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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88937462894 |
|---|---|
| 쪽수 | 446쪽 |
| 크기 | A5(148mm X 210mm, 국판) |
| 제품구성 | 단행본 |
- 소설/에세이/시 > 문고/전집
[목 차]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작품 해설
작가 연보
[본 문]
P. 220
생각해 보면 우린 정말 살기 힘든 시대에 태어났어, 하고 그는 생각했다. 어느 시대도 지금보다는 살기 쉬웠을 거야. 인간은 어차피 고통과 싸우게 태어났으니 고생이 없을 수는 없지.
지나치게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은 이런 상황에는 적합하지 않아. 하지만 이제는 어려운 결심을 해야 할 때야. 파시스트 놈들이 공격을 해 왔으니까 우린 결심을 한 거지. 우리는 살기위해 싸우고 있어. 하지만 아까 그 나무에 손수건을 비끄러매었다가 낮에 다시 가서 알을 찾고, 그 알을 암탉에게 품게 해닭장에서 꿩 새끼를 키우고 싶구나. 그렇게 사소하고 평범한것이 마음에 들어.
하지만 네게는 집도 없고 집이 없으니 안마당도 없지, 하고그는 생각했다. 네게는 내일 싸우러 갈 형제가 하나 있을 뿐가족도 없어, 바람과 태양과 공복을 느끼는 창자가 있을 뿐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 그런데 이제는 바람도 거의 없고, 태양도 없구나. 있는 것이라곤 주머니에 들어 있는 수류탄 네 개뿐인데, 그것도 던질 때밖에는 쓸데가 없지. 등에 카빈총을 메고는 있지만 이것도 남에게 총질할 때만 소용이 있어. 하지만 전달해야 할 보고서가 한 통 있잖아. 그리고 땅에 깔길 배설물을잔뜩 배 속에 넣고 있을 뿐이야, 하고 그는 어둠 속에서 히죽웃었다. 또 넌 그것에 오줌 칠을 할 수도 있어. 네가 가진 모든것은 죄다 남에게 줄 것뿐이구나. 넌 철학의 천재요 불행한 인간이로구나, 하고 그는 혼자서 생각하고 또 한 번 씁쓸하게 웃었다.
P. 243
우리는 알고 있어야 할 일들을 얼마나 많이 모르고 있는가?
나는 오늘 죽지 않고 더 오래 살고 싶구나. 이 나흘 동안 삶에대해 많은 것을 배웠기 때문이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배운것을 모두 합친 것보다도 더 많은 것을 배운 것 같아, 하고 그는 생각했다. 난 노인이 되어 진실로 삶에 대해 아는 사람이되고 싶어. 인간이란 언제까지나 계속 배워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사람마다 정해진 양밖에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일까? 아무것도 모르면서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게 아닐까. 좀 더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P. 266
그는 자신이 보잘것없다는것을 잘 알고, 죽음이 별것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알았다. 자신이아는 다른 것들 못지않게 그걸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며칠 동안 그는 또 다른 인간과 한마음이 됨으로써 자신이 정말소중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이것이 예외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 예외를 우리가누렸던 거야, 하고 그는 생각했다. 이 점에서 난 참으로 행운아였어. 어쩌면 내가 그것을 구걸하지 않았기 때문에 주어졌는지도 몰라. 그건 빼앗기거나 잃어버릴 수 있는 게 아니거든. 하지난 그것도 이제 이미 지난 일이고, 오늘 아침으로 모두 끝난 일이지. 이제 우리에게 남아 있는 것이라곤 오직 임무뿐이야.
▶ 헤밍웨이가 쓴 가장 풍부하고, 가장 깊이 있고, 가장 진실한 소설. -《뉴욕 타임스》
▶ 이 소설은 개별적인 작품으로도 찬란한 빛을 내뿜지만 작가의 문학관이나 세계관의 변화를 이해하는 데도 아주 중요하다. - 김욱동(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 통번역학과 교수)
노벨 문학상, 퓰리처상 수상 작가
20세기 미국 문학을 개척한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
부정에서 긍정으로, 비관주의에서 낙관주의로, 개인주의에서 공동체 의식으로 발전하는 헤밍웨이의 세계관을 이해하는 열쇠가 되는 소설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1954) 미국의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For Whom the Bell Tolls)』(전 2권)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88, 289번으로 출간되었다. 미국 현대 문학의 개척자라 불리는 헤밍웨이는 제1차 세계대전 후 삶의 좌표를 잃어버린 ‘길 잃은 세대(une g?n?ration perdue, lost generation)’를 대표하는 작가이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는 그의 소설 중 가장 방대한 작품으로, 1936년 발발한 스페인 내전을 배경으로 한 웅대한 현대의 서사시라 할 수 있다. 헤밍웨이는 통신사 특파원 자격으로 내전을 취재한 후 그 경험을 살려 이 소설을 썼다. 자신이 체험한 전쟁의 잔혹함과 비인간적인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하는 한편으로, 이전 작품에서는 드러나지 않던 공동의 가치나 연대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는 보다 긍정적이고 원숙해진 헤밍웨이의 사회의식이 처음으로 발견되는 작품인 것이다.
헤밍웨이는 자신의 작품이 “바다 위에 떠 있는 빙산과 같아서 8분의 1에 해당하는 부분만이 수면에 떠 있고 나머지 8분의 7은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다.”라고 말한 바 있는데, 김욱동 교수(한국외대)는 2009년부터 그의 작품들을 번역을 해 오면서 이러한 문체적 특성을 살리는 데 중점을 두었다. ‘하드보일드 스타일’이라 불리는 간결한 표현 속에 다양한 의미를 숨겨 둔 헤밍웨이의 문장 하나하나를 여러 각도로 고민하여 그 어감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한국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번역하려고 애썼다. 또한 스페인어를 그대로 노출해 지역적 특징을 드러낸 부분도 원문 그대로, 그러나 그 의도와 느낌은 해치지 않도록 하는 데도 고심했다. 스페인의 지명과 전쟁, 투우 등에 사용되는 용어들도 하나하나 조사하여 실어 주었다. 김욱동 교수는 “헤밍웨이의 육체뿐만 아니라 그 영혼을 살려 내고 싶었다. 지시적인 의미를 전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함축적 의미까지 옮기는 데 관심을 기울였다. 다시 말해 행간의 숨은 뜻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썼다.”라고 헤밍웨이 번역 과정의 마음가짐을 밝히기도 했다.
헤밍웨이 자신이 직접 경험한 전쟁의 잔혹함과 비인간적인 모습을 고발한 대작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전쟁에 깊은 관심을 보였을 뿐 아니라 직접 참전하거나 특파원 자격으로 전쟁을 취해하여 그 체험을 소설화한 작가로 유명하다. 그는 ‘전쟁이야말로 작가가 작품을 쓰는 데 가장 좋은 소재’라고 밝힌 바 있으며, 특히 “작가에게 가장 좋은 전쟁은 내전이다.”라고 하면서 내전에 큰 관심을 두었다. 이는 내전이 더 극적이고 더 비극적이라는 의미로 해석되는데,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배경이 되는 스페인 내전을 직접 취재한 그는 어느 작가보다 깊이 있게 이 점을 이해하고 있었다. 미국 남북 전쟁에 참전한 군인이었던 할아버지에게 들었던 이야기 역시 이 소설의 주인공 로버트 조던의 할아버지가 경험한 전쟁으로 소설화되어 있다.
스페인 내전이 일어난 다음 해인 1937년 5월, 마드리드와 세고비아 사이 과다라마 산맥의 어느 계곡. 미국인 로버트 조던은 공화파 사령부로부터 세고비아 공격의 사전 단계로 철교를 폭파하라는 명령을 받고 이곳에 도착한다. 그는 스페인에서 10년간 공부하고 여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에서 스페인어를 가르치다가 내전이 발발했다는 소식을 듣고 참전하여 1년 가까이 폭파원으로 활약해 왔다. 이번 작전은 폭파해야 할 철교 근처 계곡을 근거지로 활동하던 게릴라 대원들이 그를 돕기로 되어 있었다. 게릴라들의 대장은 파블로라는 인물로, 한때는 게릴라들을 이끌며 파시스트들과 싸우는 데 앞장섰던 용맹한 남자였다. 그러나 지금은 자신의 손에 죽어 간 사람들을 떠올리며 괴로워하고, 현재의 보잘것없는 생활이나마 지키려고 아집을 부린다. 특히 작전이 시작되면 다른 곳으로 근거지를 옮겨야 한다는 데 불만을 품고 조던에게 비협조적이었으며, 나약한 모습을 보이며 대원들과도 갈등을 일으킨다. 그의 부인인 필라르는 비굴한 그의 모습에 실망하지만 한편으로는 안타까워하며 조던의 작전 준비를 돕는다.
첫눈에 서로에게 이끌렸던 조던과 마리아를 이어 준 사람도 필라르였다. 마리아는 파시스트들에게 마을 시장이었던 아버지와 어머니를 잃고 능욕까지 당한 처녀로, 몇 달 전 구출되어 필라르의 보살핌을 받아 왔다. 그녀는 순수하고 열렬하게 조던을 사랑하고, 조던 역시 그녀를 통해 전쟁의 참혹함 속에서는 기대하지 못했던 열정과 희망을 품게 된다.
난 우리가 싸워서 지켜 온 모든 것을 사랑하듯 당신을 사랑해. 자유와 존엄, 그리고 모든 사람이 일할 권리, 굶지 않을 권리를 사랑하는 것처럼 당신을 사랑해. 우리가 방어한 마드리드를 사랑하듯, 죽어 간 내 동지들을 사랑하듯 당신을 사랑해. 정말 많은 동지가 죽었지. 정말, 정말로 많은 동지들이. 당신은 얼마나 많은 동지가 죽었는지 아마 상상도 못 할 거야. 하지만 난 이 세상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듯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 아니, 그 이상으로 당신을 사랑하지. 정말로 사랑해, 토끼. 이루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사랑해. 하지만 내가 이렇게 말하는 건 당신에게 조금이나마 뭔가 말하고 싶기 때문이야. 아내가 있어 본 적은 없지만, 이제 아내로서 당신이 있으니까 행복해.”(본문 중에서)
작전이 가까워 올수록 파블로와의 갈등이 심해지는데, 결국 그는 대원들을 배신하고 한밤중에 달아나 버린다. 철교 폭파에 사용할 도구까지 가져가 버린 데 대해 조던은 크게 상심한다. 뿐만 아니라 도움을 얻으려 했던 엘소르도의 게릴라 부대가 적군에 의해 괴멸되자 조던과 대원들은 불길한 예감에 휩싸인다. 그러나 그는 앞으로 이뤄 나갈 마리아와의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묵묵히 작전을 진행해 가고, 필라르나 안셀모 같은 충직한 대원들도 그를 조용히 돕는다.
헤밍웨이의 세계관을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작품
스페인 내전이 일어나자 헤밍웨이는 공화파를 지원하기 위해 모금 운동을 시작했고, 이듬해인 1937년에는 특파원 자격으로 직접 스페인을 찾아 내전을 취재했다. 그는 스페인에 도착하고 몇 달 후 ‘스페인 내전을 소재로 소설을 쓸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리고 1940년에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출간하자 몇 달 안에 무려 50만 부 이상 판매되는 등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소설 부문 퓰리처 상 후보에 올랐다.
헤밍웨이는 유럽의 여러 나라 가운데서도 스페인과 스페인 사람에 남다른 애정이 있었다고 한다. “유럽 국가 중 유일하게 남아 있는 중세 국가이며, 스페인 사람들은 유럽인 중에서는 가장 인간적인 사람들이었다.”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 실제로 그는 “이 나라를 더 이상 위험이 없고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진부한 말처럼 들릴지라도 역시 그것은 진실이다.”와 같은 생각을 품고 내전을 취재했으며, 그 경험을 살려 이 소설을 완성했다.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들과 그들의 나라가 전쟁이라는 소용돌이에 휘말려 처참하게 변해 가는 것을 직접 목격한 그는, 삶과 죽음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이전 작품들에서는 삶을 ‘승산 없는 싸움’으로 간주하거나, 전쟁에 참가하여 가까스로 살아남은 이들을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절룩거리는 불구자로 그려 왔다. 그러나 1930년대 경제 대공황과 스페인 내전을 겪으면서 그는 삶을 긍정하고 공동체 의식을 표현하기 시작한다. 특히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에 이르면 주인공은 사회의식과 공동선의 중요성을 자각하게 되고, 그의 마지막 소설 『노인과 바다』에서는 공동체의 가치를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인다. 김욱동 교수는 “부정에서 긍정으로, 비관주의에서 낙관주의로, 개인주의에서 공동체 의식으로 발전하는 헤밍웨이의 세계관을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작품이 바로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이다.”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와 같은 변화는 무엇보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라는 제목에서 두드러진다. 헤밍웨이는 17세기 영국 시인 존 던의 시에서 이 제목을 가져왔다.
어떤 사람도 그 혼자서는 온전한 섬이 아니다. 모든 사람은 대륙의 한 조각, 본토의 일부이니. 흙 한 덩이가 바닷물에 씻겨 내려가면, 유럽 땅은 그만큼 줄어들기 마련이다. 한 곶[岬]이 씻겨 나가도 마찬가지고, 그대의 친구나 그대의 영토가 씻겨 나가도 마찬가지다. 어떤 사람의 죽음도 그만큼 나를 줄어들게 한다. 나는 인류 속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알려고 사람을 보내지 마라. 그것은 그대를 위하여 울리는 것이니.―존 던
“모든 사람은 대륙의 한 조각, 본토의 일부”라는 이 시에서처럼, 주인공 조던은 개인을 희생하여 공동선을 지키려 하는 헤밍웨이의 주제를 대변한다. 누군가가 죽었음을 알리며 울려 퍼지는 ‘조종’과 같이,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공동선을 구호로만 부르짖는 것이 아니라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다. 이는 “너라는 존재는 없어. 절대 아무 일도 당하지 않는 사람은 없지. 나도 이 노인도 따지고 보면 아무것도 아니야. 다만 네 임무를 완수하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거든.”이라는 그의 독백에서도 잘 드러난다.

1899년 7월 21일 미국 일리노이주 오크파크에서 태어났다. 고등학교 졸업 후 《캔자스시티 스타》의 수습기자로 일하다 1차 세계 대전 당시 적십자 부대의 앰뷸런스 운전병으로 이탈리아 전선에 투입되었다. 휴전 후 《토론토 스타》에서 기자로 일하던 중 1921년 특파원 자격으로 파리로 건너가 거트루드 스타인, F. 스콧 피츠제럴드, 에즈라 파운드 등과 교류했다. 이후 세계 각지를 여행하고 여러 전쟁을 취재하며 다양한 경험을 소재로 소설 창작에 전념했다. 전후 세대의 모습을 그린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1926)로 ‘길 잃은 세대’의 대표 작가로 부상했으며, 전쟁문학의 명작으로 꼽히는 『무기여 잘 있어라』(1929)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스페인 내전을 다룬 서사시적 장편 소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1940) 이후 이렇다 할 작품 없이 작가 생명이 끝났다는 비판까지 들었으나, 십여 년 만에 발표한 『노인과 바다』(1952)로 이듬해 퓰리처상 수상에 이어 1954년 노벨 문학상까지 수상하며 작가로서의 명성을 회복했다. 이 작품은 망망대해 위 노인의 사투를 통해 인간은 파멸할지언정 패배하지 않는다는 실존 철학을 간결하고 응축된 수법으로 담아낸 수작이다. 이후 1959년부터 건강이 악화되면서 우울증, 알코올중독에 시달리다 1961년 7월 2일 아이다호 케첨의 자택에서 엽총으로 삶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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