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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산책 중에도 길을 잃어요(쉬는시간 청소년 시선 5)

    • 이효영 저
    • 쉬는시간
    • 2024년 06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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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품 규격 정보
    상품상세정보
    ISBN ISBN-13 : 9791198430052
    쪽수1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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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품구성단행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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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나는 아직 다 안 큰 걸까? 얼마나 더 커야 되는 걸까?”

    청소년기의 ADHD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효영 시인의 청소년 시집

    쉬는시간 청소년 시선 5

    이효영 『나는 산책 중에도 길을 잃어요』 출간

     

    책가방을 멨다가 결국 내려놓고

    학교에 안 가기로 한다

    학교를 쉬기로 한다

     

    하루 종일 두근거리고 두렵다가도

    결국은 그냥 똑같은 하루

     

    쉬는시간 청소년 시선 다섯 번째 작품으로 이효영 시인의 『나는 산책 중에도 길을 잃어요』가 출간되었다. 프리랜서 사진가로 활동하며 시집 『당신은 점점 더 좋아지고 있습니다』를 출간한 이효영 시인의 첫 청소년 시집이다.

    목차

    [목 차]

     

    1부 쉬운 문제에 오답 단순한 계산에 오류

    집중력장애 테스트

    제가요?

    백구보다 못한 산책

    책을 펼치면

    기적

    T야 싸패야

    쟤가 걔

    칼

    소나기

    나에게 하는 말

    자음

    슬픈 멘탈

    보물찾기

    실내화

    콘서타

     

    2부 우린 끝내 던전을 나와야 하지

    조용한 중2병

    그냥

    게임을 위한 변명

    던전

    연습장 만화

    기다려 주는 만화

    냄새

    레벨 오르는 소리

    일상툰

    터치

    DSLR

    시원한 커피

    해가 가장 긴 여름 동안

    기념사진

    오락실에서

    거대한 인간

     

    3부 다 같이라는 말

    교문

    심부름

    가위

    예스 오어 노

    체육복

    서 있었다

    네가 아닌 사진

    학교 가는 꿈

    다 같이라니 싫어

    얼마나 더

    우등생

     

    4부 그러니까 전부 내 탓은 아니었다고

    회차지의 시간

    다 그런 줄만 알았어

    공황 1

    공황 2

    공황 3

    자각몽

    이어폰

    텅 빈 음악

    학교를 안 갔어

    알약

    눈 아닌 눈

    완전체

    부분적으로

    열다섯 살에게

     

    시인의 산문

    아직 세상이 완전하지 않기에

     

    독서활동지

     

     

     

     

    [본 문]

     

    학교 가던 도중 비가 내려서야

    어젯밤 엄마가 챙기라던 우산을 떠올렸어

    소나기 예보 있다고 신신당부했었는데

    나도 알았다고 알아들었다고

    짜증 내며 대답했었는데

     

    아침엔 전부 잊어버렸어

    난 왜 매번 이럴까, 그냥 비를 맞으며 걸어갔지

    후줄근해진 꼴로 학교에 도착하니 황당하게도

    언제 그랬냐는 듯 뚝 그쳐 버린 비

     

    그보다 더 황당한 것은

    물이 뚝뚝 떨어지는 가방을 여니

    그 속에 우산

     

    내가 이걸 언제 챙겼던 걸까?

    어젯밤? 오늘 아침?

    어제인 것도 같고 오늘인 것도 같고

    둘 다 아닌 것 같아

     

    갑자기 나타나고 갑자기 사라지는,

    왜 거기 있는지 또 왜 거기 없는지

    앞뒤 없이 마냥 아득한 일들

    소나기처럼

    아무 때고 들이닥치니

     

    나는 우산도 없이 비를 맞고

    아니, 우산이 있어도 비를 맞고

    -「소나기」 전문

     

    열어 놓은 창문으로

    새 한 마리 날아들었다

     

    새는 자기가 지나온 문

    그곳을 다시 찾지 못해

     

    교탁과 책상 사이를

    낄낄 웃는 교복 사이를

     

    빙빙 돈다 파닥거린다

    울지도 못하고

    -「교문」 전문

     

    나중에 크면 너희도 알게 될 거야

    지금 어른들 말씀 다 이해하게 될 거야

    그 얘기 들은 지 수십 년

     

    나 이제 아이가 아냐

    너무 어른이지

    다 커 버렸는데

    다 큰 것 같은데

     

    여전히 모르겠어

    지난날 떠올리면

    지금도 그날인 양

    화가 치밀어

     

    나는 아직 다 안 큰 걸까?

    얼마나 더 커야 되는 걸까?

     

    얼마나 어른이어야

    어른을 이해하게 되나

    -「얼마나 더」 전문

     

    책가방을 멨다가 결국 내려놓고

    학교에 안 가기로 한다

    학교를 쉬기로 한다

     

    하루 종일 두근거리고 두렵다가도

    결국은 그냥 똑같은 하루

     

    비가 와도 눈이 와도 가는 게 학교라고

    그렇게 여겨 왔는데 아무 일도 없다

     

    나 하나 안 간다고 하루 정도 안 간다고

    달라지는 것 없어 달라지는 게 없는데

    왜 큰일 날 줄만 알았지

    모두 왜 큰일 날 듯 그러는 거지

     

    학교가 뭐라고

    가도 안 가도 거기 매여 있지

    -「학교를 안 갔어」 전문

     

    힘들었어요

     

    학교가

    힘들었어요

     

    책상에 앉아 있는 게

    힘들었어요

     

    친구들과 만나 즐거워도

    힘들었어요

     

    선생님들 다 좋은 분들이라도

    힘들었어요

     

    맛있는 급식 배부르게 먹어도

    힘들었어요

     

    공을 차고 던지고 신나게 놀아도

    힘들었어요

     

    아침 일찍 들어가 해가 져야 나오는 그곳

    힘들었어요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힘들었어요

     

    누가 뭐라 해도

    힘들었어요

     

    학교라는 자체가 나는

    힘들었어요

    -「그냥」 전문

     

    게임이 없었다면 나는 어땠을까

    그래 조금이나마 더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갔을지도 몰라

     

    그렇지만 지금의 나는 없겠지

    그때의 나는 못 견뎠겠지

     

    외로울 때

    게임이 친구였고 선생이었어

    게임이 학교였고 어른이었어

     

    내게 웃어 준 것

    나를 위해 울어 준 것

    오직 게임이었어

     

    사람들이 현실에서 찾으란 것들 내 현실에는 없었어

    게임으로 잃게 되리란 것들 오히려 게임에만 있었어

     

    결코 게임이 만능이란 게 아냐

    다만 나에겐 그리고 누군가에겐

    게임만 있었다는 거

     

    게임보다 못한 현실이거나

    게임만이 현실이었다는 거

    -「게임을 위한 변명」 전문

     

    신생아실

    유리 너머로 처음 보았다

     

    신비한 나의 조카야

     

    너는 자랄 수 있지

    너는 잘할 수 있지

     

    건강할 수 있지

    똑똑할 수 있지

     

    친구를 많이 사귈 수 있지

    부모님에게 자랑스러운

    선생님에게 사랑받는

    학생이 될 수 있지

     

    외롭지 않을 수 있지

    아프지 않을 수 있지

    어디에나 잘 어울리고

     

    누구와도 잘 지낼 수 있지

    무엇보다 자신을 더 사랑할 수 있지

     

    뭐든 할 수 있지

    나처럼 안 될 수 있지

    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의

     

    가장 거대한 인간

     

    지금은 시치미 뚝 떼고

    조그만 아기로 누워 있네

    -「거대한 인간」 전문

    추천사

    오유미 (국어 교사)

    그런 날이 있었어.

    친구들이 모두 속도를 내어 달려갈 때

    나는 한 발짝도 못 움직일 것 같았던….

    지금 그날의 나를 다시 만나게 된다면 뒤에서 꼭 안아 주며 말하고 싶어.

    “괜찮아. 너를 빛나게 해 줄 태양은 아직 뜨지 않았어.”

    이 시집에 닿은 친구야,

    쉴 새 없이 떠오르는 멋진 상상 속에서

    좀 더 정돈된 결로 살지 못한다고 가라앉지 말자.

    여기 아픔을 모아 반짝이는 별로 만들어 낸 시인이 우릴 부르네.

    우리에게 다가와 가만히 가만히 손짓하는 별의 노래,

    함께 들어 볼까?

    출판사 서평

    이번 시집에서는 “훗날 성인이 된 후 나는 내가 ADHD라는 걸 알게 되었다. (중략) 간단하고 쉬운 일마저 틀리고 실수하는 것이 ADHD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물론 나도 만날 그랬다.”(산문「아직 세상이 완전하지 않기에」)는 자기 고백처럼, 어딘가 다른 학생들과 달라 좀처럼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던 청소년기의 이야기가 오롯이 담겨 있다. “쉬운 문제에 오답 / 단순한 계산에 오류”(「집중력장애 테스트」)를 연발하는 스스로를 ‘잘못된 프로그램’이라 칭하고, “그렇게 여러 번 / 나는 참 잘 넘어지는 아이였”(「실내화」)음을 상기하며 셀 수 없는 상처투성이의 어린 시절을 복기한다. “감정을 나누는 데 / 조금 더 / 시간이 걸릴 뿐이야 / 나는 너희보다 / 조금 더 / 생각이 필요해”(「T야 싸패야」) “미안해 얘들아”(「기적」) 하고 말하는 목소리에는 자신의 잘못이 아닌 일에 여러 번 해명하고 사과하며 내내 학교생활에서 겉돌아야 했던 아픈 청소년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갑자기 나타나고 갑자기 사라지는, / 왜 거기 있는지 또 왜 거기 없는지 / 앞뒤 없이 마냥 아득한 일들 / 소나기처럼 / 아무 때고 들이닥치니”(「소나기」) “세상은 나한테만 날을 세우나 봐”(「칼」)라고 방어적인 태도로 나를 괴롭게 하는 세상을 원망해 보다가, “나는 나에게서 벗어나고 싶어”(「슬픈 멘탈」)라며 때로는 스스로를 부정하기도 한다. 학교 대신 오락실에서, 교과서 대신 만화책에서 인생을 배우던 화자는 어느 날 “선물 받은 카메라”(「DSLR」)를 통해 비로소 스스로를 마주하게 된다.

    “지나가 버린 나는 / 내게서 가장 먼 사람”(「기념사진」)이라서, 시인은 “살아 보라고 / 어디 한번 살아 보라고”(「오락실에서」) 이야기한다. “내가 해야 한다 / 그거 어려운 일이지만 / 생각보다 더 어려운 일이지만”(「보물찾기」) 스스로를 받아들이고 사랑해야 한다고 자신을 다독인다. 그렇게 내가 나에게 조심스럽게 손을 내미는 순간 세상은 “될 수 있는 모든 가능성”(「거대한 인간」)의 공간으로 변모한다.

    “지금까지의 나는 없어 다 버릴 거야 / 지금까지의 나는 최악이었어 // 최악이었어야만 해 / 앞으로 더 나아질 거니까 / 앞으로 나아질 일만 남았으니까”(「콘서타」)라고 굳게 다짐하고, “그러니까 // 괜찮다고 // 괜찮다고 // 너도 말해 주겠니”(「열다섯 살에게」) 말하며 손을 내민다. 스스로를 다독여 줄 수 있다면 누구든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누구든 “모든 가능성의 // 가장 거대한 인간”(「거대한 인간」)이 될 수 있으니 우리 결코 포기하지 말자고.

     

    “누군가의 불편이 남아 있는 한, 세상은 완전하지 않다. 아무리 노력해도 수업조차 따라가기 힘든 학생들, 발버둥 쳐도 자꾸 밖으로 밀려나는 학생들, 학교 자체가 고통인 학생들, 이런 ADHD 학생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산문 「아직 세상이 완전하지 않기에」)

    저자 소개
    저자 : 이효영
    이효영
    타고나길 산만 그 자체인 아이였지만, 학교에서만은 티를 내지 않았다. 선생님들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법을 익힌 덕분이었다. 수업 듣는 척 고개를 끄덕이며 나는 딴생각을 했고, 필기하는 척하며 노트에 만화를 그렸다. 바로 눈앞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저 어딘가에 자꾸 마음을 두는 버릇이 그때 생겼다. 프리랜서 사진작가로 활동하며, 시집 『당신은 점점 더 좋아지고 있습니다』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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