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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간을 걷다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51)

    • 김솔 저
    • 현대문학
    • 2024년 04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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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품 규격 정보
    상품상세정보
    ISBN ISBN-13 : 9791167902535
    쪽수220쪽
    크기기타 규격
    제품구성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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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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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과 함께하는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쉰한 번째 책 출간!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을 선정, 신작 시와 소설을 수록하는 월간 『현대문학』의 특집 지면 <현대문학 핀 시리즈>의 쉰한 번째 소설선, 김솔의 『행간을 걷다』가 출간되었다. 2023년 7월호 『현대문학』에 발표한 소설을 퇴고해 내놓은 이번 신작은 금고 제작자로 살아온 한 남자의 두 개의 자아로 나뉜 1년간의 시한부 삶을 그린 것으로, 불륜을 저지르는 아내 앞으로 남긴 유언장과 이혼 서류가 들어 있는 ‘금고’, 삶을 연장시키기 위한 ‘산책’이라는 두 개의 이야기 아래, ‘하천’이라는 특정 세계의 세속적인 풍속도에 비춰진 인간 욕망의 본질과 속성을 파헤친 지적 탐험 소설이다.

     

    목차

    [목 차]

    행간을 걷다 9

    작품해설 202
    작가의 말 216

    [본 문]

    *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부터 나는 둘로 나뉘었다. 오른쪽 절반은 더 이상 내가 아니고 왼쪽 절반에만 겨우 내가 남았다. 둘로 나뉘기 전까지 나는 오른손잡이였다. 그래서 나의 인생은 늘 오른쪽에서 시작됐다가 왼쪽으로 빠져나갔다. 오른손은 모험을, 왼손은 균형을 담당했다. 그러니 왼쪽 절반에 유폐된 나는 권태와 허무 사이를 오가다가 여생을 소진하게 될 것이다. 나에게서 사라진 오른쪽 절반의 인간이 나는 몹시 그립다. 그는 나를 통째로 지배하고 있다가 갑자기 사라져버렸다.
    -9-10쪽

    * 밝혀지지 않은 병의 원인이 몸속에 숨어 있다면 밝혀지지 않은 치료 방법 또한 몸속에 담겨 있을 것이므로, 병인과 치료법이 수시로 격돌하며 오른쪽의 무덤을 완전히 없앨 때까지 나는 운명을 의심하지 않은 채 매일 같은 시간에 하천을 따라 걷기로 결심했다.
    -44쪽

    * 그 하천에 사는 물고기 중에는 도나우강에서 길을 잘못 든 개체도 있을 것이다. 그것들은 탈출구를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물살을 거슬러 올랐으나 그 하천이 시멘트 바닥에 뚫린 취수공 하나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크게 절망했을 것이다. 몸속에 알이나 이리를 가득 품은 채 물 위로 떠오른 것들은 비닐봉지에 담겨 쓰레기 소각장에서 불태워졌을 것이다. 어쩌면 아내도 이와 똑같은 상황인지 모르겠다. 모험심을 억누르지 못하고 어머니의 처절한 만류를 뿌리쳐가면서까지 너와 내게로 헤엄쳐 왔다가 뒤늦게나마 길을 잘못 들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제자리로 돌아가려 했지만 자신을 도와줄 어머니는 이미 살해당했고 탈출구가 숨겨져 있을지도 모를 금고마저 일 년째 열리지 않고 있으니, 그녀는 밤마다 정부의 품에 안겨서 자신을 산 채로 화장시켜 달라고 읍소하고 있진 않을까.
    -82-83쪽

    * 나는 쉥거를 죽이고 내 영혼과 육체의 유일한 주인으로서 오래 살 것이다. 아내의 임종까지 지켜본 뒤 법적 상속자가 내게 들려주는 주기도문 속에서 마지막 숨을 내쉬며, 나보다 먼저 죽은 자들을 향해 상스러운 저주를 쏟아부을 것이다. 기괴한 세계와 기구한 운명을 물려준 그
    들에게 감사하거나 미안해할 이유는 전혀 없다.
    -236쪽

    하긴 아내도 한때 우리를 매혹했던 소녀였다. 그녀의 매력을 먼저 알아보고 열광했던 쪽은 내가 아니라 쉥거였고, 아내 역시 나보다는 쉥거에게 더 호감을 느꼈다. 어쩌면 우리와 아내의 결혼 생활을 파국으로 내몬 장본인은 아내와 쉥거 사이에 물혹처럼 박혀 있는 나 자신일 수도 있다. 아무리 애써도 그걸 터트리거나 잘라낼 수 없자 아내와 쉥거는 상대의 진심을 의심하기 시작했고,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고 판단됐을 때 쉥거는 슬그머니 내 뒤로 숨으며 자신은 애당초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행동했다.
    -140-141

    그리고 어느 화창한 날에 하천변을 마지막으로 산책하고 집으로 돌아온 우리는 금고 안에 우리의 남은 인생을 모조리 쑤셔 넣은 다음 치사량의 두 배가 넘는 수면제를 한꺼번에 삼키기로 동의했다. 현실과 꿈, 삶과 죽음 사이의 영토는 너무 푹신해서 누구도 걸어서는 건널 수 없고 망둥이처럼 배를 깔고 미끄러지며 나아가야 한다.
    -167

    불필요한 진실을 영원히 봉인하기 위해 죽음이 인간을 찾아온다. 조물주에게도 비밀을 영원히 숨겨둘 금고가 필요한 것이다.
    -175

     

    출판사 서평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과 함께하는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쉰한 번째 책 출간!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을 선정, 신작 시와 소설을 수록하는 월간 『현대문학』의 특집 지면 <현대문학 핀 시리즈>의 쉰한 번째 소설선, 김솔의 『행간을 걷다』가 출간되었다. 2023년 7월호 『현대문학』에 발표한 소설을 퇴고해 내놓은 이번 신작은 금고 제작자로 살아온 한 남자의 두 개의 자아로 나뉜 1년간의 시한부 삶을 그린 것으로, 불륜을 저지르는 아내 앞으로 남긴 유언장과 이혼 서류가 들어 있는 ‘금고’, 삶을 연장시키기 위한 ‘산책’이라는 두 개의 이야기 아래, ‘하천’이라는 특정 세계의 세속적인 풍속도에 비춰진 인간 욕망의 본질과 속성을 파헤친 지적 탐험 소설이다.

    존재와 존재, 의식과 의식,
    기억과 기억 사이에 드러나지 않는 틈새
    그 틈새가 펼쳐 보이는 알레고리!

    김솔의 신작소설 『행간을 걷다』가 핀 시리즈 쉰한 번째 소설선으로 출간되었다. 익숙한 장소와 인물을 등장시키는 듯하지만 특유의 낯설게하기 기법으로 독자를 전혀 새로운 상상의 세계로 안내하는 김솔은 2012년 등단 이후 <문지문학상> <김준성문학상> <젊은작가상> 등을 수상하며 그 문학성을 인정받고 있다.

    “언어가 아닌 여백으로 이야기를 완성해나가는, 드러난 것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작가”(이기호) “정교함과 분방함 사이에서 10년 이상 안정적으로 주행해온 그의 문장이, 어째서 여태 소수의 독자에게만 발견되어 일종의 비의秘儀처럼 읽혔는지 미스터리다.”(구병모)라는 평가를 받는 김솔의 이번 소설은 한 남자의 두 개로 나뉜 자아에 관한 이야기이다.

    금고 제작자의 삶을 살다 환갑을 앞두고 뇌졸중을 앓게 되며 편마비가 온 남자는 마비된 한쪽 몸으로 인해 자신의 삶이 권태와 회환에 빠질 것이라 예감한다. 죽음의 그림자를 품고 살게 된 남자는 마비된 몸과 온전한 몸으로 자아를 나누고, 마비된 쪽을 ‘너’(혹은 ‘쉥거’)라 지칭한 후, 그 안에 회환과 무력을 파묻기로 마음먹는다. 그리고 온전한 쪽만을 ‘나’라 여기고, 그 안에서 자기에게만 유효한 시간을 살아가기로 마음먹는다.

    밝혀지지 않은 병의 원인이 몸속에 숨어 있다면 밝혀지지 않은 치료 방법 또한 몸속에 담겨 있을 것이라 여긴 남자는 매일 같은 시간에 하천을 따라 걷기로 결심한다. 매일 만나는 하천은 뇌졸중 환자의 시간처럼 느리게 흐르는 듯 보이지만, 고요한 그곳은 사실 군부 독재 시절 개발로 사라지고 인공 하천으로 거듭난, 뒤틀려진 욕망이 자리한 곳이다. 남자는 산책을 하며 불륜을 저지르는 아내, 과거 자신이 저질렀던 살인과 미수에 그친 이야기 등을 떠올리며 자신을 둘러싼 욕망의 본질과 속성을 파헤치려 하지만 그 어떤 것에도 명쾌한 답을 찾지 못한다. 그러는 사이 죽은 ‘너’와 살아 있는 ‘나’는 ‘우리’가 되고, 하천은 행간이 되고, 이야기는 물을 사이에 둔 길 위의 모든 것이 되며 영겁과도 같은 천변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시종일관 새로운 시공간을 열어젖히며 생의 기쁨을 조잘거리는 이 소설이 삶과 죽음에 대해 일설하는 바는 명징하다. 삶의 생동과 진실이 약동하는 림보, 모순이 요동치는 여백, 모든 순간의 코리스모스가 살아 숨 쉬는 행간이 존재해야만 우리는 살 수 있다는 것. 그런 이중성의 시공간을 사유하며 ‘행간을 걷다’라는 현재진행형의 문장을 시인처럼 말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동어반복의 세계를 벗어날 수 있다는 것. 그 특수한 양자적 진술의 세계야말로 모두에게 모순적이어서 공평한 이 시대의 보편적 정신이다.
    -전청림(문학평론가)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하천을 따라 산책하는 주인공과 함께 소설이 던지는 화두를 함께 풀어가며 존재와 존재, 의식과 의식, 기억과 기억 사이에 드러나지 않는 틈새를 들여다보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되는 소설이다.

    매번 결말이 달라지는 꿈,
    입구와 출구가 모두 없는 잠.
    영원히 끝나지 않는 소설!

    문장, 문단, 서사의 차원까지 모조리 양자의 비밀을 품은 이 소설은 “진리는 문자에 담기지 않고 여백에 담기”며 “그 안에서 쉴 새 없이 진실이 요동”친다는 책의 의미를 현시한다. 다시 말해 문자보다는 여백이, 여백보다는 그 안에 담긴 운동성이 진리에 더 가깝겠다는 것이다. (……) 이 소설에서 행간이란 텅 빈 공허가 아니라 물질로 가득 찬 요란한 요새이며, 모순되는 것들이 부글부글 끓는 채로 유지되는 시끄러운 침묵이다. 그러므로 남자가 걷는 행간은 한적하고 깊은 우물 같은 것이 아니라 시시때때로 주객과 시공간과 인과율을 끌어당기고 밀어내는 팽팽한 힘줄 같은 것이다. (……) 이 소설은 남자가 자기 안의 모순으로 퇴행하듯, 이야기의 진행마저도 자꾸만 이야기 안으로 퇴행하는 기이한 균열을 현시한다. 행간의 장력 탓에 영원히 끝나지 않는 소설의 마법, 알레프의 저주이자 축복 같은 이 소설은 다시 하천의 이야기를 끌어내며 끝이 아닌 지속으로 마무리 지어진다.
    -전청림, 「작품해설」 중에서

    월간 『현대문학』이 펴내는 <핀 소설>, 그 쉰한 번째 책!

    <현대문학 핀 시리즈>는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을 선정, 월간 『현대문학』 지면에 선보이고 이것을 다시 단행본 출간으로 이어가는 프로젝트이다. 여기에 선보이는 단행본들은 개별 작품임과 동시에 ‘한 시리즈’로 큐레이션된 것이다. 현대문학은 이 시리즈의 진지함이 ‘핀’이라는 단어의 섬세한 경쾌함과 아이러니하게 결합되기를 바란다.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은 월간 『현대문학』이 분기별 출간하는 것으로, 내로라하는 국내 최고 작가들의 신작을 정해진 날짜에 만나볼 수 있게 기획되어 있다.

    현대문학 × 아티스트 오세열

    <현대문학 핀 시리즈>는 아티스트의 영혼이 깃든 표지 작업과 함께 하나의 특별한 예술작품으로 재구성된 독창적인 소설선, 즉 예술 선집이 되었다. 각 소설이 그 작품마다의 독특한 향기와 그윽한 예술적 매혹을 갖게 된 것은 바로 소설과 예술, 이 두 세계의 만남이 이루어낸 영혼의 조화로움 때문일 것이다.

    오세열
    1945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라벌예술대학과 중앙대학교에서 수학했다. 부산시립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학고재 상하이 등에서 다수의 개인전 및 그룹전을 가졌다. 국립현대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프레데릭 R. 와이즈만 예술재단(미국 로스앤젤레스) 등 국내외 주요 미술 기관에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저자 소개
    저자 : 김솔
      김솔
      1973년 광주에서 태어나 2012년 『한국일보』로 등단했다. 소설집 『암스테르담 가라지세일 두번째』 『망상,어語』 『살아남은 자들이 경험하는 방식』 『유럽식 독서법』 『당장 사랑을 멈춰주세요, 제발』 『말하지 않는 책』, 장편소설 『너도밤나무 바이러스』 『보편적 정신』 『마카로니 프로젝트 』 『모든 곳에 존재하는 로마니의 황제 퀴에크』 『부다페스트 이야기』 『사랑의 위대한 승리일 뿐』 등이 있으며, 〈문지문학상〉 〈김준성문학상〉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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