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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88970122847 |
|---|---|
| 쪽수 | 429쪽 |
| 크기 | A5(148mm X 210mm, 국판) |
| 제품구성 | 단행본 |
- 소설/에세이/시 > 국내소설

- guest
- 2001.10.10
이 작품의 원제목은 "불임파리" 였는데, 작품 전체의 인상을 미리 규정 해 버릴 수 있다는 판단아래 다시 "아내의 상자"로 바뀌게 된 일화가 있다. 이 소설은 불임 여성의 이상 성격을 통해 일상의 삶 속에서 소멸되어 가는 인간의 존재의식을 파헤치고 있다고 하겠다. 지극히 평범한 남편과 아내, 예전 수돗물 소리의 환청을 일으키며 입시 강박증 증세를 앓았던 적이 있는 아내다. 가정에 충실한 아내가 엮어 내는 삶 속에 신도시의 획일적인 살풍경 한 모습, 평온한 껍질 속의 황량한 표정들, 무미건조하다 못해 삭막하고 무언가 잃어버린 것 같은 상실감, 외로움 등등....... 자신도 모르게 안으로 안으로만 숨어들려는 현대인의 심리와 갈등을 조금은 신선하게 표현하고 있다. 여기서 아이러니컬한 것은 시간이 깊어질수록 아내가 어딘 가로 가버렸다 는 사실에 아내를 찾을 전화번호 하나 갖고 있지 않는 점이다. 이 점에 남편은 큰 당혹감을 느꼈다고 나온다. 만약 우리 집의 경우 사전 연락없이 내가 늦게까지 자리를 비우거나 아님 외박을 해도 나의 행방을 찾지 못 할 것이라는 생각이 불현듯 드는 것이다. 우리들은 서로를 사랑하며 산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상 알고 있다는 것은 그 사람의 삶의 한 조각에 불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어쩌면 生이 다하는 순간까지 전부를 알지 못하며 희노애락을 함께 공유하지 않을까......,이런 쓸쓸한 생각이 밀려온다. 무엇에 의미를 두고 있는지, 늘 바쁘다는 소리만 내지르며 딱딱한 조직의 일원으로서 규격에 맞춤꼴 같은 삶을 살고 있는 현대인들. 그 와중에 아내들은 그 규격화되고 텅 빈 일상적인 삶에 의미들을 채워 넣고 싶어 자기만의 상자를 만들고, 오래된 흉터를 쓰다듬듯 그 상자를 어루만지며 안타까운 상처들을 빼곡이 담아놓고 있는 것을, 오늘날의 남편들은 이런 현실을, 이 삭막한 현실을 과연 알까?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 운명의 상자를 하나씩 지니게 마련이다 그 안에는 누구나 흉내내기 어려운 온갖 생의 불가피한 모순들이, 고통과 쾌감, 기쁨과 슬픔, 성공과 실패가 숨어 있기에 함부로 그 상자를 열기가 쉽지 않으리라. 그 상자를 열면 삶의 굴레가 운명이라는 이름으로 덮쳐 오는 것을 두려워 하기에, 마치 나뭇잎 뒷면에 몸을 둥글게 말고 숨어 있는 공벌레처럼 자꾸 안으로만 감추고 싶은 마음 탓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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