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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88989103288 |
|---|---|
| 쪽수 | 426쪽 |
| 크기 | A5(148mm X 210mm, 국판) |
| 제품구성 | 단행본 |
- 경제/자기계발 > 경제학

- guest
- 2000.11.29
최영창/ycchoi@munhwa.co.kr 문화일보.2000.11.29.수.책과 현장(17면) 한국이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아래 들어간 직후인 1998년초 서울대에서 한 사회과학자를 만났을때 들은 얘기가 생각난다. 그는 국내 학계가 미증유의 경제대란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었다. "세계화 바람에 경제학도 국제적인 학술지에 발표하는 것이 유행했다. 그런데 이런 잡지에 발표하는 논문들은 대개 경제 현상의 수리적인 분석에 치중한 논문들이었다. 지금와서 생각하니 우리 경제의 근본이 흔들리고 있었다는 사실은 눈감은채 한쪽에서 진행된 이같은 작업들이 도대체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신간 '마르크스와 오스트리아 학파의 경제사상'이 관심을 끄는 것은 바로 경제 현상의 수리적 분석에만 편중돼온 국내 경제학 연구의 흐름을 바꿔보겠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인 홍훈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에서 마르크스주의의 본산인 뉴욕의 '뉴 스쿨 포 소셜 리서치(New School For Social Research)'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연구자다. 지난 94년 마르크스 경제사상의 구조와 한계를 출간한데서 알 수 있듯 저자는 시장만을 중시하는 신고전학파가 대세를 이루고 있는 국내 경제학계에서 보기 드물게 마르크스를 중심으로 서양 고전 경제사상을 새롭게 조명하고 이를 통해 한국 자본주의를 분석하는 작업을 수행해왔다. 독자들은 왜 지금 철지난 마르크스와 오스트리아 학파의 경제사상을 운운하느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을 보면 이같은 고전 경제사상에 대한 문헌연구가 현실 경제에 대한 해명 뿐아니라 미래 한국경제의 전망도 제시하는 유용한 전략임을 깨닫게 된다. 연구의 방법론적인 측면 뿐아니라 이를 통해 저자가 제시한 결론도 혁신적이다. 홍교수는 책에서 마르크스와 오스트리아 학파를 계승한 하이에크가 경제학 방법론이나 이념, 주장을 내세우는 방식 등에 있어 근본적인 유사성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제사상의 측면에서 볼 때 마르크스는 말할 것도 없는 극좌인 반면 하이에크는 극우의 입장에 서 있는 학자라 독자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경제학의 핵심인 상품 및 재화, 가치, 화폐, 자본에 대한 학설을 통해 마르크스와 오스트리아 학파의 견해를 분석한 저자는 양극단은 서로 통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강조한다. 일반적인 통설과는 달리 가치론 분석 등을 통해 마르크스의 노동가치론을 스미스와 리카도로 대표되는 고전학파의 노동가치론과 구분하고 멩거가 창시한 오스트리아 학파를 제본스와 왈라스가 대표하는 한계효용학파로부터 분리시킨 저자는 다양한 측면에서 마르크스와 오스트리아 학파의 유사성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킨다. 홍교수에 따르면 무엇보다 두 학파는 가치법칙을 설정하고 이에 근거해 상품, 화폐, 자본 등 기본적인 현상을 재해석해내는 방식으로 경제 영역의 독립성과 법칙성을 철저하게 구축하려 했다는 점에서 통한다. 가령 스미스와 리카도에게서도 교환가치 사용가치, 노동이라는 개념을 발견할 수 있지만 마르크스처럼 이들 모두를 압도하면서 포섭하는 개념으로서의 가치는 존재하지 않았던 반면 멩거는 그의 저서 경제학 원리가 자본론의 분류와 순서가 비슷할 정도로 마르크스의 가치론과 많은 점에서 유사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자본주의에 대한 상반된 입장에도 불구하고 경제현상의 수량적 측면이 아니라 질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자본주의의 기본적인 제도들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려 한 시도도 두 학파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공통점이다. 이는 두 학파에게서 가치법칙은 경제현상을 있는 그대로 설명하는 존재(Sein)적이거나 가치 중립적인 원리가 아니라 자본주의에 대한 판단을 나타내는 당위(Sollen)를 내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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