸다. 그의 시는 참신하다는 이름으로 공허한 말과 조립한 언어가 유행하는 시단에 던지는 생명의 블루코드이다.

    출판사 서평

    박희곤 시인은 응급구조사,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면허를 갖고 있고 특히 체외순환사 면허를 갖고 있습니다. 장롱면허가 아니라 수술 현장에서 필요한 면허였으니 따내는 과정에서, 또 따낸 이후 얼마나 많은 환자를 만났을까요. 그 만남의 과정이 제1부의 시편을 이루고 있습니다.

    시인은 미국과 싱가포르, 일본의 유수 병원에 가서 연수도 여러 차례 받은 경력이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보건의료 종사자나 간호사가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강조해 교육했을 테지요. 심장 수술이 행해지는 수술팀에서 의사과 함께 환자를 살리는 일을 했을 겁니다. 그래서 이 시집에는 이렇게 많은 환자가 나오는 것입니다. 자, 이제 제일 앞머리에 있는 시부터 제 나름대로 감상을 해볼까 합니다.

     

    수술이 끝나고

    완치의 기대를 채우기는 늘 부족했고

    이식한 심장이 뛸지는 아무도 몰랐다

     

    불안은 허둥지둥 떠다녔고

    이식의 오류는 비껴가지 않았다

     

    긴장은 오래도록 나를 숙성시켰다

     

    수술 마스크 밑에 몰래 넣은 초콜릿

    포도당이 분해되는 데는 채 몇 분도 걸리지 않았다

    생은 먹고 배설 외 목적도 있다는 걸 잊고 있었다

     

    박동을 기증한 사람은 죽음을 말했고

    박동을 받은 사람은 침묵을 말했다

     

    이식은 생과 사의 사이

    죽은 사람도 죽을 사람도 살았다

    - 「심장이식」 전문

     

    의학적 상식이 없는 해설자는 심장이식 수술의 성공률이 얼마인지 모릅니다. 이식을 일단 하고 나서, 한 사람의 심장이 다른 사람의 몸에 들어가서 박동을 하면 사는 것이고 하지 않으면 죽는 것이겠지요. 참 긴장되고 초조하고 불안한 시간이 흘러갑니다. 2연과 3연을 보니 수술이 그다지 성공한 것 같지 않습니다. 집도한 의사의 입에다가 누가 살짝 초콜릿을 넣어주었을까요? 꽤 오랜 시간 물도 밥도 못 먹고 수술을 했다면 몸도 마음도 완전히 지쳐버렸을 텐데, 그때 누가 입에 넣어준 초콜릿은 사막 횡단 중에 만난 오아시스의 물 같은 게 아니었을까요? 심장을 기증한 사람은 이승에 있지 않고 심장을 받은 사람은 의식불명입니다. 아아, “이식은 생과 사의 사이”에 있는데, “죽은 사람도 죽을 사람도 살았다”로 끝나는 것으로 보아 수술이 성공했나 봅니다. 죽은 사람의 심장이 산 사람의 가슴에서 박동하고 있다는 것, 현대의학의 개가라고 할까요, 예수의 부활 같은 기적이라고 할까요.

    코드 브루(code blue)는 병원 내에서 심정지나 호흡정지 같은 생명이 위독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발령되는 응급 호출 신호로 응급상태를 지칭하는데 특히 심장마비가 온 환자가 발생했을 때 사용합니다. 심정지나 호흡정지가 오면 1초가 급하므로 환자를 바로 그 자리에서, 심폐소생술 즉 CPR, 제세동기, 산소공급 등 응급처치를 해야 합니다. 코드 블루는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확보하는 가장 중요한 신호입니다. CPR은 Cardio Pulmonary Resuscitation의 앞글자를 딴 것입니다.

     

    CPR- CPR-

     

    혈관 잡고 어두운 부분 잡고

    아트로핀 10ml 투여

    심장충격기 슛!

    한 번 더 슛!

     

    CPR 한 번 더 CPR 한 번 더

    - 「외딴집 코드 블루」 부분

     

    응급 상황이 발생해 의사인지 구급대원인지 CPR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환자가 반응이 없습니다. 아이는 엄마를 계속 부르고 있고 엄마는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그만……. 사건 발생 장소가 병원도 외딴집도 아닌, 우리들이 사는 e-편한 세상 아파트 108동(108번뇌?) 1009호(천국 호?)입니다. 앞으로 자식은 엄마 없는 하늘 아래, 외딴집 같은 곳에서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아파트는 각각의 집이 home이 아닌 house가 아닌가요? 현관문만 닫으면 외딴집이 되지요. 한집에서 같이 사는 식구들도 각자 자기 방에 들어가 컴퓨터를 보거나 스마트폰을 보고 있으니 말입니다. 이 비정한 도시의 외딴집에서 박희곤 시인은 무언가를 찾아내고 싶어서 시를 쓰고 있는 것일까요? 아마 고독하고 아픈 현대인들이 자신을 구해달라는 신호를 그는 들었던 것이 아닐까요?

    - 이승하(시인·중앙대 교수)

    저자 소개
    저자 : 박희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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