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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72799766009 |
|---|---|
| 쪽수 | 240쪽 |
| 크기 | 기타 규격 |
| 제품구성 | 잡지 |
- 잡지 > 시사교양
기획논문
과학기술학과 사회 정의
대담
이세돌 사범이 말하는 인공지능과 창의성
과학기술정책 워크숍
과학기술과 안보
“융합하고 교차하는 과학기술과 사회의 관계를 탐색하다”
과학기술의 급격한 발전과 그 이면의 새로운 불평등,
과학기술과 사회 정의의 관계를 논하다
“21세기는 인공지능과 같은 정보혁명, 유전자 조작 같은 생의학적 변환,
그리고 기후위기로 특징지어지는 인류세의 대변혁이 진행되는 시기다.
과학기술은 현기증이 날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데, 이런 빠른 발전의 이면에
혜택을 받는 사람과 피해를 당하는 사람들 사이의 간극이 더 커지고 있다.”
― 홍성욱, 「들어가며」 중에서
『과학기술과 사회』 7호의 특집 주제는 ‘과학기술학과 사회 정의’이다. 인공지능의 발전과 같은 정보혁명, 유전체학과 생명공학을 비롯한 생의학적 혁신 등, 과학기술의 급격한 발전은 그 이면에 새로운 형태의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인공지능은 데이터세트가 사회적·역사적 불평등을 그대로 반영할 때 기존의 사회적 편견을 강화하고 재생산하며, 의료 분야의 혁신은 최첨단 치료에 대한 접근성의 차등적 분배에 따른 건강 불평등 문제를 야기한다. 또한 유전체학 연구에서는 국가 주도의 생물학적 식민주의와 연구자와 피험자 사이의 식민주의적 관계가 문제시되고 있다. 한편, 인간의 지구적 영향 증가로 정의되는 인류세 시대는 기후 정의와 환경적 불평등의 문제를 낳고 있다. 이처럼 과학기술과 사회 정의의 상호작용이 점차 중요한 의제가 되어 가고 있는 시점에 『과학기술과 사회』 7호는 ‘과학기술학과 사회 정의’를 특집 주제로 삼아, 과학기술학의 관점에서 과학기술의 발전과 사회 정의의 관계를 성찰하는 네 편의 기획논문을 모았다.
먼저 최은경(경북대학교 의과대학 의료인문·의학교육학교실 부교수)은 체외수정, 인공자궁,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편집 등 새로운 재생산 테크놀로지의 발전이 재생산 정의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한다. 현재환(부산대학교 교양교육원 부교수)은 유전체학에서 발생하는 불평등과 차별을 지적하며 정의로운 연구 설계를 목표로 하는 유전체 정의를 포스트식민주의 STS 논의에 위치시킨다. 이두갑(서울대학교 과학학과 교수)은 21세기 과학기술 혁신의 메카라 불리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의 과학기술 혁신과 사회 정의의 관계를 탐구하며, 혁신의 이득과 위험의 불균형을 분석한다. 마지막으로 원정현(숭실대학교 물리학과 강사)은 인류세 공식화 논쟁 과정을 추적하며, 인류세가 공식적인 지질시대로 인정받지 못한 이유를 분석한다.
과학기술학은 과학기술의 발전과 진보를 동일시하는 기술결정론적 서사를 경계하며 과학기술과 사회의 관계에 대한 다층적인 분석을 수행해 왔다. 현기증이 날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과학기술의 연구개발과 사회적 수용에 있어 사회적, 윤리적 함의들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시급한 지금, ‘과학기술학과 사회 정의’를 주제로 한 네 편의 기획논문은 이에 대한 다층적인 시각과 논의를 제공한다.
인공지능 시대, 인간 창의성의 역할은 무엇인가?
이세돌 사범과 과학기술학자 전치형의 대담
“지금 문제는 인공지능이 이미 정답을 가진 상태라는 점입니다.
이제 인공지능은 사람이 이길 수 없는 경지까지 도달했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보고 따라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이것을 예술이라고 부를 수가 없습니다. 예술은 정답이 없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 이세돌, 본문 중에서
‘대담’에서는 이세돌 사범과 전치형 교수(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가 만나 ‘인공지능과 창의성’을 주제로 대화했다. 2016년, 이세돌 사범과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알파고 간의 대국은 단순한 승패를 넘어선 역사적 사건으로,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와 창의성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던졌다. 바둑을 단순한 게임이 아닌 예술로서 대하고 창의성을 바둑의 본질로 여긴 이세돌 사범은 알파고의 등장으로 바둑계의 기존 틀이 무너지고 바둑의 새로운 기준이 제시되었다고 말한다. 이세돌 사범은 이것이 바둑뿐 아니라 글쓰기, 그림, 음악 등 인간의 창작 영역 전반에 발생할 수 있는 변화임을 암시한다. 대담은 이세돌 사범의 경험과 통찰을 통해 인공지능 시대에 창의성의 본질과 가치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기회를 마련한다.
과학기술의 안보 이슈를 살피는 ‘과학기술정책 워크숍’
‘과학기술정책 워크숍’에 실린 선인경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지속가능혁신정책 연구단장의 글은 과학기술과 관련한 안보 이슈가 계속 언론 지면을 장식하는 현시점에 중요한 정책 의제로 떠오른 연구안보의 기본 원칙을 살피고 각국의 정책 대응 사례를 일별한다. 2020년에는 하버드 대학교 교수 찰스 리버가 연구 결과를 중국 기관에 넘겼다는 혐의로 체포되는 일이 있었고, 국내에서도 카이스트 현직 교수가 중국으로 자율주행 기술을 유출했다는 혐의를 받고 유죄를 선고받는 일이 있었다. 이처럼 과학기술 연구가 국제화되고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산업 기밀과 기술 유출, 연구안보 위반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과학과 글로벌 연구 생태계의 건전성과 그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위협받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커지는 가운데, 연구안보에 대한 각국의 대응을 폭넓게 조망한다.
과학기술과 사회의 새로운 관계를 여는 다채로운 서평
‘서평’에서는 과학기술 분야의 화제작들을 다룬다. 조수남(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 교수)은 데이터과학자 크리스 위긴스와 역사학자 매튜 L. 존스의 『데이터의 역사』를 읽으며 다양한 행위자의 역할과 상호작용을 통해 데이터의 규모와 권력이 막강해지는 과정을 살펴본다. 한용주(서울대학교 과학학과 박사과정)는 디지털 경제와 기술 혁신의 중심이자 글로벌 생산망과 지정학적 경쟁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는 반도체를 둘러싼 패권 경쟁과 글로벌 생태계의 형성 과정을 경제사학자 크리스 밀러의 『칩 워』를 통해 조망한다. 홍성욱(서울대학교 과학학과 교수)은 2024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런 아세모글루와 사이먼 존스의 『권력과 진보』를 읽으며 주류 경제사 서술과 대비되는 기술 혁신과 경제에 관한 저자들의 관점을 살피고, 나아가 이러한 관점을 다시 과학기술학의 관점에서 비평한다.
기획논문
최은경은 「새로운 재생산 테크놀로지: 계층화된 재생산에서 재생산 정의 살피기」에서 체외수정, 인공자궁,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등 새로운 재생산 테크놀로지의 중흥과 그 함의를 재생산 정의의 차원에서 살펴본다. 이 논문은 신자유주의 체제 아래 주변화된 집단의 재생산 노동 상품화와 부모됨의 규범화 및 계층화된 여성 신체에 대한 개입 문제를 비판하며, 글로벌 신자유주의 정권하에서 재생산의 계층화된 성격을 비판한다. 특히, 주변화된 집단에서 재생산 노동이 상품화되고 있으며 부모됨을 둘러싼 신자유주의적 규범이 제조되고 있음에 주목한다. 또한 환경 정의나 트랜스내셔널 정의와 같은 재생산 정의와 연결된 또 다른 정의들을 재생산 테크놀로지 문제와 연결시켜야 함을 주장한다.
현재환은 「유전체 정의와 포스트식민주의 STS의 가능성」에서 과학기술학과 사회 정의의 관계를 검토하기 위한 사례로 유전체 정의에 관한 STS 연구들을 검토한다. 유전체 정의는 유전체학에서의 연구 설계, 생체시료 수집, 데이터 공유, 연구 분석 및 이익 분배 과정의 불평등과 차별을 지적하고 인식론적, 실천적 차원 양측에서 보다 정의로운 유전체학 연구를 구현하는 것을 요구하는 간학제적 연구 흐름이다. 이 글은 아메리카 국가들, 그 가운데에서도 주로 미국 학계의 맥락에서 이루어진 유전체 정의와 관련된 중요한 역사적 사건들과 관련 STS 연구들을 검토하며, STS가 사회 정의에 기여할 수 있는 바를 살피는 하나의 창으로 활용한다.
이두갑은 「실리콘밸리와 혁신, 그리고 사회 정의」에서 21세기 과학기술 혁신의 메카라 불리는 미국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나타나는 과학기술 혁신과 사회 정의의 문제를 살펴보는 분석틀을 마련하기 위해 관련 과학기술학 연구들을 리뷰한다. 이를 통해 과학기술 혁신과 사회 정의의 관계를 탐구하며, 혁신의 이득과 위험의 불균형을 분석한다. 그리하여 초기 실리콘밸리의 평등주의적 이상이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지 못하고 젠더와 인종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도시 빈곤과 환경 문제를 구조화했음을 드러내면서, 다양성과 포용성을 존중하는 새로운 혁신 정치의 가능성을 전망한다.
원정현은 「인류세 논의의 역사와 의미: 인류세는 왜 공식 지질시대가 되지 못했나?」에서 인류세 공식화를 둘러싸고 과학자들 사이에서 벌어진 논쟁 과정을 추적한다. 2023년, 인류세 실무단은 1950년대부터 인류세가 시작되었다는 제안서를 제4기 층서소위원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인류세는 공식적 지질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인류세 실무단의 해석에 대한 비판들이 제기되었다. 이 글은 인류세 공식화에 찬성한 과학자와 반대한 과학자들이 자신들이 가진 과학 지식의 권위를 적절한 행동 양식을 촉구하는 데 이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모두 정치적 성격을 띠고 있었음을 보인다. 나아가, 원정현은 과학자들이 과학뿐 아니라 사회와 역사와 실천을 언급하는 시대에 이르렀음을 이야기한다.
대담
대담 「인공지능과 창의성」에서는 이세돌 사범과 과학기술학자 전치형이 만났다. 2016년, 이세돌 사범과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알파고 간의 대국은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와 창의성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일대 사건이었으며, 한국 정부가 ‘4차 산업혁명’을 국가적 어젠다로 추진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그로부터 약 10년이 지난 현재, 인공지능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이세돌-알파고 대국이 예증한 인공지능 시대를 우리 앞에 가져다 놓은 듯하다. 이세돌 사범은 인공지능이 바둑계에 어떤 변화를 일으켰는지 논하며, 이것은 바둑에 먼저 일어난 것일 뿐 앞으로 다른 예술 영역에도 닥칠 일이라고 이야기한다. 대담과 더불어 2016년 이세돌–알파고 대국의 의미와 인공지능의 창의성에 관한 전치형의 발제문과 알파고 대국의 경험과 바둑의 과거, 현재, 미래에 관한 이세돌 사범의 짧은 강연록이 함께 실렸다.
과학기술정책 워크숍
과학기술정책 워크숍 「과학기술 안보화에 따른 연구 생태계 변화」에서는 국가적·국제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과학기술 분야의 연구안보에 관해 살펴본다.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고, 연구 활동에서의 국제 협력이 증대됨에 따라 연구안보를 위반한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OECD에서 과학 정책 의제를 논의하는 ‘글로벌사이언스포럼’에서 정부 대표단으로 활동하고 있는 선인경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지속가능혁신정책 연구단장이 연구안보의 기본 원칙과 위반 사례, 주요국의 정책 대응 사례를 조망한다. 나아가, 국내 연구자들로부터 수렴한 의견을 바탕으로 한국 연구안보의 현주소를 점검하며, 글로벌 연구 생태계의 일원으로서 연구자가 마주할 수 있는 연구안보적 리스크가 연구진실성 체계에 반영되는 제도적 개선을 요구한다.
[목 차]
들어가며 _ 홍성욱
기획논문 과학기술학과 사회 정의
새로운 재생산 테크놀로지:계층화된 재생산에서 재생산 정의 살피기 _ 최은경
유전체 정의와 포스트식민주의 STS의 가능성 _ 현재환
실리콘밸리와 혁신, 그리고 사회 정의 _ 이두갑
인류세 논의의 역사와 의미: 인류세는 왜 공식 지질시대가 되지 못했나? _ 원정현
과학기술정책 워크숍 과학기술과 안보
과학기술 안보화에 따른 연구 생태계 변화 _ 선인경
심층 인터뷰
인공지능과 창의성의 미래 _ 이세돌, 전치형
서평
데이터의 역사를 통해 본 권력과 프라이버시의 문제 _ 조수남
크리스 위긴스·매튜 L. 존스, 『데이터의 역사』
실리콘 패권 경쟁과 글로벌 반도체 생태계의 형성 _ 한용주
크리스 밀러, 『칩 워』
결국 선택의 문제다 _ 홍성욱
대런 아세모글루·사이먼 존슨, 『권력과 진보』
〈과학기술과 사회 네트워크〉 설립 취지
『과학기술과 사회』 제8호 투고 안내
[본 문]
21세기는 인공지능과 같은 정보혁명, 유전자 조작 같은 생의학적 변환(biomedical transformations), 그리고 기후위기로 특징지어지는 인류세의 대변혁이 진행되는 시기다. 과학기술은 현기증이 날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데, 이런 빠른 발전의 이면에 혜택을 받는 사람과 피해를 당하는 사람들 사이의 간극이 더 커지고 있다. (……) 이렇게 현대 사회에서 과학기술과 사회 정의의 상호작용이 점차 중요한 의제가 되어 가고 있는 시점에 『과학기술과 사회』 7호는 ‘과학기술학과 사회 정의’를 ‘기획논문’의 주제로 잡았다.
―홍성욱, 「들어가며」, 4-5쪽
재생산 정의는 재생산 기술에 대한 접근성과 평등, 재생산 기술의 혜택 확산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예방적 차원에서 불임을 둘러싼 지역적 맥락, 불임 여성이 겪는 차별과 폭력 문제까지 대응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를 제공한다. 그렇다면 재생산 정의의 관점에서 불임을 해결해야 할 의료적 문제로, 새로운 재생산 테크놀로지를 중립적인 기술로 이해하는 것은 충분한 것일까? 선택적 임신 중절이나 선택적 선별과 같은 우생학적 함의를 벗겨 낸다면 재생산 테크놀로지 자체의 정의(justice) 차원의 문제는 없는 것인지가 주요한 과제가 된다.
―최은경, 「새로운 재생산 테크놀로지: 계층화된 재생산에서 재생산 정의 살피기」, 20쪽
포스트식민주의 STS가 사회 정의와 관련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탈식민화’의 약속 때문이다. 탈식민화를 포스트식민주의 STS의 궁극적인 목표로 삼는 연구자들은 선주민의 ‘토착 지식(indigenous knowledge)’을 포스트식민 지식 혹은 ‘서발턴 지식(subaltern knowledge)’으로 개념화하며 여기에서 테크노사이언스에 내장되어 있는 서구 헤게모니와 식민주의를 탈식민화할 가능성을 담은 반식민주의적 요소나 대안적 ‘합리성’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현재환, 「유전체 정의와 포스트식민주의 STS의 가능성」, 47쪽
실리콘밸리 과학기술 혁신가들의 공동체가 어떠한 문화와 기술적 상상력하에서 활동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그들이 지닌 과학기술과 혁신, 사회와 문화의 관계에 대한 독특한 생각은 그들이 발전시키는 과학 지식과 기술 혁신의 방향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또한 과학기술이 자아의 실현과 발전을 위한, 그리고 사회를 변혁시킬 수 있는 도구라는 생각은 기술 혁신과 사회 변화를 개인적 차원에서의 추구와 시장의 선택이라는 한정적 관계로 정의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 이 공동체가 지닌 개인과 공동체, 회사와 사회, 일과 노동의 관계에 대한 생각은 사회가 어떠한 방식으로 이러한 기술을 사용하고, 이를 통해 혁신 기술들이 문화와 정치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결정할 수 있기도 하다.
―이두갑, 「실리콘밸리와 혁신, 그리고 사회정의」, 110쪽
인류에 의한 지구 환경 변화를 포괄적으로 대변하는 용어로서, 그리고 지구 환경 변화를 막기 위한 행동을
촉구하는 수단으로서 인류세는 과학자들 사이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인류세 공식화를 찬성하든 반대하든, 이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과학 지식을 데이터로 시각화해서 보여 주며, 자신들의 과학 지식이 가지는 권위를 바탕으로 지구 환경 변화에 대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려고 한다. 바로 그런 점에서 이들은 그 자신들이 상대방을 비판할 때 썼던 용어 그대로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과학자들이 과학을 벗어나 사회와 역사와 실천을 언급하는 시대, 그것이 바로 인류의 시대가 필연적으로 과학자에게 요구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원정현, 「인류세 논의의 역사와 의미: 인류세는 왜 공식 지질시대가 되지 못했나?」, 155쪽
연구안보가 정책적 의제로 부상하게 된 배경에는 크게 몇 가지 요인이 있다. 먼저,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었다. (……) 특히 기술 경쟁이 과열됨에 따라 불법과 합법을 가리지 않는 연구 자산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또, 연구자들이 국제 협력과 공동 연구, 교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의도적이지 않게 연구안보를 위반한 사례가 많이 발생했다. 이러한 사건들이 축적됨에 따라, 과학과 글로벌 연구 생태계의 건전성과 그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위협받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커지면서 연구안보에 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선인경, 「과학기술 안보화에 따른 연구 생태계 변화」, 163쪽
지금 문제는 인공지능이 이미 정답을 가진 상태라는 점입니다. 이제 인공지능은 사람이 이길 수 없는 경
지까지 도달했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보고 공부하고 50수 정도를 따라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이것을 예술이라고 부를 수가 없습니다. 예술은 정답이 없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미 정답이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예술이라기보다는 보드게임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죠. (……) 음악이나 미술의 미래에 대한 우려들은, 바둑에서는 이미 벌어진 일입니다.
―이세돌·전치형, 「인공지능과 창의성의 미래」, 201-202쪽
결국 위긴스와 존스가 데이터의 역사를 통해 보여 주려는 것은 데이터 기술이 단순한 과학기술이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는 데이터 기술의 역사가 수학적, 과학적 연구의 보편적 진보의 결과물이 아니라 독특한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맥락 속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와 권력 구조에 의해 진화한 것이라는 구성주의적 관점을 보여 준다. 데이터의 생성, 분석, 활용 방식은 누가 데이터로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정부나 기업 등이 특정 사안에 어떻게 대응하려고 했는지, 당대 사회적 인식과 요구가 무엇이었는지에 따라 좌우될 수 있는 것이었다. 이는 위긴스와 존스가 데이터 기술과 프라이버시에 관한 접근 방식 등과 관련해 과거에 또 다른 선택지가 존재했음을 강조하는 이유라 할 것이다.
―조수남, 「데이터의 역사를 통해 본 권력과 프라이버시의 문제」, 211쪽
크리스 밀러는 『칩 워』에서 반도체 역사에서 정치경제적 단절과 충돌이 기술 발전과 산업 재편에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강조한다. 그는 미국과 일본 간 기술 경쟁을 비롯해 특정 시기와 장소에서 발생한 기술적 충돌이 새로운 기술 질서와 생산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과정을 탐구하며, 기술 발전이 국제 정치와 경제적 맥락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보여 주었다. (……) 밀러의 책은 이러한 복잡한 반도체 산업의 역사를 예리하게 포착하며, 기술 발전이 단순한 혁신이 아니라 정치적·경제적 요인과 긴밀히 얽힌 과
정임을 설득력 있게 드러냈다.
―한용주, 「실리콘 패권 경쟁과 글로벌 반도체 생태계의 형성」, 220쪽
아세모글루와 존슨의 ‘기술 철학’은 기술의 가치 중립성에 근거하고 있다. (……) 그런데 STS에서 기술을 보는 관점은 이보다 좀 더 미묘하고 복잡하다. 기술은 시공간을 관통하는 네트워크가 접힌(folded) 상태이다. (……) AI는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내기도 하는데, 이는 AI가 고유한 자율성을 가졌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데이터, 인간 행위자, 그리고 여타 비인간 행위자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STS는 기술의 이런 특성이 AI만이 아니라 기존의 오래된 기술에도 비슷하게 적용된다고 본다. 그래서 STS는 기술과 정치를 엄격하게 나누거나, 전문가와 시민의 역할을 분명히 구분하는 실천적 제안에 대해 비판적이다.
―홍성욱, 「결국 선택의 문제다」, 234쪽
조수남은 「데이터의 역사를 통해 본 권력과 프라이버시의 문제」에서 크리스 위긴스와 매튜 L. 존스의 『데이터의 역사』를 다룬다. 인공지능의 급격한 발전과 함께 데이터의 수집과 활용을 두고 윤리적 문제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다. 조수남은 데이터 기술의 역사가 독특한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맥락 속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와 권력 구조에 의해 진화한 것이라는 저자들의 구성주의적 관점에 주목한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행위자 네트워크 이론의 관점에서 다양한 행위자의 역할과 상호작용을 통해 데이터의 규모와 권력이 막강해지고 있음을 지적한다.
한용주는 「실리콘 패권 경쟁과 글로벌 반도체 생태계의 형성」에서 크리스 밀러의 『칩 워』를 리뷰한다. 한용주는 ‘과학기술의 지정학’, ‘반도체의 가치사슬’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책의 주요 논점과 기여를 평가하며 현대 과학기술 연구에 갖는 함의를 설명한다. 이를 통해 반도체 칩 하나를 이해하는 일은 곧 반도체 설계, 제작, 활용을 중심으로 기술과 국제 정세, 기업 문화가 얽힌 복잡한 네트워크를 생생히 그려 내며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맥락을 파악하는 작업이 되어야 함을 이야기한다.
홍성욱은 「결국 선택의 문제다」에서 대런 아세모글루와 사이먼 존슨의 『권력과 진보』를 다루었다. 이 글에서 홍성욱은 기술 혁신에 관한 ‘정통’ 경제학의 관점을 정면으로 논박하는 저자들의 논의를 조망한다. 특히 기술 혁신이 제어되지 않았을 때 기존의 불평등이 심화되는 방향으로 혁신의 경제적 결과가 나타났음을 지적하며, 정치적 개입과 제도적 저항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저자들의 역사적 논의가 오늘날 인공지능 발전에 시사하는 바에 주목한다. 또한, 저자들의 관점을 과학기술학의 관점에서 다시 한번 비평하며, 공통점과 차이점, 의의와 한계를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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