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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91158161767 |
|---|---|
| 쪽수 | 240쪽 |
| 크기 | 기타 규격 |
| 제품구성 | 단행본 |
- 소설/에세이/시 > 수필

- dlwlgh7***
- 2024.03.28
어떤 작가가 쓴 어떤 내용의 책인지도 모른채 그저 제목이 마음에 들어 서평단을 신청했다. 완독하는 데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에세이임에도 문장들은 감각적이고 문학적이었다. 조승리 작가는 자신만의 ‘시각’으로 세상을 받아들이고 사유하는 사람이었다. 어린 시절 병을 진단 받고 몇 차례의 수술에도 차도가 없어 결국 스무 살이 갓 지난 나이에 전맹이 된 그녀는 자신의 삶과 자신이 감각하는 세상에 대해 솔직하고도 담담하게 풀어낸다. 그렇게 할 수 있기까지 그가 겪은 이 ‘지랄맞은’ 세상에 대한 울분과 분노를 나는 그저 넘겨짚을 뿐이다. 고작 열두살 나이에 처음 ‘죽고싶다’는 생각(p.99)을 한 이후로 그녀의 삶에서 얼마나 많은 고난과 좌절을 겪었을지, 영원히 극복하지 못할 장애를 그저 자주 잊고 살(p.38)기 위해 얼마나 많은 바람과 희망을 체념하고 살았을지 독자인 나로서는 그저 상상할 뿐이다. 내가 사는 곳과 같은 나라와 도시지만 결코 같지 않을 세상은, 그녀가 스스로도 잊고자 하는 장애를 얼마나 잊기 힘들게 하는 세상일지. 그녀는 진취적인 사람이고, 맞서는 사람이고, 책임지는 사람이다. 많은 걸 포기할지언정 결코 멈춰서는 사람이 아니고, 많은 걸 받아들이지만 모든 걸 용인하고 수용하는 사람이 아니다. 인솔자 없이 전맹 친구들과 해외여행에 다녀와 “앞도 못 보는데 바다든 산이든 장소가 무슨 소용이 있냐”는 장애인 동료에게 “아는 만큼 넓어지고 느껴본 만큼 풍요로워진다”며 “꼭 제대로 된 자신만의 여행을 경험해보라”고 말하는 사람(p.52)이고, 감정을 잃어버려 하루하루가 기쁨도 슬픔도 없이 흘러하는 것이 싫어 탱고에 도전하고 가슴에 열정을 되살리는 사람(p.201-203)이다. 2014년 4월 16일과 2022년 10월 29일을 지나며 문득 남의 불행과 비교해 평온한 일상에 안도하는 스스로를 혐오스러워 하는 사람(p.187). 그래서 ‘자신이 겪은 고통을, 희생을, 인내를 모두가 겪길 바라는 졸렬한 마음이 있었음’을 못내 고백할 때에도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사람. 스스로의 일상을 적은 일기 같은 에세이라서, 책에 대한 서평을 그녀와 그녀가 살아온 삶에 대한 감상평처럼 늘어놨다. 그러나 사실 이 책은, 슬픈 이별 얘기를 경쾌한 멜로디로 부르는 가요처럼 읽힌다. 한 쪽 한 쪽 가슴 아려 읽어내기 힘든 신파가 아니라, 웃픈 시트콤 같다. 특히나 스물 셋이 되던 해 그녀의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그녀와 어머니의 일화들은 정말이지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촌극의 연속이었다. 안마 시술소에서 겪는 피술자들과의 일화도 소중한 울림을 준다. 우리 주위에 흔히 보이는 사람들을 우리가 흔히 보지 못하는 시선으로 보게 된다. 그녀는 그들을 만지며 보고, 나는 그녀의 글을 읽으며 그들을 만진다. 마지막 장을 덮고 다니 책 표지 뒷면에 쓰여있는 “왜 내 인생만 이 지랄이지?!”하는 그녀의 말이 반어로 읽혔다. 정말 ‘지랄’인 건 장애인을 비장애인과 떨어뜨려 놓으려는 사회, 장애인을 동정하고 그들의 삶을 불쌍하게 여기는 사람들, 뜬 눈으로도 세상을 올바르게 보지 못하는 우리의 그릇된 시각 아닐까. 그녀의 삶이 ‘눈부시진’ 않아도, 그녀의 불꽃은 찬란하고 빛난다(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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