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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의 품격
저자 : 이용재 ㅣ 출판사 : 반비

2017.06.16 ㅣ 530p ㅣ ISBN-13 : 9788983718501

정가18,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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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 A5(210mm X 148mm, 국판)
제품구성 단행본
이용약관 청약철회
국내도서 > 인문 > 교양사상 > 교양사상
『한식의 품격』은, 한국 음식 세계에 닥친 문제가 한식이 동시대의 현실에 발맞춰 변화하지 못한 데서 비롯되었음을 진단한다. 하루 한 끼 직접 요리도 어려운 현대인에게 여러 개의 반찬이 요구되는 한식의 형식이 적합할까. 1인 가구를 위한 레시피는 충분히 개발되고 있는가. 요식업 과잉과 ‘가성비’ 만능의 외식 문화 속에서 ‘수제 강박’이 낳는 폐해는 무엇일까. 또한 가사노동 분담이 OECD 회원국 최하위인 상황에서 직접 담근 김치의 미덕은 족쇄에 불과하지 않을까. 이러한 구체적인 의문과 사안을 짚어내면서 이 책은 현대화된 식생활과 동떨어진 채 구태와 습관을 답습하는 한식의 맛과 문법을 비판하며, 나아가 ‘현대적인 한식’을 위한 변화와 쇄신의 방향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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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추천사 4
들어가는 글 7
프롤로그󰠐 라면, 대량생산된 한국적인 맛 23
평양냉면, 예외적인 한식의 거울 28

1부 정신, 맛의 원리
1-1. 맛의 이해
1. 삼겹살 수육과 맛의 논리 59
2. 만능 양념장과 비효율적 맛내기의 문법 72
1-2. 다섯 가지 기본 맛
1. 짠맛, 소금의 인정투쟁 85
2. 단맛, 당의 역전 현상 109
3. 신맛, 다양한 식초의 표정 131
4. 쓴맛 나물의 잠재력 140
5. 감칠맛, 조미료의 누명 145
1-3. 여섯 가지 한식의 맛
1. 매운맛, 단조로운 통각의 세계 163
2. 고소함, 참기름 너머의 지방 181
3. 구수함, 된장과 치즈의 호환성 205
4. 시원함과 뜨거움, 국밥과 냉면의 양극 219
5. 쫄깃함, 떡과 오징어와 고기의 씹는 맛 231
6. 담백함과 슴슴함, 인지부조화의 맛 243
마무리, 맛의 별 254

2부 몸, 조리의 원리
1. 밥, 탄수화물의 위상과 역할 261
2. 반찬, 밥상 전체를 위한 과제 287
3. 김치, 손맛과 정서적 음식 307
4. 국물, 조리의 목적과 선택 1 338
5. 볶음, 조리의 목적과 선택 2 356
6. 직화구이, 조리의 외주화 1 371
7. 활어회, 조리의 외주화 2 399
8. 전, 열등한 튀김 414
9. 만두·두부·순대·김밥, 일상 음식의 승화 435
10. 술, 소주가 지배하는 음주 풍경 471
11. 후식, 사라져가는 것의 현대화 가능성 492

에필로그│한식 발전을 위한 제안 20선 506
감사의 말 513
참고 문헌 및 작업 환경 515
찾아보기 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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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음식 문화의 적폐 청산!
지금 한식에게 필요한 것은 맛집, 전통, 손맛, 엄마가 아닌 ‘비평’이다


스마트폰과 알파고의 시대, 여전히 한식은 손맛과 신비로운 전통으로 포장되어 손댈 수 없는 성역으로 남아 있다. 이 노작(勞作)은 한식도 별수 없이(!) 과학의 틀이 필요하다는 걸 입증한다. 나아가 품격 없는 한식에 대한 뼈아픈 직설을 담고 있다. 이른바 집밥에서 최고급의 한식당까지, 그의 조언이 도움이 될 것이다. —박찬일(『백년식당』 저자, 셰프)

음식 평론가 이용재는 '현대적 한식'이라는 새로운 전통의 발명을 야심차게 제안한다. 그는 '모더니스트'로서, 맛의 체계적 경험을 청사진으로 삼아 우리의 일상을 둘러싼 감각 경험 전반의 현대화를 추구한다. —박해천(『아수라장의 모더니티』 저자, 디자인 연구자)

1인 가구, 저녁 없는 삶, 온갖 맛집이 밀려드는 시대,
현대적인 한식의 비전을 제시한다


1인 가구 수는 500만 명을 훌쩍 넘어섰고, 40퍼센트가 넘는 가족이 맞벌이로 가계를 꾸려나간다. ‘저녁 있는 삶’이란 슬로건이 수 년 전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았지만 현재 우리 일상에 자리 잡은 것은 ‘저녁 없는 삶’, 그리고 기대감소 시대와 같은 용어다. 손맛을 습득할 시간은커녕 하루 한 끼 직접 조리도 어려운 현실이다. 동시에 맛집, 인기 프랜차이즈의 수명은 점차 짧아지고, 다양한 세계 음식을 밀려드는 와중에 외식업의 10년 생존율은 20퍼센트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런데도 많은 음식 책이나 미디어는 여전히 김치, 장류 중심의 ‘전통 한식’의 우수성을 내세우는 경우가 허다하다. 과연 ‘집밥’과 ‘바깥밥’을 통틀어 한식의 위기라 할 만하다.
『한식의 품격』은, 한국 음식 세계에 닥친 문제가 한식이 동시대의 현실에 발맞춰 변화하지 못한 데서 비롯되었음을 진단한다. 하루 한 끼 직접 요리도 어려운 현대인에게 여러 개의 반찬이 요구되는 한식의 형식이 적합할까. 1인 가구를 위한 레시피는 충분히 개발되고 있는가. 요식업 과잉과 ‘가성비’ 만능의 외식 문화 속에서 ‘수제 강박’이 낳는 폐해는 무엇일까. 또한 가사노동 분담이 OECD 회원국 최하위인 상황에서 직접 담근 김치의 미덕은 족쇄에 불과하지 않을까. 이러한 구체적인 의문과 사안을 짚어내면서 이 책은 현대화된 식생활과 동떨어진 채 구태와 습관을 답습하는 한식의 맛과 문법을 비판하며, 나아가 ‘현대적인 한식’을 위한 변화와 쇄신의 방향을 제시한다.

비혼 등을 통한 1인 가구 또는 ‘큐브 세대’가 증가 추세다. 달리 말해 사회는 갈수록 개인화되고 있는데, 과연 한식은 집 안팎의 영역에서 이런 변화에 적절히 대처하고 있는 걸까? 마지막으로, 이 두 갈래의 문제가 맞물리는 지점에 ’삶의 질’에 대한 회의가 자리한다. 소위 ‘저녁 없는 삶’의 현실 말이다. 자가 조리가 불가능한 여건이라면 편하거나 맛있게 사 먹기라도 해야 한다. 과연 한식은 그런 미덕을 갖추었는가. 13쪽

가정 조리와 외식용 음식의 영역이 거의 구분되지 못한 현실도 영향을 미친다. 집이든 음식점이든 김치찌개, 된장찌개, 불고기 같은 대표 음식은 판에 박은 듯 똑같다. 음식점에서만 만들 수 있는 음식에 대한 기대나 개념이 희박하다. 게다가 이런 요식업의 주체가 음식을 직접 만들지 않는 부류다. 한국 남자, 특히 베이미부머를 비롯한 위 세대라면 절대 다수가 취사를 포함한 가사 노동의 요령을 익히지 못했다. 여성의 일이라 치부하며 직장을 구실로 동의 없는 역할 분담, 곧 일방적인 책임 전가를 하지 않았던가. 그렇게 50대까지 살아온 사람들이 갑작스레 음식을, 그것도 팔기 위한 것을 삶의 한가운데 놓고 적응할 수 있을까. 심지어 다른 음식점에서 일하며 경험을 쌓지도 않는다. 가정식을 복제하기도 급급한 상황이니 실패는 따놓은 당상이다. 466쪽

기대 감소의 시대라고 한다. ‘감소’라는 단어가 그렇듯, 당연히 긍정적인 상황을 의미하지 않는다. 핵심은 저성장이다. 더 이상 예전, 즉 70~80년대만큼 전대미문의 고도성장을 할 가능성은 없어졌다. 한마디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이 닥쳐온 것이다. 이런 시대에 발맞춰 기대 감소의 대상이 되어야 할 한식이 존재한다면 제1순위가 바로 김치다. 기대 감소의 대상은 소유권이다. 모두가 나의 것으로 여기고 있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시행착오를 통해 기술을 갖춘, 고도로 숙달된 소수 전문 인력이 노력한 결과물을, 우리는 마치 바로 나의 산물인 양 착각해왔다. 329~330쪽

효율적인 관리가 가능한 모바일 솔루션을 얼마든지 구축할 수 있고, 이미 현재형이다. 생활의 필수 요소 가운데 하나인 음식 관련 앱은 이미 스마트폰의 도래와 더불어 등장한 지 오래다. 음식 주문 및 배달 앱은 기본이고 요리나 식단은 물론, 요식업 및 자영업 운영을 위한 앱 등이 존재한다. 반찬이 정말 매일 바뀐다고 하자. 메뉴, 특히 반찬 관리 앱을 만들어 영업 전 업데이트한다. 각 반찬과 가격 정보만 입력하면 끝이다. 이를 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에 깔아 메뉴로 쓴다. ‘전산화’가 이미 케케묵은 단어처럼 느껴질 정도로 각종 기술이 발달한 시대에, 이 정도의 시스템 구현이 어렵다면 그만큼 한식이 음식 외적인 영역에서도 효율적이 동시대적인 시스템 구축에 실패했다는 방증일 것이다. 304~305쪽

레시피는 요리 주체의 시행착오를 대신 겪음으로써 성문화된 조리법이 존재하지 않던 시절에 비해 높은 지점에서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칼질처럼 조리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가 있다는 전제 아래, 조리자의 출발선을 앞당겨주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레시피의 의무는 먼저, 또 자발적으로 실패하기다. 벌어질 수 있는 실패의 시나리오를 파악한 뒤, 각각의 예방 및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일종의 실험인 셈이다. 316쪽

종합하면 즉석밥이나 도시락 가게 등의 공업적 방안에 기대지 않는 한, 밥은 장기 보관과 외주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길은 한 갈래다. 밥을 개인이, 그것도 자주 지어야 한다. 먹는 입장에서는 편할 수 있지만 취사 담당자에겐 고역일 수 있다. 취사를 포함한 가사노동이 대부분 여성에게 일방적으로 할당되어 있는 한국의 상황에서 소위 ‘따뜻한 집밥’이란 성차별적인 노동 착취의 산물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274쪽

오로지 맛의 최선을 위한 체계적인 음식 비평서
한식을 구속하는 전통과 정서를 덜어낸다


기존의 한식 비평, 식문화 담론에 ‘맛의 논리에 대한 체계적인 계산과 분석’을 위한 자리는 없었다. 그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주로 맛을 내기 위한 원리와 개념보다는 정서적 가치이며, 맛과 재료, 조리 자체에 대한 논의보다 음식을 둘러싼 비과학적 음모론, 재료주의, 건강 우선주의, 민족주의 등의 음식 외적인 담론이었다. 그 결과 만두, 김밥, 순대 등의 일상 음식의 맛과 다양성은 빈약해졌고, 한식 세계화와 자랑스러운 발효식품 김치를 내세우면서도 김치를 어떻게 홍보하고 응용할지에 대한 전략은 부족하다. 이를테면 한식은 ‘화학’이라는 접두어가 붙은 모든 재료를 악한 것으로 여기는 한편, 캡사이신 농축액으로 강화한 매운맛을 한국의 맛이라 내세운다. 소금으로 맛의 균형을 실현할 수 있는 소금 사용법과 전략을 고민하기보다 천일염 논쟁에 에너지를 허비하는 식이다.
한식 비평과 담론이 부재한 가운데, 이 책은 음식의 핵심인 맛에 집중하여 비평과 과학의 언어로 한식의 맛과 형식을 논한다. 인스턴트 음식인 라면을 한국적인 맛의 대량생산을 이끈 한식으로 호명하고, 예외적인 입지에 서 있는 평양냉면으로 한식의 제반 문화를 살펴봄으로써 책의 포문을 여는 것부터가 상징적이다. 또한 추상적 차원의 논의뿐 아니라, 한식의 발전을 위한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지침과 제안 사항들 역시 풍부하게 제시한다. 국물 내기의 개선안으로서 양식의 ‘여과법’ 도입을, 한식의 구이, 조림 등의 조리법을 보정하는 방편으로 오븐의 활용 방안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한다. ‘기대감소 시대의 김치의 대안’도 제안한다. 우리가 이미 서구화된 생활양식을 영위하며, 스마트폰과 4차 산업 혁명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걸 염두에 두면, 이 책이 한식에 적용하는 양식의 원리와 과학적 방법론이 지극히 합리적 선택이자 해법임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이 다양한 방안들은 자가 요리 입문자에서부터 집밥 조리자, 전문 조리사와 요식업 운영자 모두에게 유의미한 아이디어와 시사점을 제공해줄 것이다.

현재 한국은 정서적인 가치가 한계에 이른 상황이다. 단순한 정서적인 가치만으로 즐기기에는 음식 자체의 완성도가 너무나도 떨어지는 탓이다. 정서적 측면만으로 음식을 이해하려는 시도 또한 이미 포화 상태다. 더 이상 녹을 수 없는 설탕이 바닥에 잔뜩 고여 있음에도 보지 못하는지, 맛과 조리의 원리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음식을 추켜세우느라 바쁘다. 그래서 이 책은 완전히 반대의 방향으로 간다. 길거리 트럭에서 파는, 기름 쪽 빠진 회전 통닭구이마냥 정서적 요소를 완전히 들어낸 맛의 이치와 원리에 대해 따져보겠다. 66쪽

평양냉면의 입지와 위상에 대한 인식은 특별하다. 평양냉면은 ‘밖에서만 사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는 인식이 굳어져 있다. 집밥과 바깥 음식의 경계가 모호한 한국 음식 문화에서 이런 존재는 흔치 않다. 평양냉면이 거의 유일하다. 한국 식문화에선 외식, 특히 고급 외식을 위한 콘셉트의 음식이 발달하지 않았다. 끼니를 위한 음식이라면 별 문제가 없지만 음식의 가격대가 올라갈수록 스스로를 차별화하는 정체성을 구축해야 한다. 그러나 그런 개념과 식문화가 부재한다. 말하자면 총체적 경험으로서 파인 다이닝을 위한 음식과 서비스, 분위기(인테리어) 등의 역할 모델 또는 틀(template)이 없다. 31쪽

맛내기는 조리가 요리로 승화되는 기회를 만드는 단계다. 결정적인 만큼 어렵다. 학습을 통해 향상시킬 수 있지만 이전 단계, 즉 장보기와 재료 손질에 비하면 난이도가 높다. 한 가지 요소를 조절하는 동시에 다른 요소와의 관계 역시 재설정해야 한다. 다섯 가지 기본 맛 가운데 한 가지만 조정하더라도 상호작용 때문에 다른 맛의 균형도 틀어질 수 있다. 요리는 이 관계를 끊임없이 미세 조정하는 일이다. 59~60쪽

소금을 쓰는 방식에도 개선이 필요하다. 어떤 식문화를 막론하고 소금만큼이나 기본적이면서 동시에 중추적이고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요소가 없다. 집과 밖을 막론하고 음식 맛을 위한 기본이자 핵심이다. 그만큼 잘 써야 한다. 일단 여건부터 잘 갖춰야 한다. 다양화를 권한다. 한 가지 소금이 아니라 소위 ‘TPO(시간(time), 장소(place), 상황(occasion))’에 맞는 여러 종류의 소금이 맛내기의 효율은 물론 먹는 재미도 북돋을 수 있다. 말하자면 소금의 전략적 사용이다. 102쪽

이런 상황에서 감칠맛을 둘러싼 고민의 핵심이 드러난다. 요컨대 ‘멘탈리티’의 문제다. 조미료가 꼭 필요한 맥락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차마 쓸 수 없어 대안 아닌 대안을 억지로 찾는다.(순진한 믿음이거나, 아니면 일종의 정신 승리다.) 조미료를 안 쓰고도 감칠맛을 충분히 끌어냈다고 믿지만, 결과는 당연하게도 그렇지 않다. 감칠맛의 효율도 조미료에 비하면 비교 불가능할 정도로 떨어지는 한편 음식에 원하지 않는 여타의 맛을 끌어들인다. 156쪽

기필코 만두를 손으로 빚어야 하는 걸까. 기계 및 정보화 시대다. 손은 기계보다 나은 가치를 빚어낼 수 있을 때에만 의미가 있다. 달리 말해, 기계보다 못한 대접을 받는 손이라면 굳이 혹사당할 필요가 없다. 음식의 문제로만 논의를 국한하자면, 손 대신 기계를 써 절감한 비용을 전체 가치를 높이는 데 돌릴 수 없는지 검토가 필요하다. 만두라면 손으로 빚기 때문에 늘어날 수밖에 없는 비용이, 재료비 등 맛과 직접 관련이 있는 요소에 영향을 미치는지 따져보아야 한다는 말이다. 손을 동원하기 위한 비용을 맛의 향상에 전용할 수는 없는 것일까? 439쪽

가장 논쟁적인 비평가가 구상하는 한국 음식 문화의 청사진

이 책을 쓴 음식 평론가 이용재는 한국 음식계에서 가장 논쟁적인 인물 중 하나로 꼽힌다. 그 이유는 감상 비평이 아닌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관점과 언어로 구성된 비평, 주례사 비평이 아니라 맛없는 것은 그대로 맛없다고 말하는 직설 때문이다. 한식에 관한 그의 관점도 마찬가지다. 한식의 낭만화‧신비화를 거부하고, 어떤 전통이라도 지금의 관점에서 과학적 틀로 검증한다. 이러한 그의 글쓰기가 소위 악명까지 얻게 된 것은 그만큼 한식을 비평적 대상으로 삼고, 체계적인 담론의 지평에 올려놓는 작업이 부재해왔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건축 및 건축학을 공부했던 저자는 하나의 건축 구조물을 꼼꼼히 분석하고 설계하듯 음식과 조리법의 짜임새를 이해하고, 설계도를 그려내듯 식문화를 비평한다. 앞서 말했듯, 『한식의 품격』이 다루는 대상은 우리 경험 영역 내의 한식이다. 이 책의 역할은, 한식을 먹고, 살면서 느꼈던 인상과 경험, 그리고 단편적인 개념들을 한국 음식 문화의 얼개 속에서 재구성하여, 문제의식을 설정하고 큰 그림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목적은 분명하다. 품격 있는 한식, 더 나은 우리의 ‘한식생활’을 위해.

한국 식문화의 가장 큰 과제 가운데 하나는 외연을 넓히는 것이다. 음식을 정서의 산물로만 여겨서는 발전이 없다. 언제나 집밥의 족쇄, 엄마 손맛의 울타리에 얽히고 둘러싸여 발전하지 못할 것이다. 좀 더 넓은 좌표의 세계에 식문화를 올려놓아야 한다. 그를 위해서는 과학과 이성에 기반을 둔 맛과 음식의 이해가 필요하다. 그 출발점을 제시하는 것이 바로 이 책의 과업이었다. 맛의 개념 설계를 위한 정지(整地) 작업 말이다. 470쪽

한식이 한국의 문화라면, 또한 개선이 필요하다면 누구보다 한국인이 나서야 한다. 특히 진정 한식의 세계화를 원한다면 좀 더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여태껏 우리는 객관적인 시선이 완전히 결여된 채로 한식을 홍보해왔다. 여전히 한식의 조리법은 일종의 비법에 가까워서 흉내 내기 어려우며, ‘신토불이’라서 재료는 반드시 한국의 것만을 써야만 제 맛이 나는 것이라 여기는가. 덕분에 이제 한식은 한국에서도 외면당한다. 모두가 ‘저녁이 없는 삶’으로 고통받으니 비법을 익힐 새가 없고, 농수산물의 자급률은 갈수록 떨어져 이제 국산 재료에만 의존해 식탁을 꾸리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15쪽

보전 혹은 보존은 중요하지만, 이것은 음식이다. 먹지 않는다면 의미도 없다. 따라서 단지 ‘우리 음식’이라는 낡은 당위 이상의 ‘논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맛이 식사 전체의 맥락과 잘 묻어나도 100% 선택 가능한 음식이 디저트다. 그래서 영역이 뚜렷하게 분리되어가고, 레스토랑 한 지붕 아래 정찬을 구성하는 다양한 종류의 음식이 공존하는 서양의 식문화에서도 디저트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한식은 그런 상황조차 아니다. 한식 자체의 디저트 문화는 식사에서 거의 완전히 분리 및 유리되었다. 게다가 이미 대중화된 서양 디저트와도 경쟁해야 하는 처지다. 그렇기에 더더욱 구체적인 개념의 이해와 방법론이 뒷받침하는 정당화가 절실히 필요하다. 보전과 보존이 능사인 시대는 이미 오래전에 지났다. 4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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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재
음식 평론가, 번역가, 건축 칼럼니스트. 한양대학교와 미국 조지아공과대학에서 건축 및 건축학 석사 학위를 받고 애틀랜타 소재 건축 회사 tvsdesign에서 일했다. 《조선일보》, 《에스콰이어》 등 여러 신문과 잡지에 기고했으며 요즘은 홈페이지(www.bluexmas.com)에 주 평균 3회의 글을 올린다. 『외식의 품격』, 『일상을 지나가다』를 썼고 『실버 스푼』(근간), 『철학이 있는 식탁』, 『식탁의 기쁨』, 『뉴욕의 맛 모모푸쿠』, 『모든 것을 먹어본 남자』, 『뉴욕 드로잉』, 『작가의 창』, 『창밖 뉴욕』, 『완벽하지 않아』 등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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