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차]
감사의 말
1장 연구 과제-일본
2장 전쟁 중의 일본인
3장 적합한 자리 찾기
4장 메이지유신
5장 시대와 세계에 대한 채무자
6장 만분의 일 갚기
7장 ‘가장 견디기 어려운’ 보은
8장 오명 씻기
9장 인정의 영역
10장 미덕의 딜레마
11장 자기단련
12장 아이는 배운다
13장 항복 후의 일본인
해제: 인류학자의 인문학적 상상력
연보
[본 문]
일본이 문호를 개방한 이래로 지난 75년 동안 일본인에 대해 기술할 때는 십중팔구 ‘그러나 또한’(but also)이라는 기상천외한 수식어가 붙었다. 세계 어느 나라 국민에게도 쓰인 적 없는 표현이었다. 진지한 관찰자라면 일본이 아닌 나라의 국민에 관해 글을 쓸 때, 그들이 유례없을 만큼 예의 바르다고 기술하는 동시에 “그러나 또한 무례하고 거만하다”라고 덧붙이지는 않을 것이다. 어떤 나라 사람들에 대해 더할 나위 없이 경직되었다고 말한다면 “그러나 또한 그들은 파격적인 개혁에도 쉽게 순응한다”라고 첨언하지는 않을 것이다.
_1장 연구과제-일본(p.15)
일본인을 이해하려면 ‘적합한 자리 찾기’라는 말을 그들 스스로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부터 파악해야 한다. 질서와 위계에 대한 그들의 신뢰는 자유와 평등에 대한 우리의 신념과 완전히 다르다. 우리가 위계를 하나의 주요한 사회적 장치로 받아들이기란 어려운 일이다. 위계에 대한 일본의 신뢰는 인간의 상호 관계 및 개인과 국가의 관계에 대한 총체적 개념의 기초를 이룬다. 그들의 인생관을 이해하려면 가족·국가 ·종교 ·경제적 삶과 같은 제도를 살펴야 한다.
_3장 적합한 자리 찾기(p.65)
이처럼 일본인들은 위계를 고려해 나름의 질서를 구축해왔다. 가족 안에서나 개인 간의 관계에서도 연령·세대·성별·계층에 적합한 행동을 정한다. 정부·종교·군대·산업 분야에서도 계층에 따라 신중하게 영역을 나누며, 위에 속했든 아래에 속했든 관계없이 자기에게 주어진 특권을 벗어나면 처벌이 따른다. ‘적합한 자리’가 유지되면 일본인은 안전하다고 느끼며 불만 없이 살아간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을 보호받아서 ‘안전한’ 것이 아니라 위계를 정당한 것으로 받아들여서 ‘안전한’ 것이다. 이것이 일본인의 인생관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이다. 평등과 자유기업 원칙에 대한 신뢰가 미국인의 삶의 방식에서 나타나는 특징인 것과 마찬가지다.
_4장 메이지유신(p.123)
‘온’은 무거운 짐, 부채, 부담 등을 뜻한다. 개인은 윗사람에게 온을 받는다. 윗사람이 아니거나 적어도 자신과 동등한 지위의 누군가에게 온을 받으면 불쾌한 열등감을 느낀다. 어떤 사람이 “나는 그에게 온을 입고 있다”라고 말했다면, ‘나는 그에게 큰 의무감을 느낀다’라는 뜻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들은 이런 채권자, 즉 은혜를 베푼 사람을 ‘온진’(恩人)이라고 부른다.
_5장 시대와 세계에 대한 채무자(p.129)
일본인은 온의 상환을 규칙이 서로 다른 두 영역으로 구분한다. 하나는 자기가 받은 만큼을 기한 안에 갚는 것이다. 한없이 온에 보답하는 것을 ‘기무’(義務: 의무)라고 하는데, 이에 관해 일본인은 “받은 온의 만분의 일도 갚을 수 없다”라고 말한다. 기무는 부모에 대한 온을 갚는‘고’(孝: 효)와 천황에 대한 온을 갚는 ‘주’(忠: 충)를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이 둘은 모든 사람에게 의무적으로 적용된다. 실제로 일본의 초등학교 교육은 ‘기무 교육’이라 불리는데, 기무가 곧 ‘의무’라는 사실을 그토록 적절하게 표현한 말은 없다. 삶에서 벌어지는 우발적 사건들 때문에 기무의 세부 사항이 바뀔 수는 있지만, 기무는 모두가 자동적으로 짊어지게 되고 모든 우발적 상황을 초월하는 것이다.
_6장 만분의 일 갚기(148p.)
일본에는 이런 속담이 있다. “기리보다 견디기 힘든 것은 없다.” 모름지기 사람은 기무를 다해야 하는 것처럼 기리도 갚아야 한다. 기리는 기무와 성격이 다른 의무다. 영어에는 기리에 해당하는 단어가 없다. 기리는 인류학자들이 각국의 문화에서 찾아낸 기이한 도덕적 의무의 범주 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운 개념이며 일본만의 독특한 산물이다. ‘주’(충)와 ‘고’(효)는 중국과 공유하는 덕목이며, 비록 일본이 두 개념에 변화를 주기는 했지만, 다른 동양 국가들에도 그와 유사한 도덕 원칙을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기리는 중국의 유교에서 받아들인 것도 아니고 동양의 불교와도 아무런 관련이 없다. 오로지 일본 특유의 개념이다. 기리를 설명하지 않고는 그들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 일본인은 동기나 명성, 혹은 자기 나라에서 사람들이 직면한 딜레마에 관해 이야기할 때면 반드시 기리를 거론한다.
_7장 ‘가장 견디기 어려운’ 보은(p.171)
그녀는 과학자의 신념을 지녔으면서 동시에 인문학자의 신념을 지닌 학자였다. 이것은 그녀의 다음 말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나는 과학자의 신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행동이 아무리 우리에게 낯설게 보인다고 할지라도 그 문제를 정확하게 진술한다면, 조사로 대답을 얻을 수 있고 이어 기술적으로 합당한 방법으로 연구할 수 있습니다. 나는 또 인문학자의 신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간들 사이의 상호 이해를 도모하면 그것이 유익함을 가져온다고 생각합니다.” 길지 않은 생애에서 거의 독보적인 학문적 성취를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은 그녀가 과학자이면서 동시에 인문학자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_해제: 인류학자의 인문학적 상상력(p.3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