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주의와 보수의 정치철학’을 탐구하는 기획
보수나 진보를 한 가지 획일적인 기준으로 규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사전적 정의를 따르면 보수주의는 “급격한 변화를 피하고 현 체제를 유지하려는 사상이나 태도”, “오랜 시간을 통해 발전되어온 연속성과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전통적인 제도와 관습을 소중히 여기는 태도”라고 한다.
이렇게 보면 보수주의는 일반적으로 특정 국가에서 사회의 기득권층이나 지배층의 존재성 및 정체성을 나타낸다. 그들이 자신들의 사회적, 정치적 존재성을 정당화하거나 자신들의 집단적 정체성을 확립하려는 노력이 보수주의의 이념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 책은 사회의 기득권층, 지배층과 강력하게 결합하여 장구한 시간 동안 특정 사회-특히 해방 이후 한국 사회-의 지배적 이념이 된 보수와 보수주의에 대하여 그 역사와 의미, 정치철학을 탐구하는 책이다.
한국 보수의 이념 부재에 대한 정치철학적, 정치사상사적 진단
한국 정치에서 나타나는 특이한 현상들 가운데 하나는 한국 보수 집단의 이념적 빈곤 또는 보수주의 이념 자체의 부재 현상이다. 즉 보수 집단이나 보수 정당은 존재하되 그들이 지키고자 하는 것이 과연 무엇이고 왜 지켜야 하는지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이념이 부재하는 것이다.
이 책은 보수주의의 정치철학적 기초, 한국 보수주의의 역사와 이념, 동양과 서양의 보수주의 등을 광범위하게 살펴봄으로써 무엇보다 이러한 한국적 현상에 대한 정치철학적, 정치사상사적 진단과 처방을 내려보고자 한다.
진정으로 가치 있는 보수주의의 출현을 기대하며
한국 정치에서 보수 세력은 존재하되 그들 나름의 정책 결정 혹은 사회적 가치 배분의 준거로 삼을 보수주의라고 불릴 수 있는 이념은 부재한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논의를 통해 잘 알려진 바 있다. 여기서 이념이 부재한다는 것은 보수 세력이 스스로 보수하고자 하는 제도나 체제를 뒷받침하는 가치나 이념의 실체를 능동적으로 파악하고 그것을 이념적으로 체계화하려고 노력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잘 알려져 있듯이 한국의 보수주의는 오랫동안 그 이념적 근거를 ‘반공’이라는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이념에서 찾아왔으며, 그 이념적 근거에 대한 주체적인 탐색 없이 자유민주주의나 사유재산권을 마치 ‘성스런’ 이념처럼 일방적으로 내세우는 수준의 이념적 위상에 머무르고 있었던 것이다. 한국의 보수 세력에 대중적 논객은 많이 있어도 진정한 의미에서의 보수주의 사상가나 이데올로그는 발견하기 힘들다는 사실도 그러한 이념적 빈곤의 반영일 것이다.
보수든 진보든 속된 말로 현실 정치에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정치적 수사나 구호는 그리 어렵지 않게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성격의 정치적 구호나 수사의 정치적 실용성은 결코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보수주의는 현재의 역사적 상황에 대한 철저한 이해 및 보수해야 할 가치의 이념적 근거에 대한 깊은 성찰을 통해서만 구축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최근 한국 사회에서 보수의 역사와 의미, 이념에서 일탈하여 한국 보수의 진정한 책임과 의무, 가치를 망각하고 그 역사마저 부정하면서 보수로 행세하고 있는 일부 보수 집단들의 깊은 반성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이제 한국의 보수주의는 한국의 역사 속에서 발현한 사상과 문화, 전통과 관행 그리고 탁월한 인물들의 삶 속에서 진정으로 지킬 만한 것들을 발굴하고 그것들을 이념적으로 체계화하는 작업, 다시 말해서 한국에서 진정으로 가치 있는 보수주의가 출현하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수행할 시점에 있다. 이 책이 그러한 보수주의 이념 구축의 학문적 출발점으로서 작게나마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목차
머리말_양승태
제1부 보수주의의 정치철학적 기초
1장 인간 본성, 정치 그리고 보수주의_설한
2장 아르놀트 겔렌의 현상학적 인간학과 보수주의의 기원에 대한 고찰_신충식
제2부 한국 보수주의의 역사와 이념
3장 한국 보수 세력의 계보와 역사: 전통 보수주의와 신보수주의, 1945~1979_이완범
4장 개혁적 민주 정부 출범 이후(1998~) 한국의 보수주의: 보수주의의 자기 쇄신?_강정인
5장 한국에서 보수주의의 의미에 대한 하나의 해석_최치원
제3부 유럽의 보수주의
6장 영국 보수주의 사상의 형성과 진화: ‘변화에 대한 태도’를 중심으로_김비환
7장 미국 신보수주의의 이론적 구성과 한계_장의관
8장 독일 바이마르 시기의 ‘보수 혁명’ 담론과 정치의 우선성: 국가, 시장,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를 중심으로_김동하
제4부 동양의 보수주의
9장 현대 중국의 신보수주의의 출현과 유학의 재조명_조경란
10장 현대 일본의 보수주의_장인성
11장 동양적 사유에 나타난 보수주의_김명하
맺는말: 한국의 보수주의, 무엇을 지킬 것인가?_양승태
각 장에 대한 안내 및 각 장이 처음 게재된 학술지
지은이 소개
저자 소개
저자 : 양승태
양승태 미국 노스웨스턴대학에서 밀( J. S. Mill) 연구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국정치사상학회 초대 회장과 이화여자대학교 사회과학대학 학장을 역임한 바 있다. 주로 서양 정치사상을 강의하고 있으며, 서양 정치철학에서 변증법 개념, 국가 정체성 문제 및 그 문제와 연관된 한국 정치사상사 및 지성사를 주로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근간 예정인 소크라테스에 대한 저술과 더불어, 『앎과 잘남: 희랍지성사와 교육과 정치의 변증법』, 『이상과 우상 사이에서: 민주화시대의 이데올로기들에 대한 비판적 성찰』, 『대한민국이란 무엇인가: 국가정체성 문제에 대한 정치철학적 성찰』 등이 있으며, 동서양 및 한국 정치사상사와 관련된 다수의 논문이 있다.
설한 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경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로 현대 정치철학 및 정치 이론을 강의하고 있으며, 주요 관심 분야는 자유주의, 민주주의, 다문화주의, 세계화 등을 핵심 주제로 하여 서로 연계된 현대 정치철학 관련 제 문제들이다. 저서로 『정치사상, 정치리더십, 한국정치』(2004, 공저), 『도시공동체론』(2003, 공저) 등이, 논문으로 「초국적 제도의 민주적 정당성에 대한 고찰」(2010), 「킴리카(Kymlicka)의 자유주의적 다문화주의에 대한 비판적 고찰: 좋은 삶, 자율성, 그리고 문화」(2010), 「자유주의 다원사회와 권리의 정치」(2009) 등이 있다.
신충식 미국 ‘New School for Social Research’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로 현대 정치철학, 행정철학, 공직 윤리를 강의하고 있으며, 주요 관심 분야는 시간과 타자의 현상학, 철학적 해석학, 유럽 정치 이론, 현상학적 질적 연구, 윤리적 의사 결정 분석이다. 저서로 『20세기 사상지도』(2012, 공저)가, 역서로 『다른 하이데거』(2011), 『공직윤리: 책임 있는 행정인』(2013)이, 논문으로 “Husserl’s Critical Appropriation of Kant’s Transcendental Aesthetics”(2012), 「푸코의 계보학적 접근을 통한 통치성 연구」(2010), 「질적 연구방법과 현상학」(2009) 등이 있다.
이완범 연세대학교 정치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로 한국 현대 정치사, 한국 분단사, 한국과 국제정치 등을 강의하고 있으며 최근의 주된 연구 분야는 박정희 시대사, 한미 관계사, 남북한 통일 정책, 김일성 연구 등이다. 주요 저서로 『38선 획정의 진실』(2001), 『한국전쟁: 국제전적 조망』(2000), 『한국 해방 3년사』(2007) 등이 있다. 주요 논문으로 「‘2008년 촛불시위’의 영향」, 「6.25전쟁의 명칭과 그 의미」, 「건국 기점(起點) 논쟁: 1919년설과 1948년설의 양립」 등이 있다.
강정인 미국 캘리포니아 주 버클리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로 현대 한국 정치사상사와 비교 정치사상을 강의하고 있으며, 주요 관심 분야는 동서 비교 정치사상, 서구 중심주의, 한국 현대 정치의 사상화 작업이다. 저서로 『서구중심주의를 넘어서』(2004), 『한국 정치의 이념과 사상』(2009, 공저) 등이, 역서로 『군주론』(2008, 공역), 『정치와 비전 1-2』(2007, 2009, 공역) 등이, 논문으로 「루소의 정치사상에 나타난 정치참여에 대한 고찰: 시민의 정치참여에 공적인 토론이나 논쟁이 허용되는가?」(2009), 「율곡 이이(李珥)의 정치사상에 나타난 대동(大同) 소강(小康) 소강(少康): 시론적 개념 분석」(2010) 등이 있다.
최치원 독일 브레멘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평화연구소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정치사상•철학 일반, 인간과 정치, 동서 비교 정치사상 등을 강의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베버(Max Weber)와 아렌트(Hannah Arent)의 정치철학과 방법론, 정치 현실 및 과정에 대한 사상적, 역사적 해석, 한국과 동아시아의 민주주의와 평화 등이다. 주요 논문으로는 「‘미완의 근대기획’으로서 동북아시아: 계몽, 지식과 과학•기술의 의미 그리고 혼돈과 오류 성찰」(2013), 「종교문화적으로 이해된 막스 베버의 유교윤리에 대한 정치이론적 해석」(2012), 「칸트와 회페의 세계공화국 개념 고찰」(2012) 등이 있다.
김비환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성균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로 서구 정치사상사와 현대 정치철학을 강의하고 있으며, 주요 관심 분야는 정치와 법치의 관계,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 논쟁, 좋은 민주주의의 모색, 현대 영미 정치사상 관련 문제 등이다. 저서로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철학과 변증법적 법치주의』(2011), 『포스트모던시대의 정치와 문화』(2005), 『축복과 저주의 정치사상: 20세기와 한나 아렌트』(2001) 등이, 논문으로는 “A Critique of Raz’s Liberal Perfectionism: Morality and Politics”(1996), 「한국적 민주정치공동체의 존재론적 기초를 찾아」(1999), 「한국 민주주의의 진로에 대한 정치철학적 고찰」(2008) 등이 있다.
장의관 미국 시카고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정책과학대학원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로 현대 정치 이론 분야를 강의하고 있으며, 주요 관심 분야는 실천적 정의와 윤리의 문제이다. 논문으로는 「아담 스미스와 규제 없는 시장의 덕성」(2012), 「좋은 사람과 좋은 시민의 긴장: 아리스토텔레스 정치공동체의 가능성과 한계」(2011), 「다문화주의의 한국적 수용: 주요 쟁점의 분석과 정책 대응」(2011) 등이 있다.
김동하 독일 베를린자유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서강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로 고대, 근대 서양 정치사상사와 현대 정치사상을 강의하고 있으며, 주요 관심 분야는 정치 통합에 관한 이론적 사상적 연구, 사회적 소수자의 인정문제와 사회적 윤리, 시민 종교와 좋은 정치의 관계 등이다. 저서로는 Anerkennung und Integration: Zur Struktur der Sittlichkeit bei Hegel(Konigshausen & Neumann, 2011) 등이, 논문으로는 「헌법과 통합의 정치: 헤겔 ‘법철학’의 현재성 옹호를 위한 요소들」(2013), 「시민종교와 정치통합: 헤겔의 규범적 통합이론의 문화론적 재구성」(2012), 「인정의 비대칭적 구조와 공동체성 그리고 종교: 헤겔 통합이념을 통한 인정이론의 재구성」(2009) 등이 있다.
조경란 성균관대학교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연세대학교 국학연구원 HK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로 중국의 현대사상과 동아시아 근대 이행기 사상 연쇄에 대해 강의하고 있으며, 주요 관심 분야는 현재의 중국 지식 지형 문제와 중국의 자유주의 좌파 문제이다. 저서로 『중국현대사상과 동아시아』(2008), 『중국현대사상의 탐색』(2003)이 있으며, 논문으로 「중국에서 신좌파와 비판적 지식인의 조건」(2013), 「현대중국의 유학부흥과 ‘문명제국’의 재구축-국가•유학•지식인」(2012), 「현대 중국 민족주의 비판 - 동아시아 인식을 중심으로」(2010) 등이 있다.
장인성 도쿄대학에서 학술박사(국제관계론 전공)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로 동아시아의 정치사상과 국제 관계를 강의하고 있으며, 주요 연구 분야는 동아시아 국제사회, 근대 동아시아 정치사상, 한국 외교사 등이다. 저서로 『메이지유신』(2007), 『근대한국의 국제관념에 나타난 도덕과 권력』(2005), 『장소의 국제정치사상』(2002) 등이 있으며, 논문으로 「현대일본의 애국주의」(2013), “The Social Construction of an East Asian Community and Regional Culture”(2012), 「3.1운동의 정치사상에 나타난 ‘정의’와 ‘평화’」(2009) 등이 있다.
김명하 경북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경북대학교 동서사상연구소 전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주로 한국 정치사상, 중국 정치사상을 강의하고 있으며, 주요 관심 분야는 천인관계 및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둘러싼 문제들이다. 저서로는 『한국정치사상사』(2005), 『장자사상의 이해』(2003), 『중국 고대의 정치사상』(1997) 등이, 논문으로 「고대 중국정치사상에서의 보수와 진보」(2013), 「묵가 정치 이론에서의 국가와 권력」(2007), 「한국 상고대 정치사상에서의 천인관계」(2002)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