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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체노동자(열림원 프랑스 여성작가 소설 6)

    • 클레르 갈루아 저
    • 오명숙 역
    • 열림원
    • 2025년 05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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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품 규격 정보
    상품상세정보
    ISBN ISBN-13 : 9791170403081
    쪽수2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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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품구성단행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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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천희란 소설가 추천!

     

    “이 소설은 사회적 규범에 들어맞을 수 없는 존재에게 주어지는 절망적인 특권이다.”

    -천희란(소설가)

     

    “사랑은 예외 없이 육체에 새겨진다. 이름과 계절처럼. 몸의 깊은 곳에.”

    클레르 갈루아의 『육체노동자』가 열림원 프랑스 여성작가 소설 시리즈의 여섯 번째 작품으로 출간되었다. 『육체노동자』는 “사랑이라는 거대한 착시 안에서 겨우 간신히 버티는 자들”을 위한 소설이다. “절망적인 특권”으로 주어진 관계 속에서 “파괴로 완성된 사랑”을 끝내 사랑이라 부를 수밖에 없는 인물, 크리스틴. 그녀는 빅토르라는 단 한 사람을 사랑하면서도 그 사랑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조롱하며 다른 애인들의 목록을 계속해서 늘려나가지만, 그 모든 모순된 몸짓들은 모여 하나의 진실한 감정이 된다. 『육체노동자』가 실패한 방식으로만 사랑할 수 있는 어떤 여성의 절규라면, 자신의 몸을 기억과 고통의 형식으로 보존하는 그녀에게 육체는 사랑을 향한 노동이자 증언의 매체이다. 사랑과 증오, 예술과 노동, 숭배와 모욕의 은밀한 경계를 통과하여 “비로소 춥고 깊은 밤에 도달한 이야기”는 “아이러니로 가득한 인생의 기억과 헐벗은 듯 진실한 내면”을 파헤친다. 『육체노동자』는 아름다움과 파괴, 집착과 애도의 감정이 어떻게 한 사람의 몸과 언어를 변형시키는지에 대한 치열한 기록이자, 규범 바깥에서 말해지는 사랑, 그 해체의 시간 속에서도 여전히 놓을 수 없는 감정에 대한 비문법적인 고백이다.

    목차

    [목 차]
      
    추천의 글
    육체노동자
    옮긴이의 말


    [본 문]
      

    그동안 내가 만나 온 애인의 숫자를 세는 건 내 팔다리의 숫자를 세는 것과 같다. 내 몸을 갈기갈기 찢는 일이라도 생긴다면 모를까. 할머니 말고 날 보살펴 준 사람은 빅토르뿐이다. 그렇다고 그가 날 과잉보호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아직까지도 난 날렵하게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는 몸이고, 그라블로트(1870년, 프랑스와 프로이센(독일)간의 전쟁이 벌어진 동북 지역) 같은 곳에서 쏟아지는 포탄 사이를 누비는 내 모습을 상상하곤 한다. 그 무엇도 내게는 심각한 것이 되지 못했다. _12쪽

     

    그는 이름만 가지고도 세상과 통할 수 있는 그런 곳에 소속되고 싶어 했다. 더 이상 느끼거나 필요도 없는 분명한 이름들, 모든 사람들에게 속해 있으며, 그리고 그 울림을 통해 당신네들을 기존 질서에 편입시켜 주는 이름들. 그의 슬픔만큼이나 견고한 이름들. _14쪽

     

    “너 죽기라도 한 거니, 어떻게 된 거야?”

    난 무슨 일이 있나 하는 궁금증을 참지 못한다.

    “당신 무슨 일 있어요?”

    “아무 일도 없어. 견디기 힘들 정도로 고통스러워 그렇지.” _36쪽

     

    거리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 내가 약해지는 이유가 될 순 없었다. 그런데도 자꾸 눈물이 쏟아지려고 했다. 골목골목을 속속들이 다 아는 건 물론 아니었지만, 이 길이 어느 곳으로도 통하지 않는 막다른 길인 것처럼 느껴지기만 했다. _39쪽

     

    빅토르는 기쁘게 내 마음을 어루만져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는지 내가 하는 행동을 뿌리치지 않았다.

    “앞으로는 내 몸 구석구석을 만져도 돼. 이제 난 아무것도 느낄 수가 없어.” _63쪽

     

    그곳엔 잿빛의 거리도, 도시도, 세간의 쑥덕거림도, 비굴한 타협도, 성가신 그 어떤 것도 없었다. 창백한 흐린 하늘 끝엔 언제나 고운 먼지가 깔린 꼬불꼬불한 작은 길과 푸른 언덕이 끝없이 펼쳐졌다. 타는 듯 대기가 뜨거워지면서 축축한 습기가 몸을 감싸면 우리는 그 길을 달렸다. 그 작은 길은 잿빛 그림자를 드리우는 포도밭과 올리브밭 사이로 구불구불 이어지며 노송나무 숲을 감아 돌았고, 노송나무 숲은 큼직한 돌들로 눌러 고정시킨 붉은 기와지붕과 그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등나무가 자라는 작은 기와 벽을 가벼운 화장이라도 시킨 듯 뿌옇게 만들었다. _109쪽

     

    어리석은 일이긴 하지만 내겐 타인들에게 내 삶에 관해 주절주절 떠드는 버릇이 있다. 그러고 나면 언제나 궁지에 몰려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면서도 말이다. 날 잘못 판단하고 있는 그들을 보게 되기 때문이다. 할머니와 빅토르는 닮은 구석이 아주 많다. 우리는 어떻게 손써 볼 수 없는 존재들이다. 우리는 미지의 사람들에게 개인적인 얘기를 털어놓으며 그들을 난처하게 만들면서, 그들의 난처함에 대해선 아무런 걱정도 하지 않는다. 그때 우리는 이미 다른 곳으로 떠나가 있는 것이다. 이것은 증인을 찾아 헤매는 일종의 유희이다. 우리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가지고 훈련을 시키긴 하지만 결코 우리를 속박하지는 않을 그런 증인들을 찾는 유희. 사람들은 우리가 모든 것을 얘기하고 있다고 믿지만, 정작 우리는 아무것도 얘기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경우 진정한 비밀은 슬픔이다. 우리 세 사람은 모두 잘 알고 있다. 전혀 그렇지 않은 척할 뿐이라는 것을. _128쪽

     

    나는 키가 한 3미터쯤 되는 여자이고 싶었지만 부시가에서 볼 수 있는 중남미산 명주원숭이의 키를 넘지 못했다. 그 원숭이는 사슬 끝에 매인 채 박자도 제대로 맞지 않는 오르간 소리에 맞춰 춤을 춘다. 음악이 끝나면 모자를 벗어 구경꾼들 앞으로 내밀며 동전을 구걸해야 하는데, 그 원숭이는 매번 주인을 향해 모자를 내미는 실수를 저지른다. 내가 바로 그랬다. _207쪽

    출판사 서평

    천희란 소설가 추천!

     

    “이 소설은 사회적 규범에 들어맞을 수 없는

    존재에게 주어지는 절망적인 특권이다.”

    -천희란(소설가)

     

    클레르 갈루아의 『육체노동자』가 열림원 프랑스 여성작가 소설 시리즈의 여섯 번째 작품으로 출간되었다. 『육체노동자』는 “사랑이라는 거대한 착시 안에서 겨우 간신히 버티는 자들”을 위한 소설이다. “절망적인 특권”으로 주어진 관계 속에서 “파괴로 완성된 사랑”을 끝내 사랑이라 부를 수밖에 없는 인물, 크리스틴. 그녀는 빅토르라는 단 한 사람을 사랑하면서도 그 사랑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조롱하며 다른 애인들의 목록을 계속해서 늘려나가지만, 그 모든 모순된 몸짓들은 모여 하나의 진실한 감정이 된다. 『육체노동자』가 실패한 방식으로만 사랑할 수 있는 어떤 여성의 절규라면, 자신의 몸을 기억과 고통의 형식으로 보존하는 그녀에게 육체는 사랑을 향한 노동이자 증언의 매체이다. 사랑과 증오, 예술과 노동, 숭배와 모욕의 은밀한 경계를 통과하여 “비로소 춥고 깊은 밤에 도달한 이야기”는 “아이러니로 가득한 인생의 기억과 헐벗은 듯 진실한 내면”을 파헤친다. 『육체노동자』는 아름다움과 파괴, 집착과 애도의 감정이 어떻게 한 사람의 몸과 언어를 변형시키는지에 대한 치열한 기록이자, 규범 바깥에서 말해지는 사랑, 그 해체의 시간 속에서도 여전히 놓을 수 없는 감정에 대한 비문법적인 고백이다.

     

     

    사랑이라는 말로는 충분하지 않은 관계에 대해

     

    “다만 깨닫게 될 뿐이다. 그녀를 지켜보는 불안과 초조함마저

    사랑이라 부를 수도 있으리라는 것을. 크리스틴이 빅토르에게 그랬듯

    나 역시 기꺼이 그녀의 ‘명예스럽지 못한 증인’이 될 것임을.”

     

    1965년에 발표한 『나의 유일한 욕망』 이후 꾸준히 창작활동을 해온 클레르 갈루아는 1970년부터 20년간 〈마리 클레르〉 〈엘르〉 〈르 피가로〉 등 잡지에서 활발한 문학 비평을 했으며 1986년부터는 페미나 상의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다. 『육체노동자』에서 클레르 갈루아는 병으로 고통받는 어느 동성애자 빅토르와 그를 사랑하는 여자 크리스틴, 그리고 이 두 사람을 둘러싼 복잡 미묘한 인물들의 관계를 간결하고도 감각적인 문체로 그려낸다. 『육체노동자』는 예민하고 독특한 방식으로 정상 범주 바깥에 자리한 욕망과 여성의 시선을 포착하며, 프랑스 문단에서 클레르 갈루아를 독보적인 작가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감정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이 고통스러운 실험은, 우리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빅토르는 신경이 서서히 마비되는 병에 걸렸을 뿐 아니라 고집스럽고 신경질적인 성격으로 크리스틴에게 헌신적이고 온전한 사랑을 주지 못하지만, 크리스틴에게 그는 “감당하고 싶은 무게, 살갗을 벗겨내야만 지울 수 있는 아름다운 문신” 같은 존재다. 두 사람을 둘러싼 세베로, 라이오넬, 아쉴, 자크 등의 비규범적인 관계는 세간의 시선으로는 쉽게 인정하기 어렵지만, 그들만이 만들어 나가는 복잡한 사랑을 통해 우리는 상징과 은유가 씨실과 날실로 직조된 프랑스 소설의 진수를 만날 수 있다.

     

     

    문턱이라는 사이 공간에 자리한 사랑의 존재론적 모순

     

    “문은 항상 열려 있거나 닫혀 있는 게 아니다.

    대부분 두 가지 경우가 공존한다. 그것이 진실이다.”

     

    빅토르의 죽음을 앞두고, 그가 머물던 장소와 함께 시간을 보냈던 공간을 따라가는 크리스틴의 짧은 여정은 “다시는 만질 수도, 볼 수도 없는 영원한 이별을 향한” 움직임이 된다. 이 여정은 과거와 현재, 사랑과 상실, 욕망과 체념이 끊임없이 겹쳐지는 기억의 궤적이다. 『육체노동자』는 크리스틴이 이른 아침 집을 나선 것으로 시작해, 늦은 밤 목적지인 코르뒤레에 도착할 때까지, 하루 동안의 시간을 따라가면서 두 사람 사이의 10년을 병치시킨다. 살아 있음과 죽음 사이, 관계의 유효성과 무력함 사이, 말해지는 것과 끝내 말해지지 못하는 것들 사이에서 이 이야기는 열린 문턱 위에 선다. “소설의 등장인물들이 빚어 내는 상처투성이 감정들의 파노라마는 감동적이다.” “사랑과 배려와 안타까움과 믿음은 물론이고 시기와 원망과 비웃음과 분노까지도 그렇다. 심지어는 죽음으로 가는 길마저 아름답다.” 『육체노동자』는 사랑을 말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어떤 사랑 소설과도 다르다. 이 작품은 감정의 심연에 침잠한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무엇이 사랑을 사랑이게 하는가? 누군가를 욕망하고 동시에 증오하며, 이해할 수 없으면서도 포기하지 못하는 감정은 무엇으로 설명될 수 있는가? 크리스틴은 그 질문에 답하지 않는다. 대신 질문 자체를 온몸으로 살아낸다. 그녀의 서사는 균질적인 언어로는 번역되지 않으며, 그녀의 고백은 잔혹하리만치 솔직하고, 절망적일 정도로 아름답다. 단지 육체로 겪어야만 했던 어떤 사랑의 방식, 그리고 그것이 남긴 흔적의 무게를 이야기하며, 『육체노동자』는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말한다. 우리는 모두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여전히 무언가를 감당하고 있는 존재들이라고.

    저자 소개
    저자 : 클레르 갈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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