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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 타는 강 하얀 허리(가슴에 내리는 시 143)

    • 도상태 저
    • 책펴냄열린시
    • 2024년 07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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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품 규격 정보
    상품상세정보
    ISBN ISBN-13 : 9791188048984
    쪽수128쪽
    크기기타 규격
    제품구성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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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2022년 《문학도시》 신인상을 수상하고 등단한 도상태 시인의 첫시집이다. 비교적 늦게 등단한 시인으로서 능동적인 모습을 보여 준다. 시인은 등단 후 이듬해 발표한 작품에서 바로《문학도시》 작품상을 수상하기도 한 저력을 뽐내기도 한 바 있다. 도상태 시인의 작품은 생활 속에서 만나는 가벼운 웃음거리를 해학으로 채집하여 보여준다. 엄숙하다든가 긴장해 읽어야 할 작품이기보다는 노출된 감정없이 사실적인 모습으로 접근한다. 거기에는 과장도 허세도 담겨있지 않다.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정직하고 곧은 방식이기에 시속에 이물질을 숨기는법을 아직 터득하지 못했다. 그래서 은유나 상징 같은 현란한 수사법에는 익숙하지 못한 때 묻지 않은 작품집이다. 자신이 겪어온 삶이거나 지켜보았을 타인의 삶에 대한 꾸밈없는 스켓치다.시가 드러내고자하는 것은 인간의 존재나 삶의 느낌이나 가치관을 보여준다. 도상태 시인은 삶을 바라보는 척도는 도덕적이다. 도덕적 기준으로 삶을 직시하기에 소용돌이나 파격적인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물이 가득 고인 호수 면에 지나가는 바람에 결이 지워지는 파문 정도로 정서의 출렁거림이 있다. 그 수면에 소용돌이를 일으키거나 거세게 몰아치는 폭풍우 같은 건 없다. 어찌보면삶의 고뇌나 아픔과는 거리가 먼 평온하고 밝고 따뜻한느낌을 준다. 시가 현실의 반영이라고 볼 때 도상태 시인이 보듬고 있는 현실이 그렇다고 느낄 수가 있다. 마음에 아픔이나 그늘이 있으면 그것들이 시에 드러나게되고 밝고 따뜻한 현실이라면 그렇게 드러나게 마련이다. 도상태 시인의 작품이 밝고 따뜻하며 여유가 읽혀지는 것은 바로 시인의 삶이 평화롭고 행복하다는 뜻일 게다. 작품이 갖는 여유는 위트와 재치, 그리고 풍자와 해학이 내재해 있어 읽는 재미를 주고 있다. 작품을 읽는도중에 슬그머니 피어나는 미소를 쉽게 자주 만날 수 있음이 그것을 말해 주는 것이리라

    목차

    [목 차]
     
    목차…6
    자서…5

    제 1 부

    귀는 씻지 못했네…13
    줄자…14
    시작…15
    방화범…16
    아메리카노…17
    단풍차를 마시며…18
    기차표를 끊다…20
    깃발…21
    벽…22
    동백꽃 밟지마오…23
    꽃을 줍다…24
    벽에 앉은 직박구리…26
    파도 순례…27
    처방전…28
    빨래하는 파도…29
    뿌리…30
    나만 그런가…31
    언약…32
    빈집…33
    물들고 싶다…34
    소래포구 소금…36
    작은 행복…38
    곶감이 된다는 것…39
    말랑한 연두…40

    제 2 부

    낙화 동백…43
    기다리는 봄비…44
    바람이 놓고 간 향기…46
    꽃별…47
    새가 날아 들다…48
    능글맞게…49
    달에 가다…50
    검은 세일…51
    물 뿌리 찾아서…52
    손톱 노을…53
    눈높이 맞추기…54
    가슴 속 그 섬…55
    별 줍는 개구리…56
    마른 엄마 우산…57
    침묵을 달래다…58
    허수아비 들녘…59
    차가운 손…60
    겨울 바람…61
    겨울밤을 동침하다…62

    제 3 부

    시월 밤에…65
    벚꽃이 질 때…66
    폐선 감포호…67
    종이 춤…68
    다시 봄이다…69
    사막에서 케이크를 구하다…70
    나의 하느님…72
    사진 한 장 건지다…74
    뻐꾸기를 키우는 아버지…75
    그럴 수도 있다…76
    국화향을 마시며…77
    낮잠을 자다…78
    젖은 길을 걷다…79
    노점상…80
    불쏘시개…81
    누렁이와 춤을…82
    술래잡기…83
    난타…84
    구름 먹은 풍선…85
    새해 맞이…86
    고부 간에…87
    아픈 이무기…88

    제 4 부

    그럼에도 불구하고…91
    애인구함…92
    수다 마켓…93
    꽃을 먹는 물고기…94
    중얼거리는 앵무새…95
    청동상 얼굴…96
    미포 해무…97
    발등을 찍다…98
    시력검사…99
    구름 비밀 정원…100
    덤이 없다…101
    혼자 웃다…102
    소년의 편지…103
    조문…104
    목 타는 강 하얀 허리ㆍ9
    젊은 지화상…105
    기다리는 햇살…106
    맨발 명상…107
    정오…108
    구월 비…109

    ☐ 해설/삶에 녹아든 해학-강영환…110


    [본 문]
     
    귀는 씻지 못했네

    봄바람 부는 소리 들리는데
    제비꽃 피는 소리 듣지 못했네

    개여울 소리 들리는데
    버들개지 눈 뜨는 소리는 듣지 못했네

    겨울옷 벗는 소리 들리는데
    마음이 옷 벗는 소리 아직 듣지 못했네

    날마다 눈은 씻는데
    겨울 때에 전 귀는 오늘도 씻지 못했네


    줄자


    손안에 들어온 줄자
    빼보니 내 키보다 크다
    작은 줄자의 가슴이 이리 깊다니
    살며시 놓으면
    부끄럽다는 듯 숨어든다
    신체검사 때마다
    X-레이로 가슴을 찍었지만
    일흔이 들도록 알 수 없었던
    내 가슴의 깊이와 폭과 두께를
    줄자의 잣대로
    이해의 깊이와 포용의 폭과
    신뢰의 두께를 재 본다
    한 뼘도 되지 않는다
    손 안에 든 줄자 가만히 늘려보며
    일흔해 뒤안길을 뒤돌아본다


    시작詩作


    백설역 대장간 대장장이가
    쇳물로 시를 쓴다
    시제를 로에 넣고
    풀무질로 달궈진 쇳덩이를
    셀 수 없이 두들긴다
    땀방울이 녹아 흐르는 시어
    담금질 속에 여려진 단어가
    질감을 갖추어 문장 속으로 뛰어든다
    칼의 탄생
    뜨거운 빛이 고개를 들고
    차디찬 심장을 벤다
    남은 여운이 손끝에 매달린다
    대장장이는 지금도
    호미를 담금질하며
    행을 만들고 연을 역는다


    방화범


    서면에서 처음 만난 그녀
    성냥개비 장난에
    불티가 내 소매 끝에 붙었다
    입김 불면 꺼지겠지
    며칠 지나면 저절로 꺼지겠지
    기세가 심상치 않아 힘껏 불었더니
    불씨가 입술까지 번졌다
    생수를 부어도 끌 수가 없어
    알콜로 달랬더니 걷잡을 수 없이
    심장을 태우고 눈썹까지 태워
    밤마다 우는 올빼미 눈이 붉다
    다 태운 가슴에 뜬 섣달 그믐달은
    불어도 꺼지지 않는
    잉걸불을 기다렸구나
    불낸 그녀를 신고 했으나
    사십이 년이 지나도 잡히지 않고
    숨 쉴 때마다 방화범은
    집에서 꽃내를 풍긴다


    아메리카노


    머그잔 속 검은 말이
    카페 천정을 채우고
    하얀 말이 나비 되어 날아 다닌다

    '상태야 눈 감고 훌 삼켜라’

    약골이 외아들 뒤쳐질까봐
    어머님이 시오리 읍내
    솔갈비 팔아 지어온 보약
    피 보다 진하다

    껍데기 뿐인 말이 끝나 가는데
    뜨거운 아메리카노 아직 반잔이다
    보약 같은 어머니 말씀 귀에 쟁쟁해
    한 방울까지 바닥을 삼키고
    돌아선 한 낮
    목에서 어머니 향기가 난다


    단풍차를 마시며


    그냥 떠나도 젖은 숨결 읽는데
    창을 두드리며 흘림체로 편지 쓰는 가을비
    읽어 내리는 뒷모습이 아프다

    흐르는 눈물 받아 오늘은 헤즐럿 커피 대신
    붉은 단풍차를 끓이고 싶다
    너와 나만 아는 말을
    책갈피 속에서 꽃이 된 잎과
    눈빛을 열고파 찻잔에 불러낸다

    익을 대로 익은 단풍 찻물은
    이내 번져 내 몸도 단풍 들어
    가을바람 타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찻잔에 뜬 단풍이 내게 묻는다
    나처럼 곱게 물들었냐고
    먼 길 떠날 준비가 되었냐고
    내게 준 조막손 편지
    단풍잎은 질척이는 빗길을 찻잔에 녹여 내고
    가을비 속 길을 떠난다


    기차표를 끊다


    어머니
    탯줄 끊고 태워준 완행열차가
    코스모스역에 도착했습니다

    여린 입술에 핀 진달래역을 지나
    청보리 피리 불던 보리고개역은
    아직도 허기가 발목을 잡습니다
    간이 찔레역을 지나칠 때는
    순이 생각에 눈시울이 저려옵니다

    어머니
    머잖아 백세역에 닿으면
    환승하는 열차를 타고 눈길로 달려 가겠습니다
    편도 차표는 배넷저고리에 넣어 두겠습니다

    어머니
    저무는 늦가을 초승달이
    코스모스역을 지나가고 있습니다

    출판사 서평

    서면에서 처음 만난 그녀
    성냥개비 장난에
    불티가 내 소매 끝에 붙었다
    입김 불면 꺼지겠지
    며칠 지나면 저절로 꺼지겠지
    기세가 심상치 않아 힘껏 불었더니
    불씨가 입술까지 번졌다
    생수를 부어도 끌 수가 없어
    알콜로 달랬더니 걷잡을 수 없이
    심장을 태우고 눈썹까지 태워
    밤마다 우는 올빼미 눈이 붉다
    다 태우고 가슴에 뜬 섣달 그믐달은
    불어도 꺼지지 않는
    잉걸불을 기다렸구나
    불낸 그녀를 신고 했으나
    사십이 년이 지나도 잡히지 않고
    숨 쉴 때마다 방화범은
    집에서 꽃내를 풍긴다

    -「방화범」전문

    서면은 부산의 중심지이다. 그곳에서 처음 그녀를 만나고 그녀는 성냥개비로 놀이를 하는 모습에 시적 화자는 그녀의 매력에 흠씬 빠져 헤어나질 못하게 된다. 그것을 소매 끝에 불이 붙은 것으로 상징한다. 처음에는 입김으로 훅 불면 꺼지거나 며칠 지나고 나면 자동 진화될 것이라고 예사롭게 생각한다. 그러나 그 불은 기세가 심상치 않아 입김을 세게 불어서 꺼뜨리려 했지만 오히려 불은 입술에까지 옮겨붙어 걷잡을 수 없게 타오른다. 생수를 부어 끄려해도 더 거세지고 알콜로 끄려해도 불을 걷잡을 수 없이 온몸을 태울 듯이 맹렬하게 타오른다. 불은 심장을 태우고 눈썹까지 다 태워 밤마다 우는 올빼미의 눈이 되도록 운다. 나를 다 태우고 가슴에 뜬 섣달 그믐달은 불어도 꺼지지 않는 잉걸불을 기다렸다는 것이다. 나에게 사랑의 불을 지른 그녀를 방화범으로 신고했으나 사십이 년이 지나도록 방화범은 잡혀가지 않고 숨쉴 때마다 집에서 꽃내를 풍긴다고 진술한다.이 작품을 읽고 나면 절로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숨은 의도를 지니고 있지 않지만 고차원적인 의도를 숨겨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 만난 그녀에게 반해 사랑에 스스로 빠져 버린 시적 화자는 사랑의 불꽃에 의해 스스로를 점점 더 깊이 태워 나간다. 이 시 도입부에서 그녀의 성냥개비 장난을 가져온 것은 탁월한 장치다. 시인의젊은 나이 때쯤에는 다방에 가면 곽 성냥에서 성냥개비를 쏟아부어 도형을 맞추는 놀이가 유행했다. 시인의 실제 체험인지는 알수 없으나 절묘하게 상황 전개에 맞아떨어지는 소품이다. 성냥은 불을 일으키는데 중요한 도구다. 시적 화자를 불쏘시개 삼아 불을 지핀 것이다. 처음에는 소매 끝에 아주 작은 불씨로 시작된다. 그러다 불쏘시개는 내면 깊숙이까지 불을 스스로 번져 가게한다. 생수로도 꺼지지 않는 불을 알콜로 끄려한다. 알콜은 불을 더욱 크게 번지게 하는 재료다. 이 대목에서 시를 읽는 독자는 내심의 미소가 밖으로 터져 나오게 된다. 그러다 방화범으로 신고해도 사십 년이 지나도록 그녀는 잡혀가지 않고 숨 쉴 때마다 내 집에서 꽃향내를 풍긴다고 진술한다. 시적 화자의 아내가 되었다는 사실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독자들은 직접 듣지 않아도 우회적 진술을 통해 그 사실을 인지하게 되고 거기에 와서는웃음이 완성되는 카타르시스를 이룬다. 도상태 시인의 작품은 이런 의뭉한 형태를 지니고 있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저자 소개
    저자 : 도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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