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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의 상자-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98

    • 은희경 저
    • 문학사상
    • 1998년 01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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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품 규격 정보
    상품상세정보
    ISBN ISBN-13 : 9788970122847
    쪽수429쪽
    크기A5(148mm X 210mm, 국판)
    제품구성단행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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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아이가 없는 것을 빼고는 그럭저럭 평온한 삶을 꾸려나가는 신도시의 30대 부부.
    그러나 그 평온한 껍질속은 황폐하다.
    남편이 새 프로젝트의 팀장으로 세상의 질서를 바쁘게 수행하는 동안 아내는 모든 것이 깔끔하게 정돈된 집안 풍경과는 달리 세상에 적응하지 못한다.
    스스로를 도태돼야 할 ‘열성인자’라고 생각하던 아내는 남편이 없는 시간 뜻밖에도 외도를 저지르고 남편은 아내를 정신병원에 유폐한다.

    목차

    [본 문]

    아내가 그녀의 안락의자에 파묻혀 잠든 것을 보면 이따금 그때 생각이 났다. 뚜껑이 닫힌 상자들 곁에서 잠들어 있는 그녀의 모습. 그것은 자신을 상처 입은 세상을 향해 빗장을 지르고 잠들어 버린 그때의 모습과 비슷했다.

    어느날 아침 아내는 비명을 질렸다 '우리 집에서는 모든 게 말라 버려요!' 그녀의 손에 든 그릇 속에는 모래처럼 뻣뻣하게 마른 밥이 들어 있었다. 간장 접시 좀 보세요. 과연 간장은 죄다 증발해 버리고 검게 물든 소금 알갱이뿐이었다. 사과도 하룻밤만 지나면 쪼글쪼글해져요. 시멘크 벽이 수분을 다 빨아들이나 봐요. 이러다가 나도 말라비틀어질 거예요.자고 나면 내 몸에서 수분이 빠져 나가 몸이 삐그덕거리는 것 같다구요.

    _ p. 34


    사흘째 앓고 있습니다. 뜻밖의 수상 소식을 실감하는 데에 너무 많은 기력을 써버렸나 봅니다. 자다 깨다 하면서 수없이 많은 꿈을 꾸었습니다. 모두 어딘가로 떠나려 하지만 헛되이 헤매기만 할 뿐 그자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꿈이었습니다. 등에 밴 깃은땀이 거북하여 열도 식힐 겸 창문을 열었습니다.

    _ 수상소감중


    나는 터무니없이 결연하게 다짐한다. 그 다짐에 내 앞날이 걸려 있는 것처럼, 그런데 내 마음속에 떠오른 생각이 왠지 내 것 같지 않고 생소하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텔레비젼이 때맞춰 궁금증을 풀어준다. 음 치토스 언젠가는 먹고 말 거야. 번번이 허탕을 치는 동물이 나와서 결연하게 다짐하고 있다. 이런 제길, 나는 맥이 풀린다. 다짐하나도 온전히 내 것일 수 없다니, 그 순간, 나는 생소한 노랫소리를 듣는다.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믿고 싶지 않은 일이지만, 그 노래는 내 이비에서 나오는 것 같다.

    _ p.319


    나는 아내를 위해 모든 것을 했다. 그것을 아내는 어떻게 갚아주었던가. 아마 지금쯤 그녀는 자고 있을 것이다. 약을 먹을 시간이 되면 깨어난다. 그리고 다시 잠들기 전까지 하는 일이라고는 오직 나를 기다리는 것 뿐이다.

    _ p.58


    그녀는 열심히 밥을 먹었다. 다 먹은 다음 물을 가지러 냉장고로 갔다. 물쟁반을 들고 식탁으로 돌아온 그녀는 식탁 위를 보더니 갑자기 멈칫했다. 쟁반 위에 있던 물병과 유리컵을 내려놓고 거기에 자기의 빈 밥공기를 옮겨 담으며 그녀는 조용히 말했다.

    '내가 언제 밥을 먹었죠?'

    그 겨울은 우리 둘 다에게 몹시 힘들었다.

    _ p.54

    출판사 서평

    1998년도 한국 소설 문학의 큰 흐름과 발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대상 작품을 포함한 6편의 우수작상, 그리고 1편의 기수상작가 우수작이 지닌 각기 다양한 작품세계가 이 한 권에 펼쳐져 있다. 1998년도 제22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은 은희경 씨의 <아내의 상자>가 선정되었다.
    이 작품은 일상의 삶 속에서 소멸되어 가는 인간의 존재의식을 세련된 감각과 간결한 언어로 깊이 있게 추구하고 있으며, 단편소설의 완결성과 그 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이 작품은 새로운 세기를 눈앞에 두고 있는 한국 소설 문단에서 여성 소설이 이룩한 문학적 성취를 대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대상 수상작
    은희경 <아내의 상자>

    추천 우수작
    공지영 <존재는 눈물을 흘린다>
    김인숙 <거울에 관한 이야기>
    박상우 <말무리반도>
    엄창석 <색칠하는 여자>
    이혜경 <노래하는 여자 노래하지 않는 여자>
    전경린 <환幻과 멸滅>

    기수상작가 우수작
    최수철 <매미>

    저자 소개
    저자 : 은희경

      1959년 전북 고창에서 출생했고 전주여고를 거쳐 숙명여대 국문과와 연세대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했다. 졸업 후 출판사와 잡지사에서 근무하였다. 오늘을 살아가는 인간의 고독과 내면적 상처에 관심을 쏟는 작품들을 잇달아 발표하여 젊은 작가군의 선두 주자가 되었다. 등단 3년만인 1998년에 『아내의 상자』로 제22회 이상문학상 수상하면서 소설가로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 한국문학번역원 비상임이사(제4대, 임기3년), 문화관광부 한국문학예술위원회 문학위원회 상임위원, 미국 워싱턴대 객원연구원으로 활동하였다.

      30대 중반의 어느 날, `이렇게 살다 내 인생 끝나고 말지` 하는 생각에 노트북 컴퓨터 하나 달랑 챙겨 들고 지방에 내려가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 은희경의 인생을 바꿨다. 199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 『이중주』가 당선되어 등단했으나 알아주는 사람이 별로 없자, 산사에 틀어박혀 두 달 만에 『새의 선물』을 썼다. 이 작품이 제1회 문학동네 소설상을 수상하면서 필명을 날리게 되었다. 한 해에 신춘문예 당선과 문학상 수상을 동시에 한 작가는 1979년 이문열, 1987년 장정일 이후 처음이었다. 또한 1997년에 소설집 『타인에게 말 걸기』로 제10회 동서문학상을, 1998년에 단편소설 『아내의 상자』로 제22회 이상문학상을 수상, 2000년에 단편소설 『내가 살았던 집』으로 제26회 한국소설문학상을 수상했다.

      은희경은 등단한 다음 해부터 2년 동안 엄청난 양의 작품을 소화해냈다. 해마다 2000매 이상을 썼을 것으로 추측된다. 은희경 소설은 무엇보다 ''잘 읽힌다''는 것과 무척 ''재미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 뒤에는 단순한 유머가 아닌 진한 페이소스를 숨기고 있다. 은희경 소설의 매력은 소설의 서사 진행 과정중 독자들 옆구리를 치듯 불쑥 생에 대한 단상을 날리는 데 있다.

      그녀의 소설을 흔히 사랑소설 혹은 연애소설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은희경은 "궁극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의 상투성'', 그로 인해 초래되는 진정한 인간적 소통의 단절"이라고 한다. 그녀를 따라 다니는 또 하나의 평은 ''냉소적''이라는 것이다. 그녀는 사랑이나 인간에 대해 환상을 깨고 싶어한다. 그녀에 의하면 ''사랑의 가장 커다란 병균은 사랑에 대한 환상''이다. 그녀는 사랑에 관한 이 치명적인 환상을 없애기 위해 사랑을 상대로 위악적인 실험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녀의 대표작 중 하나인『마이너리그』는 58년 개띠 동창생 네 친구의 얽히고 설킨 25년 여 인생을 추적하면서 '마이너리그'란 상징어로 한국사회의 '비주류', 그러나 실제로는 대다수 보통 사람들이 해당될 수밖에 없는 '2류인생'의 흔들리는 역정을 경쾌한 터치로 그려낸 소설이다. 작가는 이 소설에서 우리 사회 곳곳에 숨어있는 갖가지 허위의식, 즉 패거리주의 학벌주의 지역연고주의 남성우월주의 등을 마음껏 비웃고 조롱하는 가운데, 주인공들의 마이너 인생을 애증으로 포옹한다. 작가는 권두의 '작가의 말'에서 "내게 주어진 여성이라는 사회적 상황은 한때 나로 하여금 남성성에 대한 신랄함을 갖게 했다. 이제 나를 세상의 남성과 화해하게 만든 것은 삶의 마이너리티 안에서의 동료애가 아닌가 한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불완전한 도중(道中)에 있다"라고 말한다.

      저서로 소설집 『타인에게 말 걸기』, 『상속』,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 『중국식 룰렛』, 장편소설 『새의 선물』, 『마이너리그』, 『그것은 꿈이었을까』, 『비밀과 거짓말』,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태연한 인생』, 『소년을 위로해줘』, 『빛의 과거』가 있다. 문학동네소설상, 동서문학상, 이상문학상, 한국소설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이산문학상, 동인문학상, 황순원문학상을 수상했다.

      도서리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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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 guest
      • 2001.10.10

      이 작품의 원제목은 "불임파리" 였는데, 작품 전체의 인상을 미리 규정 해 버릴 수 있다는 판단아래 다시 "아내의 상자"로 바뀌게 된 일화가 있다. 이 소설은 불임 여성의 이상 성격을 통해 일상의 삶 속에서 소멸되어 가는 인간의 존재의식을 파헤치고 있다고 하겠다. 지극히 평범한 남편과 아내, 예전 수돗물 소리의 환청을 일으키며 입시 강박증 증세를 앓았던 적이 있는 아내다. 가정에 충실한 아내가 엮어 내는 삶 속에 신도시의 획일적인 살풍경 한 모습, 평온한 껍질 속의 황량한 표정들, 무미건조하다 못해 삭막하고 무언가 잃어버린 것 같은 상실감, 외로움 등등....... 자신도 모르게 안으로 안으로만 숨어들려는 현대인의 심리와 갈등을 조금은 신선하게 표현하고 있다. 여기서 아이러니컬한 것은 시간이 깊어질수록 아내가 어딘 가로 가버렸다 는 사실에 아내를 찾을 전화번호 하나 갖고 있지 않는 점이다. 이 점에 남편은 큰 당혹감을 느꼈다고 나온다. 만약 우리 집의 경우 사전 연락없이 내가 늦게까지 자리를 비우거나 아님 외박을 해도 나의 행방을 찾지 못 할 것이라는 생각이 불현듯 드는 것이다. 우리들은 서로를 사랑하며 산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상 알고 있다는 것은 그 사람의 삶의 한 조각에 불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어쩌면 生이 다하는 순간까지 전부를 알지 못하며 희노애락을 함께 공유하지 않을까......,이런 쓸쓸한 생각이 밀려온다. 무엇에 의미를 두고 있는지, 늘 바쁘다는 소리만 내지르며 딱딱한 조직의 일원으로서 규격에 맞춤꼴 같은 삶을 살고 있는 현대인들. 그 와중에 아내들은 그 규격화되고 텅 빈 일상적인 삶에 의미들을 채워 넣고 싶어 자기만의 상자를 만들고, 오래된 흉터를 쓰다듬듯 그 상자를 어루만지며 안타까운 상처들을 빼곡이 담아놓고 있는 것을, 오늘날의 남편들은 이런 현실을, 이 삭막한 현실을 과연 알까?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 운명의 상자를 하나씩 지니게 마련이다 그 안에는 누구나 흉내내기 어려운 온갖 생의 불가피한 모순들이, 고통과 쾌감, 기쁨과 슬픔, 성공과 실패가 숨어 있기에 함부로 그 상자를 열기가 쉽지 않으리라. 그 상자를 열면 삶의 굴레가 운명이라는 이름으로 덮쳐 오는 것을 두려워 하기에, 마치 나뭇잎 뒷면에 몸을 둥글게 말고 숨어 있는 공벌레처럼 자꾸 안으로만 감추고 싶은 마음 탓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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