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차]
8,551km 떨어진 새집
모든 게 가능한 국가라는 오해 15
해발고도 마이너스, 네덜란드 19
기울어지고 좁고 높은 집 21
열쇠는 유행을 타지 않는다 25
차보다 사람, 사람보다 자전거 32
TO BE LOCAL! 39
식보다는 삶을 선택할 것 44
주방에서 흐르는 풍요 48
신터클라스 vs 산타클로스 52
자연 치유를 믿나요? 57
네덜란드가 가르쳐준 것들
그 흔한 CCTV도 필요하지 않아요 63
관대한 자유와 신성한 규율 67
우리 자신을 파괴할 권리 71
네덜란드의 자유는 오렌지 맛 74
3일 만에 유치원 프리패스 77
숙제도 시험도 없는 곳 81
단순하고 촌스러운 행복 86
내가 사랑한 네덜란드
집 앞은 언제나 맑음 93
앞마당에서 자라는 깻잎 98
튤립 없이는 네덜란드도 없다 106
이제는 그늘에서 벗어날 때 112
모두에게 공평한 여름 116
가을은 축제와 함께 찾아온다 119
폭설이 오면 스케이트를 신을게요 124
산책하듯 여행하며 사는 법
일상 같은 여행, 여행 같은 일상 129
맞다, 나 암스테르담이었지 132
감자튀김에 하이네켄은 못 참아 138
작은 나라의 위대한 예술가들 143
네덜란드의 베니스, 히트호른(Giethoorn) 149
풍차를 보기 위하여, 잔세스칸스(Zaanse schans) 152
호수가 되어버린 바다, 북해 방조제 155
치즈도 경매를 한다고? 알크마르(Alkmaar) 158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와 그의 집, 델프트(Delft) 162
겨울을 찾아서
라플란드에서 만난 나의 산타 - 핀란드 여행기 1편 167
빛의 향연 - 핀란드 여행기 2편 176
부록
나에게 네덜란드는? -아이가 쓴 글 185
나도 일찍 퇴근해서 가족과 놀겠어 -남편이 쓴 글 189
[본 문]
커피 마시러 카페를 가듯 커피숍에서 대마초를 살 수 있고, 걷다 보면 누드 해수욕장이나 남녀 혼탕이 보이고, 불치병에 걸린 사람의 의지에 따라 안락사도 허용되는 나라. 동성애자의 결혼과 입양도 합법이요 매춘부도 일반 회사원 같은 복지와 대우를 받는 곳, 네덜란드에 도착한 것이다. p.15
‘신이 세상을 만들었다면, 네덜란드는 네덜란드인이 만들었다’는 말이 있다. 네덜란드는 국토의 60%가 해수면 아래에 있어 모든 국민이 치열하게 물과 싸워 온 역사가 있다. 국토 면적이 우리나라 면적의 절반이 되지 않고, 경상도와 전라도를 합친 것보다 작은데도 국토의 6분의 1을 물과 싸워 개간한 지독한 나라. 그런데도 손에 꼽힐 정도로 부유하며 하늘과 맞닿을 듯 평평한 땅 위에 튤립들이 흐드러져 있다. 그리하여 이 튤립은 거친 자연으로부터 일궈낸 산물로 네덜란드를 대표한다. p.19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건 내가 처한 환경 그 자체가 아니라 마주한 상황을 해석하는 태도인 것 같다. 누군가는 좁은 계단을 오르내리는 일을 매번 불평할 테고, 또 누군가는 기울어지고 좁은 집에서도 부족함 없이 흠뻑 웃으며 살 테니까. 어떤 집에 사는지보다 중요한 건 어떤 마음으로 사는지다. 진짜 네덜란드인처럼 기울어진 집을 선택할 용기는 없지만, 좁고 긴 삼층집에서도 행복할 자신은 있다. 일단은 그거면 충분할 것 같다. p.25
네덜란드의 도로에서는 자전거, 보행자, 자동차 순으로 우선순위를 갖는 규칙이 있다. 차가 중심인 우리와 달리 네덜란드는 보행자를 우선 보호하기에, 길을 건너는 누구든 양보하며 기다려 주는 분위기가 자리잡혀 있다. 건너는 시간이 오래 걸려도 느긋하게 기다려 주는 운전자를 향해 보행자도 미소로 답한다. 서로에게 건네는 배려의 마음 덕분에 운전을 하면서도 늘 즐겁고 여유로웠던 것 같다. p.37
항생제 한 알을 타려고 7시간을 기다리고, 도라지를 끓여 먹으며 버티던 감기, 아픈 사랑니를 부여잡고 잠 못 이루던 밤을 거쳐 자연스럽게 병원에 의지하지 않는 생활에 적응해 갔다. 음식과 영양제를 기본으로 운동을 하며 스스로 몸을 지키게 되었다. 좋은 공기와 낮은 스트레스 때문도 있겠지만 잔병치레가 눈에 띄게 줄었고 약에 의존하지 않을수록 삶의 질이 높아졌다. p.60
네덜란드는 칼뱅이 강조한 검소와 근면의 가치가 뿌리를 내리고 있다. 신의 절대적 권위를 강조하고 인간을 신의 영광을 위한 도구로 여기는 칼뱅주의 사상은 신의 영광을 위해 금욕적이고 청렴한 생활을 해야 하며 직업적 소명을 다해야 함을 강조했다. 그런 역사 속 최초의 칼뱅주의 국가로 독립하게 된 네덜란드는 현재도 검소와 근면의 가치가 깊이 자리하고 있다. p.64
유럽에서 지낼수록 해를 만나는 시간이 얼마나 귀중한지 깨닫게 되자 그동안 그늘에 앉아서 큰 챙 모자를 쓰고 선크림까지 챙겨 바르던 우리의 모습이 얼마나 이상해 보였을지 상상이 됐다. 태양, 그거 하나가 소중하고 감사한 일상이었다. 한국에서는 손에 묻은 모래도 성가셔하던 우리 아이가 어느샌가 더러워 보이는 운하 물에 풍덩 뛰어들어 자연과 어우러져 놀고 있었다. p.113
히트호른에서는 작은 보트를 빌려 운하를 따라 마을 구석구석을 돌아볼 수 있다. 처음 방문했을 때는 보트 운전이 낯설어서 여기저기 다른 배들과 엉키고 부딪히기도 했지만, 아름다운 운하 위에서는 어떤 상황이 벌어져도 모두가 웃으며 유쾌하게 상황을 해결했다. 배가 엉켜서 움직일 수 없어도, 다른 배 사람들과 민망할 만큼 가까워져도 운하 위에서 까르르 웃느라 재밌기만 하다. 우리는 아름다운 마을을 즐기러 온 초보 운전자니까. p.150
자연의 이치가 그러하듯 한낱 세상의 입자에 불가한 내가 뜻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게 얼마나 되겠는가. 그렇기에 아등바등한 마음을 갖고 살아갈 필요가 없다. 그저 자연이 주는 경이로움에 감사하며 순응하고 살아갈 뿐이다. p.1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