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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 수집가의 여행-앤드루 솔로몬, 7대륙 25년의 기록
저자 : 앤드루솔로몬 ㅣ 출판사 : 열린책들 ㅣ 역자 : 김명남

2019.01.25 ㅣ 760p ㅣ ISBN-13 : 9788932919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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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 A5(210mm X 148mm, 국판)
제품구성 단행본
이용약관 청약철회
국내도서 > 인문 > 세계역사/지리 > 세계사/세계문화사/...
<세상이 한 권의 책이라면 (…) 나는 앞표지부터 뒤표지까지 다 읽고 싶었다. 나는 길을 나섰다. 이 세상에 벌어진다면 좋을 것 같은 변화들을 목격하고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한낮의 우울』, 『부모와 다른 아이들』의 저자이자 PEN 아메리칸 센터 회장 앤드루 솔로몬이 세계 곳곳에서 변화를 겪는 장소들을 기록한 글을 묶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중국, 리비아, 미얀마, 그린란드 등 1980년대 말부터 25년간 여행했던 28곳의 현장을 담은 매혹적인 여행기다. 정치, 예술, 음식, 심리학, 인류학을 넘나들며 왕성한 호기심으로 그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심리 상태와 시대정신을 예리하게 포착한다.
앤드루 솔로몬은 전미도서상(2011)과 전미비평가협회상(2012)을 연달아 수상한 대단한 필력의 작가이자, 유튜브 조회 수 1200만을 넘길 만큼 감동적인 연사로도 유명하지만, 저널리스트로서의 이력은 프로필에서 곧잘 간과된다. 솔로몬은 실제 지구상에 알려진 196개국 중 83개국에 가보았고, 『뉴요커』, 『뉴욕 타임스 매거진』, 『트래블+레저』 등 여러 유수의 매체에 글을 써왔다. 이 책은 그가 출간하는 첫 여행기인 동시에, 시대를 증언하는 저널리스트로서의 면모를 선명히 드러내는 저술이다.
<경험 수집가>를 자처하는 저자답게 그의 여행은 그저 편안한 자료 조사나 눈 관광에 그치지 않는다. 세네갈의 우울증 치료 의식을 알기 위해 직접 온몸에 피를 뒤집어쓰거나, 샤먼 부족을 만나기 위해 몽골 소년을 길잡이 삼아 가파른 산길을 오른다. 메트로폴리탄이 국립 고궁 박물원의 문화재를 유치하려고 갔던 취재에서는 분노한 타이완 민중한테 얼굴을 얻어맞기도 한다. 남아공 예술가, 캄보디아 학살 생존자, 그린란드 토박이 등, 전 세계를 누비며 솔로몬이 수집한 가슴 벅찬 경험들은 여행이 어떻게 한 인간의 운명과 세상을 바꾸는 원천이 되는지를 실감나게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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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서문 모든 곳의 특파원

1988 ~ 1993
소련 | 겨울 팔레트
소련 | 팔월의 사흘
러시아 | 젊은 러시아의 반항적 퇴폐
중국 | 그들의 냉소가, 유머가 (그리고 예술이) 중국을 구할 수 있다

1993 ~ 1996
남아공 | 남아공의 예술가들: 분리된, 그러나 동등한
미국 | 블라디의 정복
타이완 | 〈우리 문화유산을 집적거리지 말라고!>
타이완 | 하나하나의 팔레트가 곧 정치색의 선택

1997 ~ 1999
터키 | 비잔티움으로의 항해
잠비아 | 매혹의 잠비아
캄보디아 | 팔리 누온의 삼 단계
몽골 | 광대무변의 자연, 몽골

1999 ~ 2002
그린란드 | 대화를 발명하다
세네갈 | 발가벗고, 숫양의 피를 덮어쓰고, 콜라를 마시고, 기분이 썩 좋았던
아프가니스탄 | 탈레반 이후의 깨어남
일본 | 담장 없는 미술관

2003 ~ 2005
솔로몬 제도 | 솔로몬의 노래
르완다 | 나쁜 기억의 아이들
리비아 | 화염의 원: 리비아에서 보내는 편지
중국 | 중국의 모든 음식
중국 | 내면의 평화를 위한 외면의 호화로움: 건륭화원

2008 ~ 2013
남극 | 남극의 모험
인도네시아 | 모두가 수화로 말할 때
브라질 | 희망의 도시, 리우데자네이루
가나 | 가나 대통령과 한 침대에?

2014 ~ 2015
루마니아 | 동성애자, 유대인, 정신 질환자, 그리고 루마니아 집시들의 후원자
미얀마 | 미얀마의 순간
호주 | 바다에 뜬 채 길을 잃다

감사의 말

참고문헌
옮긴이의 말

[본 문]

여행은 흐릿해 보이는 지구의 현실에 초점을 또렷이 맞춰 주는 교정 렌즈다. – 서문, 45면

만약 우리가 모든 젊은이들에게 외국에서 의무적으로 2주간 체류하도록 한다면, 모르면 몰라도 세계 외교 문제의 3분의 2는 해결될 것이다. 어느 나라를 가느냐, 체류 중 무엇을 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세상에는 다른 장소들이 있고 그곳 사람들은 다르게 산다는 사실만 깨달으면 된다. – 서문, 46면

이 글들은 많은 면에서 정치 기사라기보다는 심리 탐구이고, 정책을 다룬 글이라기보다는 일시적인 시대정신을 기록한 글이다. 나는 제너럴리스트이고, 경험의 수집가이고, 그마저도 괴짜스러운 데가 있는 수집가이다 – 서문, 53면

여행은 나와는 다른 가치를 중시하는 다른 사람들과 관계 맺는 법을 가르쳐 주었고, 그럼으로써 내가 모순적인 존재가 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이후 내가 정신 질환, 장애, 성격 형성에 대한 글을 쓴 것은 인간에게는 가장 바람직한 단 하나의 존재 양식만 가능하다는 고정관념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사명의 연장이었다. - 서문, 56면

심오한 의미에서는 어차피 사람이 장소이고 장소가 사람이다. 나는 어떤 글에서든 둘 중 하나만 쓴 적은 없었다. - 서문, 56면

「아마 알겠지만, 우리 나라에서 청부 살인업자는 이십 달러밖에 안 하거든. 원한다면 주선해 주지.」
나는 그런 서비스는 정말 필요 없다고 말했다.
「아무튼.」 그는 내게 명함을 건넸다. 「이게 내 번호니까, 미국에서 문제가 생겨도 여기로 걸면 된다오. 뉴욕에서는 청부 살인업자 비용이 기본 이십 달러에 추가로 비행기 값, 추가로 하룻밤 호텔비지.」
- 러시아, 133면

「저 사람들은 직업도 없나요? 하루 종일 사실도 아닌 구호를 외치면서 밖에서 행진하는 것 외에는 할 일이 없나요? 솔직히 말하자면 우리도 범관을 보내는 건 좀 염려스러웠습니다. 한두 작품 정도는 여기에만 머무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죠. 〈모나리자〉가 루브르에만 있는 것처럼. 하지만 그 밖에는, 그 밖의 작품들은 사람들이 봐야 합니다. 어쩌면 그렇게 우리를 의심할 수 있죠?」 - 타이완, 279면

여행의 표면적 목적은 그림을 배우는 것이었다. 첫날 나는 수재나에게 그림을 그릴 줄 모른다고 말했다. 그녀는 대꾸했다. 「말도 안 돼요. 누구나 그릴 수 있어요. 당신은 제대로 배운 적이 없는 것뿐이고, 내가 바꿔 줄게요.」 첫날이 저물어갈 때 수재나는 말했다. 「당신 말이 맞네요. 당신은 그림을 그릴 줄 몰라요. 차라리 사진을 시도해 보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네요.」 - 터키, 305면

우리는 무릎까지, 가끔은 허리까지 빠졌다. 그러다 마침내 목표물을 발견했다. 꼭 제임스 서버의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새, 익룡이 지구에서 사라진 뒤 오래지 않아 지구에 나타났던 원시의 새, 어처구니없을 만큼 큼직한 나막신 모양 부리가 머리 앞에 붙어 있는 새. 우리는 슈빌을 세 마리 보았다. - 잠비아, 321면

우리는 방치된 지역을 곧잘 낭만화하지만,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그 방치가 치명적이다. - 잠비아, 326면

사람들이 전쟁 중 겪는 절망은 보통 광란에 가까운 심리이지만, 철저한 파괴에 뒤따르는 절망은 철저한 무감각이다. 오늘날 서양 사람들이 겪고 있는 우울증에 좀 더 가까운 상태다. 캄보디아는 당파들로 나뉘어 서로 살벌하게 싸웠던 나라가 아니라, 사회의 모든 구조들이 깡그리 말살된 나라다. 캄보디아를 가보는 것은 남극 상공에 오존이 전혀 없는 지점을 가보는 것과 비슷했다. - 캄보디아, 328면

세상 사람들은 흔히 자본주의가 공산주의를 이겼다고 말하지만, 몽골을 떠날 즈음 나는 애초에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는 서로의 대립항인 적이 없었으며 유목 생활이야말로 그 두 체제 모두의 진정한 대립항이라고 믿게 되었다. 유목 생활이야말로 인류가 이제껏 일군 여러 삶의 양식들 중 즐거운 무정부주의에 가장 근접한 양식이라고. - 몽골, 344면

역경이 삶의 표준인 세상에서는 삶의 고난을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인식하는 상태와 우울증을 나누는 경계가 그렇지 않은 세상과는 다르기 마련이다. 내가 일리마나크에서 만난 가족들은 침묵의 약속을 지킴으로써 역경을 견뎌 왔다. 침묵은 실제로 그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는 방법이었고, 덕분에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춥고 긴 겨울을 무수히 견뎌 왔다. - 그린란드, 369면

마담 디우프와 조수들은 갓 잡은 양과 닭의 피에 손을 쑥 담갔다가 그 손으로 내 몸에 피를 처발랐다. 내 온몸이 한 뼘도 빼놓지 않고 피로 덮여야 했다. 여자들은 피를 내 머리카락에 바르고, 얼굴에 바르고, 생식기에 바르고, 발바닥에도 발랐다. 피는 따스했다. 특히 반쯤 굳은 핏덩어리가 몸에 짓이겨지는 느낌이 희한하게 좋았다. - 세네갈, 377면

나와 똑같은 이름의 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나는 아주 어렸고, 그 제도가 지구상 어느 곳보다 외딴 곳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전율을 느꼈으며, 꼭 가보고 싶었다. 내 평생 그곳에 가보고 싶지 않았던 순간은 기억에 없다. 허먼 멜빌은 『모비 딕』에서 그 섬들이 이미 지도에 나와 있고 탐사도 되었지만 그래도 아직 미지의 땅이나 마찬가지라고 썼다. - 솔로몬 제도, 416면

「나는 에이즈로 죽을 테고 큰딸은 혼자 남을 텐데, 그건 다 작은 아이를 갖게 된 강간 때문이에요. 어떻게 이 사실이 화나지 않겠어요? 하지만 둘 다 내 자식이에요. 그리고 작은딸이 클수록 대체로 앙심 없이 아이를 볼 수 있게 되었어요. 시간이 흐를수록 편해져요. 과거는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요. 무서우니까요. 미래도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요. 이제 희망을 가질 만큼 어리석지 않으니까요.」 - 르완다, 441면

「우리 나라 심문자들은 최고의 선수들로부터 야만성, 잔인함, 교활함을 훈련받았죠. 쿠바, 동독, 시리아, 레바논, 이집트 전문가들로부터.」 우리가 식사를 마치자, 웨이터가 접시를 다 치운 뒤 돌아와서 새 설탕 그릇을 놓고 갔다. 「왜 설탕을 놓고 가죠?」 나는 관료에게 물었다. 그는 짓궂고 으스스한 표정을 지었다. 「아까 것이 테이프가 다 된 거죠.」 - 리비아, 470면

파벨라 주민들이 예전보다 덜 두려워하면서 살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우리한테는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정상입니다. 그걸 당신만큼 어렵게 느끼지 않아요. 폭력은 문화이고, 세상에는 폭력을 좋아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모두가 평화로운 삶을 원할 거라고 단정하지는 마세요.」 - 브라질, 598면

묘지 한가운데에는 이 지역에서 끌려간 뒤 영영 돌아오지 못한 유대인 5,000명을 기리는 비석이 서 있었다. 나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전쟁 지역도 취재해 보았고 빈곤한 사회도 취재해 보았지만, 그래도 그곳들은 늘 본질적으로는 나와는 다른 곳이라고 느꼈다. 반면 이곳은 충격적일 만큼 가깝게 느껴졌다. 나는 이곳에서 태어나서 이들처럼 살다 죽을 수도 있었다. - 루마니아, 616면

로힝야족은 대부분 벵골 지역에서 이주해 왔던 사람들의 후손이다. 하지만 방글라데시 시민권은 없고, 미얀마에서 태어났지만 미얀마에서는 또 외국인으로 분류된다. 그러니 미얀마가 그들을 받아들이지 않는 한 현재로서는 국적이 없는 셈이다. 국적을 증명할 신분증이 없으니 교육을 받을 수 없고, 끝없는 가난 속에서 살아간다. - 미얀마, 643면

이 책은 내가 아이 때 했던 여행에서 시작하여 내가 아이와 함께한 여행으로 끝맺는다. 모험에의 갈망이 싹트던 시절에서 시작하여 충동적인 객기를 삼가게 되는 시절에서 끝맺는다. 내가 불멸할 것 같던 시절에서 시작하여 내 필멸성을 확실히 깨닫는 시절에서 끝맺는다. 나는 자란 것이다. - 호주, 67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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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곳>에 대한 애정과 <집>에 대한 불안에서 탄생한 책.
이 책은 <여행기> 이상의 여행기다. 우리 세상의 초상이다.
- 살만 루슈디(『한밤의 아이들』의 저자)

『한낮의 우울』, 『부모와 다른 아이들』의 저자
앤드루 솔로몬의 가슴 벅찬 세계 여행


<세상이 한 권의 책이라면 (…) 나는 앞표지부터 뒤표지까지 다 읽고 싶었다. 나는 길을 나섰다. 이 세상에 벌어진다면 좋을 것 같은 변화들을 목격하고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한낮의 우울』, 『부모와 다른 아이들』의 저자이자 PEN 아메리칸 센터 회장 앤드루 솔로몬이 세계 곳곳에서 변화를 겪는 장소들을 기록한 글을 묶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중국, 리비아, 미얀마, 그린란드 등 1980년대 말부터 25년간 여행했던 28곳의 현장을 담은 매혹적인 여행기다. 정치, 예술, 음식, 심리학, 인류학을 넘나들며 왕성한 호기심으로 그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심리 상태와 시대정신을 예리하게 포착한다.
앤드루 솔로몬은 전미도서상(2011)과 전미비평가협회상(2012)을 연달아 수상한 대단한 필력의 작가이자, 유튜브 조회 수 1200만을 넘길 만큼 감동적인 연사로도 유명하지만, 저널리스트로서의 이력은 프로필에서 곧잘 간과된다. 솔로몬은 실제 지구상에 알려진 196개국 중 83개국에 가보았고, 『뉴요커』, 『뉴욕 타임스 매거진』, 『트래블+레저』 등 여러 유수의 매체에 글을 써왔다. 이 책은 그가 출간하는 첫 여행기인 동시에, 시대를 증언하는 저널리스트로서의 면모를 선명히 드러내는 저술이다.
<경험 수집가>를 자처하는 저자답게 그의 여행은 그저 편안한 자료 조사나 눈 관광에 그치지 않는다. 세네갈의 우울증 치료 의식을 알기 위해 직접 온몸에 피를 뒤집어쓰거나, 샤먼 부족을 만나기 위해 몽골 소년을 길잡이 삼아 가파른 산길을 오른다. 메트로폴리탄이 국립 고궁 박물원의 문화재를 유치하려고 갔던 취재에서는 분노한 타이완 민중한테 얼굴을 얻어맞기도 한다. 남아공 예술가, 캄보디아 학살 생존자, 그린란드 토박이 등, 전 세계를 누비며 솔로몬이 수집한 가슴 벅찬 경험들은 여행이 어떻게 한 인간의 운명과 세상을 바꾸는 원천이 되는지를 실감나게 보여 준다.

한 개인의 성장담, 또는 변화하는 세상의 초상

『경험 수집가의 여행』은 한 인물의 내면적 성장 스토리인 동시에, 우리 세계가 변화해 온 기록이다. 솔로몬의 유년 시절은 여행에 관해 두 가지 경험이 교차한다. 루마니아 유대인 이민자 출신의 아버지가 그에게 영원한 안식처는 없다는 두려움을 심어 주었다면(<만에 하나 집단 학살이 맨해튼 중심가를 위협하더라도, 진작 여권을 챙겨서 기꺼이 나를 받아줄 곳으로 떠날 준비를 갖춘 사람이 되리라>), 어머니가 가져온 세계 각국 민속 의상이 그려진 클리넥스 통은 그에게 더 넓은 세상을 알고 싶은 열망을 키워 주었다.
그리하여 솔로몬(1963년생)은 20대 중반 모스크바를 첫 여행지로, 50대 초반 호주 대보초의 마지막 여행까지 25년간 7대륙을 누빈다. 소련의 해체를 가져온 쿠데타를 겪으면서 바리케이드까지 진군해 온 탱크를 내려다보았던 일, 캄보디아에서 내전 생존자로부터 극적인 체험을 취재했던 일, 불행히도 꼼짝없이 배에 갇혀 빙산만 잔뜩 구경했던 남극 모험, 최고 지도자 카다피의 관저로 초대받은 일 등, 도저히 한 사람의 일생에 모두 담겼다고 믿기 힘든 경험들을 수집한다. 유년 시절 <집>에 대한 불안과 <먼 나라>에 대한 강렬한 호기심에 사로잡혔던 소년은 어느덧 진정한 여행가로 훌쩍 자랐다.
하지만 연대기적으로 묶인 여행기를 차례대로 읽노라면, 이 책이 단순히 한 개인의 이야기만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솔로몬의 여행기 속에는 지난 한 세대 동안 세계 곳곳에서 벌어졌던 정치·문화적 변동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소련일 때 처음 방문했던 나라가 자본주의 러시아가 되고, 1999년에 찾았던 그린란드의 동토 지대가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불과 10년 사이에 농장이 되었다. 그가 방문했을 때만 해도 세계 시장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중국 화가들은 이제 전 세계 미술계를 쥐락펴락하는 거물들이 되었고, 처음에는 자신의 성 지향성을 감추고 여행하던 작가 자신이 나중에는 동성애자 인권에 대한 토론에 참여하느라 전 세계를 여행한다.
게다가 솔로몬이 방문했던 여행지에는 세계 현대사의 가장 극적인 사건이 펼쳐졌던 장소이기도 하다. 소련 해체 전후의 모스크바, 아파르트헤이트 체제의 붕괴 직후의 남아공, 군부와 문민정부의 갈림길에 선 미얀마, 여전히 내전의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르완다와 캄보디아 등등. 솔로몬은 크고 작은 변화의 물결 위에서 휘청거리는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목소리를 기록으로 남긴다. 그들이야말로 직접 역사를 만들어 가는 당사자인 동시에, 그로 인해 인생이 달라지는 사람들이다.

여행은 자신을 넓히는 연습

솔로몬은 서문에서 일종의 여행 예찬론을 펼친다. 그가 보기에, 여행은 단순히 즐거움 이상이다. <자신을 넓히는 연습인 동시에 자신의 한계를 알아보는 연습>이다. 그는 자신이 여행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얼마나 넓어졌는지 고백한다. 세계 곳곳의 예술가들과 거리낌 없이 친구가 되고, 태평양 섬의 원주민들 앞에서 댄스를 선보이며, 내전의 상처를 들려주는 여성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었다. 솔로몬은 고백하길, <그 숱한 여행에서 나와는 다른 가치를 중시하는 사람들과 관계 맺는 법을 배웠고, 그럼으로써 모순적인 존재가 될 수 있었다>. 전작 『부모와 다른 아이들』(정신 질환, 장애, 트랜스젠더 등 예외적인 정체성을 가진 자녀를 둔 가족들의 이야기) 역시 그가 경험했던 숱한 여행에 힘입은 바가 크다. 솔로몬은 그 책을 <인간에게는 가장 바람직한 단 하나의 존재 양식만 가능하다는 고정관념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사명의 연장이었다>고 밝힌다.
솔로몬은 여행이 정치적으로도 유용하다고 믿는다. 미국의 정치인들이 베트남에 대해 더 잘 알았더라면 베트남전과 같은 비극은 없었을 거라고 말한다. 그가 국민들에게 여행을 장려하는 일이 <학교 출석, 환경 보호, 국가적 절약을 장려하는 것만큼 중요할 수도 있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솔로몬은 말한다. <만약 우리가 모든 젊은이들에게 외국에서 의무적으로 2주간 체류하도록 한다면, 모르면 몰라도 세계 외교 문제의 3분의 2는 해결될 것이다. 어느 나라를 가느냐, 체류 중 무엇을 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세상에는 다른 장소들이 있고 그곳 사람들은 다르게 산다는 사실만 깨달으면 된다.>

삶의 마지막 찌꺼기까지 맛보고 싶다면

희귀한 동전을 모으거나 오래된 장서를 수집하는 데 흥미를 느끼는 사람도 있겠다. 하지만 솔로몬은 인생의 앞표지부터 뒤표지까지 모조리 읽고 싶다면 경험을 수집할 것을 권한다. 월터 페이터의 말처럼 <인생의 목적이란 경험의 결실이 아니라 경험 그 자체>이므로. 물론 평범한 독자들이 솔로몬처럼 수십 개국을 돌아다니는 특권을 누리기는 힘들다. 여행지에서 수도로 진격하는 쿠데타군의 탱크를 목격하거나, 독재 정권의 일간지 1면을 장식하거나, 망망대해에 홀로 빠져 가족을 떠올리는 경험을 하는 건 보통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와는 다른 결의 역사를 지닌 사람들, 다른 눈으로 세상을 보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세계는 넓어질 수 있다.
비단 여행만이 아니다. <여행을 그만둘 수는 없다: 다 마셔 버리리라 / 삶의 마지막 찌꺼기까지.> 솔로몬이 인용한 테니슨의 이 시 한 구절은, 인생이라는 이름의 녹록치 않은 여정에서 발길이 무뎌지는 독자들에게 새 힘을 불어넣는다. 죽기 전에 <삶의 마지막 찌꺼기>까지 맛보고 싶은 독자라면, 이 세상의 온갖 모험을 수집하고 싶은 독자라면, 이 책을 권한다.

추천사

여기 이 사람을 보라. 호기심은 방대하고(정치, 예술, 음식, 심리학, 인류학), 지성은 아름답게 벼려져 있지만, 정신은 겸손하며, 마음은 넓디넓다. 솔로몬의 눈으로 세상을 보면, 세상을 더 잘 알게 될 뿐 아니라 더 깊이 염려하게 된다. - 엘리자베스 길버트(『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저자)

<먼 곳>에 대한 애정과 <집>에 대한 불안에서 탄생한 아름다운 책. 자유를 칭송하되, 자유란 이따금 힘들게 배워야 하는 것이라는 귀한 경고를 들려준다. 이 책은 <여행기> 이상의 여행기이다. 직접 세상의 현장에 있었던 사람이 그려낸 우리 세상의 초상이다. - 살만 루슈디(『한밤의 아이들』의 저자)

케이프타운에서 부쿠레슈티까지, 항저우에서 트리폴리까지 종횡무진 다니는 앤드루 솔로몬의 이 책은 어려움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경이로움을 몸소 체험한다는 점에서 더없이 월트 휘트먼적이다. 나는 이 책을 읽을 때 마치 나 자신이 비바람에 노출되는 것 같았고, 그러면서 내가 더 넓어지는 것 같았다. 이 책은 우리에게 스스로를 어느 한 나라의 국민으로만 여길 것이 아니라 온 세상의 시민으로 여기라고 열렬히 권유한다. 그 세상을 조각조각 나누는 영토들이란 얼마나 영광스럽고도 혼란스러운 것인지, 그것들이 실은 얼마나 절박하게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인지 알려준다. - 레슬리 제이미슨(『공감 연습』의 저자)

극심한 분쟁의 장소에서 솔로몬이 찾으려는 것은 비단 비극과 다툼이 아니다. 오히려 보통 사람들의 평범한 순간이다. 그의 여행은 희망을 품고 있다. - 『가디언』

민첩하고, 유익하며, 계시적이다. 개개의 글편은 타고난 재능을 지닌 작가의 내면과, 형형색색의 인류의 모습을 동시에 보여 준다. - 『커커스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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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루 솔로몬Andrew Solomon
우리 시대 가장 독창적인 작가이자 저널리스트, 심리학자. 뉴욕에서 태어났으며 예일 대학과 케임브리지 대학을 졸업했다. 현재는 뉴욕 컬럼비아 대학 임상심리학과 교수이자 PEN 아메리칸 센터 회장으로 있다. 『뉴욕 타임스 매거진』, 『뉴요커』, 『뉴스위크』 등 여러 매체에 글을 쓰고 있으며, 뛰어난 대중 강연으로도 유명하다. TED 강연 동영상은 1200만 회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그에게 명성을 가져다 준 것은 기념비적인 두 권의 저서이다. 2012년에 출간된 『부모와 다른 아이들』은 예외적인 정체성을 가진 자녀를 키우면서 남다른 깨달음을 얻은 부모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전미비평가협회상을 비롯하여 서른 개의 상을 받았다. 또 다른 대표작 『한낮의 우울』(2001)은 실제 우울증을 겪었던 작가가 방대한 인터뷰와 자료 조사를 통해 우울증의 실체를 파헤친 저술로 전미도서상을 수상하고 퓰리처상 최종심에 올랐다.

옮긴이 김명남
카이스트 화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환경정책을 공부했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 편집팀장을 지냈고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로 제55회 한국출판문화상 번역 부문을 수상했다. 『비커밍』,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면역에 관하여』, 『틀리지 않는 법』, 『휴먼 에이지』 등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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