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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세에 합당한 우리 연애 - 박화성과 박서련(소설 잇다 6)

    • 박화성,박서련 저
    • 작가정신
    • 2024년 10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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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품 규격 정보
    상품상세정보
    ISBN ISBN-13 : 9791160263497
    쪽수2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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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품구성단행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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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창작 기간 60년, 한국 여성문학사상 가장 오랜 활동을 한 박화성과

    폭넓은 스펙트럼의 서사와 상상력을 지닌 박서련 작가가 만나다

     

    최초의 근대 여성 작가 김명순이 데뷔한 지 한 세기가 지났다. ‘소설, 잇다’는 이 시점에서 근대 여성 작가와 현대 여성 작가의 백 년 시공을 뛰어넘는 만남을 통해 한국문학의 또 다른 근원과 현재를 보여주고자 기획되었다. 그 여섯 번째 책으로, 한국문학사에서 가장 오랜 시간 활동해온 여성 작가인 박화성과 장르와 형식을 넘나들며 새로운 서사와 상상력을 선보여온 박서련의 작품을 담은 『정세에 합당한 우리 연애』가 출간되었다. ‘소설, 잇다’는 강경애와 한유주, 나혜석과 백수린의 소설들을 계속 선보일 예정이다.

     

    1932년 《동아일보》에 『백화』를 연재하면서 한국 문학사상 최초로 장편소설을 쓴 여성 작가로 기록된 박화성. 그는 데뷔작 「추석전야」를 비롯해 「하수도 공사」, 「홍수전후」 등을 통해 노동자와 민중, 여성 들이 억압받는 부조리한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려내어 “근대 한국문학의 출발점에 큰 시사점을 던진다”는(김주연 평론가) 평을 받은 작가다. 선구자적 면모를 지녔지만 당시 문단은 그에게 ‘여류작가’라는 굴레를 씌웠는데 그럼에도 그는 사회적 역사적 약자의 편에 서서 목소리를 높였으며, 온전히 ‘작가’로 바로서기 위해 많은 한계와 장벽에 맞서 싸웠다.

    첫 장편 『체공녀 강주룡』으로 제23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며 “전혀 다른 여성 서사”(서영인 평론가)라는 상찬과 함께 등장한 박서련은 역사소설, SF, 판타지, 청소년문학 등 발표하는 작품마다 자신만의 서사를 갱신해왔다. 매년 한 권 이상의 작품을 선보이는 왕성한 기량을 발휘해온 그는 최초의 고공농성 노동자 ‘강주룡’을 세상 밖으로 끄집어낸 것을 시작으로, 성폭력 가해자에게 응징을 가하는 청년 여성 ‘수아’(『마르타의 일』), 사랑의 연대를 실천하는 스무 살 ‘설희’(『더 셜리 클럽』), 욕망하는 주체로 구현한 삼국지의 미녀 ‘초선’에(『폐월; 초선전』)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여성 인물들을 선보였다.

     

    박화성의 문학은 주로 해방 전과 해방 후로 나뉘는데, 이 책에는 해방 전 그가 가장 활발하게 집필하던 시기의 대표 중단편 「하수도 공사」(1932), 「홍수전후」(1934), 「호박」(1937)이 수록되어 있다. 세 편의 소설들은 모두 빈궁한 식민지 조선의 현실을 배경으로 하면서 내부적으로는 가부장제라는 이중의 고초를 겪는 여성 인물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하수도 공사」는 실업구제라는 명목하에 벌인 하수도 공사의 동맹파업을 다룬 작품으로, 노동자 대표 서동권의 애인인 ‘용희’를 통해 계급의식의 각성과 그로 인한 갈등 및 모순을 보여준다. 「홍수전후」에서는 35년 만의 대홍수로 목숨을 잃은 어린 딸 ‘쌀례’를 등장시켜 빈부격차에 비례하는 자연재해의 피해와 농민들의 참상을 드러낸다. 「호박」의 ‘음전’은 대흉년이 들어 시멘트 공장이 있는 객지로 내몰린 약혼자를 하염없이 기다리지만, 전해 온 것은 함께 떠난 약혼자의 형수가 사망했다는 소식이다.

    박서련의 소설 「정세에 합당한 우리 연애」는 박화성의 「하수도 공사」를 변주한 작품이다. 인문학 독서 동아리 ‘유독’의 회장인 진은 총여학생회의 재건이라는 포부를 안고 총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진의 레즈비언 애인인 림도 그를 적극 돕지만 선거 당선을 위해 둘의 관계를 비밀에 부쳐야만 하는 현실에 불만을 느낀다. 일제의 착취에 저항하는 동맹 파업이라는 「하수도 공사」의 “민족적 대의”는 이 소설에서 “총여학생회 재건”이란 화두로 옮겨지는데, 작품의 큰 문제의식은 “여성의 인권과 권리”라는 주제와 맞닿아 있다.(전청림 평론가) 그리고 소설은 박화성의 시대부터 대의명분 아래 배제해온 ‘여성’의 얼굴을, 퀴어를 벽장 속에 가두는 세계의 폭력성 안으로 옮겨 가면서 다시금 또렷이 비춘다. 백 년 전 박화성의 소설에서 거듭 묻고도 거듭 그 대답이 좌절되었던 식민지 청년 여성 용희의 질문은, 이처럼 박서련에게로 건너와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현재를 관통하는 물음으로 나아가고 있다.

    목차

    [목 차]

     

    박화성

    소설

    「하수도 공사」

    「홍수전후」

    「호박」

     

    박서련

    소설

    「정세에 합당한 우리 연애」

    에세이

    「총화」

     

    해설

    물의 시간과 고요한 약속_전청림(문학평론가)

     

    [본 문]

     

    혹독한 추위와 폭염에 배를 주리며 뼈가 닳아지고 살이 깎이도록 일한 것은 누구를 위함이었던가? 그들의 돌아오기를 고대하는 처자들에게 가지고 갈 것은 빈주먹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동권에게서 받은 선물이 있었다. 떠나는 그들 중에는 동권이와 장래의 투쟁을 언약하는 뜻있는 굳은 악수를 교환한 사람도 많이 있었다.

    _83쪽, 박화성 「하수도 공사」

     

    “아부지! 이렇게 참혹한 일을 당한 것이 우리뿐만이 아닌 줄은 아시지라우? 아까오면서 보시지 않었소? 팍 짜그러진 집들 헐어진 집들이 얼마나 많습데까? 그 사람들의 논도 다 이 모양이 되었을 것이오. 그러니 말이요, 아무리 천리로 이렇게 됐다고 하지마는 요렇게까지 가련하게 된 사람들은 다 우리 같은 가난한 사람뿐이 아니오. 저번날 김 선생 말씀같이 울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살어갈 도리를 깊이깊이 생각해봐야 안 쓰겄소?”

    윤성의 말소리는 부드러우면서 힘이 있었다.

    _132~133쪽, 박화성 「홍수전후」

     

    윤수가 떠난 후부터는 밭에 나올 때나 샘길에 나올 때마다 첫눈에 띄는 것이 저 학다리 정거장이었다. 그리고 정거장을 보기만 하면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들어보는 기차 소리를 들을 때와 마찬가지로 가슴이 저리고 아팠다. 마침 목포에서 떠난 막차가 정거장에 들어닿더니만 잠깐 쉬어서 다시 북쪽을 향해 떠났다. “저 차만 타고 가면 나도 윤수 있는 고무산에 갈 것인데……”기차조차 떠나버리고 없는 찻길인 듯한 자리를 멀거니 바라보며 음전이는 솟아나는 눈물을 치맛귀로 씻었다.

    _155쪽, 박화성 「호박」

     

    림은 내심으로 결의했다. 진과 현이 재건할 차기 총여의 첫 대표자는 그다음 세대일 터였다. 민과 정의 속내는 역시 모르겠지만, 총여가 재건되면 림 자신이 총여학생회장 선거 정후보로 나설 각오가 바로섰다. 행여 진과 현의 선거가 실패로 돌아간다면 계획은 연 단위로 늦추어질 텐데, 그럴 경우에는 차기 선거에 나가고 그다음 선거 후보자 양성에도 기꺼이 기여할 의지가 있었다. 말할 나위도 없이 림의 그 모든 결심은 진에게 심하게 반한 탓이었다.

    _187~188쪽, 박서련 「정세에 합당한 우리 연애」

     

    그렇지만 좋아해. 그래서 림은 입을 다물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할 수 있는 말은 없었다. 무슨 말인가를 찾고 있었지만 어떤 말도 적당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조금 시간이 흐른 뒤에야 림은 그때 했어야 하는 말을 찾았다. 쓰인 지 백 년이 다 되어가는 소설에서였다. 언니는 우리 연애가 정세에 합당하지 않다고 생각하는구나.

    _196쪽, 박서련 「정세에 합당한 우리 연애」

     

    단 열 사람만 있어도 온 도시를 구할 수 있었다. 도시 하나에 다섯씩만 있어도 소돔과 고모라는 멸망하지 않을 수 있었다. 단 열 사람이 없어서 소돔과 고모라는 불탔다. 의인 열 사람이 없어서 소돔과 고모라에는 유황과 불이 비처럼 내렸다. 아브라함의 조카 롯의 아내는 불타는 도시를 뒤돌아보다가 소금기둥이 되어 죽었다. 매번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지만 언제나 이 이야기를 생각한다.

    _208쪽, 박서련 에세이 「총화」

    추천사

    박화성의 소설은 문학작품이 구축하는 담론의 객관성이 언제나 명료하고 자명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유동하는 언어로 드러낸다. 문학이 생산하는 언어는 사회적 실재에 따라 복잡하고 다차원적인 테제를 구성할 수 있기 때문 이다. 그러므로 박화성을 지금 다시 읽는 작업은 문학작품의 복잡성뿐만 아니라 현시대의 존재 양식을 밝히는 중요한 통찰을 전해준다. 「하수도 공사」를 다시 쓴 박서련의 소설 「정세에 합당한 우리 연애」는 바로 그 정교한 이음새를 또박또박 보여주는 쾌활한 작품이다.

    _전청림, 「물의 시간과 고요한 약속」(해설)에서

     

    출판사 서평

    < 박화성 >

     

    사회주의 리얼리즘으로 근대 한국문학의 시작을 열다

    박화성 대표 중단편 「하수도 공사」, 「홍수전후」, 「호박」

     

    「하수도 공사」는 지도자적 인물인 서동권, 수탈자인 일본인 관리와 공사 책임자들, 피지배자인 하수도공사 노동자 등 세 계층의 인물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공사를 청부받은 일본인 ‘중정’은 공사비의 4할을 먼저 챙긴 뒤 교묘한 방법으로 노동자들의 임금을 착취한다. 노동자들은 계약된 임금보다 적은 돈을 받으며 일했고 그마저도 석 달이나 밀리게 된다. 참다못한 노동자들은 서동권의 지도를 받으며 경찰서로 가서 투쟁을 벌이게 되고 결국 밀린 임금을 받아낸다. 동권은 소련의 지도자인 부하린의 서적을 읽으며 동료들에게 유물사관이나 계급의식을 심어주려고 하였으며, 사상적 스승인 정과 정의 부인에게서 정신적 지원을 받고 있었다. 한편 동생의 친구인 용희와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지만 동권은 사회 변혁의 이상을 실현하고자 떠날 준비를 한다. 만 일 년 만에 하수도 공사는 완전히 끝이 나고, 노동자들이 서로 헤어질 때는 이미 동고동락의 공동체의식을 갖게 된다.

    「홍수전후」에서 일곱 식구의 가장인 송명칠(송 서방)은 소작인의 아들로 태어나 나주 영산강가에서 어업과 농업을 하며 근근이 살아간다. 사람의 운수복력이 다 팔자소관이며 천리란 어길 수 없다고 믿어온 송 서방은 십사 년간 해마다 장마철이면 집이 물에 잠기는 수난을 당해왔다. 이번 홍수에도 집에서 벗어나 화를 피하라는 친구들의 권고를 물리쳐버리고 식구들을 배에 태워 물 빠지기만을 기다리지만, 35년 만에 든 대홍수는 집과 곡식, 가축과 어린 딸 ‘쌀례’마저 집어삼키고 만다. 사흘을 굶으며 포플러 나무에 매달려 가까스로 목숨을 부지하던 식구들은 명칠이 ‘불한당’이라 비난했던 아들 윤성의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구출된다. 명칠은 이제야 비로소 농민들이 처한 현실에 눈뜨며 개혁의 의지를 다잡는다.

    「호박」의 음전은 호박을 간직하며 객지에 나간 약혼자 윤수를 기다리고 있다. 울타리에 나란히 열린 호박 두 개를 보고 긴 것은 윤수를, 둥근 것은 자기를 닮았다 하여 애지중지 보관해온 호박이다. 윤수네 가족은 올해 대흉년이 들어 함경북도 고무산 시멘트 공장으로 차출을 갔는데, 윤수도 형네 부부와 함께 고향을 떠나게 된 것이다. 음전과 윤수는 일곱 달만 서로 떨어져 지내다가 내년에는 꼭 혼례를 올리자고 굳게 약속한 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윤수에게서 편지 한 통이 오는데, 평소 병약했던 윤수의 형수가 간 지 석 달 만에 늑막염에 걸려 사망했다는 소식이 적혀 있다. 그동안 길바닥에서 취식하며 지냈다는 것을 알게 된 음전은 춥고 낯선 땅에서 윤수가 겪었을 고통을 떠올리며 괴로워한다. 제대로 먹지도 입지도 못하는 그에게 셔츠를 사서 보내기로 결심한 음전은 이제 하나 남은 호박을 꺼낸다.

     

    < 박서련 >

     

    “저요. 저, 할 말이 있어요.

    정세에 합하지 않는 연애 같은 건 세상에 없어요”

    박서련, 박화성의 「하수도 공사」를 다시 읽고 쓰고 상상하다

     

    「정세에 합당한 우리 연애」의 대학생 림은 자신이 보기에 ‘완벽한’ 여성인 진의 여자 친구다. 림과 진은 인문학 독서 동아리 ‘유독’의 회원으로, 림의 선배이기도 한 진은 동아리의 운영을 맡고 있다. 겉보기엔 건전해 보이는 교내 중앙 동아리 ‘유독’. 그러나 모임은 기실 지난 학기 해산된 총여학생회 재건을 위한 것으로, 진이 동아리 활동을 기반 삼아 총학생회 선거에 출마하고, 총학생회장이 되어 총여 재건의 안건을 상정하겠다는 것이 그 목표다. 한편 림은 선거운동 본부원 및 지지자를 포섭하려 과내 소모임 ‘영상-문학 연구회’에 나가는 등 진의 출마를 적극 돕는다. 림은 두 사람의 관계를 동아리 회원들에게 밝히자고 제안하지만, 진은 커밍아웃이 선거의 걸림돌이 될지도 모른다며 망설인다. 그리고 돌아온 독서 토론의 시간. 대상 작품인 박화성의 「하수도 공사」에 대한 열띤 의견이 오가던 중 림은 자신을 향해서인지, 진을 향해서인지 모를 말을 던진다. 백 년 전 쓰인 소설에서 실마리를 찾아서.

    「정세에 합당한 우리 연애」는 ‘총여학생회 재건’을 위한 비밀 결사체와도 같은 대학교 독서 동아리를 통해 여성이면서 퀴어인 소수자를 향한 억압의 양상을 그려 보인다. 림과 진을 둘러싼 현실의 ‘정세’는 남자와의 헛짓거리를 막으려고 통금 시간을 정한 엄마, 여성을 성역화하는 텍스트, 레즈비언 공표에 따른 사회적 불이익 등 남성중심주의와 이성애주의로 가득하다. 박서련은 「하수도 공사」에서 용희가 품었던 의문을 받아서, ‘정세’란 결코 객관적인 것이 아니고 가부장적 가치판단의 영역에 있다는 사실을 일깨우며 여성의 삶을 옭아매는 차별과 통제, 배제의 문제를 짚고 있다.

     

    박화성과 박서련,

    백 년의 간극을 넘어 ‘물의 시간’으로 공명하다

     

    박화성은 “여류로서는 드물게 사상성을 띤 작가”, “남성에게 지지 않는 늠름한 여유”라는 평가들로 작품성을 인정받았지만 ‘여류작가’로만 불리기를 원치 않았다. 이 책의 해설을 맡은 전청림 평론가는 그의 작품에 대해서 ‘여성이 쓰는 계급문학’이라는 인상 아래서 읽지 않기란 어렵다면서도 ‘그런데…… 여성과 계급은 그토록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인가’ 하고 묻는다. 나아가 그의 작품은 “안개처럼 표표히 싸여 있는 물의 축축함”을 지니고 있으며, “계급과 젠더, 민족성이 긴밀하게 공명”하는 “이채로운 결”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계급의식의 경향성을 넘어, 지극히 내밀하면서도 또 한편 사회와 역사의 물결에 소용돌이치는 인간사의 지도를 그려온 박화성 작가. 박서련 작가는 박화성의 소설에 새겨진 그 섬세한 ‘결’에 주목하며, 백 년이 지난 뒤에도 우리의 정세 주위를 흐르는 “생의 아이러니”를 입체적으로 형상화한다. 그리고 우리는 공명하듯 흐르는 두 물줄기의 맑고 선명한 연속선상에서 박화성과 박서련의 소설을 새롭게 만난다.

    저자 소개
    저자 : 박화성,박서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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