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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91141602383 |
|---|---|
| 쪽수 | 164쪽 |
| 크기 | 기타 규격 |
| 제품구성 | 단행본 |
- 소설/에세이/시 > 문고/전집
다섯번째 자살 시도로 끝내 세상을 등진
‘일본의 천재 작가’이자 ‘영원한 청춘 문학의 작가’
다자이 오사무가 마지막으로 완성한 대표작
지금으로부터 77년 전인 1948년 6월 13일, 도쿄 미타카를 흐르는 강 다마가와조스이玉川上水에 애인과 함께 뛰어들어 자살한 일본 근대문학의 대표 작가 다자이 오사무(1909~1948). 공교롭게도 그의 시신은, 살아 있었다면 서른아홉 살 생일을 맞이했을 6월 19일에 수습되었다. 평생에 걸쳐 자살을 거듭 시도했으나 번번이 실패하다 기어이 목적을 달성한 그가, 목숨을 끊기 전 마지막으로 완성해 문예지 『전망』에 연재하고 있던 작품이 바로 『인간 실격』이다.
소설가로 짐작되는 화자의 서문과 후기, 그리고 오바 요조라는 청년이 쓴 수기 세 편으로 구성된 『인간 실격』은 소설가가 우연히 보게 된 ‘기괴한’ 사진 석 장 속 인물, 즉 스물일곱의 모르핀중독자 요조가 거쳐온 삶의 각 시기를 암시하며 시작된다. 점점 나락에 빠져들며 주저앉게 되는 주인공 요조의 행적이 다자이 오사무의 생애와 두루 겹치는데다 의미심장한 자기 고백으로 이루어져 일종의 ‘유서’처럼 읽혀온 이 자전적 소설은 작가의 비극적 죽음과 맞물려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전후 일본에서 젊은 시절 홍역처럼 앓기 마련인 ‘청춘의 문학’으로 자리잡은 『인간 실격』은 지금도 마르지 않는 영감의 원천이 되어 영화, 만화, 애니메이션으로 변주되며 새로운 독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문학동네는 우울과 파멸의 작가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다자이의 밝고 유쾌한 면모를 보여주는 소설집 『쓰가루·석별·옛날이야기』를 출간한 데 이어, 그의 마지막 완성작이자 명실상부한 대표작 『인간 실격』을 홍은주 번역가의 치밀하고 섬세한 번역으로 선보인다. 위선과 가식으로 가득한 세상과 불화하며 소외되어 파멸해간 주인공 오바 요조. 인간의 근원적 고독과 수치심을 일깨우며 폐부를 찌르는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타인과 소통하며 살아가는 데 여전히 어려움을 느끼는 지금 우리에게도 생생한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목 차]
서문 _7
첫번째 수기 _11
두번째 수기 _27
세번째 수기 _71
후기 _129
해설 | 삶과 불화한 인간의 통렬한 자기 고백 _133
다자이 오사무 연보 _147
[본 문]
저에게는 불행 덩어리가 열 개 있고, 그중 하나라도 이웃이 짊어지면 그것만으로도 얼마든지 그 사람에게 치명타가 될 거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습니다. _16쪽
저는 주위 사람과 대화를 거의 하지 못합니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겁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익살이었습니다.
그것은 인간에 대한 저의 마지막 구애였습니다. 저는 인간을 극도로 두려워하면서도 아무래도 인간을 도저히 단념할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_16~17쪽
서로 속고 속이면서, 그럼에도 신기하게 어느 쪽도 상처 하나 입지 않고, 속이고 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는 듯한, 실로 산뜻한, 그야말로 맑고 밝고 쾌활한 불신의 예가 인간 생활에 충만하다고 생각합니다. _25쪽
저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남의 손에 죽고 싶다고 간절히 원한 적은 몇 번인가 있었습니다만, 남을 죽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것은 무서운 상대를 오히려 행복하게 해줄 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_32쪽
지나치게 인간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더더욱 무서운 요괴를 제 눈으로 확실히 보고 싶다고 열망하게 되는 심리, 예민하고 소심한 겁쟁이일수록 폭풍우가 한층 거세게 몰아치기를 바라는 심리, 아아, 이 일군의 화가는 인간이라는 도깨비에게 상처 입고 위협받은 끝에 마침내 환영幻影을 믿고, 대낮의 자연 속에서 똑똑히 요괴를 보았구나, 그럼에도 그것을 익살 따위로 속이지 않고 보이는 그대로 표현하고자 노력한 거야, 다케이치 말마따나 감연히 ‘도깨비 그림’을 그리고 말았어, 이들이 장차 내 동료다, 하고 저는 눈물이 날 만큼 흥분하여,
“나도 그릴래. 도깨비 그림을 그릴 거야. 지옥의 말을 그릴 거야.”
왠지 몹시 나지막한 목소리로 다케이치에게 말했습니다. _39쪽
비합법. 저는 그게 조금 즐거웠습니다. 외려 마음 편했습니다. 세상의 합법이라는 것이 되레 무섭고(거기에는 한없이 강한 것이라는 예감이 있습니다) 그 얼개가 불가해해서, 정말이지 그 창문 없는, 추위가 뼛속까지 스며드는 방에는 앉아 있을 수 없어서, 밖은 비합법의 바다일지라도 풍덩 뛰어들어 헤엄치다가 이윽고 죽음에 이르는 편이 차라리 속 편할 듯했습니다. _49쪽
겁쟁이는 행복조차 겁냅니다. 솜에도 다칩니다. 행복에도 상처를 입습니다. _59쪽
넙치의 말투, 아니 세상 사람들의 말투에는 하나같이 이렇듯 까다롭고 어딘가 흐릿한, 책임 회피와 비슷한 미묘한 복잡성이 있어서, 거의 무익해 보이는 엄중한 경계와 무수하다 해도 좋을 성가신 흥정에 저는 늘 쩔쩔매고 될 대로 되라는 심정이 되어 익살로 얼렁뚱땅 넘기거나, 아니면 무언의 긍정으로 죄다 맡겨버리는, 말하자면 패배자의 태도를 취하곤 했습니다. _76쪽
저는 하느님조차 두려웠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믿지 못하고 하느님의 벌만 믿었던 것입니다. 신앙. 그것은 오로지 하느님의 채찍을 맞기 위해 고개를 떨구고 심판대로 향하는 일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옥은 믿을 수 있어도 천국의 존재는 아무래도 믿을 수 없었다는 말입니다. _87쪽
아아, 인간은 서로 상대방을 전혀 알지 못하고, 완전히 잘못 알고 있으면서 둘도 없는 친구인 줄 알고, 그걸 평생 깨닫지 못한 채 한쪽이 죽으면 눈물을 흘리며 조사弔詞 따위를 읽는 건 아닐까요. _89쪽
어둑한 가게 안에 앉아 미소 짓고 있는 요시코의 하얀 얼굴, 아아, 더러움을 모르는 순결은 고귀하다, 나는 지금까지 나보다 어린 처녀와 자본 적이 없다, 결혼하자, 그로 인해 나중에 어떤 큰 슬픔이 닥치더라도 상관없다, 사나울 만큼 커다란 기쁨을, 일생에 한 번이라도 좋다, 순결의 아름다움이란 어리석은 시인이 품는 달콤한 감상의 환영일 뿐이라 생각했는데 역시 이 세상에 엄연히 있었구나, 결혼해서 봄이 되면 둘이 자전거를 타고 아오바의 폭포를 보러 가자, 라고 그 자리에서 결심하고, 이른바 ‘단판 승부’로 그 꽃을 훔치기를 망설이지 않았습니다. _101쪽
용서한다, 용서 못한다도 없습니다. 요시코는 신뢰의 천재니까요. 사람을 의심할 줄 몰랐던 겁니다. 그리고 그것이 불러온 비참함.
신에게 묻는다. 신뢰는 죄인가.
요시코가 더럽혀졌다는 사실보다 요시코의 신뢰가 더럽혀졌다는 사실이 제게는 그뒤 두고두고, 살아 있기 힘들 정도로 고뇌의 씨앗이 되었습니다. _113쪽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을 알고부터 저는 점점 더 얼간이가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이제 세상에 없다, 내 가슴속을 한시도 떠나지 않던 저 그립고 두려운 존재가, 이제, 사라졌다. 제 고뇌의 항아리가 텅 빈 듯 느껴졌습니다. 그 항아리가 유달리 무거웠던 것도 아버지 탓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조차 들었습니다. 완전히 맥이 풀렸습니다. 고뇌하는 능력조차 잃었습니다. _127쪽
지금 저에게는 행복도 불행도 없습니다.
모든 것은 그저 지나갑니다.
제가 지금껏 아비규환으로 살아온 이른바 ‘인간’ 세계에서 단 하나 진리라고 생각되었던 것은 이것뿐이었습니다. _128쪽
“그 사람 아버지가 나빴어요.”
마담이 무심하게 말했다.
“우리가 아는 요조는 무척 순수하고 눈치 있고, 술만 마시지 않으면, 아니, 마셔도…… 하느님처럼 착한 아이였어요.” _132쪽
패티 스미스 (싱어송라이터)
다자이의 모든 작품이 가치 있으나, 『인간 실격』이야말로 그의 걸작이다. 그는 자신을 귀족 부랑자로 칭했지만 글을 쓸 때는 금식하는 필경사처럼 인내하며 썼다.
우스이 요시미 (문학평론가)
최고 형태의 유서이자 자화상.
미시마 유키오 (소설가)
물론 나는 그의 흔치 않은 재능을 인정하지만 처음부터 이토록 생리적 반발을 느끼게 한 작가도 드문 것은, 그가 나 자신이 가장 숨기고 싶어했던 부분을 일부러 드러내는 유형의 작가여서인지도 모른다.
오쿠노 다케오 (문학평론가)
다자이 정신의 예술적 자전인 동시에 보편적인 인간 자체의 정신의 역사다. 일본에서 인간 존재의 본질을 이토록 깊이 추구한 작품을 달리 알지 못한다.
뉴욕 타임스 북 리뷰
다자이는 우리에게 영원하고 아름다운 무언가를 선사한다.
홍은주 (옮긴이)
인간과 인간의 삶을 이해하지 못해 고통받는 요조의 고독은 세대와 국경을 넘어 ‘바로 지금’을 살아가는 이들의 고독과 맞닿아 있다. 그리하여 혹시 나만 다른 건 아닌지, 나는 과연 사회에 잘 적응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묻는(물어야 하는) 독자들, 요조의 말마따나 손쉽지 않은 세상을 헤쳐가야 하는 독자들(젊건 젊지 않건)을 끊임없이 끌어당기는 것이리라.
다섯번째 자살 시도로 끝내 세상을 등진
‘일본의 천재 작가’이자 ‘영원한 청춘 문학의 작가’
다자이 오사무가 마지막으로 완성한 대표작
지금으로부터 77년 전인 1948년 6월 13일, 도쿄 미타카를 흐르는 강 다마가와조스이玉川上水에 애인과 함께 뛰어들어 자살한 일본 근대문학의 대표 작가 다자이 오사무(1909~1948). 공교롭게도 그의 시신은, 살아 있었다면 서른아홉 살 생일을 맞이했을 6월 19일에 수습되었다. 평생에 걸쳐 자살을 거듭 시도했으나 번번이 실패하다 기어이 목적을 달성한 그가, 목숨을 끊기 전 마지막으로 완성해 문예지 『전망』에 연재하고 있던 작품이 바로 『인간 실격』이다.
소설가로 짐작되는 화자의 서문과 후기, 그리고 오바 요조라는 청년이 쓴 수기 세 편으로 구성된 『인간 실격』은 소설가가 우연히 보게 된 ‘기괴한’ 사진 석 장 속 인물, 즉 스물일곱의 모르핀중독자 요조가 거쳐온 삶의 각 시기를 암시하며 시작된다. 점점 나락에 빠져들며 주저앉게 되는 주인공 요조의 행적이 다자이 오사무의 생애와 두루 겹치는데다 의미심장한 자기 고백으로 이루어져 일종의 ‘유서’처럼 읽혀온 이 자전적 소설은 작가의 비극적 죽음과 맞물려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전후 일본에서 젊은 시절 홍역처럼 앓기 마련인 ‘청춘의 문학’으로 자리잡은 『인간 실격』은 지금도 마르지 않는 영감의 원천이 되어 영화, 만화, 애니메이션으로 변주되며 새로운 독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문학동네는 우울과 파멸의 작가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다자이의 밝고 유쾌한 면모를 보여주는 소설집 『쓰가루·석별·옛날이야기』를 출간한 데 이어, 그의 마지막 완성작이자 명실상부한 대표작 『인간 실격』을 홍은주 번역가의 치밀하고 섬세한 번역으로 선보인다. 위선과 가식으로 가득한 세상과 불화하며 소외되어 파멸해간 주인공 오바 요조. 인간의 근원적 고독과 수치심을 일깨우며 폐부를 찌르는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타인과 소통하며 살아가는 데 여전히 어려움을 느끼는 지금 우리에게도 생생한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늘 죽음을 생각하면서도
창작을 향한 열정을 꺾지 않았던 작가
다자이 오사무 문학의 마지막 결정체
일본에서 쇼와시대(1926~1989)를 대표하는 작가로 평가받으며, 메이지시대(1868~1912)의 대문호 나쓰메 소세키와 더불어 유독 사랑받는 다자이 오사무. 일본 데카당스 문학, 무뢰파 문학의 대표 작가로도 일컬어지는 그는 1909년 일본 아오모리현의 대지주 집안에서 태어나 중학생 시절에 동인지를 만들고 습작하며 일찌감치 작가의 꿈을 키워왔다.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으나 고리대금업으로 부를 축적한 집안 내력에 혐오감과 죄책감을 느끼고 좌익 운동에 투신하는가 하면 자살을 수차례 기도하고 약물 중독이 극심해져 병원에 강제 수용되는 등, 다자이는 자기 파괴적인 파란만장한 인생사로도 유명하다. 그가 왜 자살을 그토록 여러 번 기도했는지는 추측이 난무하지만, 어려서부터 병약하고 심약해 자살 충동이 컸던데다, 부모님의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여러 형제자매 틈바구니에서 자라난 탓에 자신의 존재감을 어떻게든 어필하려 애썼다는 점, 난관을 만나면 돌파하기보다 회피하려는 성향을 지녔다는 점 등이 그 원인으로 꼽힌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미시마 유키오, 가와바타 야스나리와 같이, 스스로 삶을 마감한 작가를 일본문학사에서 여럿 찾을 수 있지만, 다자이처럼 그리 길지 않은 생애 동안 비상한 의지로 죽음의 행위를 줄기차게 시도한 경우는 흔치 않다. 그만큼 죽음과 자살이란 주제는 다자이의 작품세계 곳곳에 등장하며, 그의 문학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열쇠다.
미수에 그친 자살 시도는 이후 작품 소재로 쓰이곤 해서, 특히 20대 초반에 카페 종업원과 함께 가마쿠라 바다에 뛰어들지만 혼자 살아남아 자살방조죄로 경찰 조사를 받은 사건은 「광대의 꽃」(첫 창작집 『만년』에 수록)을 비롯한 여러 작품의 소재가 되었으며 『인간 실격』에도 주요한 사건으로 등장한다. 그만큼 다자이에게 죽을 때까지 엄청난 죄책감을 안겨준 사건인데, 어떤 연유로 자살하려 마음먹었고, 혼자 살아남은 이후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가 소설 속 요조의 고백에 투영되어 있다. 죽기 한 해 전에 발표한 『사양』으로 인기 작가로 자리잡았으나 심신이 점점 피폐해지던 그는 야심찬 의욕으로 마지막 힘을 다해 쓴 『인간 실격』을 남기고 세상을 떠남으로써 자살의 구체적 동기가 무엇인지 당사자에게서 직접 알아낼 기회를 차단해버렸다. 그저 우리는 다자이가 남긴 작품을 통해 그것을 추정해볼 수 있을 뿐인데 그 첫머리에 놓이는 것이 바로 『인간 실격』이다.
“아무튼 인간들 눈에 거슬려선 안 된다, 나는 무無다, 바람이다, 하늘이다”
‘익살’이라는 가면을 쓰고 살아간 요조가 돌아본 ‘부끄러운’ 생애
일본 도호쿠의 시골에서 부잣집 막내아들로 태어나 자란 오바 요조. 남들 보기에 행복의 조건을 모두 갖춘 듯한 그는 인간과 인간의 삶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어 고통스럽고 전혀 행복하지 않다. 그런 속내를 감춘 채 우스꽝스러운 광대 짓으로 인간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한 내면을 숨기며 살아갈 뿐 부모형제에게조차 고민을 털어놓거나 도움을 구하지 못한다. 중학생이 되어서도 익살꾼으로 인기를 얻지만 그 거짓된 연기가 하필 체격도 빈약하고 백치 같은 급우에게서 들통나자 요조는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게 된다. 비밀이 탄로날까봐 입단속을 시키려 의도적으로 다가간 다케이치에게서 그는 두 가지 예언, 즉 여자깨나 홀리겠다는 예언과 위대한 화가가 될 거라는 예언을 듣는다. 도쿄의 고교에 진학해서는 여섯 살 연상의 미술학도 호리키를 따라 술, 담배, 매춘부, 전당포를 가까이 하게 되고 좌익 운동에도 가담하며 위태로이 살아간다. 생활고로 괴로워하던 중 긴자의 카페에서 우연히 만난 종업원에게서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그녀와 함께 바다에 뛰어들어 동반 자살을 기도하지만 혼자 살아남는다. 죄의식에 휩싸인 채 방황하다 아이가 딸린 잡지사 기자, 스탠드바 마담에게 차례로 얹혀산다. 그러다 스탠드바 인근의 담뱃가게 아가씨인 순진무구한 요시코를 만나 결혼해 만화가로 일하면서 모처럼 평범한 일상을 누리며 행복을 느낀다. “이러다 어쩌면 나도 머지않아 차차 인간다운 인간이 되어 비참하게 죽지 않아도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품은 것도 잠시, 아내 요시코에게서 일어난 끔찍한 일을 무력히 지켜보기만 하고는 폭음과 약물 중독으로 다시금 수렁에 빠지고 마는데……
다자이의 유서이자 자화상으로 읽혀온
일본 전후 문학의 독보적인 작품
『인간 실격』은 다자이가 또다른 대표작 『사양』을 탈고한 직후 구체적으로 구상해 1948년 3월부터 5월까지 집필해 완성한 작품이다. 갑자기 착상했다기보다 오래전부터 마음에 품고 치밀히 기획한 작품으로, 마치 죽음을 예감한 듯 지난 ‘부끄러운 생애’를 돌아보며 과오를 낱낱이 고백하는 수기 형식으로 썼다. 자전적 요소에 얼마간의 허구를 뒤섞고, 효과적인 액자소설 형식을 취했다. 불면증과 결핵 악화로 쇠약해져 각혈하는 와중에도 『인간 실격』을 사력을 다해 완성한 다자이는 『전망』 6월호에 서문과 첫번째 수기, 두번째 수기를 발표하고 나서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사양』이 전후 최초의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인기 작가 반열에 오른 다자이의 충격적인 죽음은 아내와 세 아이를 두고 애인과 동반 자살했다는 점을 부각한 자극적인 보도로 전해지며 어마어마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인간 실격』의 나머지 분량은 ‘유고’ 형태로 발표되어 『전망』 7월호에 세번째 수기의 1이, 8월호에 세번째 수기의 2와 후기가 게재되었다. 그리고 7월 25일 지쿠마쇼보에서 미완의 단편 「굿바이」와 함께 출간된 『인간 실격』은 패전 후의 허망함과 가치관 혼란 속에서 고뇌하고 방황하던 젊은이들에게 특히 어필하며 반향을 일으켰고 일본에서 전후 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으로서 독보적인 위상을 떨쳤다.
『인간 실격』에서 보듯, 특유의 자의식 과잉과 자기 연민으로 인해 다자이는 호불호가 갈리는 작가이지만 인간이 살아가면서 겪기 마련인 굴욕과 자기혐오, 소외감을 너무나 통렬하게 마음에 와닿도록 묘사한다는 점에서 시공을 초월해 보편적인 공감을 자아내는 작가이기도 하다. 생전의 다자이를 만난 적 있고 그의 작품이 싫다고 말하기도 했지만 결국 다자이의 재능을 인정한 미시마 유키오가 “나 자신이 가장 숨기고 싶어했던 부분을 일부러 드러내는 유형의 작가여서” 생리적 반발을 느꼈노라고 술회했을 정도다. 다자이는 무겁고 암울한 이미지가 강한 작가이긴 하나, 타고난 이야기꾼으로서 입담 좋고 유머러스한 면모도 지니고 있다. 『인간 실격』에서는 요조에게 호감을 품고 다가오는 하숙집 딸, 좌익 운동의 동지인 여자고등사범학교 문과생과의 일화, 맛없는 초밥집 주인장 묘사 등에서 그런 면모가 여실히 드러나 읽는 맛을 더해준다.
새로이 태어나는 젊은 독자층의 지지를 받으며 ‘영원한 청춘 문학’으로 자리매김한 『인간 실격』은 나날이 생명력을 더해가고 있다. 2009년 다자이 오사무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영화, 애니메이션, 라디오 드라마로 제작되었고, 호러적 상상력을 발휘해 『인간 실격』을 색다르게 각색한 이토 준지의 만화가 2017년 발표되어 화제를 모았다. 『인간 실격』을 집필하고 자살하기 직전의 다자이와 세 여자(아내, 다자이의 혼외자를 낳은 오타 시즈코, 다자이와 동반 자살한 야마자키 도미에) 간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 영화가 2019년 공개되기도 했다. 활발한 미디어믹스로 인지도를 더욱 높인 『인간 실격』은 세계 각국에 번역 소개되어 인간의 소외감과 고독을 정면에서 응시하는 작품으로서, 여전히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본명은 쓰시마 슈지(津島修治). 1909년 일본 아오모리 현 쓰가루에서 부유한 집안의 11남매 중 열째로 태어났다. 자신의 집안이 고리대금업으로 부자가 된 신흥 졸부라는 사실에 평생 동안 부끄러움을 느꼈던 그는 도쿄 제국 대학 불문과에 입학한 후 한동안 좌익 운동에 가담하기도 했다. 1930년 연인 다나베 시메코와 투신 자살을 기도했으나 홀로 살아남아 자살 방조죄 혐의를 받고 기소 유예 처분되었다. 1935년 맹장 수술을 받은 후 복막염에 걸린 그는 진통제로 사용하던 파비날에 중독된다. 같은 해에 소설 「역행」을 아쿠타가와 상에 응모하나 차석에 그친다. 이듬해 파비날 중독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에 입원하는데, 자신의 예상과 달리 정신 병원에 수용되어 크나큰 심적 충격을 받는다. 1945년 일본이 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한 후, 그의 작품은 정신적 공황 상태에 빠진 일본의 젊은이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게 되면서 ‘데카당스 문학’, ‘무뢰파 문학’의 대표 작가로 불리게 된다. 『인간 실격』은 이 시기에 발표된 작품으로, ‘퇴폐의 미’ 내지 ‘파멸의 미’를 기조로 하는 다자이 문학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1948년 연인 야마자키 도미에와 함께 다마 강 수원지에 투신해, 생애 다섯 번째 자살 기도에서 서른아홉 살의 나이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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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z97***
- 2026.06.17
에곤실레 표지였을 때 개인적으로 참 찰떡이다 생각했었는데, 이건 또 무슨 현대미술 같은 표지인건지.. 한 시대의 예술은 미술이나 문학이나 음악이나 마치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만 같아. 다 같이 그렇게 하기로 짠 것도 아닐텐데 참 신기해. 미래에 현대예술을 어떻게 표현할지 모르겠지만 지금 컨템포러리는 그다지 밝은 느낌은 아니라 씁쓸해

- chlwldus1***
- 2026.07.16
얼마전 회사활동으로 아무대가없이 그냥 행인들에게 선물을 나눠준적이 있다. 어떤사람은 너무 좋아하며 받고, 어떤사람은 경계하며 뒷걸음친다. 내면이 얼마나 다쳤길래 그냥 주는 이 작은 간식마저 두려워하게 된 걸까 이책을 보는사람 대부분이 주인공을 특이하게 볼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날 수 많은 요조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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