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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88936436520 |
|---|---|
| 쪽수 | 303쪽 |
| 크기 | A5(148mm X 210mm, 국판) |
| 제품구성 | 단행본 |
- 소설/에세이/시 > 국내소설

- guest
- 2000.06.10
모눈 눈금을 하나 하나씩 매우 듯 우리네 나이를 차곡차곡 채우는 것, 추하지 않게 곱게 익어가기, 그리고 세월의 강을 그 누구와 평생을 아름답게 물들이며 늙어간다는 것.... 박완서님의 단편소설집을 접하고 난 뒤 느낀 단어들이다. '너무나 쓸쓸한 당신'이란 타이틀에서 느낄 수 있듯이 인생의 쓸쓸함을 맛볼 수 있는, 조금은 인생의 맛이 어떤지 알만한 초로(初老)의 노인들 이야기이다. 그 외 여러 단편들 역시 현실적인 노인들 문제, 치매와 자식과의 관계 등 곧 칠순(七旬)을 바라보는 원로작가의 시각을 통해 예리하게 다루어진 씹을수록 깊은 맛이 우러나는 작품이다. 늦깎이로 데뷔한 작가의 창작열은 일찍 문단에 데뷔한 사람 못지 않게 대단한 파문을 몰고 왔으며, 억지스러움 없이 술술 나오는 그녀만의 언어와 표현력에 아낌없는 감탄이 절로 나오게 된다. 그 자연스러움이란 마치 나와 내 이웃 가족의 일상사를 들여다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만든다. 우리 모두들인 '당신'은 어느 날 넘치는 고독과 함께 나이를 먹게 될 것이고, 그리고 노년의 쓸쓸함과 외로움을 껴안고 살기 마련이다. 살아가는 동안 자식 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을, 자유로운 사고방식과 행동으로 젊게 살기 위해 몸부림을 쳐본들, 찾아오는 늙음을 거부할 힘이 우리들에겐 없다. 고독한 시간에 벗해 주는 한잔의 커피를 앞에 놓고 나 역시 늙어간다는 것에 조금은 초조함을 맛본다. 젊음이 왕성할 때의 에너지만큼 고약한 심술과 이기적 탐욕덩어리가 반작용으로 생기면 어쩌나 하는 심사가 바짝 고개를 쳐든다 아무리 완숙(完熟)미가 우아하다 해도 늙음은 젊음과 비교할 성질이 아니며, 피할 수 없는 죽음과 가까워지기에 또한 서글프다. 문득문득 침입하는 정신적 공허감, 모래처럼 술술 새는 상실감이 그렇고, 나이테처럼 켜켜이 늘려 가는 자글자글한 주름살이, 육체적으로 쇠잔해 가는 체력이 그러하다 이 소설에 나오는 여성이 느낀 쓸쓸한 당신은 스스로 원해서 가부장의 고단한 의무에 얽매여 사는 초라한 남편을 지칭한다. 초로에 든 사람들에게 부부만큼 서로를 위해주는 관계도 없다고 한다. 반쪽을 잃고 양지바른 곳에서 하루하루를 죽이는 노인네들을 보면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측은하여 새삼 쓸쓸한 눈길을 한번 주게 된다. 젊은 시절 활동과 기력이 좋을 때의 부부는 불확실한 미래의 안락한 삶을 위해, 보다 자식들의 밝은 생활을 위해 각박한 삶의 현장에서 서로의 소중함을 조금은 잊은 채 녹슨 세월의 시간을 보내곤 한다. 인생은 언제나 한 박자 뒤늦게 깨닫듯이 함께 호흡하며 부대낄 때는 사랑한다는 말에 인색할 수도 있고, 겉으로 드러내기가 쑥스러워 속으로 삼키며 생활하는 부부들도 우리 주위에 얼마나 많은가! 말이 통하지 않아도 우리는 상처 없는 아픔과 절망 없는 고통을 어깨에 맨 채 그럭저럭 생활을 해 나가고 있다. 도무지 끝이 보일 것 같지 않은 까마득한 추락으로 떨어질지라도 우린 굴곡이 심한 삶도 잘도 견뎌 내고 있다. '너무나 쓸쓸한 당신'의 주인공이 바로 우리들의 미래의 모습이 될 수 있기에, 이제라도 측은(惻隱)지심을 가지고 더욱 관심 기울려야 하는 대상이 자식보다 바로 나의 평생지기가 아닐는지 다시금 생각해 본다 나이 들어서도 지금처럼 푸른 청춘의 꿈이 사그라지지 않도록 항상 노력하고, 아울러 삶의 한때를 흔들어 놓은 사람, 언제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준 옆지기 에게 더욱 관심기울일 수밖에 달리 도리 없을 것 같다.

- guest
- 2000.08.30
나에게 있어서 가장 거리감이 느껴질 만한 작가가 누구일까...단순하게 성별, 나이로 봤을 때 박완서라는 작가와 나는 정체성을 함께 느낄 만하지는 못 하다. 너무나 멀기만 한 식민지 시대를 겪었고 가부장적인 한국사회를 살아온 여성의 맘을 이해하는 것은 아직 어리다 못해 어리석은 한 청년으로서는 힘든 일일 것이다. 위와 같은 생각 ??适 박완서의 소설은 대부분 여성들에게 많이 읽히는 것 같고 그래서 잘은 모르지만 여성문학 쪽에서 인정받는 것 같다. 내가 접해본 여류 작가의 소설은 공지영이나 은희경 정도로 폭도 좁지만 그나마 젊음이 느껴지며 공지영의 경우는 80년대의 단면을 보여 주기에 여성이라는 초점과는 약간 거리가 있는 것 같다. 박완서의 '너무나 쓸쓸한 당신' 을 보고 난 후 어느 정도의 실망감을 얻었다. 제목과 어울리는 감수성을 느끼고 싶었었는데 대신 그보다 더 빛나는 완숙미를 느낄 수 있었다. 공지영이나 은희경도 아직은 이러한 경지에까지는 오지 못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문체에서부터나 내용에서 특히 해학미를 느끼게 해 주었다. 드레스인 줄 알았던 수의, 공에서 공놀이하는 여자로 변신하는 이야기나 비자 때문에 세미나에 참석하지 못했는데 유감의 뜻으로 하는 말이 우리나라가 남아프리카만 못 하다는 얘기로 되 버린 것 등... 마치 오랜 민담을 듣는 듯한 포근함이 느껴진다. 늙는다는 것... 어찌 보면 숙명적이고 당위적이지만 거부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사실 아니 진리이다. 책에서도 쳐진 뱃살을 보고 재혼을 거부하고, 치매에 걸린 어머니, 늙은 어머니가 암에 걸렸을 때의 그 느낌...굳이 작품을 시대와 연결시키려 하지 않아도 우리가 살아온 모습에 대한 반추를 대리적으로 할 수 있는 작품이다. 너무도 쓸쓸한 당신... 당신만이 쓸쓸한 것이 아닐 것이다. 나도 쓸쓸하기에 당신에게 감정이 이입된 것이며 두 감정이 증폭이 되어 이 책과 책에 나타난 감성들을 돋보이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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