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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 없는 십오 초(문학과지성 시인선 346)
저자 : 심보선 ㅣ 출판사 : 문학과지성사

2008.04.18 ㅣ 173p ㅣ ISBN-13 : 9788932018508

정가1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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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 문학 > 시 > 한국시
철학적 사유와 삶의 노래가 담긴 심보선의 첫 시집

심보선의 첫 번째 시집『슬픔이 없는 십오 초』. 1994년 조선일보 신문문예로 등단한 시인이 데뷔 14년 만에 처음으로 펴낸 시집이다. 등단작 《풍경》을 비롯하여 14년간 시인이 쓰고 발표해온 58편의 시를 묶었다. 오랜 세월 간직한 일기장에서 나옴직한 말들과 구체적이고 내밀한 개인의 경험들을 풀어내고 있다.

이 시집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전반부에서는 세계와 나, 타자와의 관계 혹은 거리에 대해 가볍고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중반부로 넘어가면, 냉혹하고 복잡한 이 거리에서 시인은 '스스로를 견딜 수 없다는 것만큼 전락한다'고 고백한다. 보다 내면적이고 격정적인 모습을 지닌 시에는 꺾이는 무릎을 감추기 위한 시인의 흥얼거림도 담겨 있다.

시인은 피붙이의 그리움에 대해, 빗나간 화살과 함께 떠나버린 사랑에 대해, 미망처럼 맴도는 이별에 대해, 불확실한 운명과 이상에 대해 노래한다. 우울과 슬픔, 절망과 냉소, 삶을 꼬집는 짓궂은 유머가 담긴 시인의 노래는 단지 개인의 일기로 그치지 않고, 시대의 우울과 도시문화의 병리적인 현상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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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시인의 말

제1부
슬픔의 진화
식후에 이별하다
오늘 나는
잠깐 빛나는 폐허
슬픔이 없는 십오 초
Rubber Soul
나를 환멸로 이끄는 것들
피할 수 없는 길
풍경
장 보러 가는 길
아내의 마술
엘리베이터 안에서의 도덕적이고 미적인 명성
빵, 외투, 심장
착각
미망Bus
전락
우리가 소년 소녀였을 때
웃는다, 웃어야 하기에
휴일의 평화


제2부
노래가 아니었다면
구름과 안개의 곡예사

어찌할 수 없는 소문
아이의 신화
먼지 혹은 폐허
배고픈 아비
나의 댄싱 퀸
여, 자로 끝나는 시
천 년 묵은 형이상학자
평범해지는 손
종교에 관하여
최후의 후식
한때 황금 전봇대의 生을 질투하였다
목가풍으로 깊어가는 밤
그것의 바깥
불어라 바람아
18세기 이후 자연과 나의 관계

제3부
청춘
삼십대
금빛 소매의 노래
이곳을 지날 때마다
즐거은 생일
세계는 맛있다
성장기
狂人行路
어느 날 은행에 갔었네
그때, 그날, 산책
대물림
아버지,옛집을 생각하며 도주로
도주로
멀어지는 집
실향(失鄕)
편지
확률적인, 너무다 확률적인
그녀와의 마지막 테니스
떠다니는 말
나는 발자국을 짓밟으며 미래로 간다

해설| 꿈과 피의 미술관_허윤진

[본 문]

<슬픔이 없는 십오 초>

아득한 고층 아파트 위
태양이 가슴을 쥐어뜯으며
낮달 옆에서 어찌할 바를 모른다
치욕에 관한 한 세상은 멸망한 지 오래다
가끔 슬픔 없이 십오 초 정도가 지난다
가능한 모든 변명들을 대면서
길들이 사방에서 휘고 있다
그림자 거뭇한 길가에 쌓이는 침묵
거기서 초 단위로 조용히 늙고 싶다
늙어가는 모든 존재는 비가 샌다
비가 새는 모든 늙은 존재들이
새 지붕을 얹듯 사랑을 꿈꾼다
누구나 잘 안다 이렇게 된 것은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태양이 온 힘을 다해 빛을 쥐어짜내는 오후
과거가 뒷걸음질 치다 아파트 난간 아래로
떨어진다 미래도 곧이어 그 뒤를 따른다
현재는 다만 꽃의 나날 꽃의 나날은
꽃이 피고 지는 시간이어서 슬프다
고양이가 꽃잎을 냠냠 뜯어먹고 있다
여자가 카모밀 차를 홀짝거리고 있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듯도 하다
나는 길 가운데 우두커니 서 있다
남자가 울면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간다
궁극적으로 넘어질 운명의 인간이다
현기증이 만발하는 머릿속 꿈 동산
이제 막 슬픔 없이 십오 초 정도가 지났다
어디로든 발걸음을 옮겨야 하겠으나
어디로든 끝간에는 사라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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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몸’과 ‘달의 입’을 빌려 부르는 도시의 비가

“찰나의 기억으로 가득 차 있는 그의 시집은 그가 그 자신으로서 존재하기 위해서 가까스로 긁어모아 내뱉은 그의 핏자국이다.” (허윤진/문학평론가)

199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 「풍경」이 당선되며 등단한 심보선이 데뷔 14년 만에 첫 시집 『슬픔이 없는 십오 초』(문학과지성사, 2008)를 펴냈다. 당시 심사를 맡았던 황동규, 김주연이 평한 바, “기성 시단의 어떤 흐름과도 무관하며, 시를 지망하는 사람들이 곧잘 사용하는 상투어들이나 빈말과는 전혀 다른 세계”를 그려온 심보선은 등단작 「풍경」을 비롯, 14년간 이 땅에서 혹은 바다 건너 도시에서 쓰고 발표해온 총 58편의 시를 이번 시집에 묶었다. 심보선의 시는, “현실을 면밀히 관찰하는 투시력, 그 현실 가운데를 스스로 지나가는 푹 젖은 체험, 그러면서도 거기에 이른바 시적 거리를 만들어 놓는 객관화의 힘, 번뜩이지 않으면서도 눅눅히 녹아 있는 달관의 표현력, 때로는 미소를 흐르게 하는 유머” 들이 서로 적당한 거리와 긴장감으로 조응하며 이제껏 쉽게 만날 수 없었던 시적 공간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근대 자본주의의 도래기에 한없는 도시의 우울과 그늘을 산책자로 관찰자로 부유했던 보들레르나 벤야민의 사유가 그러했듯이, 이제 더 이상의 극단을 예단하기도 두려운 후기 자본주의의 사회에서 심보선의 철학적 사유와 삶의 노래 또한 전범 없는 독창성을 띤다.

등단 후 열네 해 동안이나 시집의 침묵을 지켜온 데는, 물론 그의 한쪽 삶은 오롯이 대학에서 문화?예술사회학과 관련한 공부와 강의를 하는 데 할애된 탓도 있겠지만 그보다, 현기증 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의심과 고뇌를 ‘밥알’ 삼아 언어의 “불완전성 속을 배회하며 불안과 슬픔만을 완벽하게 중얼거”(「아이의 신화」)릴 수밖에 없었던, 그리하여 그에게 허락된 단어, ‘분열’과 ‘명멸’을 거듭하며 시를 쓸 수밖에 없었던 그만의 사정이 있었노라고 짐작해본다. 의자 위에서 “환상과 지식이 만나면 고통뿐”이라는, “심하게 훼손된 인생”(「천 년 묵은 형이상학자」)에 미혹된 이상 누구라도 옴짝달싹할 수 없었을 테니 말이다. “내향적이고 감정적인 기질로 속으로 고민을 하다 결론을 내리면 평소와는 다르게 단호”(「먼지 혹은 폐허」)해지는 시인은, 늘 “폐허의 가면”을 벗지 못한 채로 시간과 기억이 겹치고 훼절하며 만들어내는 “주름과 울림과 빛깔”에 골몰한다. 이 골몰과 상념의 시간이 오랜 꿈에서 막 깨어난 시인의 말/언어를 낳고 노래와 시로 거듭난다. 때문에 심보선의 시는 “생의 균형을 찾을 때까지 족히 수십 번은 흔들”(「대물림」)리고 나서야 얻은 울음 같은 것이다.

총 3부로 나뉜 시집의 전반부에는 세계와 나, 타자와의 관계 혹은 거리에 대해 “볕 좋은 이른 봄”(「장 보러 가는 길」) 풍경을 읽듯 짐짓 가볍고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다가 중반부로 넘어오면 이내, 냉혹하고 복잡한 이 거리에서 나-시인은 “스스로를 견딜 수 없다는 것만큼/견딜 수 없는 일이 있겠는가/그리하여 나는 전락했고/이 순간에도 한없이 전락”(「전락」)한다. 이쯤에서 시의 모습은 보다 내면 고백적이고 격정적이며 시인의 꺾이는 무릎을 감추기 위한 흥얼거림도 군데군데 한몫한다.

때로는 우울과 슬픔, 절망과 냉소에 붙들린 시인의 그것으로는 적이 낯선, ‘장르화된 삶의 고통’을 꼬집는 짓궂은 유머가 정색의 고백과 명명보다 더 크게 우리의 마음을 휘젓는다. 그와 더불어 “씨익, 웃을 운명을 타고난”(「편지」) “유일무이한 시인이요 심장이 큰 소리로 뛰는 가수”(「너」)인 그와 함께 흥얼거리고 엉거주춤 춤춰도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을 추동한다.

심보선의 첫 시집 『슬픔이 없는 십오 초』는 이렇게 우리 앞에 멈춰 있다. “오랜 세월 간직한 일기장”에서 나옴 직한 “무수하고 미세하고 사소한 말들”(「떠다니는 말」)이, 또 가장 구체적이고 내밀한 개인의 경험 ― 삶과 죽음, 개인과 사회, 사랑과 이별, 찰나의 환희와 영원의 불안, 유한성과 무한성, 거짓과 진실 ― 들이 나와 너, 우리를 둘러싼 사회적 멍울로 점증화하는 과정 속에서 태어난 심보선의 ‘시(쓰기)-말(하기)-노래(하기)’가 우리 앞에 와 있다.
“치욕에 관한 한 멸망한 지 오래인 세상”(「슬픔이 없는 십오 초」), “이미 사라진 것들 뒤에 ”(「오늘 나는」) 숨은 시인은 “누추하게 구겨진 생”(「아주 잠깐 빛나는 폐허」)을 앞에 두고 꺾인 허리로 슬픔을 곱씹고 몸에 새긴다. 그에게 각인된 슬픔의 무늬는 부지불식간에 우리의 그림자로 목덜미에 딱 붙어 그만 떨어지지 않는다. 심보선의 첫 시집 『슬픔이 없는 십오 초』에 담긴 총 쉰여덟 개의 독한 바이러스가 이렇게 우리 몸에 감염된다. 그 감염의 속도는 “봄날이 등 뒤에서 산불처럼 크게 웃으며”(「18세기 이후 자연과 나의 관계」) 덮치듯 가히 전복적이다.

“완벽한 전락” 이후의 더 “완벽한 부활”을 꿈꾸는 “고독한 아크로바트”
-“그에게 종교란 궁극적으로 타인을 향한 동경, 곧 사랑이고, 사랑은 반복된다. […] 심보선의 시집은 그 자체로 슬픔을 저축해가는 과정이다. 언어의 광장에서 일어나는 사회적 행위이다.” (허윤진/문학평론가)

아버지를 잃은 소년, 아내와 연인에게서 멀어진 남자, 세상의 환멸과 우울한 미래를 흘낏 보아버린 ‘아이어른,’ 절대적 진리와 종교의 불확실성, 진실보다 더 진실다운 거짓, 뒤집힌 추억 속 새카만 추문으로 상처 입은 자, ‘노동과 여가를 오가는 성실한 인생의 주기’를 회의하고 포기한 자, 폭력과 자본을 숭배하는 사회의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한 낙오자, 해서 어쩔 수 없이 운명 앞에 ‘어색하게’ 고개 숙이는 자의 목소리가 이 시집을 지배한다.

피붙이의 그리움에 대해, 빗나간 화살과 함께 떠나버린 사랑에 대해, 미망처럼 맴도는 이별에 대해, 그리고 불확실한 운명과 이상에 대해 노래하는 그-시인은 현재 “어두운 침묵의 시간”과 “난해한 미래의 독법을 궁리하는 시간”(「빵, 외투, 심장」) 속에 있다. 이것은 비단 시인만의 처지가 아니다. 꿈꾸듯 고백하는 시인의 목소리가 결코 감상과 푸념에 매몰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후기 자본주의 사회의 “인간은 어떤 종류의 가구로 진화할 것인가?” “밤새 고심”(「슬픔의 진화」)한다. 이것은 개인의 일기가 아니라 시대의 우울이자 도시문화의 병리적 현상으로 우리 모두에게 그 혐의를 묻는다. 시를 쓰는 동안 시인의 책상 위에 놓인 벗들은 지식과 이념, 신화와 종교라고 이름 불리는 것들이고, 그는 기꺼이 이 시간을 “아무도 없는 고요한 평일의 성전”이라 부르며 그 속에서 "치유되고 고양”된다. 그리고 “유일무이해지는 동시에 비밀”(뒤표지 시인 산문)을 저축해간다. 시를 쓰게 된 동기, 계속해서 시를 써야 하는 이유, 그리고 우리가 시를 읽는 이유, 이 모두에 대한 명쾌한 결론이다.

밤거리마저 눈 시리게 빛나는 꽃들로 불 밝혀진 봄날이다. 시대의 우울과 암담한 미래는 잠시 내려놓고, 순간의 환희에 몸 맡긴다 한들 한 올 죄책감 느끼지 않아도 되는 그런 계절이 왔다. 시집 『슬픔이 없는 십오 초』는 사소한 인간의 사랑과 지독한 이별 후의 시간에 대한 노래들로 가득하다. 마른 바람이 휑한 시멘트 골목을 돌아나갈 때, 우리는 좀더 자주 이 구절구절들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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