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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시지와 광기

    • 야콥 하인 저
    • 박경희 역
    • 문학동네
    • 2025년 04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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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품 규격 정보
    상품상세정보
    ISBN ISBN-13 : 9791141609986
    쪽수1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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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품구성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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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채식인의 세상에서 도저히 고기를 끊을 수 없었던

    한 육식인 이야기

     

    채식과 육식이라는 양 진영을

    적나라하게 자극하는 압도적인 익살극!

    목차

    [목 차]
      
    소시지와 광기 9
    옮긴이의 말 129


    [본 문]
      

    어느 날 둘러보니 고기를 먹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거예요. 시대가 달라진 거죠. 담배도 안 피우고, 카페인 음료는 점점 많이 마시고요. 이런 말은 좀 그렇지만, 아직도 섹스는 하나 모르겠군요. 모든 게 재미없고 시들해졌어요. 개인이 지구에 남기는 흔적에 대한 담론이 줄기차게 이어졌죠. (11p)

     

    고기를 사고 싶다면, 그러니까 사회적으로 할복할 것이냐 아니면 실제로 할복할 것이냐 하는 선택의 기로에 서는 거였죠. 그렇게 멀리 와 있더란 말입니다. (17p)

     

    이미 과거에도 샐러드 말고는 아무것도 먹지 않은 경험을 일주일이나 했었는데 기분은 좋았어요. 그래요, 고기샐러드이긴 했지만, 어쨌든 이름이 알려주듯이 메인은 샐러드였어요. 뿔닭은 여하튼 닭이지 뿔이 아니지 않습니까. 독일어, 아주 간단해요. (31p)

     

    나이든 여비서가 그날 제게 간청을 하더라고요. 고기 얘기 좀 줄여달라고요. 자기뿐만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몇몇 동료가 이미 같은 말을 했다고요. 이해는 가는데요. 채식을 하기가 그렇게 힘들어요? 그 물음에 저는 저의 어딘가에서 현이 툭 끊어지는 소리를 똑똑히 들었습니다. 그게 당신과 무슨 상관이야, 저는 신경질적으로 마주 부르짖었습니다. 당신 일이나 신경쓰라고. (37p)

     

    고기 없는 것들을 위에 쑤셔넣어봤자 몇 분 후 경보가 울렸습니다. 배고파, 배고프단 말이야! 우리를 먹여 살리기 위해 절실히 필요한 죽은 동물의 살점은 어딨어? 어차피 고기 없는 음식은 먹으나마나였기에 저는 먹기를 포기하다시피 했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싶군요, 형사님. 채식을 한다는 건, 그렇게 부르지만 않을 뿐 단식투쟁이나 다름없다고요. (55p)

     

    많은 사람이 처음에 더 많은 치아를 잃더군요. 치아가 할일이 없다는 걸 알고 미리 알아서 사라져주는 거죠. 멀건 수프와 퓌레 같은 거야 이 없이도 삼킬 수 있잖아요. 과거에 뼈에서 힘줄을 떼어내야 했을 때, 닭다리를 뜯고 각 부위의 힘줄들을 잘게 나눠야 했을 때, 그때는 할일이 있었던 거죠. 채식 섭취란 말 그대로 풀밭을 물어뜯어 무덤을 파자는 것 아닙니까. (59p)

     

    에너지 절약형 주택을 세우겠다고 살던 집을 헌다든지, 연비 절약형 자동차를 사겠다고 소유한 자동차를 바닷물에 처박는다든지 하는 것도 환경친화적인 건 아니잖습니까. 말 한 마리를 갖겠다거나 소 한 마리를 살려주고 싶어하는 아홉 살 여자아이의 눈으로 채식주의를 바라볼 수만은 없는 겁니다. (81p)

    출판사 서평

    정육점이 유해시설이 되고, 육식이 부끄러운 일이 된 세상

    채식주의에 역행한 육식인이 살인 용의자로 심문받기까지

     

    채식주의가 사회의 주류가 된 가까운 미래의 독일. 정육점들은 거의 사라졌고, 몇 안 남은 곳마저 유해시설로 분류되어 미성년자는 출입하지 못한다. 주인공는 도저히 육식을 포기할 수 없지만 자신을 미개인 취급하는 사회 분위기에서 결국 고기를 끊어보기로 한다. 유명한 채식주의 블로거톰 두부가 공유해주는 정보들을 참고해 생기 없는 채식 생활을 연명하던 어느 날, 나에게육수맛내기69’라는 수상쩍은 닉네임을 가진 자가 접근해온다. 그는 불교계와 제약산업, 무기산업, 포르노산업, 콩과 두부 산업체가 거대한채식 카르텔을 이루어 왜곡된 채식주의를 퍼뜨리고 있다고 주장하며, 자신들의 육식지하조직에 들어와 함께 육식주의를 되돌리자고 제안한다. 기대감에 들뜬 나는 지하 육식파의 활동에 적극 가담하지만, 어딘가 극단적인 그들의 광기에 의구심을 품는 사이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고 마는데……

     

    우리 동네 정육점 헤스가 문을 닫았을 때 저는 처음으로 심각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헤스가 우리 동네 거리에 문을 연 게 수십 년은 넘었거든요. 후덕한 정육점 아주머니들의 하얀 앞치마에는 늘 흐릿한 선홍색 핏자국이 묻어 있었죠. 손님들한테 고기를 주고 나면 매번 거기다 손을 쓱 닦았거든요. 헤스는 우리 동네의 공공기관이나 다름없었고, 헤스가 없는 우리 동네는 상상도 할 수 없었는데 거기가 문을 닫더란 말입니다. 유기농상점들과 채소가게들, 즉석 생과일주스와 공정무역커피를 파는 가게들 틈에서 헤스는 버텨내지 못했어요. (본문 13p)

     

    공교롭게도 채식주의자가 피 흘리며 누운 모습을 보고 있자니 혼란스럽고 기분이 묘했습니다. 그러나 형사님, 저는 기쁩니다. 모든 게 끝났다는 것이 기쁘고 홀가분합니다. 아시겠습니까, 제게 그는, 한때 저 자신이 그랬듯 어디까지나 채식주의자였단 말입니다. 채식주의자란 무릇 과일, 채소, 곡물 같은 것을 제 속에 욱여넣는 사람들이죠. 그의 죽은 고깃덩어리와 붉게 흐르는 피는 어울리는 그림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이미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드디어 모든 게 끝났다는 사실이 기쁩니다. 이 모든 게 살인과 유혈극으로 이어지리라는 것은 정말로 예상 밖의 일이었고, 저는 놀란 마음으로 스스로에게 되물을 뿐입니다. 더 무슨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하고요. (본문 9p)

     

    : 매 끼니마다 고기를 즐기고 채식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었으나, 회식 자리에서 회사 동료들의 강압에 못 이겨 채식주의를 선언한다. 억지로 채식 생활을 이어가며 우울하게 지내던 어느 날, 육식지하조직에 가입해 육식 세상을 되돌리겠다는 원대한 꿈을 품는다.

     

    톰 두부: 유명한 채식주의 블로거. 채식을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고기 한 점, 육수 한 모금 입에 대지 않는 완벽한 채식주의를 유지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인물이다.

     

    육수맛내기69: 사람들을 육식의 길로 다시 인도하기 위해 은밀하게 활동하는 육식지하조직의 수장. 모든 종류의 채식, 특히 콩과 두부를 증오한다.

     

     

    고민 없는 즐거움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우리가 먹고 마시고 소비하는 일에 대한 윤리적 고민에 대하여

     

    『소시지와 광기』는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채식이 주류가 되고 육식이 금기시된 사회의 모습을 풍자적으로 그린 독일 작가 야콥 하인의 대표작이다. 주인공는 늘 대세에 순응해온 인물이다. 몸에 꽉 끼는 바지가 유행하자 자신이 좋아하는 펑퍼짐한 바지를 포기했던 것처럼 고기를 버리고 채소를 먹어보려 하지만 식생활은 생각보다 삶의 많은 부분에 영향을 미쳤다. 그런 나에게 채식과 육식을 대표하는 두 인물톰 두부육수맛내기69’가 나타난다. 자신에게 맞지 않는 채식 생활로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생기를 잃어가던 나는 채식과 육식이라는 양 진영의 인물들에게 극단적인 완벽함을 강요당하며 스스로도 판단력을 잃고 그들과 비슷하게 광기로 물들어간다.

     

    분노의 폭풍우가 저를 향해 밀려왔습니다. 대체 제정신이냐. 동물들의 죽음에 자네 자신이 책임이 있다는 걸 아느냐 모르느냐. 아마 그 동물은 살아생전 그 넓적다리로 몇 발짝 떼보지도 못했을 거다. 잔인한 죽음에 앞서 빛은 구경조차 못해봤을 거다. 수천 마리씩 비좁은 공간에 갇혀, 살아 있는 몸으로 깃털이 뜯기고, 반은 살아 있는 상태에서 똥물을 통과해 마지막에는 토막이 쳐진다는 말이다. 대화가 계속되는 동안 제 앞의 음식은 전쟁터로, 차갑고 못 볼 꼴로 변해갔습니다. (본문 25p)

     

    내가 채식주의자가 된다고 해서 축산업계의 근면한 노동자들이 나를 위해 고기를 생산해내는 일을 하루아침에 그만둘 수 있는 노릇은 아니에요. 내가 그러기로 결심해도, 이미 많은 동물이 나를 위해 마구간에서 도축될 날을 기다린다고요. 갑자기 채식주의자가 한 명 더 생겼다고 캡티브볼트라든가 그런 걸 그냥 꺼버릴 수 있나요, 그러니까 불쌍한 동물들을 도살한 다음 바로 쓰레기통에 던져버리는 거죠. 모든 게 그저, 내가 갑자기 그것들을 먹기에는 너무 선량해졌다는 이유만으로요. (본문 77p)

     

    이 소설은 오늘날 많은 이들의 관심사인채식 대 육식이라는 주제를 양 극단의 관점에서 모두 다루고 있다. 육식은 육가공품의 비윤리적 생산 과정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채식 역시 동반되는 환경과 건강 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이 둘이 공통으로 안고 있는 문제는, 결국 인간이 필수적으로 먹고 마시는 일이 자본주의 생산 시스템의 영향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야콥 하인은 『소시지와 광기』 출간 인터뷰에서고민 없이 쾌락만을 추구하는 삶도 가능하겠으나, 그것이 옳지 않게 느껴지기에 인생의 즐거움과 마찬가지로 사유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하며, 어떤 가치를 지향하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윤리적 문제에 대한 사유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피력했다.

     

     

     

     

     

     

     

    어느 진영에도 소속되기를 거부하며 비판의식을 견지하면서

    더불어 희망과 유머를 잃지 않는 작가 야콥 하인

     

    독일의 작가 야콥 하인은 유년기에 공산주의 교육을 받고, 청소년기에 베를린장벽의 붕괴를 경험했으며, 통일된 자본주의 국가에서 성인이 되어 살면서 서로 대립된 두 세계에서 성장기를 보낸 독특한 삶의 이력을 지녔다. 그는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를 읽고 채식주의를 실천하게 되었다. 다만 그가 채식을 시작할 당시 독일 사회에는 채식주의를 광적으로 옹호하는 분위기가 확산되었고, 하나의 이데올로기에 극단적으로 치우치는 경향을 경계해온 그는 『소시지와 광기』를 집필하게 되었다. 야콥 하인은 이 소설을 통해 대립하는 두 진영을 의도적으로 극단의 관점에서 묘사하고 익살스럽게 풍자함으로써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 세심하게 사유해볼 것을 제안한다.

     

     

    ◆ 이 책에 쏟아진 찬사

    야콥 하인은 최고의 익살꾼이다. 핵심을 찌르는 표현은 기묘하면서 결코 어설프지 않다.

    _디 차이트

     

    압도적인 익살극. 채식주의에 대한 선입견을 적나라하게 대결시켜 양 진영을 자극한다.

    _메르키셰 알게마이네 차이퉁

     

    모든 종류의 극단주의자들, 아무것이나 종교화하고 오래도록 믿는 이들을 풍자적으로 비꼰다.

    _포에텐라덴

     

    사회적 압력으로 채식주의자가 되었다가 다시 육식으로 돌아가는 광기 어린 독백이 흥미롭다.

    _프랑크프루터 알게마이네 차이퉁

    저자 소개
    저자 : 야콥 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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