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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개정판)- 무루의 어른을 위한 그림책 읽기

    • 박서영(무루) 저
    • 오후의소묘
    • 2025년 06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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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품 규격 정보
    상품상세정보
    ISBN ISBN-13 : 9791191744439
    쪽수260쪽
    크기B6(127mm X 188mm, 사륙판)
    제품구성단행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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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어른들에게 그림책의 문을 열어준 무루 작가의 대표작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5주년 기념 개정증보판 출간

     

    ★ 개정판 서문과 새로운 세 편의 글 수록

    ★ 무루 작가가 오랫동안 품어온 이야기 〈정글맨션〉, 그의 첫 픽션 공개!

    그림책 안내자 무루 작가의 첫 에세이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는 2020년 출간과 동시에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많은 독자들의 관심 속에서 그해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고, 지금까지도 꾸준히 사랑받는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했다. 출간 5주년을 맞아 오후의 소묘에서 새롭게 출간되는 이번 개정판에는 에세이 두 편(2 6장 〈영원을 믿는 편〉, 4 4장 〈비밀을 잣는 밤〉)과 이야기 한 편(3 3장 〈이야기정글맨션)을 추가로 수록했다. 〈정글맨션〉은 무루 작가가 그림책을 만들기 위해 오랫동안 품어온 이야기를 담은 그의 첫 픽션이다. 더불어 5년 사이 더욱 드넓게 풍요로워진 서수연 작가의 새 그림이 또 한 번 무루 작가의 이야기를 신비롭고 아름답게 감싼다.

    목차

    [목 차]
      

    개정판에 부쳐

    프롤로그

     

    1 인생은 여행이 아니지만

    태어나기로 결심했다 / 세상은 넓고 너는 작다는 말 / “왜 삽질을 하는 거니?” / 여행을 가려고 집을 부수다니 / 모험하는 영혼이 되기 위해

     

    2 세상 끝에 있는 너에게

    실은 한 발짝도 나가고 싶지 않지만 / “넌 왜 일을 안 하니?” / 우선은 혼자서 씩씩하게 / 쫌 이상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 오해받는 사람이 제일 좋아 / 영원을 믿는 편

     

    3 그 숲에 판타지가 산다

    작은 것들을 위한 신 / 상상이 방에 걸려 넘어지는 순간 / 그 숲에 무슨 바람이 불어서 - 이야기정글맨션’ / 판타지의 세계에 도착할 때 / 뭔가 또 다른 게 있을 거야

     

    4 고양이라는 이름의 문

    ‘야생동물 보호구역입니다 / 고양이라는 이름의 문 / 내 고양이는 나 없는 동안 / 비밀을 잣는 밤 / 판타지로도 구원할 수 없다면 / 이 구멍을 메울 수 있을까

     

    5 그렇게 할머니가 된다

    비혼입니다만 / 훌륭한 열매를 맺지 않아도 / 채식지향적인 / 노년의 삶에 필요한 세 가지 / 나는 조금 설레며 기다린다

     

    그림책 목록 | 무루의 어른을 위한 그림책



    [본 문]
      

    루이즈 부르주아의 그림책은 한 여인이 어른으로 살아온 긴 시간의 흔적들을 재료 삼아 만들어졌다. (...) 그 손은 오래된 것들을 쉽게 버리지 않는 손이고, 때로는 그것들을 모두 꺼내 과감히 자르는 손이며, 끝내는 섬세하고 다정하게 깁고 이어 아름다운 무늬를 만들어낼 줄 아는 손이다. 나이 든 어느 날의 내 손이었으면 하고 바라게 되는 손이기도 하다. 오래 품고 있던 생각들을 천 삼고 아끼는 그림책들을 실 삼아 썼다. 쓰는 동안 나의 쓰기가 할머니의 바느질 같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_프롤로그

     

    우리는 모두 태어나기로 결심한 아이들이다. 성장은 언제나 균열과 틈, 변수와 모험들 사이에서 생겨난다. 그 속에서 수많은선택의 가능성들을 발견하며 조금씩 자신을 완성해 나가게 될 것이다. _태어나기로 결심했다

     

    나는 스스로 고독하게 살기를 선택했다. 내 인생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서 조금 외롭게 보내고 있다. 외롭기 때문에 자유롭고 고요하며 느슨하게 흘러가는 시간은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나를 지키고 채워준다. 그러나 동시에 나는 세상과 연결된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세상 속에서 내가 무엇이 되고 어떤 것을 해낼 수 있는지도 알고 싶다. (...) 혼자지만 더 넓은 지도를 가지고 살아가고 싶은 이 마음은지금도 좋지만 더 좋아지고 싶다는 것이 아니다. 훨씬 더 절박한 마음이다. _실은 한 발짝도 나가고 싶지 않지만

     

    심란해질 때 《프레드릭》을 생각하면 마음이 좋다. 서로 잠잠히 제 할 일을 하는 들쥐들의 자유로움이 좋다. 각자의 노력을 재지 않고 나누는 너른 마음도, 시인이라고 인정해 주는 동료들에게 고맙다고 말하는 대신나도 알아라고 수줍게 얼굴을 붉히는 프레드릭의 자신감도 좋다. 다른 것을 배척하지 않고, 낯선 것을 포용하고, 보이지 않는 것들 속에 어떤 소중하고 아름다운 의미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상상하는 마음이 좋다. _“넌 왜 일을 안 하니?”

     

    나에게 사람 인人의 두 획은 넓게 벌린 발이다. 씩씩하게 걸어가는 한 사람의 다리 말이다. 우리는 각자의 길을 걷다가 가끔은 누군가를 만나 함께 걷거나 서로의 손을 잡아줄 수 있다. 그런 시간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나도 안다. 그러나 기왕이면 혼자서도 잘 걷는 길이면 좋겠다. 좋은 사람들이 어딘가에서 나타났다가 또 어딘가로 사라지더라도. 우선은 혼자서, 두 발로, 씩씩하게 걷고 싶다. _우선은 혼자서 씩씩하게

     

    이상한 것들은 자주 오해받고 소외된다. 그런데도 나는 자꾸 이상한 것에 마음이 끌린다. 그럴 때의 이상異常은 이상理想을 조금 닮았다. 이상사이의 교집합 속에는 다양한 이들의 각자의 본성대로 거리낌 없이 살아가는 자유로움이 있다. 노력의 방향이, 모두가 정상에 속하게 만들기보다는 누구도 어디에도 속할 필요가 없게 만드는 쪽으로 움직였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_이상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나는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고 싶다. 이모는 자주 엉뚱한 일들을 하고 낯선 것들을 보여주는 사람이라고 여기면 좋겠다고 늘 생각한다. (...) 세상의 언저리에서도 재미나게 잘 살아가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_오해받는 사람이 제일 좋아

     

    사랑이 우리를 더 멀리 가라고 한다. 상실에만 머무르지 말고 떠난 이들과의 시간을 기억하며 계속 함께 살아가라고 말한다. 타인의 슬픔을 우리는 끝내 다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어떤 과거는 영영 닫히지 않은 채로 현재와 나란히 흘러간다. 어떤 식탁에는 늘 빈 의자와 빈 접시가 놓인다. 그 자리에 고인 슬픔의 무게는 누구도 쉽게 가늠할 수 없다. _영원을 믿는 편

     

    그것은 남자에게 일종의 채보였다. 수첩 속에는 바람의 방향, 나뭇잎의 부딪힘, 빛의 밀도, 기압, 열의 파동과 온갖 진동의 형태가 기록되었다. 모든 감각이 남자에게는 음악이었다. 자연에 속한 모든 것이 악기였고 세상은 쉬지 않고 노래했다. 말보다 정확한 언어로, 단 한 번도 반복하지 않으면서. 악보를 닮은 그들은 세상의 기분이자 때로는 다가올 일들의 암시였다. _정글맨션

     

    모험은 내가 아닌 방식으로 나를 살아보는 일이다. _뭔가 또 다른 게 있을 거야

     

    경험은 한 번도 열어보지 못한 방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이다. 그때마다 세계가 한 칸씩 넓어진다. 새로 문이 열리면 세계의 모양도 크기도 달라진다. _고양이라는 이름의 문

     

    세상에는 끝내 풀지 못할 미스터리들이 있고 그것이 영영 풀리지 않은 채로 남는다고 생각하면 즐겁다. 그건 우리가 다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일이고 미지를 기대하는 일이니까. 다 알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이 매력적인 고양이의 밤을 더 궁금해할 수 있다. 고양이의 삶은 보다 신비로워질 수 있다. 어쩌면 비밀은 찾아야 할 답이나 풀어야 할 수수께끼가 아니라 그 자체로 질문에 오래 머무르게 하는 힘일지도 모른다. _비밀을 잣는 밤

     

    아마도 어른이 된다는 건 모순과 부조리와 불행의 중력 속에서 힘껏 저항하는 경험을 하나씩 늘려가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동시에 그럴 수 없는 순간을 맞게 되었을 때는 그것을 잘 감내하는 일이기도 할 테다. _이 구멍을 메울 수 있을까

     

    자신의 삶을 자기 의지대로 자유롭게 완성해 나가는 것. 생각만 해도 멋진 일이다. 그래서일 것이다. 홀로 아름답게 삶의 주체로 살아가는 할머니들의 이야기에 매료되는 것은. (...) 그들 모두가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흔적이 되었을 것이다. 이야기 속에서도 이야기 밖에서도 말이다. 수업에서 이 책들을 소개할 때마다 우리가 함께 느꼈던 것은 일종의 희망이었다. 누군가는 응원을 받았다고 했고, 누군가는 영감을 얻었다고도 했다. 이 할머니들은 우리에게 무언가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불러일으켰다. 이것은 비단 이야기의 아름다움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야기 속에 담긴 단단한 심지, 그러니까 쇠락해 가는 삶의 이면에는 분명 점진해 나아가는 생의 의미가 있을 거라는 희망 때문이었을 것이다. _나는 조금 설레며 기다린다

     

    나에게 노년이란 상실의 의미이기보다 완성의 의미다. 부디 그랬으면 좋겠다. 그래서 마침내 내 삶이 한 줄의 아름다운 유언이고 유산이 되기를 바란다. 마거릿 와일드가 쓴 《할머니가 남긴 선물》과 미스카 마일즈가 쓴 《애니의 노래》처럼. _나는 조금 설레며 기다린다

    출판사 서평

    “나는 조금 설레며 기다린다. 할머니가 되는 날을.”

    다른 것, 낯선 것, 쉽게 이해되지 않는 것, 오해받는 것,

    그러나 그 속에 선명한 아름다움이 있다

    수년간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읽기를 이끌어온 무루 작가의 커다란 나무 테이블에서는 상기된 얼굴로 둘러앉은 어른들이 함께 그림책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그림을 그리거나 문장을 쓴다. 그리고 하나같이 이야기한다. ‘혼자 읽을 때보다 무루의 시선을 통과해 볼 때 더 아름답다, 선명하고 정확하게 한 발 한 발 원하는 방향으로 걸어 나가는 사람의 삶을 더 알고 싶고 닮고 싶다. 이 책은 무루 작가가오래 품고 있던 생각들을 천 삼고 아끼는 그림책들을 실 삼아쓴 첫 에세이로, 무루가 그동안 걸어온 이상하고도 자유로운 길과 선명하고도 아름다운 시선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모두가 정상으로 여기는 삶에서 비껴 나 현실보다는 이상을 사는 듯한 조금 이상한 사람. 비혼 여성으로, 프리랜서로, 고양이의 집사로, 채식지향주의자로, 그림책 읽는 어른으로 살아가는 무루 작가는 이미 얼마쯤 자신이 바라는 모습이 되어 있는 건 아닐까. “꼿꼿하고 단정하며 동시에 부드럽고 따뜻하여 우리에게 또렷한 흔적을 남기고 희망의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그가 꼽은 그림책들 속 카진스키, 로잰느, 미스 럼피우스, 엠마, ‘우리동네할머니처럼 말이다.

     

    “사는 것이 무엇을 향해 가는 일인기 조금씩 더 선명해졌으면 좋겠다

    비혼, 여성, 프리랜서, 집사, 채식지향주의자, 그림책 읽는 어른

    세계의 가장자리를 살아가는 마음가짐에 관하여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읽기안내자 무루의 첫 에세이

    그림책은 비교적 단순한 그림과 짧은 글이 만들어내는 작은 목소리로 삶 안팎에 크고 깊은 파장을 일으키곤 한다.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읽기의 안내자이기도 한 무루 작가는 한 권의 그림책을 읽는 일을한 번도 열어보지 못한 방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에 빗댄다. 그때마다 우리의세계가 한 칸씩 넓어진다고 말이다. 이 책은 세계의 언저리를 사는 존재가이상하고 자유로운자신의 본성대로 살기 위해, ‘어제보다 오늘 조금 더 나은삶을 완성해 나가기 위해, 그림책을 읽고 부단히 세계를 확장해온 어른의 성장 기록이기도 하다. 그의 지도를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우리의 세계도 한 칸, 어쩌면 여러 칸쯤 더 넓어진 것만 같다.

     

    -태어나는 마음과 삽질하는 마음

    선명한 길을 따라 성큼성큼 걸어 나가는 듯 보이는 이가 정작 스스로는 지금도자라는 중이라고 말한다. 몇 번이고태어나는 마음을 반복하며 여전히자신을 둘러싼 울타리를 수없이 넘나들며 어떤 것은 허물거나 새로 짓기도 하면서 지도를 만들어나가는 중이라고 말이다. 그런 그가 그려온 지도는 어떤 모양일까. 음악, 사진, , 식물, 온갖 다채로운구덩이를 파면서삽질의 역사를 써온 무루가 가장 공들여 그린 지도의 한 부분은 책과 글로 채워져 있다. 20대에는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쳤고, 30대에는 청소년들과 인문서를 읽고 글을 썼으며, 40대인 지금은 어른들을 대상으로 그림책과 문장 수업을 한다. 가르친 이들의 성장을 지켜보고 독려하며 자신도 그들과 함께 자라난 듯, 스스로늦된사람이라고 표현하는 그의 글에는성장모험이라는 키워드가 곳곳에 박혀 있다. 이 책은 어른의 삶에 끼어드는 갖가지변수속에서 수많은선택의 가능성들을 발견해 나가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우리는 모두 태어나기로 결심한 아이들이다. 성장은 언제나 균열과 틈, 변수와 모험들 사이에서 생겨난다. 그 속에서 수많은선택의 가능성들을 발견하며 조금씩 자신을 완성해 나가게 될 것이다.”(1 1장 〈태어나기로 결심했다〉)

     

    -혼자 걷는 마음과 세상 끝에 가닿으려는 마음

    자유로운 삶을 지향하는 저자가 비혼을 결심할 무렵, 그가 아는 어른 중에 비혼자가 없었다. 그 전과 후에도 그가 선택한 많은 일들에 모델이 될 만한 실제 인물이 주변에 없었다. 그래서 그에게는 이야기가 필요했다. 꼭 두 사람이 삶을 함께 꾸려가야 하는 걸까 고민하던 시기에 그는 《어디로 갔을까, 나의 한쪽은》과 《떨어진 한쪽, 큰 동그라미를 만나》를 여러 번 읽으며어떤 삶은 빈틈에서 완성됨을, “누군가에게 함께란 각자의 속도로 나란히 굴러가는 일임을 깨닫는다. 쓸데없는 일을 한다며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하는 동안에는 햇빛과 이야기를 모으고 있다는 프레드릭을 비난하지 않고잠잠히 자신들의 할 일을 하는 들쥐들의 너른 마음을 떠올린다(《프레드릭》).

    어딘가 조금씩 이상한 사람들이 어디에도 속할 필요 없이 저마다의 본성대로 살기 바라는 그는 《쫌 이상한 사람들》 속 인물들의 이상하고도 사랑스러운 구석을 찾으며 그들을 바라보는 작가 미겔 탕코의 애정 가득한 눈을 상상한다. 오해받아도 좋다고 말하는 저자는 그럼에도 서로를 이상理想스레 바라봐줄 수 있는 사람들을 모아 이상한 활동들(자급자족의 일상기술 나누기, 마을에 라벤더길 만들기 등)을 전개하기도 한다. 그는 이처럼 혼자서 씩씩하게 걷고자 삶 안팎으로 분투하며 동시에 타인이라는 세계의 끝에 닿기를 바라고 애쓴다.

    “나는 스스로 고독하게 살기를 선택했다. 내 인생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서 조금 외롭게 보내고 있다. 외롭기 때문에 자유롭고 고요하며 느슨하게 흘러가는 시간은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나를 지키고 채워준다. 그러나 동시에 나는 세상과 연결된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세상 속에서 내가 무엇이 되고 어떤 것을 해낼 수 있는지도 알고 싶다혼자지만 더 넓은 지도를 가지고 살아가고 싶은 이 마음은지금도 좋지만 더 좋아지고 싶다는 것이 아니다. 훨씬 더 절박한 마음이다… 삶에서 아름답고 소중한 순간들은 관성 밖에 존재했다는 지난 경험의 되새김이다.”(2 1장 〈실은 한 발짝도 나가고 싶지 않지만〉)

     

    -현실에 저항하고 판타지를 사랑하는 마음

    무루가 연결되고자 하는, 혹은 연결되어 있다고 믿는 대상은 타인만이 아니다. 고양이와 식물과 벌레와 심지어 보이지 않는 것(작은 신쿠나같은 존재)들에까지 가닿는다. 그는 《사슴아 내 형제야》를 읽으며 옛 사냥꾼과 우리 시대의 채식주의자가 연결될 가능성을 발견하기도 한다. 하지만 작고 연약하고 보이지 않는 것들을 믿으며 돌보는 마음은 그것을 잊은 세계에서 자꾸만 상처 받는다. ‘살처분되는 돼지들’, ‘평생 임신한 채 고통 속에 사는 개와 고양이들’, 세상의 온갖 구멍들에 발밑이 꺼질 때마다 저자는세상에 구멍이 있다고 큰소리로 말하는 이야기를 읽는다. 그런 이야기를 만드는 이들이 존재하고 그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이 그를 지치지 않게 하고세상은 어쩌면 더 아름다워질지도 모른다는 거창한 판타지를 꿈꾸게 하는지도 모른다.

    그에게 판타지란무엇도 확신하지 않고, 어떤 것도 단정하지 않으며, 어느 방향으로든 열릴 수 있는 마음의 다른 이름이다. 그렇게 이야기를 짓고 읽고 전하는 마음 또한 이런 것일 테다. “언젠가는 그 좁고 높은 벽에 문이 나기를기다리는 마음, 그 문으로 우리가 잊거나 잃어버린 많은 것들이사뿐히 걸어 들어가기를 바라는 마음, 그리고내가 아닌 방식으로 나를 살아보는마음.

    “그 마음 안에는그런 건 없어라거나사는 게 다 그런 거야라는 시시한 말들을 밀어낼 힘이 있다. 무엇보다 즐거움이 있다판타지는 무엇도 확신하지 않고, 어떤 것도 단정하지 않으며, 어느 방향으로든 열릴 수 있는 마음의 다른 이름이다.”(43장 〈내 고양이는 나 없는 동안〉)

     

    -할머니가 되기를 설레며 기다리는 마음

    “나는 독거노인이 될 것이다라고 선언하는 비혼 여성으로, 프리랜서라고 하지만 실은 기존의 어떤 단어로 규정하기 어려운 일을 창안하여 살고 있는프레드릭으로, 어른이라고 선생이라고 섣불리 타인을 가르치려 들지 않고 누구나 자기만의우거진 숲과 아름다운 강과 비옥한 들을 지니고 있음을 아는 겸손한 사람으로, 고양이와 식물과 함께 살아가며 인간 아닌 타자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잊지 않는 존재로, 완벽한 채식에 실패한 후에도 마음의 방향이비건적삶에 확실히 가 있는 채식지향주의자로, 세 조카들이 보기에 자주 엉뚱한 일을 하고 낯선 것을 보여주는 이모로, 현실에 저항하고 판타지를 사랑하며 세상의 언저리에서 재미나게 살아가는 이상異常주의자로, 그는혼자서, 두 발로, 씩씩하게그러나몸을 낮게 숙이고 귀를 기울이고 세심히 주위를 관찰하며 걷는다. 그 길 끝에 신기하고 궁금한 할머니가 있기를 바라면서. 저자는 스스로 아직 자라는 중이라지만, 이미 얼마쯤 자신이 바라는 모습이 되어 있는 듯하다. 그의 작고 단단한 발자국은 우리에게 또렷한 흔적을 남긴다.

    “작고 약한 존재들에게 다정히 이름을 불러주고 손길을 내어줄 것이다. 세상은 어쩌면 더 아름다워질지도 모른다고 말한다면 너무 거창한 판타지일까작고 귀엽고 아름답고 신기한 것들이 오밀조밀 공간을 채우고 사랑으로 가득한 마음이 그곳에 깃들기를. 궁금한 것을 묻고 답하며 서로의 마음에 어떤 흔적이 되기를. 슬프지만 아름다운 일들에 대해 함께 소리 내어 말할 수 있는 여정이 있기를 나는 기대하고 있다.”(5 5장 〈나는 조금 설레며 기다린다〉)

     

    “나는 이 글들을 사랑한다

    초판 출간 당시 국내 최고의 에세이스트 김영민 교수와 김하나 작가가 이 책에 추천사를 쓴 바 있다. 김하나 작가는그는 틀림없이 멋진 할머니가 될 것 같다. 나는 이 글들을 사랑한다라고, 김영민 교수는살아낸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진귀한 경험이라고라고 썼다.

    우리는 무루 작가가 써내려간 문장 사이사이마다, 한발 앞서 길을 내는 사람의 뒷모습과 그가 남긴 흔적을 본다. 기꺼이쉽게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을 자처하며자신의 삶을 완성해 나가는사람의 걸음걸이가 얼마나 이상하고 자유롭고 멀리 내달렸는지 말이다. 그뿐일까. 서수연 작가의 몽환적이면서 야성미 넘치는 그림들은 저자 무루의 글과 공명하여, 우리가 모르는 세계의 문을 하나씩 열어젖히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책을 덮고 난 후에는 세계가 몇 칸쯤 넓어져 있을 것이다. 그 세계를 함께 걸어본 이는 안다. 그가 그린 지도가 얼마나 재미난지, 그 지도에 함께한 그림책들은 또 얼마나 매력적인지. 몇 번이고 펼쳐보게 될지 모른다.

    저자 소개
    저자 : 박서영(무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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