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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미

    • 로베르트 발저 저
    • 안미현 역
    • 문학동네
    • 2025년 07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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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품 규격 정보
    상품상세정보
    ISBN ISBN-13 : 9791141611118
    쪽수1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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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품구성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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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작가들의 작가’로 불리는 로베르트 발저의 마지막 산문집

    프란츠 카프카, 헤르만 헤세, 발터 벤야민, 수전 손택, W. G. 제발트 등 무수한 거장들의 찬사를 한몸에 받은 스위스의 대표적인 작가 로베르트 발저의 『장미』가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장미』는 발저가 스스로 펴낸 마지막 산문집으로, 발저 후기 문학에 위치하는 독특하고 세련된 작품집이다.

    1925년 베를린, 그다지 성공하지 못한 작가로 동시대인들에게 서서히 잊혀가던 그는 이즈음 길이가 긴 작품들은 피하고 신문의 문예란과 잡지에 실릴 만한 소품들을 주로 쓰고 있었다. 그중 38편의 짧은 산문을 직접 골라 한 권의 책으로 엮어 에른스트 로볼트 출판사에서 펴내는데, 출판의 중심지였던 베를린에서 출간되었고 당대 유명한 삽화가였던 그의 형 카를 발저가 표지를 그려주었음에도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후에도 로베르트 발저는 계속 글을 쓰기 위해 애썼지만, 몇 년이 지나지 않아 심리적 위기 상태를 겪고 의사의 조언에 따라 1929년 발다우 요양원에 입원한다. 그런 와중에도 후대에 ‘마이크로그램’이라 불리는 매우 작은 글씨로 원고들을 써내려갔지만, 명료한 산문 형식을 유지한 채 완결된 하나의 미학적 지평을 보여주는 작품은 『장미』가 마지막이라 할 수 있다.

    『장미』는 당대 문학의 중심에서 천천히 물러나던 한 작가의 마지막 목소리이자, 현대 문학에 견주어봐도 뒤지지 않을 만큼 강한 실험성을 지닌 작품이기도 하다. 발저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타너가의 남매들』 『조수』 『벤야멘타 하인 학교: 야콥 폰 군텐 이야기』 등의 장편소설에서 보여준 ‘약한 존재들에 대한 존중’ ‘사소함’ ‘익명성’의 미학은 그의 산문에서 더욱 명확히 드러나는데, 이는 구조 없이 자유로운 발저 산문 특유의 흐름과 불확정적 화자, 유동적이고 시적인 문장으로 이루어진 『장미』에서 그 정점에 이른다.

    목차

    [목 차]
      

    블라디미르

    일요일 산책

    마누엘

    주네브

    도스토옙스키의 『백치』

    파리의 신문들

    게르다

    말과 곰

    켈러의 노벨레

    쿠르트

    입센의 노라 혹은 뢰스티

    쇼윈도

    뵈리스회퍼

    모범적인 사람

    옛날 극장이 준 인상에 대하여

    교사와 짐꾼

    아저씨

    원숭이

    천사

    에디트에게 보내는 편지

    에리히

    티투스

    따귀 한 대와 그 외

    몇몇 작가와 어느 성실한 부인에 관해

    자허마조흐

    파르치팔이 그의 애인에게 편지를 쓰다

    기이한 아가씨

    아이

    설탕 조각

    루트비히. 서평

    아름다운 여인과 진실한 남자

    유골함

    일기장

    프리돌린

    코끼리

    대화

    고독한 남자

    사랑받는 여인

     

    해설 작고 사소하고 아름다운 것들의 세계_안미현

    로베르트 발저 연보


    [본 문]
      

    블라디미르는 어디에서 왔을까? 그의 부모님에게서가 아니면 누구겠는가. 그가 종종 자신은 불행할 때 즐겁고 성공할 때는 기분이 좋지 않다고 고백하는 것, 자신의 천성이 근면함이라고 말하는 것은 독특해 보인다. 그렇게 만족하는 동시에 불만족스러워하는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다. 그는 누구보다 재빠르고, 뜻밖에도 누구보다 우유부단하다.(8쪽)

     

    나는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자주 만났다. 많은 사람들은 너무 스스로의 마음에 들고 싶어하기 때문에 편치 않다.(25쪽)

     

    나는 결혼한 반쪽에게 가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예술작품에도 가야 한다. 가장 좋은 것은 아이를 하나 낳고 거절하지 않을 출판사에 작품을 내미는 것이다. 내 아내는 매일같이 내게 비난을 퍼부을 것이기 때문에 나는 걸쳐입을 겉옷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아이에게서 배울 것이다. 얼마나 희망에 찬 미래인가!(38쪽)

     

    그는 창가에 서 있거나 머리를 창밖으로 내밀면 뭔가를 동경하게 되었다. 동경하는 것은 어디로 향할지 모르는 걸 말한다. 변화를 주기 위해 그는 종종 세 든 방을 옮겼다. 저녁 풍경은 자연의 성찬식과 흡사하고, 석양은 예수의 얼굴을 닮았으며, 숲은 완벽하게 칠해진 색채와 같았다. 그는 마음속으로 엄청나게 빨리 부자가 되었다가 가난해지고, 침착했다가 불안해졌다.(67쪽)

     

    나는 도둑들에게 세탁하고, 바느질하고, 요리하고, 쇼팽을 연주하는 것을 배웠지만 이 말을 너무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기 바란다. 여기서 나는 적당히 상상하는 셈인데, 관대하게 그것을 허락해주기를! 예를 들면 음악가가 피아노 앞에서 그러듯, 작가란 자신의 착상이란 도구를 가지고 기분좋게 유희해도 되는 것 아닌가?(71쪽)

     

    시끄러운 사람이 시끄럽지 못하면 불행할 것이고, 조용한 사람이 자신의 조용함에 빠져들지 못하면 역시 불행할 것이다. 처음에는 조용한 자가 시끄러운 자에게 부서지겠지만, 조용한 자는 시끄러운 자보다 현명하고, 그 대신 시끄러운 자는 조용한 자보다 허물이 없다. 시끄러운 자가 조용해지고, 조용한 자가 시끄러워지면 끔찍하다. 그 경우는 볼만할 것이다.(92쪽)

     

    칭찬은 정말이지 무미건조하게 느껴진다. 황홀경에 빠지는 것은 때때로 어리석음에 가깝다. 행복한 사람들은 곧잘 사랑을 받지 못한다. 아이가 자신의 즐거움으로 반짝이는 것, 그렇게 자연스럽게 눈을 빛내는 것은 거의 뻔뻔스러운 일이 아닌가? 명랑함은 매 순간 타오를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은 자신의 만족감을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람들이 당연히 도움을 기대하는 곳에서보다 그렇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곳에서 나는 오히려 도와줄 준비가 되어 있다.(115~116쪽)

    출판사 서평

    불가해한 삶의 의미를 세련된 문체로 피워올린 찬란한 문학의 장미

    로베르트 발저는 『장미』를 자신의 작품 중 가장 세련되고, 가장 무례하고, 가장 젊은 작품이라 말한 바 있다. 이 산문집에서 발저는 그간 최소한 겉으로라도 지키려 했던 문학적 관습과 사회적 터부를 뛰어넘는 거리낌없는 방식으로 새로운 글쓰기를 시도한다. 고향 마을인 빌과 비교할 때 세계 여러 나라들과 국제적인 관계를 맺고 있던 연방 수도 베른의 대도시다운 분위기에서 영향을 받았으리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장미』에 수록된 글들은 대개 두세 쪽 내외의 짧은 산문이다. 이 글들은 뚜렷한 결말이나 극적 반전을 보여주지 않는다. 발저는 명확한 줄거리나 서사를 조탁하기보다 순간의 감각, 사유, 언어의 결을 포착하는 데 집중한다. 산문이라는 형식 자체에 도전하는 그의 과감함이 돋보이는 지점이다. 독자에게 난해함으로 다가올 수 있는 이러한 시도는 무의미 속의 의미, 사소함 속의 아름다움을 순도 높게 담아내고자 했던 의지의 발현으로 볼 수 있다.

    그의 산문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눈에 띄지 않는 서민적인 인물이지만 현실성과 구체성을 가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들은 살과 피를 가진 인물이라기보다는 작가의 문학적 지식과 자유로운 환상 속에서 만들어진 추상적이고 뼈대만 갖춘 인물들이다. 확고한 정체성이 없는 이 인물들은 처음에 한 말을 다음 순간 바로 번복하며, 스스로 모순되고 이율배반적인 존재처럼 행동한다. 그들은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할 수 없고, 너무 그리워하기 때문에 더이상 그리워하지 않는다고 고백한다.

    우스꽝스럽고 모순으로 가득찬 이 인물들이 처한 상황 또한 지극히 미미하고 일상적이다. 거리 위에 무수한 사람들 사이에서 눈에 띄지 않는, 어쩌면 작가의 자화상과도 같은 보통의 인물들. 그들은 평범하게 여행을 하고, 차를 마시고, 대화를 나눈다. 아이러니한 것은 존재의 의미가 미미해 보이는 이들이야말로 실은 가장 무고하고 가장 정직한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그들은 곧잘 병든 상태, 열과 환상에 들뜬 상태에 처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누구보다 사심 없고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건강하다. 바로 이 인물들이야말로 놀랍게도 현대적인 인물의 속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사소한 일상에서 발견해낸 아름다움과 덧없음

    로베르트 발저는 현실 세계와 인물들이 처한 특별한 의미 없는, 우연적인 상황들의 수집과 나열 속에서 이 같은 ‘사건 없음’ 혹은 ‘줄거리 없음’을 섬세한 언어유희로 대체한다. 많은 글들이 일상의 평범한 장면에서 시작되지만, 미세한 균열을 일으키는 단 하나의 문장만으로 새로운 세계를 열어젖힌다. 작가는 수시로 직접 나타나 목소리를 내며, 독자들에게 넌지시 혹은 직접 말을 걸고 의중을 떠보기도 한다. 이후 그 전설적인 ‘마이크로그램’ 원고에서 더 극단적으로 드러나는 언어유희적 현상들은 그가 이른바 ‘서사’가 지녀야 할 구성 요소인 줄거리 혹은 플롯을 이미 오래전에 해체했음을 말해준다. 이 문장들은 말보다 침묵, 진술보다 여백, 설명보다 감각을 추구한다. 그것은 사라지려는 존재가 남긴 마지막 흔적을 닮았다. ‘산책자’ 로베르트 발저는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자신을 점점 지워나간다.

    우리는 이 산문들에서 어떠한 종류의 확실한 메시지를 찾아내지 못할지도 모른다. 대신 조용히 사라지려는 존재가 남기는 언어의 흔적을, 그리고 작고 사소한 존재들이 지닌 아름다움을 마주하게 된다. 로베르트 발저는 가장 사소한 것에 가장 깊은 관심을 기울였고, 작은 것만이 위대해질 수 있다고 믿었다. 이는 단지 어느 고독한 작가의 문학적 실험이 아니라, 지금 우리 시대가 잃어버린 감각을 회복하는 작업이다. 동시에 그것은 위대한 문학적 침묵을 발굴해내는 일이기도 하다. 『장미』는 삶의 아름다움과 덧없음을 깨달은 자의 고요한 울림으로서, 희미해져가는 언어를 찬란하게 피워낸 문학의 장미로서 수많은 독자들에게 오래도록 읽히는 귀한 고전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

     

    로베르트 발저의 책을 수십만, 수백만의 사람이 읽었다면 세상은 보다 나은 곳이 되었을 것이다._헤르만 헤세

     

    발저의 작품에 나타나는 윤리의 핵심은 권력과 지배에 대한 저항이다. 발저의 힘은 고도로 세련된 예술의 힘이다. 그는 진실로 놀라움과 저릿함을 느끼게 하는 작가다._수전 손택

     

    로베르트 발저가 살면서 남긴 흔적은 너무나 희미해서 바람이라도 한 자락 불면 흩어져 사라질 것만 같다. 예나 지금이나 발저는 여전히 유일무이한 수수께끼 같은 인물이다. 그는 독자들에게 자기 자신을 가능한 한 숨겼다._W. G. 제발트

     

    *

     

    발저의 인물들은 문학사의 위대한 고전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처럼 단 하나뿐인 독특하고 강력한 개성을 가진 인물들이 아니다. 객관적으로 보자면 이들은 대단히 아름답거나 대단히 지적이지도 않고, 놀라운 통찰력을 갖춘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그들의 정체성은 허약하고, 스스로 부인되고, 다른 것과 쉽게 대체될 수 있는 익명의 인물들과 흡사하다. 때로는 어릿광대 같고 때로는 난센스와 모순으로 가득차 보이는 이 인물들이 처한 상황 또한 지극히 미미하고 일상적이다. 그들은 말하자면 역사의 ‘현장’이 아니라 역사의 가장 변두리, ‘가장자리’에 서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바로 이 같은 의미에서 『장미』에 나타나는 인물들은 놀랍게도 현대적 속성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바로 작가 자신의 자화상이자 동시에 오늘날을 살아가는 수많은 익명의 현대인들의 속성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_해설에서

    저자 소개
    저자 : 로베르트 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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