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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 ISBN-13 : 9788992467193 |
|---|---|
| 쪽수 | 330쪽 |
| 크기 | A5(148mm X 210mm, 국판) |
| 제품구성 | 단행본 |
- 인문/역사 > 서양철학
1권《세계 시민주의》는 세계시민주의에 대한 기본적인 담론의 한계를 뛰어넘어 자유주의적 세계시민주의를 갈망하고 글로벌 시대에 요구되는 윤리학에 관하여 논의한다. 또한 개인 혹은 집단에서 옳다고 생각했던 정체성의 오류를 들춰내고 차이와 경계를 가로지르는 세계시민적 연대를 통한 윤리학이 필요함을 주장한다.
한국내 체류 외국인이 100만명이 넘은 지금 다문화 사회에 이른 지금 낯선 이방인을 바라보는 한국인의 시각에는 동정심과 적대감이 공존하며 일상에서 실체로 존재하는 이방인에 대한 태도는 어떻게 해야하는가를 생각하게끔 한다.
세계시민주의 (cosmopolitanism)이란 개인이 국가와 민족을 초월하여 자신을 세계 사회의 일원으로 파악하는 사상 및 양식으로 '세계주의'라고도 한다. 그리스어의 '코스모스 kosmos(세계)'와 '폴리테스 polites(시민)'의 합성어로 기원전 4세기 고대 그리스의 키니코스 Cynicos 학파가 처음 사용했다.
☞ 이 책은 윤리학과 언어철학, 아프리카인과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사상사 분야에 걸친 광범위하고 다양한 저서를 써온 애피아의 책으로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책이다. 가나인 변호사 아버지와 영국인 작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미국 프린스턴 대학 교수로 살고 있는 저자에게는 레바논인 당고모부와 미국인, 프랑스인, 케냐인, 태국인 사촌들이 있으며 자신이 이렇게 민족적 문화적 경계를 가로지르는 환경에서 자라났기에 세계시민주의는 어려운 일이 아니며 오히려 거부하는 것이 어렵다고 말한다.
★ 2007 미국 외교협회 선정 '아서 로스 상' 수상작
[목 차]
머리말 - 대화하기
1. 조각난 거울
어느 여행자 이야기 | 거울을 넘어서
2. 실증주의에서 벗어나기
직업적 상대주의 | 가치의 추방 | 실증주의의 문제들 | 가치의 회복
3.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기
신령들과 함께 살아가기 | 아코수아와 논하기 | 뒤앙의 발견
4. 도덕적 불일치
두꺼움과 얇음 | 가계 문제들 | 수요일에는 빨간 고추를 | 진정 역겨운 것은 무엇인가 | 논쟁이 되는 용어들 | 바보의 황금 | 어떤 가치들이 가장 중요한가? | 이방인과 논쟁하기
5. 관행의 우선성
지역적 합의 | 우리의 생각 바꾸기 | 선을 위해 투쟁하기 | 승자와 패자
6. 상상의 이방인들
왕을 기다리며 | 고향 가기 | 우리에게 보편적인 것이 필요한가?
7. 세계시민주의적 혼성
지구촌 | 결코 바꾸려고 하지 마라 | ‘문화제국주의’의 문제점 | 혼성 예찬
8. 그래서 누구의 문화란 말인가?
전쟁의 전리품 | 유산의 역설 | 귀한 독약 | 예술과 더불어 살기 | 문화TM | 인류의 이해관계 | 상상의 유대 관계
9. 반세계시민주의자들
국경 없는 신자들 | 경쟁하는 보편성 | 사피네와 함께한 이드 알피트르 축제 | 작은 집단
10. 이방인에게 친절을
중국 관리 죽이기 | 얕은 연못 | 기본 욕구 | 결정들, 결정들
-감사의 말
-주
-찾아보기
-지은이 소개
[본 문]
나는 직업 철학자다. 철학자들은 유용한 책을 거의 쓰지 않는다. 그럼에도 나는 세계화의 사실 이면에는 흥미로운 개념적 질문들이 있다는 것을 여러분에게 설득하고 싶다. 이 책에서 고려하고자 하는 질문들은 매우 추상적으로 보일 수 있다. 가치는 얼마나 현실적인가? 우리가 차이를 말할 때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어떤 형식의 상대주의가 옳은가? 도덕과 예절이 충돌하는 것은 언제인가? 문화는 ‘소유’될 수 있는가? 보편적 인간성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우리는 이방인에게 무엇을 빚지고 있는가? 그러나 우리의 삶에서 이와 같은 질문이 제기되는 방식을 보면 그리 추상적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결국 나의 바람은, 세계를 ‘서양’과 ‘그 밖의 세계’로, 도시와 지방으로, 냉정한 이익 윤리와 뜨거운 정체성 윤리로, ‘우리’와 ‘그들’로, 이렇게 분리해서 생각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외국인의 이질성, 이방인의 타자성, 이런 것은 충분히 현실적이다. 특히 좋은 뜻으로 했다 하더라도 지식인들이 자신의 입장에 따라 그 중요성을 강조했기 때문에 우리가 타자성의 의미를 과장해서 받아들이는 것이다.
ㅡ p. 30
우리 자신의 가치를 위해 다른 사회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상대주의의 권고와 실증주의의 신조 사이에는 어떤 단절이 있다. 실증주의의 설명에 따르면, 우리가 어떤 것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것은 대체로 모든 사람들도 그것을 원하기를 우리가 바라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경우라면, 가치란 어떤 의미에서 자연히 제국주의적이다. 실증주의의 토대 위에서 다른 문화에 대한 관용을 주장하는 것은 자기모순인 것처럼 보인다. 기본적인 가치 선택을 위한 어떤 합리적 논증도 없다는 관점을 토대로 한다면, 다른 사람의 기본 가치 선택이 허용돼야 한다는 생각이 얼마나 합리적일 수 있겠는가? 실증주의는 다른 문화에 개입할 동기도 주지 않지만, 또한 개입하지 말아야 할 동기도 주지 않는다.
ㅡ p. 72~73
실증주의는 이런 진리의 일부를 파악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윤리와 도덕에 관한 상대주의가 진리라면, 정말로 그렇다면, 수많은 토론을 거친 끝에 우리 각자는 결국 “내가 서 있는 곳에서는 내가 옳다. 그렇지만 네가 서 있는 곳에서는 네가 옳다”라고밖에 말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이상 대화가 불가능할 것이다. 우리가 다른 관점을 갖게 되면, 우리는 효과적으로 다른 세계에서 살아나갈 것이다. 그리고 공유된 세계가 없다면, 토론할 필요가 있겠는가? 사람들은 흔히 상대주의가 우리를 관용으로 이끌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상대주의를 권고한다. 그러나 우리가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행하는 것이 옳은지 서로에게서 배울 수 없다면, 우리 사이의 대화는 무의미할 것이다. 그와 같은 상대주의는 대화를 장려하기는커녕, 단지 우리를 침묵하게 할 뿐이다.
ㅡ p. 82~83
뉴욕 맨해튼에서는 사람들이 설명할 수 없는 이유들로 병이 났을 때 바이러스와 박테리아에 대해 많이들 얘기한다. 의사들은 대부분 바이러스에 대해 많이 안다고 해도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기 때문에 바이러스를 확인하는 데 그다지 많은 노력을 들이지 않는다. 또는 병원에 간다고 해서 바이러스 감염 경로가 크게 바뀌지도 않을 것이다. 요컨대, 일상생활에서 병의 원인을 바이러스에서 찾는 것은 그 원인을 주술에서 찾는 것과 비슷하다. 이는 병이란 설명이 가능한 것이라는 일반적인 확신, 그리고 바이러스가 사람을 병들게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을 때만 지지되는 얘기다.
ㅡ p. 94
안타깝지만, 나는 그 어느 것도 해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수혈받을 피가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것인데 환자는 인종주의자라고 가정해 보자. 우리는 스스로에게 “만약 내가 인종주의자라면 나는 수혈 받기를 원할까?”라고 물을 것인가? 아무래도, 나는 이것이 공자나 예수가 생각한 것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다. 그러나 이 경우에 환자가 원하는 대로 해줘서는 안 되는 이유는 단순히 인종주의가 잘못이기 때문인 것만은 아니다. 나는 여호와의 증인이 「레위기」를 잘못 해석했다고 생각한다. 「레위기」 3장은 분명히 신에게 바칠 고기를 먹는 것에 관한 내용이다. 17절에는 기름을 태우고 피를 제단 주위에 뿌려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문맥을 살펴보건대, “피를 마시는 것”과 나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피를 주입하는 행위인 수혈은 명백히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그 환자가 수혈을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게는 그 사실이 중요하지 않을지라도 말이다.
ㅡ p. 132
내 친구이자 동포인 애피아가 쓴 이 책은 더불어 사는 삶을 꿈꾸는 인간의 위대한 기획에 관한 것이다. 이 책의 핵심은 세계시민들 간의 상호 존중과 이해를 설득력 있게 호소하는 것이다. 국경을 초월한 대화를 시도하고 다른 사람들에 대한 우리의 책임을 인정하자는 그의 믿음은 광신과 불관용이 여전히 난무하는 세계에 환영할 만한 처방을 제공한다.
ㅡ 전 유엔 사무총장 (코피 아난(Kofi A. Annan)
『세계시민주의』는 도덕적·정치적 반성의 오랜 전통을 부활시키고 우리의 현재 조건과의 관련성을 보여주려는 반가운 시도다.
ㅡ 철학자 존 그레이(John Gray)
개인의 역사가 매혹적으로 녹아 있는 매우 흥미로운 책이다. 애피아는 복잡하게 얽힌 이슈들에 대해 놀라울 정도의 통찰력과 분별력을 보여준다.
ㅡ 철학자- 토머스 네이글(Thomas Nagel)
세계 윤리에 관한 이 감동적인 성찰에서, 저명한 정치철학자 애피아는 세계화로 절박하게 된 오랜 물음들을 제기한다. 즉 ‘세계시민이 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우리가 이방인들과 인간성을 공유하고 있다면 우리는 그들에게 무엇을 빚지고 있는가?’ 등이다. 애피아의 대답은 자서전과 역사, 문학, 철학을 탁월하게 종합한 형태로 나온다. (아프리카인 아버지와 영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가나에서 태어나고 영국에서 교육받은) 저자 자신의 개인적 이야기는 경계를 넘나드는 이 책의 주제들에 꼭 들어맞는다. 이 책의 핵심 목표는 세계시민주의의 도덕 원리를 다시 성찰하고, 더욱 포괄적인 인류 공동체를 수용하기 위해 부족주의와 민족주의를 거부하는 유서 깊은 전통을 다시 사유하는 것이다. 세계시민주의적 사유의 두 가지 요소, 즉 지구적 책임의 강조와 지역적 차이의 존중은 지역적 가치 및 공동체의 보존과 보편적 기준의 추구 사이에 존재하는 긴장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준다. 재밌는 이야기와 원칙에 입각한 논증을 통해 애피아는 두 요소가 조화롭게 번영할 수 있는 윤리적 지대, 즉 개인들이 대화와 발견을 통해 계몽된 세계 공동체를 건설하면서 동시에 다양한 정체성과 지역적 충성을 표현할 수 있는 세계시민주의를 찾고자 한다.
ㅡ 프린스턴대 석좌교수- 존 아이켄베리(G. John Ikenberry)
애피아의 『세계시민주의』는 일반 독자들에게 흥미와 더불어 교훈을 줄 수 있는 매우 훌륭한 철학책이다. 애피아의 매력적인 문체와 흥미진진하고 다채로운 설명 방식은 글의 의도를 잘 드러내준다. 그 의도는 서로 다른 인간과 문화가 차이보다는 기본적인 공동 관심사를 더욱 중시하는 지배적 가치 아래 통일되어야 한다는 믿음의 불안함을 제거하는 것이다. 철학과 세계의 역사에 대한 이 빼어난 저작은 21세기 초 서구 세계에 짙게 드리워져 있는 어두운 그림자와 운명에 대한 도전이다. 특히 이 책은 책임감을 갖고 지도력을 펼쳐야 할 21세기 세대들에게 영감을 줄 것이다.
ㅡ 전 유엔 사무차장- 브라이언 어카트(Brian Urquhart)
스스로 세계시민주의자로 살았던 애피아는 세계시민주의를 물신화하지 않으면서도 차이를 찬양한다. 그는 도덕 행위를 강조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도덕 행위가 쉽게 이루어질 수 있다고 억지를 부리지는 않는다. 그는 이야기 형식과 고차원적 원리를 씨줄과 날줄처럼 엮음으로써 보편적 가치와 개별적 욕구가 정교하게 균형을 이룰 때 우리들이 훨씬 더 좋아질 수 있다고 설득한다.
ㅡ 『미국과 대량 학살의 시대(A Problem from Hell)』의 저자- 서맨사 파워(Samantha Power)
『세계시민주의』는 혼성 언어를 이용해 그 논제를 다중매체 시대의 본질로서 표현하는 데 성공한다. 이는 과거에 대한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결합되어 있다. 이 책의 모든 내용은 인간 가치의 적자생존에 대한 깊은 우려를 나타내며, 동시에 번뜩이는 유머로 인습까지도 날려버린다.
ㅡ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네이딘 고디머(Nadine Gordimer)
“애피아는…… 문화 간의 만남을 항상 충돌로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할 수 있는 지적인 이유뿐 아니라 개인적인 동기도 가지고 있다. …… 그는 합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논증을 펼치면서도 상당히 매력적인 글을 쓴다.
ㅡ 《보스턴 선데이 글로브(Boston Sunday Globe)》 리뷰
애피아는, 특히 무시무시한 테러리즘 시대에, 각각 다른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으려면 전 세계에 걸친 지속적인 문화 교류를 통하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라고 말한다.
ㅡ 《타임 아웃 뉴욕(Time Out New York)》 리뷰
애피아는…… 설교적이기보다는 대화적인 성격을 지닌 독특하고도 매혹적인 글쓰기 스타일을 펼쳐왔다. 그는 많은 논증을 제시하지만 독자들은 절대로 당혹해하거나 곤란해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그가 든 예시와 일화, 격언 등을 기억하기만 하면 된다.
ㅡ 철학자 고(故) 리처드 로티(Richard Rorty)
『세계시민주의』는 우리가 그런 개념적 복잡성을 감안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우리가 세계의 시민이 되도록 용기를 북돋아 준다. …… 세계화에 대한 공론을 전문적인 철학적 수준으로 끌어올림으로써, 애피아는 국제주의적인 사고방식의 토대를 제공하고자 한다.
ㅡ 세계윤리연구소 설립자- 러시워스 키더(Rushworth Kidder)
이 책은 길이는 비교적 짧지만 그 사상의 파장은 매우 크다. …… 애피아가 제시하고 있는 것처럼 세계 윤리에 관한 담론은 9·11 테러 이후 세계의 교전 국가들에게 필수적일 뿐 아니라 회피할 수도 없는 것이다.
ㅡ 메릴랜드대 특별연구원- 에런 브라이언트(Aaron Bryant)
『세계시민주의』는 매우 온건한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매우 급진적이다.
ㅡ 칼럼니스트- 스탠리 크라우치(Stanley Crouch)
애피아는 차이를 가로질러 창조적 교류와 상상적 연대의 전통을 다시 요구한다. …… 산뜻하고 수려한 문장으로 우리의 정신을 자극하는 이 책은 다양한 차이들을 긍정하고 공유된 보편적 인간성의 모험을 즐기는 실천적이고 실용적인 세계관을 가지고, 화해할 수 없이 분리된 유행 이론들에 도전할 것이다. 이 책은 노턴의 새 기획 시리즈 ‘우리 시대의 이슈’의 훌륭한 출발이다.
ㅡ 《퍼블리셔스 위클리(Publishers Weekly)》 리뷰
“우리에겐 이방인에 대한 의무가 있다”
한국 사회의 낯선 이방인들… 우리는 어떠한 준비가 돼 있는가?
지난해 8월 국내 체류 외국인이 100만 명을 돌파했다. 동아시아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한국을 찾아오고 있다. 이제 지하철에서, 버스 안에서 피부색이 다른 사람 한두 명쯤 보는 것은 일상적인 풍경이 되었다. 과거, 일자리와 기회를 찾아 우리가 해외로 나가던 시대로부터, 거꾸로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많은 외국인들이 우리를 찾아오는 시대다. ‘다문화 사회’란 말도 점차 쓰임이 많아진다. 그러나 오랫동안 ‘단일민족’을 ‘자부심’의 또 다른 표현으로 여겨왔던 우리들은 아직 이런 상황에 충분한 마음가짐이 돼 있지 않은 것 같다. 일부에서는 이 ‘이방인들’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외환위기 이후 소득 양극화가 심화되고 실업률이 높아지면서 경제적·심리적으로 위축되다 보니 외국인 근로자들이 내국인의 일자리를 빼앗아 간다는 주장도 나오게 되었다. TV 뉴스에는 밀린 몇 달치 월급을 받으러 갔다가 악덕 고용주의 신고로 출입국 관리소 단속반에 잡힌 불법 체류자의 모습과 한국인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른 불법 체류자의 모습이 동시에 나온다. 그래서 이 낯선 이방인들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에는 이성보다는 동정심과 적대감 등의 감정이 우선하는 것 같다. 비단 피부색 다른 외국인만이 아니다. 격동의 한국 근현대사는 전 세계에 흩어진 수많은 디아스포라를 낳았다.
아직 남측에 생존해 있는 혈육을 둔 북쪽 이산가족이나 독립운동가의 후손일 수도 있는 고려인, 재중동포(조선족), 재일 조선인, 새터민(탈북자) 등에 대한 우리의 시선은 어떠한가? 우리는 같은 민족인 이들에게 얼마나 많은 동질감을 갖고 있을까?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이들과 맞닥뜨렸을 때 이질감을 느끼지는 않을지? 그렇다면 이들은 이방인일까?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는 전례 없이 민족과 인종, 국적, 종교, 그리고 경제 양극화에 따라 분화되는 사회 계층 등 온갖 경계가 복잡다단하게 겹겹이 줄을 치기 시작하고 있다. 그리고 그 경계는 점차 소통을 가로막는 장벽이 되어가고 있다.
이방인과 공존하는 글로벌 시대, 우리에게 무엇이 요구되는가?
냉전이 무너지고, 세계 경제의 자본 종속이 더욱 심화되면서 세계는 유가와 같은 원자재 가격 상승이나 미국발 금융 위기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등 점차 유기적인 거대 단일 경제권으로 점점 압축돼 가고 있는 형국이다. 게다가 인터넷과 텔레비전 등의 정보통신 발달로 세계는 점점 조밀해지고 있다. 이제 우리는 지구촌 각지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도 있고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 되었다. 어딘가에 우리가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는 개개인이 있다면, 우리는 그들에게 일말의 책임의식을 느껴야 하지 않을까? 바로 이러한 물음이 이 책 『세계시민주의 - 이방인들의 세계를 위한 윤리학』의 지은이 콰메 앤터니 애피아(Kwame Anthony Appiah, 1954~)가 제기하는 문제다. 세계화의 촉진과 인터넷의 보급은 그동안 서로 접할 기회가 없었던 문화권의 사람들이 직접 얼굴을 마주하게 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제 그동안 이방인으로 여겨왔던 ‘낯선’ 사람들의 생활권이 손 내밀면 닿을 곳까지 다가와 있다.
애피아는 묻는다. “그러면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는가?” 애피아는 세계화(globalization)도 다문화주의(multiculturalism)도 아니라고 말한다. 대신, ‘세계시민주의(cosmopolitanism)’를 말한다. 세계시민주의란 모든 시민들이 (나라이든 민족이든) 하나의 ‘지역적’ 공동체에 속해야 한다는 전통적인 관점을 거부하고 ‘세계’의 시민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은 ‘세계정부’의 필요성과 ‘세계시민’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덕목을 제시한 책인가? 그렇지 않다. 애피아가 정치 제도나 교육 시스템을 바꾸는 식의 세계시민주의적 이상을 설파하려는 게 아니다. 이방인이 더 이상 멀리 떨어져 사는 낯선 이방인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적 실체로 존재할 때, 우리가 사회의 일원이자 개인으로서 어떤 태도를 갖는 것이 좋을지를 논하는 것이다. 즉 애피아는 ‘글로벌’ 시대를 위한 ‘윤리학’의 원천이자 영감을 세계시민주의에서 찾고 있다.
① 세계시민주의에 대한 기존 담론의 한계를 뛰어넘다
국가나 민족, 지역, 계급, 성, 인종의 경계를 넘어서자는 세계시민주의는 그동안 반(反)애국주의·반민족주의의 ‘혐의’를 받아왔다. 실제로 세계시민주의를 둘러싼 논점들은 인류에 대한 충성과 애국·애족 중의 양자택일과 같은 이분법적인 논쟁의 수준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때로는 학교 교육 문제로까지 번져, 과연 아이들에게 우리가 사는 지역이나 국가보다도 인류의 가치가 중요하다고 가르쳐야 하는가와 같이, 가치 부여의 우선권을 가지고도 논쟁이 있어왔다. 그런데 애피아가 그리는 세계시민주의는 우리에게 국가나 민족과 같은 소중한 가치를 포기할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국가나 민족, 사회에 앞서 개인의 이성과 윤리적 태도에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피아는 자신이 말한 ‘이방인에 대한 우리의 의무’를 보장할 수 있는 건 현재의 민족국가 메커니즘이라고 분명히 명시하고 있으며, 그런 의무도 가족이나 민족에 대한 우리의 사랑을 넘어설 수는 없다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애피아의 세계시민주의는 ‘우리’와 ‘그들(이방인)’, 인류와 민족(혹은 국가), 세계와 지역 등의 “양 요소가 조화롭게 번영할 수 있는 윤리적 지대”(존 아이켄베리의 ‘추천사’ 중)를 설정하고 있는 것이다.
보통 국가 체제나 제도적인 측면이 먼저 떠오를 법한 세계시민주의를 세계 윤리적 관점에서 전개해 나간 이 책은 이런 면에서 역설적으로 세계시민주의를 다룬 책들 중에서 가장 현실적이고 설득력이 뛰어난 글일 것이다. ‘환상에 지나지 않다’고까지 치부되던 세계시민주의에 실천적 가능성을,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윤리적 실천의 가능성을 부여하고 있다고 평가할 만하다.
② 자유주의적 세계시민주의를 꿈꾸다
애피아가 옹호하는 세계시민주의를 요약하자면 ‘자유주의적 세계시민주의’다. 자유주의적 세계시민주의는 인간의 사회적·문화적 다양성과 차이에 가치를 둔다. 그러한 다양성과 차이가 인간의 보편적인 윤리적 제약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한 기꺼이 놔두고자 한다. 따라서 그가 말하는 이방인과의 대화는 이방인을 이방인이 되게 한 요소, 즉 ‘차이’를 존중하는 데서 시작되는 것이지, 그 차이를 해소하여 서로 일치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이 “코르넬리우스여, 당신은 나의 아주 사소한 것을 매우 소중한 것으로 생각하는 데 익숙하기 때문입니다”라는 고대 로마 시인 카툴루스의 말로 시작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다. “보편적인 인간의 삶뿐 아니라 특수한 삶의 가치까지도 진지하게 고려”하는 것, 이것이 애피아의 세계시민주의다.
③ 글로벌 시대에 요구되는 윤리학을 논하다
세계화의 결과이든 인터넷 보급에 따른 것이든, 이제 세계 어느 곳에서나 이방인을 만날 수 있고 이질적인 문화를 접할 수 있다. 여전히 총을 겨누는 군사적 대치 상태인 지역도 있고, 종교 분쟁·민족 분쟁도 끊이지 않고 있으며, 전례 없이 도덕적 가치와 문화의 충돌이 곳곳에서 시시각각 일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존하는 문화적 차이를 인정하고 모든 차이와 경계를 가로지르는 통찰적인 사고의 틀을 제시하여 세계 윤리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이 책이야말로 우리 시대가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책일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세계시민주의”라는 주제목보다 “이방인들의 세계를 위한 윤리학”이라는 부제에 더 큰 방점을 찍어야 한다.
④ 우리의 정체성에 대해 잘못 알고 있던 전제들을 들추어내다
애피아는 이방인과의 대화를 이야기하면서 우리가 개인 혹은 집단의 정체성과 관련해 잘못 알고 있는 전제들을 하나씩 들춰낸다. 그는 우리가 우리 자신에 대해, 혹은 사회에 대해 옳다고 생각하고 있던 많은 것들이 실은 우연적이며 모순되기도 하고 오류를 담고 있거나 확인될 수 없는 것들임을 밝힌다. 그래서 작가이자 영미문학 전문가인 윌리엄 맥페런(William McPheron)은 이런 애피아를 “분석철학의 언어와 스타일로 소크라테스적 질문을 던진다”고 평하면서 “우리 시대의 포스트모던 소크라테스”라고 했다. 물론 애피아의 이런 문제 제기는 우리 사회의 모순을 폭로하려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며, 우리가 갖고 있던 기존의 세계상이 인종과 국가, 민족, 계급, 종교 등의 경계를 초월하여 이방인과의 공존을 모색하려는 데 장애가 되고 위협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⑤ 설득력과 매력이 동시에 존재하는 독특한 대화체의 글
철학자 고(故) 리처드 로티(Richard Rorty, 1931~2007)는 이 책을 “설교적이기보다는 대화적인 성격을 지닌” 글이라고 평가했다. 애피아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 아프리카 가나와 나이지리아 등 동서고금을 종횡무진하는 비교문화적인 예시와 지은이 개인의 생생한 경험이 담긴 일화들을, 어렵지 않은 철학적 논증과 함께 버무려 합리적이고 설득력 있게 글을 전개해 나간다. 현학적이거나 학자연하지 않는 그의 글은 언뜻 온건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때론 급진적이기도 하고 시종일관 긴장의 강도를 유지하고 있다.

콰메 앤터니 애피아(저자)
미국 프린스턴 대학 철학과 및 인간 가치 센터(University Center for Human Values) 교수. 가나인 변호사 아버지와 영국인 작가 어머니 사이에서 영국 런던에서 태어나 가나의 쿠마시에서 자라고 영국 케임브리지의 클레어 칼리지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윤리학과 언어철학 및 심리철학, 아프리카인과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사상사 및 문학 연구가 주 분야다.『아버지의 집에서(In My Father’s House)』(1992),『숙고하기(Thinking It Through)』(2003),『정체성의 윤리학(The Ethics of Identity)』(2005) 등, 철학 및 아프리카 문화와 관련한 다양한 저서가 있다.
* 애피아는 가나의 아샨티식 이름을 갖고 있다. 이름의 한국어 표기를 위해 정확한 발음을 문의했는데, 중간 이름인 ‘Anthony’가 미국식 발음(외래어표기법에 따라 ‘앤서니’로 표기)이 아닌 ‘앤터니’로 발음이 된다고 답해 주었다.
실천철학연구회(역자)
실천철학연구회는 우리 시대의 문제를 실천철학의 창으로 들여다보고자 하는 젊은 철학 연구자 중심의 연구 모임이다. 이 책은 현재 경북대학교에서 강의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김민영(「‘분리’ 개념을 통한 레비나스의 주체성 이해」 외)·김상현(「上帝·天 사상을 통해 본 다산 정약용의 우주론과 인간관」)·김지현(「현전 형이상학에 대한 데리다의 해체적 비판」)·박대원(「콰인의 의미이론 비판과 자연주의」)(이상 경북대학교 박사과정 수료)·이상환(「사회정의와 정치적인 것의 차원」 외, 경북대학교 박사학위 취득)이 공동으로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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