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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RO 나이팅게일의 수다

    • 허현정외 저
    • 작가마을
    • 2025년 05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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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품 규격 정보
    상품상세정보
    ISBN ISBN-13 : 9791156062844
    쪽수2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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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품구성단행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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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현직 간호사들의 일상을 고백한 산문집 『Pro 나이팅게일의 수다』(작가마을)가 발간됐다. 더구나 간호경력 수십 년의 중견 간호사와 현장을 직접 발로 뛴 간호대 교수 등 병실 안팎에서 오랜 의료경험을 축적해온 현직 간호사들의 고백적 글들이기에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이번에 발간된 산문집은 허현점(가야대 간호과 교수), 이인희(김해사랑병원 간호부장), 주은주(김해삼승병원 간호부장), 박미경(늘품정신건강상담센터장), 최인순(마산대 간호학과 교수) 등 모두 20~30년 이상 현직에서 활동하는 분들이다.

    무엇보다 고백 산문집 『Pro 나이팅게일의 수다』는 간호사들의 일상과 병원에서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온몸이 천근만근 무거워도 “그래, 나는 간호사지!”라며 마음을 다잡는다(허현점)거나 간호사를 하다 스님이 된 지인을 찾아가(허현점)는 이야기며 술 취한 듯한 환자의 온갖 욕설을 감내하며 버텨내는 간호사들 이야기(이인희), 간호사가 천사라고 하긴엔 너무 힘겨운 일상의 근무환경(이인희)을 안타까워하면서 자신과 같은 간호사의 길을 걷는 딸을 걱정하는 엄마가 된다. 또 환자의 사랑싸움에 수난당하는 이야기(주은주), 자신이 치료받고자 다른 병원을 찾아가서 환자의 입장에서 의료진을 바라보는(주은주) 모습, 청소년들의 중독(알콜, 마약, 도박 등)상태들을 보면서 가지는 안타까움(박미경), 바쁜 간호일상에서 가족으로부터 받는 생일 밥상(박미경)의 감동은 힘겨움을 이겨내는 비타민이다. 또 동사된 것처럼 보이는 응급 신생아를 살려내는(최인순) 기적이며, 병동에서 일어난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싸움(최인순)에서 느낀 가족의 갈등과 화해의 사건 등 다양한 사건들을 들춰낸다.

    무엇보다 『Pro 나이팅게일의 수다』는 간호사들 또한 우리 일반인들과 똑 같은 일상을 살아가는 직업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코로나와 의료대란을 겪으면서 그 어느 분야의 직업군보다 간호세계는 우리 국민건강을 위해 동분서주해온 분야이며 힘겨웠다. 이 책이 그러한 간호 현장의 분들에게 작은 공감과 위로의 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책은 글쓰기 전문강사인 정수정(인제대 국문학 박사) 선생의 기획으로 시작되어 매주 모여 서로의 글들을 다듬고 공감하며 마무리 지었다. 또 같이 참여한 이미희(김해강남간호학원) 선생이 도중에 작고하면서 아쉬움의 추모글도 같이 담아두었다.

    목차

    [목 차]
      

    프롤로그

     

    허현점

    千근萬근

    대청마루에 걸터앉아

    그래, 간호사지!

    오지랖

    ‘작은 쉼표’

    걸리적거리는 존재

    출근길 넋두리

    내 월급통장은?

    남편을 ‘냅다’ 버렸다

    특별한 외출

    행복한 일탈

     

    이인희

    토요일은 내꺼!

    골목길 풍경

    네가 내 마누라야!

    간호사가 천사라고요?

    프리셉터(Preceptor), 프리셉티(Preceptee)

    남편이었을까 샌드위치였을까

    ‘시간이 더 있었으면 좋겠다’

    자연과 사람을 담다

    열린 방

    온도 맞추기

    종이 한 장

    가방보다 작은 아이들

     

    주은주

    호접란

    작은 변화

    사랑과 전쟁

    작은 물방울

    헤파린 캡

    희망의 끈

    소리 없는 기도

    맘모톰(Mammotome)

    달팽이

    내 편

    눈매

    의지의 지팡이

    작별

     

    박미경

    가슴은 띈다

    불 꺼진 병실

    마음이 아픈 아이들

    포기하지 않으면 변화할 수 있다

    Re-born House

    스마트폰 뺏어? 말어?

    에네마(Enema)Ⅰ

    에네마(Enema)Ⅱ

    생일 ‘밥상’

    뜻밖의 데이트

    멸치 쌈밥

    애마 1763

    나만의 오마카세

     

    최인순

    아스팔트 들국화

    기적

    각인(刻印)

    작은 관심

    대략 난감

    와, 때리노!

    남사스럽다

    딱 오천 원어치만---

    암새뜰

    내가 산 가격이 얼마인데---

    시간 속 발자취

    ‘노객(老客)님’

     

    (故)이미희 추모

    끈 떨어진 두루마기 이미희

     

    주은주 - 불러도 대답 없는 이

    허현점 - 아우야, 보고 싶다

    이인희 - 사랑합니다!

    박미경 - 그리운 사람

    최인순 - 이미희 선생님께

     

    에필로그



    [본 문]
      

    ◎프롤로그

    간호학과 학생들은 일생을 의롭게 살며 전문간호직에 최선을 다하고 간호를 받는 사람들의 안녕을 위하여 헌신하겠다는 ‘나이팅게일 선서’를 합니다. 나이팅게일 선서는 간호사로서 헌신해야 할 윤리와 간호원칙을 담고 있습니다.

     

    간호사는 환자를 가장 가까이에서 돌보는 사람이며 의료현장 곳곳에, 간호사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은 없습니다. 그래서 환자들에게 수준 높은 간호를 제공하기 위해서 간호의 주체인 자신이 먼저 건강하고 행복해야 합니다. 우리는 지금보다 더 윤기(潤氣) 있고 행복한 삶을 위해 "Nurses' Essay Club" 글쓰기를 시작하였습니다. 전쟁터 같은 간호 현장을 늘 마주하는 우리들의 진솔한 삶을, 글쓰기를 통해 치유(healing)하고, 간호 현장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 우리 모두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하는 일은 참으로 뜻깊은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pro 나이팅게일의 수다’ 탄생 비화는 몇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대학원 동기 여섯 명이 모여서 글쓰기 모임을 결성한 것에서 비롯됩니다. 우리는 모두가 간호사들입니다. 하지만 간호사로서 직무는 모두 수준급의 베테랑이었지만 글쓰기는 좀 달랐습니다. 특히 간호 현장에서 늘 긴장과 객관적 판단을 요구하는 직무를 가지고 수십 년을 살아온 우리에게 마음의 끈을 풀고, 나의 나신(裸身)을 드러내는 문학적 글을 써야 한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었습니다. 그것은 마치 데미안의 ‘알의 세계’를 깨는 것과 같은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서툰 수필과 시를 계속 써나갔습니다.

     

    그렇게 몇 년을 쓰다 보니 우리들의 글쓰기는 오롯이 우리를 자신의 삶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들의 글이 미래를 위한 작은 징검다리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일을 마치고 매일 늦은 밤, 노트북을 켜고 글감을 하나하나 정리해 가며 조금씩 글을 퇴고했습니다. 여러 해 동안 글을 써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일상에 시달리며 주제에 대해 고민하고 글감을 찾기 위해 머리를 쥐어뜯을 때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쓴 글들이 책이 되어 나온다고 생각하니 낯이 붉어지게 부끄럽지만 한편으로는 뿌듯하고 감회가 새롭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것만큼이나 서툰, 우리들의 글이 한 세대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작은 웃음과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리고 의료현장에서 사력을 다하는 간호사들의 삶에 향기로운 선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pro 나이팅게일의 수다’는 시와 수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동안 쓴 시와 수필을 모두 이 책에 담지는 못했습니다. 남겨진 시와 수필은 다음을 기약해 봅니다. 그리고 이 책에는 시보다 수필 작품 수록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수필은 병원 에피소드와 일상 에피소드를 주된 주제로 나누어 구성했습니다. 병원 에피소드는 간호사들이 간호 현장에서 경험하고 만나는 이야기를 문학적으로 재구성하였고, 일상 에피소드는 간호사인 우리들의 평범한 일상의 삶을 글로 풀어냈습니다. 글의 구성도 표현도 초보인 우리들의 글이지만 부디 이 글을 읽는 분들의 시선은 따뜻하고 너그럽기를 바래봅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고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직·간접적인 경험과 느낌을 글로 표현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도 아니었습니다. 글쓰기를 하는 동안 우리는 늘 자신의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하지만 일상의 모든 순간, 글의 소재가 머릿속에서 떠오르면 메모하며 상상으로 글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리고 머릿속 글을 밖으로 꺼내어 쓰다 보면 표현은 늘 매끄럽지 못해 늘 뒤죽박죽되어 종종 딜레마에 빠지곤 했습니다. 이런 느낌은 비단 저뿐만 아니라 글쓰기를 함께한 우리 모두의 고민거리이었습니다.

    ‘글을 잘 쓰는 방법은 없을까?’ ‘아! 왜 이리도 무지할까?’ 사소한 일상들을 글로 쓰면서 생각을 곱씹는 습관과 독서가 왜 중요한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글쓰기는 철저하게 나 자신과의 싸움이고, 우리의 삶과 같이 시행착오가 반복되는 일임도 알 수가 있었습니다.

     

    우리의 작은 생각이 한 권의 책이 될 수 있었던 것은, 함께한 선생님들의 진심 어린 마음과 우리라는 관계를 중심에 두고 개인의 삶을 희생한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다독의 여신답게 항상 글의 흐름을 잘 잡아 준 이인희 사랑병원 간호부장님, 강단 있는 성격과 달리 시적 감성으로 우리를 동심으로 돌아가게 해준 주은주 삼승병원 간호부장님, 정신간호사로서 글쓰기를 제안해 주어 우리들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 준 박미경 늘품상담센터장님, 그리고 모임 순간순간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재치를 발휘해 준 최인순 마산대학교 간호학과 교수님--- 함께 책을 낼 수 있어서 참으로 행복합니다. 마지막으로 글쓰기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함께 해주신 정수정 글쓰기 선생님께 존경과 사랑을 담아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처음 글쓰기를 시작하고 작품을 모아서 책이 출간하기까지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니었습니다. 아직도 모자람이 가득한 글이지만 이 책의 미숙함은 모두 우리의 몫이라 생각합니다. 우리의 이야기가 책이 되어 나오기까지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Nurses' Essay Club"

     

    "Leader of the Nurses' Essay Club" 허현점

     

    그래, 간호사지!

     

    허 현 점

     

    자고 일어났다. 삭신이 아리고 마치 안개가 낀 것처럼 머리는 맑지 않고 멍한 느낌이다. 요즘 들어 피로감을 자주 느낀다. 나이 탓인가 아니면 건강이 이상 신호를 보내는 것일까? 조금 불안하고 걱정이 된다. 출근을 위해 머리를 감고 드라이기로 머리를 손질한 후 조금이라도 젊게 보이기 위해 동안 화장을 하였다. 그리고 옷을 코디해서 입고는 당당한 전문직 여성으로 연출한 후 거울 앞에 섰다. 거울에 비친 나는 너무 지치고 초췌하며 참으로 안쓰러운 모습이다. 갑자기 서글픔이 목 밑까지 차올랐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되지? 무슨 떼돈을 번다고, 이렇게 삭신이 아픈데 출근을 해야되나, 진짜 출근하기 싫어. 될 대로 되라’ 하고는 다시 침대에 벌렁 드러누웠다.

     

    TV에서는 80년 만에 퍼부은 기록적인 폭우로 서울 곳곳이 침수되고 도로가 통제되는 등 많은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는 뉴스를 전하고 있다. 반사적으로 벌떡 일어나 딸에게 전화를 했다.

    “지금 뉴스에서 서울 곳곳이 완전히 침수되어 엉망이라고 하네! 출근은 했고?”

    별일은 없는지를 이것저것 물었다.

    “엄마, 내가 누고, 간호사 아이가. 아파 죽어도 병원에 출근하는 전사들.”

    “맞다, 맞다. 남들은 크게 인정해 주지도 않는데, 직업에 대한 사명감은 하늘을 찌를듯이 높지” 하고는 허탈하게 피식 웃었다.

    그때 “엄마! 우리 조상들이 얼마나 지혜로운지 오늘 새삼 또 한 번 느꼈어요.”라고 한다. 이유인 즉, 사대문 안쪽은 전혀 침수되지 않았고, 고로 사대문 안에 사는 본인도 아무 문제 없이 유유히 출근하였다고 말했다. 통화가 끝난 후 한참을 혼자서 웃었다.

     

    ‘그래, 나도 간호사지. 빨리 정신 차리자.’ 여기서 어쩌니저쩌니 허송세월 보낸들 일의 무게는 줄지 않는다. 침대에서 후다닥 일어나 약장에서 비타민C 2000mg과 타이레놀 이알 서방정 650mg을 먹고는 집을 나섰다. 파아란 하늘과 쨍쨍한 햇빛에 헉! 숨이 막혔다. 목청껏 울부짖는 매미 소리가 무더위를 더욱 가열시키는 것 같아 확, 짜증이 났다. 차 문을 여는 순간, 뜨거운 열기가 훅 밀려와 잠시 멈춰 섰고 운전대는 뜨거워서 잡을 수가 없었다. 학교로 가는 길은 뙤약볕 아래 녹음마저 시들시들한데 간간이 불어오는 무더운 바람에 맥없이 흔들리는 잎파리들이 애처롭다. 신호 대기 중 뙤약볕을 맞으며 자전거 라이딩하는 사람들을 봤다. ‘참, 사람들도 대단하네. 이런 날씨에!’

     

    연구실 역시 찜통이다. 에어컨조차 고장이 나서 시원한 바람이 나오지 않는다. 서비스센터에 전화를 하고 선풍기 바람에 의지한 채 멍하니 있는데… 미칠 듯이 덥다. 등줄기에는 땀이 줄줄 흘러내렸고 어째, 더 지치고 피곤이 밀려왔다. 컴퓨터 켜는 것조차 힘겹다. 작년까지만 해도 에너지 넘쳤는데, 이제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다 보니 체력이 바닥난 것일까? 암만해도 예전과 같지 않다. ‘아! 내가 이럴 때가 아니지!’ 얼른 노트북을 챙겨 세미나실로 향하는 도중에 친하게 지내는 교수님을 만났다. 에어컨을 새로 설치했는데 너무 시원하다며 자기 연구실로 안내를 했다. 다른 교수님들도 계셨다. 각자의 취향에 따라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중에 어느 지인 간호사가 얼마 전 검진을 받았는데 위암 1기를 진단받아 수술 날짜를 잡았다고 했다. 모두가 안타까워했다. 아직 미혼이고 부모님이 계시지 않아 수술 후 간호해 줄 사람이 없다며 걱정을 하였다. 그런데 휴직은 하지 않고 휴가와 연차를 이용해 수술한 후 근무는 계속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아니, 왜 내 주위 사람들은 특히 우리 간호사들은 자신의 건강도 못 챙기고 하루하루를 이렇게 빡세게 사는 건지…’ 허탈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나도 일을 만들어서 하는 스타일이라 고생을 사서 하는 경향이 강하다. 항상 맡은 업무에 전력투구하여 에너지를 쏟으니, 체력은 하루하루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고, 건강관리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는 중이다. 약간의 짜증스러움과 안타까운 마음을 고스란히 안고 세미나실로 향했다.

     

    출근길에 먹은 비타민과 타이레놀 효과를 톡톡히 보면서 한참 동안 밀린 과제 정리와 각종 서류 작업을 하였다. ‘아! 이 순간에도 어김없이 나 자신을 혹사 시키는 구나’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해야 할 일들은 산더미지만 쉴 때는 억지로라도 쉬어야지, 하는 생각에 노트북을 가방에 쑤셔 넣고 책상을 정리하고는 재빨리 엘리베이터를 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서 바라보는 파아란 하늘에 새털같이 펼쳐진 구름이 너무 예뻤다. 아하… 조금 살 것 같다. 피로야, 이제부터 너는 접근금지야!

     

    -----------------------------------------------------------------

    간호사가 천사라고요?

     

    이 인 희

     

    간호사 구인난이 갈수록 심각하다. 면허가 있는 사람은 많지만 정작 임상에 가보면 너무나도 열악한 환경에 놀라서 현장을 다 떠나간다. 간호사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계속 간호대학 정원은 늘려서 이젠 간호사 포화상태이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역설적으로 늘 간호사 부족으로 허덕이고 있다. 특히 중소병원인 경우엔 더 심각한 상황이다. 간호사가 퇴사하면 간호사 충원이 어려워 간호조무사를 채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된다. 현실을 모르는 이들은 간호사가 이렇게 많은데 왜 간호사를 못 구하느냐고 묻는다. 간호사로서 할 말은 많지만, 차마 다 말로 표현할 수는 없다. 하지만 조금만 관심을 갖고 간호 현장을 들여다보면 그 현장의 열악함을 곧 알게 된다.

     

    일주일 전일이다. 간호사 이력서가 이메일로 접수되어 이력을 찬찬히 본 후 지원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간호사는 처음 간호업무를 시작한 곳도 종합병원, 그리고 여기저기 다니다가 최근 그만둔 곳도 종합병원이라고 했다. 그래서 왜 종합병원을 그만두었냐고 물으니까 환자 50명을 둘이서 간호했다고 한다. 책임 간호사 한 명, 액팅 간호사 한 명 이렇게 둘이서 근무하는 경우가 허다했다고 한다. 우리 병원처럼 아주 작은 규모의 병원에서도 인력을 그렇게 돌리지는 않는다. 이해가 가지 않아 둘이서 종합병원의 환자 50명을 간호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난 반문했다. 그 간호사의 말이 물론 수간호사도 있지만 수간호사는 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스템도 문제지만 인력은 구해지지 않고 업무는 너무 과중하여 참고 참다가 그만두고 잠시 쉬고 있었다는 것이다. 어느 병원이라고 말하면 우리가 다 아는 종합병원이기에 참 이해하기 어려웠다. 외부에서 볼 땐 너무나 잘 돌아가고 시스템도 어느 정도 잘 갖추어져 있어 보인다. 하지만 막상 잘 돌아간다는 병원들의 현장 이야기를 들으면 참 많이도 다르다.

    최근 또 다른 인근 종합병원의 병동 시스템을 알게 되어 적잖이 놀란 적이 있다. 당연히 병동은 3교대로 8시간씩 근무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실상은 2교대 하는 병동이 두 개나 된다는 말에 너무나 놀랐다. 요즘은 주 40시간을 지키려고 사측에서도 많이 노력하는 상황이어서 더욱더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2교대니까 8시간씩 근무가 아니고 12시간씩 한다는 것이다. 2교대는 급여는 많을지 몰라도 장기 근무를 계속하게 되면 간호사들을 정말 너무 지치게 만든다.

     

    간호사들 급여가 많다고 하는 분들이 종종 있다. 하지만 밤 근무를 안하면 수당이 없어 급여가 정말 적다. 의사들 월급이 신규간호사들의 연봉 수준이다. 그래서 협회 차원에서 간호사 처우개선과 업무 환경을 개선해 달라고 수년간 주장해 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다. 서울의 ‘상위 5대 병원’은 물론 조금 다르다. 최근 세브란스병원은 간호사 이직을 줄이기 위해 최초로 ‘주 4일제’를 도입했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 병원은 시스템이 비슷비슷하다. 그만두고 싶어서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업무가 너무 과중하니까 이젠 지쳐서 일을 계속할 수가 없는 것이다.

     

    교육하는 선배 간호사들도 신규간호사들을 가르쳐 놓으면 나가고, 또 나가고 하니 힘들고 지치긴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선배 간호사 또한 안정된 병원을 찾아 떠나려 한다. 배우는 신규간호사들은 배울 건 너무나 많고 모르는 것 투성이니 뭐가 뭔지 헷갈려 무섭고 힘들기만 하다.

    아무리 열심히 한다고 해도 배워야 할 것들이 수없이 많고 또 환자 케이스마다 다 다르게 적용해야 하니 작은 사고가 자주 일어난다. 하지만 신규간호사라고 실수를 다 덮어줄 수도 없으니 교육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난감한 일이다.

    적정 인력도 되고 시스템이 잘 갖춰진 병원이라도 신규간호사에 의해 일어나는 환자 안전 사고는 1년 동안 전체 사고의 70%나 된다고 한다. 그러니 열악한 환경에서는 얼마나 많은 사건·사고가 일어나겠는가? 악순환의 연속인 셈이다.

     

    현장이 이러니 간호 학생들의 정원을 늘리는 게 급선무가 아니고 현장에서 잘 적응할 수 있는 방안이 먼저 마련되어야 한다. 4년간 공부하고 국가고시에 합격하여 간호사가 되었는데 임상에서 너무 힘들게 일하다 보니 퇴사 후에 다시는 간호사 일을 하지 않겠다는 간호사도 많다. 물론 임상 현장이 아니라도 길은 많지만, 임상 근무가 70% 정도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간호사들이 병원을 떠난다면 환자들은 과연 누가 돌본단 말인가?

     

    현장은 이러한데도 우리 사회는 간호사에게 백의의 천사로서 역할만을 기대한다. 그래서 우린 ‘간호사가 천사다’라는 말에 웃을 수 밖에 없다.

    서울에서 나의 첫 직장이 떠오른다. 결코 쉽지는 않았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수간호사 선생님과 선배 간호사들이 무서웠고 일도 엄청나게 겁이 났었다. 임상 현장과 특히 종합병원 또는 중소병원들의 열악한 상황은 좀체 변하지 않는 것 같다. 우리는 선배로서 다음 세대에게 간호사의 길을 가라고 과연 권유할 수 있을까?

    출판사 서평

    간호학과 학생들은 일생을 의롭게 살며 전문간호직에 최선을 다하고 간호를 받는 사람들의 안녕을 위하여 헌신하겠다는 ‘나이팅게일 선서’를 합니다. 나이팅게일 선서는 간호사로서 헌신해야 할 윤리와 간호원칙을 담고 있습니다.

     

    간호사는 환자를 가장 가까이에서 돌보는 사람이며 의료현장 곳곳에, 간호사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은 없습니다. 그래서 환자들에게 수준 높은 간호를 제공하기 위해서 간호의 주체인 자신이 먼저 건강하고 행복해야 합니다. 우리는 지금보다 더 윤기(潤氣) 있고 행복한 삶을 위해 "Nurses' Essay Club" 글쓰기를 시작하였습니다. 전쟁터 같은 간호 현장을 늘 마주하는 우리들의 진솔한 삶을, 글쓰기를 통해 치유(healing)하고, 간호 현장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 우리 모두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하는 일은 참으로 뜻깊은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pro 나이팅게일의 수다’ 탄생 비화는 몇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대학원 동기 여섯 명이 모여서 글쓰기 모임을 결성한 것에서 비롯됩니다. 우리는 모두가 간호사들입니다. 하지만 간호사로서 직무는 모두 수준급의 베테랑이었지만 글쓰기는 좀 달랐습니다. 특히 간호 현장에서 늘 긴장과 객관적 판단을 요구하는 직무를 가지고 수십 년을 살아온 우리에게 마음의 끈을 풀고, 나의 나신(裸身)을 드러내는 문학적 글을 써야 한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었습니다. 그것은 마치 데미안의 ‘알의 세계’를 깨는 것과 같은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서툰 수필과 시를 계속 써나갔습니다.

     

    그렇게 몇 년을 쓰다 보니 우리들의 글쓰기는 오롯이 우리를 자신의 삶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들의 글이 미래를 위한 작은 징검다리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일을 마치고 매일 늦은 밤, 노트북을 켜고 글감을 하나하나 정리해 가며 조금씩 글을 퇴고했습니다. 여러 해 동안 글을 써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일상에 시달리며 주제에 대해 고민하고 글감을 찾기 위해 머리를 쥐어뜯을 때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쓴 글들이 책이 되어 나온다고 생각하니 낯이 붉어지게 부끄럽지만 한편으로는 뿌듯하고 감회가 새롭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것만큼이나 서툰, 우리들의 글이 한 세대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작은 웃음과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리고 의료현장에서 사력을 다하는 간호사들의 삶에 향기로운 선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pro 나이팅게일의 수다’는 시와 수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동안 쓴 시와 수필을 모두 이 책에 담지는 못했습니다. 남겨진 시와 수필은 다음을 기약해 봅니다. 그리고 이 책에는 시보다 수필 작품 수록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수필은 병원 에피소드와 일상 에피소드를 주된 주제로 나누어 구성했습니다. 병원 에피소드는 간호사들이 간호 현장에서 경험하고 만나는 이야기를 문학적으로 재구성하였고, 일상 에피소드는 간호사인 우리들의 평범한 일상의 삶을 글로 풀어냈습니다. 글의 구성도 표현도 초보인 우리들의 글이지만 부디 이 글을 읽는 분들의 시선은 따뜻하고 너그럽기를 바래봅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고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직·간접적인 경험과 느낌을 글로 표현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도 아니었습니다. 글쓰기를 하는 동안 우리는 늘 자신의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하지만 일상의 모든 순간, 글의 소재가 머릿속에서 떠오르면 메모하며 상상으로 글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리고 머릿속 글을 밖으로 꺼내어 쓰다 보면 표현은 늘 매끄럽지 못해 늘 뒤죽박죽되어 종종 딜레마에 빠지곤 했습니다. 이런 느낌은 비단 저뿐만 아니라 글쓰기를 함께한 우리 모두의 고민거리이었습니다.

    ‘글을 잘 쓰는 방법은 없을까?’ ‘아! 왜 이리도 무지할까?’ 사소한 일상들을 글로 쓰면서 생각을 곱씹는 습관과 독서가 왜 중요한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글쓰기는 철저하게 나 자신과의 싸움이고, 우리의 삶과 같이 시행착오가 반복되는 일임도 알 수가 있었습니다.

     

    우리의 작은 생각이 한 권의 책이 될 수 있었던 것은, 함께한 선생님들의 진심 어린 마음과 우리라는 관계를 중심에 두고 개인의 삶을 희생한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다독의 여신답게 항상 글의 흐름을 잘 잡아 준 이인희 사랑병원 간호부장님, 강단 있는 성격과 달리 시적 감성으로 우리를 동심으로 돌아가게 해준 주은주 삼승병원 간호부장님, 정신간호사로서 글쓰기를 제안해 주어 우리들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 준 박미경 늘품상담센터장님, 그리고 모임 순간순간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재치를 발휘해 준 최인순 마산대학교 간호학과 교수님--- 함께 책을 낼 수 있어서 참으로 행복합니다. 마지막으로 글쓰기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함께 해주신 정수정 글쓰기 선생님께 존경과 사랑을 담아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처음 글쓰기를 시작하고 작품을 모아서 책이 출간하기까지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니었습니다. 아직도 모자람이 가득한 글이지만 이 책의 미숙함은 모두 우리의 몫이라 생각합니다. 우리의 이야기가 책이 되어 나오기까지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Nurses' Essay Club"

    "Leader of the Nurses' Essay Club"

    저자 소개
    저자 : 허현정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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