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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우 존재하는 인간-개정판(Endless 3)

    • 정영문 저
    • 앤드
    • 2024년 07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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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품 규격 정보
    상품상세정보
    ISBN ISBN-13 : 9788998454869
    쪽수308쪽
    크기기타 규격
    제품구성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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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겨우 존재하는 인간

    1997년 초판이 발행된 이후 오랫동안 절판되어 희귀도서로 고가에 판매되었던 이 도서는 우리 사회의 문화적 징후를 포착하여 쓴 도발적인 작품으로 형이상학적 삶의 불안과 실존의 문제에 천착한 알베르 카뮈와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을 연상케 한다.
    소설가 정영문의 데뷔작이자 첫 소설이기도 한 이 장편소설은 사회가 요구하는 상식적인 삶의 궤도를 의심하고 해부한 작품이다.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분노 범죄가 본격적인 사회문제로 대두되기 이전에 발표된 이 소설은 작가의 예언적 통찰을 보여주는 놀라운 작품이기도 하다. 일상의 탈출 욕구가 한순간에 파괴 충동으로 이어지는 장면에서 독자는 삶의 맹목성에 저항하는 한 인간의 처절한 고통과 마주하게 된다. 본질을 꿰뚫고 나아가려는 집요한 시선과 끈질긴 문체가 독창적인 소설의 압도적 경지를 보여준다.

    나는 어두운 유리창에 비친 나의 모습을 바라본다.
    나는 나의 움직임 속에서도 살아있지 않다.

    유리창에 비친 나는 이미 죽은 나이다.

    나는 부재 속에서 존재하고, 그 부재는 나의 삶의 환경이다.

    목차

    [목 차]

     

    작가의 말 

    겨우 존재하는 인간

    환멸 

    해설

    김경수   삶의 권태와 소설 쓰기

     

    [본 문]

     

    야만적인 꿈은, 그것보다 더 야만적인 현실의 잠으로부터 나를 깨워준다. _p5

     

    나는 더 이상 나의 몸이 내게 달려 있지 않고 다른 어떤 곳에 있는 것처럼, 단지 나는 나의 육체의 흔적만을 갖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실제로 나의 몸은 내게서 분리되어 밤과 함께 기어들어 온 어둠 속에 떨어져 있는 것처럼 여겨진다. 또한 나의 마음과 정신은 나의 육체에도 공간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은 것처럼 생각된다. 이럴 때면 나는 내가 이 세상과 아무런 관련이 없이 존재하는 것처럼, 내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여겨진다. _p45

     

    조금씩 진폐처럼 내 내부에 쌓여 전신 마취와도 같이 나를 마비시킨 권태는, 시작과 함께 완성된 그 권태는, 그날의 방공훈련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등장한 가상 적기처럼 기습적으로 내게로 온 것이다. 이미 그때 나는, 이 세계의 한 가지 중요한 원리로 그것이 권태의 무론 토대 위에 구축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_p53

     

    나는 곧, 존재하는 모든 것은 그것의 맹목성 속에서만, 맹목적인 지향성 속에서만 존재할 뿐이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지렁이에서 본 것은 우리의 존재 이유를 끝까지 추적해 들어갔을 때, 그 끝 즈음에서 발견하게 되는 맹목성이었다. 나는 소멸 중인 그것 속에서 맹목성을 본질로 하는 존재의 일반적인 양식을 파악한 것이다. _p148 

     

    나는 생각을 했다, 이 세계 자체가 아무런 이유도 목적도 갖지 않고 존재할 뿐이다, 라고. 그것이 존재의 두려운 진실이었다._p148

     

    무한대로 증식하는 권태. 그 무한한 권태만이 나의 삶을 부양하고 있다. 권태는 오랜 세월 동안, 바닷가의 바위에 필사적으로 부딪혀 그것을 침식시키는, 염분을 함유한 파도처럼 나를 조금씩 마모시켜 왔다._p179

     

    나는 모든 살아 있는 존재의 저주와 이미 죽은 가장 사악한 악당들의 경멸을, 그리고 세상의 모든 증오를 받을 짓을 한 것이오. 어쩌면 나는 내게 그런 일이 일어날 줄 알았는지도 모르오. 내 내부의 어둠 속에 몸을 숨기고 도사리고 있던 악마가 내 존재의 약한 틈새로 뛰쳐나온 것이오. 내가 놀란 것은 나의 그 감추어져 있던 어두운 부분이 갑작스럽게 드러난 것에, 숨어 있던 악마가 끌고 나온 그 어둠을 목격했다는 데 있었소._p216

     

    나는 눈을 감고, 하루의 종말의 시각에, 도대체 왜 또 이런 하루가, 기적과도 같은 하루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게 지나가는지를, 또한 오늘 알지 못한 그 이유를 내일이 된다고 알게 될 리도 없다는 생각을 하며, 끝내 잠이 들지 못하며, 몸을 뒤척인다._p232

     

    나는 어떤 고상하지 못한 욕구에 내가 휩쓸리는 것을 느꼈지만, 그것에 저항하는 대신, 저항하는 것을 포기한 채로, 나를 그것에 맡겼다. 나는, 이래서는 안 되는데, 이럴 필요까지는 없는데, 하는 생각을 하며, 허리를 구부려 땅바닥에서 돌멩이 하나를 쥐어 그의 뒤통수를 내리쳤다. 그는 끽, 소리 한마디 하지 못하고, 땅바닥에 뻗어버렸다. 그것은 내가 기대하지 않은 어떤 것이었다. _p221

     

    나라는 존재는 시간이라는 간수의 손에 의해 어제로부터 오늘로, 오늘로부터 내일로 끝없이 이감되고 있는 죄수일 뿐이다. 그것만이 내가 이 세상에 속해 있을 수 있는 방법이며, 동시에, 내가 그것과 무관하게 지낼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인가? 이것이 이 세계의 원리이고, 그 원리를 수정할 수 있는 방법은 이 세계에는 없단 말인가? 아아, 삶의 끔찍함이여, 그 끔찍함마저 없다면 단 한 순간마저도 살아 있기 힘든, 끔찍한 삶이여._p221

     

    내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으로 가 문을 열었을 때, 거기에는 어머니가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 “자고 있었니? 왜 그렇게 초인종을 눌렀는데도 대답을 하 지 않은 거야? 네가 없는 줄 알았다. 일찍 오려고 했는데 이렇게 늦었구나.” 내가 눈을 비비고 있는데 그녀가 말했다. 나는 온몸이 얼어붙어,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그녀는 내가 처음 보는 여자였다._p296

    추천사

    정영문의 《겨우 존재하는 인간》은 교직 생활을 청산한 한 남자가 권태의 수렁에 빠진 일상을 천착한 소설이다. 이 작품은 자기 논리의 함정에 빠지기 쉬운 비평적 소재를 매우 탄력성 있는 문체로 무리 없이 소화하고 있다. 언어 조합의 능력도 탁월하여 탐미주의적 호소력도 갖고 있는데, 이것은 이 작가가 가진 탁월한 상상력의 승리로 평가할 만하다. 
    _김주영(소설가) 

    《겨우 존재하는 인간》은 바로 이런 우리 사회의 집요한 관성, 혹은 상식적인 삶의 궤도를 의심하고 또 해부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방인》의 주인공을 연상시키는 부조리한 성격의 주인공이 작품 말미에 가서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내를 죽이는 것은, 쳇바퀴 돌듯 되풀이되는 따분한 일상, 즉 ‘권태’로부터의 탈출 욕구가 한순간 파괴 충동으로 연결된 것이다. 이 작품은 우리 시대의 문화적 징후를 포착하고 있는 작품으로도 읽힐 만하다. 
    _김경수(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엔드리스(Endless) 시리즈는 도서출판 넥서스가 ‘문학의 영원함’을 캐치프레이즈로 삼아, 세대를 초월하는 탁월한 한국문학 작품을 엄선하여 독자들에게 널리 소개하고자 2024년 새롭게 시작한 재출간 프로젝트입니다.

    Endless 03
    ≪겨우 존재하는 인간≫

    1997년 초판이 발행된 이후 오랫동안 절판되어 희귀도서로 고가에 판매되었던 이 도서는 우리 사회의 문화적 징후를 포착하여 쓴 도발적인 작품으로 형이상학적 삶의 불안과 실존의 문제에 천착한 알베르 카뮈와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을 연상케 한다.
    소설가 정영문의 데뷔작이자 첫 소설이기도 한 이 장편소설은 사회가 요구하는 상식적인 삶의 궤도를 의심하고 해부한 작품이다.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분노 범죄가 본격적인 사회문제로 대두되기 이전에 발표된 이 소설은 작가의 예언적 통찰을 보여주는 놀라운 작품이기도 하다. 일상의 탈출 욕구가 한순간에 파괴 충동으로 이어지는 장면에서 독자는 삶의 맹목성에 저항하는 한 인간의 처절한 고통과 마주하게 된다. 본질을 꿰뚫고 나아가려는 집요한 시선과 끈질긴 문체가 독창적인 소설의 압도적 경지를 보여준다.

    나는 어두운 유리창에 비친 나의 모습을 바라본다.
    나는 나의 움직임 속에서도 살아있지 않다.

    유리창에 비친 나는 이미 죽은 나이다.

    나는 부재 속에서 존재하고, 그 부재는 나의 삶의 환경이다.

    ● 집요한 관찰자의 시선에서 가차 없는 집행자로 변신
    이 소설은 삶에 내던져진 불가피한 운명 속에서 하루를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한 권태로운 인간에 관한 이야기다. 교사였던 주인공은 자신의 의지로 다니던 학교를 그만둔 후 부모가 주는 생활비를 받아 살고 있다. 하지만 그는 거리의 노숙자와 다름없는 일상을 살아간다. 공원의 벤치에 앉아 있거나 길거리를 하염없이 배회하며 지나는 사람들과 지렁이 같은 미물을 관찰한다. 그는 자신을 보잘것없는 존재이고 이 세상과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고 자기를 평가절하한다. 삶 자체가 쓰레기 더미와 같다고 생각하는 그에게 타인의 삶도 무가치해 보일 뿐이다.
    그는 아내를 죽였다고 고백하는 남자를 목 졸라 죽인다. 특별한 동기도 이유도 없는 살인이었다. 그리고 그는 지렁이를 보면서 그와 하나가 되는 일체감을 느낀다. 작가는 상식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주인공의 생각과 행동을 통해 세기말의 일탈 욕망과 문명의 병리적 징후를 포착해 내고 있다.

    ● 나는 누구이고 당신은 누구인가?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에서 주인공 뫼르소는 자기를 낳아준 어머니가 사망했다는 소식에도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한다. “어머니가 죽었다. 아니 어제였던가. 잘 모르겠다.”라고 하며 다음 날 여인과 관계하는 패륜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단순히 강렬한 햇빛에 눈이 부신다는 이유로 자신과 아무 관계도 없는 타인을 총살한 뫼르소는 죄책감조차 느끼지 못한다. 정영문의 소설 속에서도 주인공은 어머니를 보며 살해 충동을 느낀다. 열한 살 때의 소년 시절의 그가 그랬던 것처럼 이층 방에 있는 어머니를 강아지처럼 내던져 버리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 끔찍한 욕망에 사로잡혀 분열하던 정신은 급기야 현실을 부정하고 망각하는 단계에 이른다. 그는 자신을 억압하고 지나친 사랑으로 자신의 삶을 망가트린 어머니를 기억 속에서 지워버린다. 결국 어머니라는 가장 익숙한 존재는 ‘내가 처음 보는 여자’로 전락하기에 이른다. 이 작품은 특별한 이야깃거리나 극적인 전개, 인물 간의 갈등은 없으나 묘하게 읽는 이의 마음에 파문을 일으키며 전율을 안긴다.

    저자 소개
    저자 : 정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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