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뷔토르는 알랭 로브그리예와 더불어 누보 로망의 대표적인 작가이다.
그는 형식에 대한 다양한 실험을 통해 ''소설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문제에 대한 탐구를 지속해나간 작가로서 문학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과 새로운 시도로 자신의 창작 영역을 꾸준히 넓혀갔다.
그의 대표작인 ''변경''은 가정과 직장이 있는 파리의 한 중년 남자가 이제까지의 삶과 결별하고 새로운 출발을 위해 애인을 데리러 로마로 떠나는 스물한 시간 동안의 기차 여행을 그린 소설이다.
이 책에서 뷔토르는 시간과 공간이 변경되는 것뿐만 아니라 역사적, 지리적 맥락 속에서 자신의 삶에 대한 진정한 인식에 도달하게 되는 총체적 변모의 과정을 보여준다. 또한 영웅들의 시대였던 고대로부터 소시민의 시대로 탈바꿈해가는 현대에 대한 역사적 조망을 담아내고 서사시에서 소설로 변경되어가는 장르 자체에 대한 형식 실험의 전형을 제시한다.
일상적 삶의 혼돈이 세밀한 주변 묘사와 심리 묘사를 거쳐 한 올 한 올 풀려나가면서 소설의 모든 구성 요소들이 만들어내는 또 하나의 허구에 관한 이야기 ''변경'', 여기에서 우리는 잊고 싶었던 우리의 진면목을 도리어 선명하게 인식하게 될 것이다.



저자 소개



미셸 뷔토르(Michel Butor)(1926- )

1926년 프랑스 북부의 릴 근처의 한 작은 도시에서 태어나 파리의 소르본느 대학에서 문학과 철학을 공부하였다. 뷔토르는 알랭 로브그리예와 더불어 1950년대 프랑스 누보 로망의 기수 역할을 한 작가로 1954년『밀랑의 통로Le passage de Milan』로 주목을 받은 이후 1956년 페네옹 상을 수상한『시간의 사용L''Emploi du temps』, 1957년 르노도 상을 수상한 『변경La modification』등을 발표하며 대중적인 성공도 거두었다. 그 외의 작품으로 『정도Degrés』 『모빌Mobile』등이 있으며,『목록Répertoire』『장소의 정령Le Génie du lieu』『삽화Illustrations』『꿈의 소재Matière de rêve』『예감Avant-Goût』『즉흥집Improvisations』이라는 제목 아래 문학, 미술, 음악, 여행기 등 다양한 내용의 글들을 모아 시리즈로 출판하는 등 현재까지 왕성한 창작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옮긴이 권은미

1956년 대구에서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 불어불문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 제4대학에서 불문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저서로는 『누보 로망 연구』(공저)가 있으며, 역서로는『역사는 오래 지속된다』(루이 알튀세르)『존재의 불행』(장 그르니에) 『인간과 성(聖)』(로제 카이유와) 등이 있다.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불어불문학 전공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출판사 서평

『변경』은 ‘당신’이 매일 매일 해치워야 하는 갖가지 일상의 요구에 떠밀려 적당히 잊고 있거나 두루뭉술하게 처박아놓았던 그 혼돈과 정면 대결하는 과정을 그린다. 그리하여 소설 속에서 ‘당신’으로 지칭되는 남자는 사랑과 젊음, 해방을 갈구하며 희망에 가득차 기차 여행을 떠난다. 그러나 이 여행은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고통스러운 ‘죄수대’에 가까워진다. ‘당신’은 차창 밖을 바라보거나 주위 승객들을 바라보며 삶의 이런저런 정황을 되새겨보거나 상상하는 것 이외에는 할 일이 없다. 스무 시간 넘게 가만히 앉아만 있어야 하는 상황 속에서 이 여행은 ‘당신’ 자신에 이르게 하는 총체적인 인식의 공간이 된다.

뷔토르는 이 여행에서 드러나는 ‘당신’의 과거, 현재, 기차 여행에서 만나는 사람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꿰뚫는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