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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주의자 무소작씨의 종생기(이청준전집 28)(양장)
저자 : 이청준 ㅣ 출판사 : 문학과지성사

2016.06.07 ㅣ 292p ㅣ ISBN-13 : 9788932021485

정가1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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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 A5(210mm X 148mm, 국판)
제품구성 단행본
이용약관 청약철회
국내도서 > 문학 > 국내소설 > 한국소설
모든 천체는 저마다의 유일무이한 궤적을 남기며 순행한다. 그것은 무한하며 유사한 패턴을 형성하면서도 매 순간 새로운 위치로 미끄러져 간다. 그것이 우주라는 자연이다. 이청준의 소설, 이야기는 그 자연의 섭리를 관통한다. 부단히 지향하지만 근접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은, 시시각각 이동하는 어떤 중심을 공전하는 각기 다른 행성을 닮았다. 그것이 소설이라는 우리 은하, 그리고 이야기의 우주 속을 멈추지 않고 달려간다. 그것이 형성한 여러 나선(螺線)의 궤적이야말로, 대체 불가능한 것이다. 『인문주의자 무소작 씨의 종생기』에 수록된 소설들만큼 이 확고부동한 진실을 환기하는 이야기는 달리 없다. 10여 년 전 그 별빛이 마침내 우리 곁을 떠나 소설, 이야기의 우주 속으로 사라져갔다는 것, 아니 오히려 그 거대한 자연 자체로 화(化)했다는 사실에 대해 더없이 전율하며 또한 한편으로 지극히 애석해하고 있을 따름이다.
-조형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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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빛과 사슬 7
오마니! 30
시인의 시간 54
인문주의자 무소작 씨의 종생기 106
들꽃 씨앗 하나 201

해설_ 이야기의 공전(公轉/空轉) 249
자료_ 텍스트의 변모와 상호 관계/ 이윤옥 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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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감추어진 비의와 진실을 탐색해가는 이의 시선과 고백
이야기의 시원(始原)을 탐색하는 소설들


〈이청준 전집〉 28권 『인문주의자 무소작 씨의 종생기』(문학과지성사, 2016)는 표제작 「인문주의자 무소작 씨의 종생기」를 포함한 중편소설 세 편과 단편소설 두 편을 싣고 있다. 다섯 편 모두 작가가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걸쳐 쓰고 발표한 작품들로, 이청준 문학의 영원한 주제인 말과 삶이 섞이고 길항하는 세계, 그 안에서 발생하는 존재적 삶과 관계적 삶의 문제를 다룬다.
작가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화자 *나*들은 판소리로 상징되는 예술혼과 소리­가락의 운명에 사슬처럼 매인 인물들의 뒤엉킨 관계를 들여다보고(「빛과 사슬」, 「오마니!」), 어디서도 제대로 뿌리 내리지 못한 채 사회와 갈등하며 부박한 삶을 살아가는 개인들의 내면을 탐색하며(「인문주의자 무소작 씨의 종생기」, 「들꽃 씨앗 하나」) 이야기의 마지막까지 복선의 삶에 대한 질문의 끈을 놓지 않는다. 여기에 개인 언어(문학 언어, 이상)와 사회 언어(정보 언어, 현실)가 대립하는 가운데(「시인의 시간」) 언어(말)와 글쓰기에 대한 고민을 숙명처럼 안고 가는 작가의 고뇌 역시 유장하게 전개되는 이야기들 속에 낱낱으로, 깊숙이 투영되어 있다.

「서편제」를 비롯한 〈남도 사람〉 연작에서 주요하게 등장하는 소리­가락에 들린 인물의 형상은 단편 「빛과 사슬」(1998)에서 세상과 고립된 마을 분교에 새로 부임한 여교사 *은 선생*을 통해 재현된다. 정해진 학교 일과와 마을 사람들과의 불가피한 접촉 외에는 일상과 거리를 두고 틈이 날 때마다 숲으로 들어가 소리를 연창하는 그녀를 분교장인 *허 선생*은 남 몰래 흠모하고 있다. 여기에 학생들을 비롯한 마을 주민 대부분이 호기심 어린 탐색의 눈으로 *은 선생*을 바라보면서 그녀 주위에는 소리­가락과 함께 범접하기 힘든 그녀만의 도도함과 신비로움의 빛이 드리워져간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분위기를 일거에 무너뜨리는 계기는 본교에서 온 *장 선생*의 출현이다. 정확하게는 *장 선생*이 노래한 「옥중가」인 셈이다. 어느 한여름 날, 북통과 손부채를 사이에 두고 창으로 건네받는 두 사람의 요령부득이랄 밖에 달리 표현할 길 없는 소리­장이 벌어진 이후, *은 선생*은 돌연 학교를 사직하고 소리를 그만둘 뿐만 아니라 *장 선생*의 아내로 오로지 내조하는 데만 전념한다. 심지어 자신의 소리를 *헛꿈속만 헤매고* 산 시간이라 치부하고 아쉬워하거나 후회하기는커녕, 한국전쟁과 함께 종적을 감춘 남편 *장 선생*을 기다리며 묵묵히 늙어가는 삶을 택한다.

*도대체 그 남자의 소리가 그녀의 삶을 자유롭게 해준 것인가, 노예처럼 운명처럼 속박하고 만 것인가? 그녀에게 그 소리는 축복인가, 저주인가?
나는 여전히 그것을 알 수 없다* (「빛과 사슬」, p.29)

얼핏 단순해 보이는 일화에서 간단치 않은 비의, 기성의 언어로는 표현 불가능한 본원적/시원적인 진실을 찾아 캐묻는 화자 *나*의 시선은 단편 「오마니!」(1999)에서도 이어진다. 어머니의 삶을 모티프로 영화를 제작하는 Y감독의 연출 현장에 함께한 *나*는 우연히 나이 든 단역 배우 문예조 씨를 만나 그의 망향가와 사모곡을 듣게 된다. 그는 월남 전 북쪽의 고향에서 각각 과부가 된 두 사람, 노모와 형수와 함께 살아야 했다. 일제 말의 징집과 전란의 북새통은 맏아들을 잃은 노모로 하여금 홀로 된 며느리를 향해 가혹하리만큼 매몰차게 한 풀이를 하게 했고, 결혼 직후 사별의 아픔을 삭일 짬도 없이 아비 없는 자식을 품어 낳아 홀로 길러야 했던 형수의 기나긴 고행을 낳기도 했다. 그들 고부간의 갈등과 함께 어머니의 살가움과 자애로움은 좀처럼 기대할 수 없고, 조카를 위해 형수의 젖문을 대신 빨아주어야 했던 시동생의 아픔과 곤혹스러움이 함께 커왔던 것이다. 연출된 필름의 말미에서 듣게 되는 문예조 씨의 간원의 소리, *오마니!*는 지난 세월, 어머니와 형수 사이에서 단 한순간도 양자택일할 수 없었던 그의 뼈저린 고통이 표출된 한마디였을 것이다.

*망연히 자신의 술잔만 들여다보고 앉아 있던 예조 씨의 어깨가 가늘게 들먹여지며 깊은 탄식을 깨물 듯 조용히 잇새로 흘러나온 *오마니!* 소리 역시 그의 형수의 다른 이름으로 들렸으니까. 그리 자상하고 긴 언급은 없었지만, 테이프의 목소리에 젖어 맴도는 그 형수의 아련한 젖품내와 그것이 긴 세월 어머니의 품내로 삭아 빚어진 순연한 모성의 그림, 가슴을 저며오듯 애툿한 그 어머니의 상념 속에 우리는 새삼 서로 진저리 치듯 망연해하고들 있었으니까.* (「오마니!」, p.52)

한편 지긋지긋한 가난을 벗기 위해 고향을 떠나 K시에서 고학하고 있는 청년 *배진성*의 악전고투를 그린 중편 「들꽃 씨앗 하나」(2002)와 철저히 자본의 언어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무직으로 살아가는 중년 가장 *나*의 주식투자기를 풀어낸 중편 「시인의 시간」(1999)에서 이청준은, *인간의 자조(自助)를 향한 기대와 의지와 희망이란 결국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처절한 현실 인식을 보여준다. 두 작품은 *매사가 자신의 뜻대로 되리라는 (말과) 믿음으로 스스로를 기만하는 이들*은 *스스로를 정당화했던 말과 담론의 의미 부여가 한낱 허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당혹스러워하는 자신을 보아야 하는 위치로 떠밀려버린 자들의 난국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래 시인이라, 시인의 운명이라…… 아닌 게 아니라 대개의 시인들은 요즘처럼 추호의 낭비도 용납지 않는 정밀한 시계처럼 효율적이고 조직적인 정보언어 시대 속에서도 부질없이 자기 시간과 삶을 낭비하는 비효율적 비집 단적 개인 언어에 매달려 지내는 경우가 허다하지. 시인들이란 원래 현실생활의 생산성이나 유통적 정보 마인드엔 허약한 위인들이니까. 하지만 당신은 그것이 시인의 희망이 아니라 저주받은 운명의 업보라는 것을 알 수 있을까. 시인들도 누구보다 그 말의 허무한 낭비를 아파한다는 것을. 그러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그 신통치도 못한 점괘를 외우듯 그 노릇을 일삼고밖에 지낼 수 없는 그 시인들의 아픔을. 그런 뜻에선 나도 아마 한때는 시인이었다 할 수 있겠지만, 때로는 그런 남루하고 초라한 시인 노릇조차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어진 참담스런 처지를? 그래도 그걸 무슨 시를 위한 패배나 비극처럼 쉽게 말할 수 있을까……* (「시인의 시간」, p.103)

떠남과 돌아옴을 반복하는 일생에 걸친 귀환.
자아와 세계, 안과 밖이 공전(公轉/空轉)하는 이야기


표제작인 중편 「인문주의자 무소작 씨의 종생기」(2000)는 유년 시절 전해들은 *꽃씨 할머니* 이야기와 아버지와 이웃 아저씨의 설명을 계기 삼아, 오로지 바깥세상으로 나가고픈 열망 하나만을 품고 열세 살에 고향과 부모를 떠난, 한마디로 *말을 믿고, 말에 들려* 이야기꾼으로 거듭나는 무소작 씨의 일대기를 그리고 있다. 작가 이청준이 고향의 지산인 천관산에 올랐다가 느낀 두려움과 아득한 절망감, 그리고 언젠가 산 너머 세상으로 나아가리란 예감과 다짐 속에 초고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진 소설이기도 하다.
주인공 *무소작*의 이름은 불교 용어인 *무소작*의 변형으로 속세의 염이나 소소함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불교의 수행 의미를 읽어낼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 어디에도 집착하지 않고 계속 떠돌고 돌아옴을 순환-반복하는 주인공의 인생에 대한 비유일 것이다. 고향을 떠나 서울로, 타국으로 수십 년을 떠돈 그가 문득 향수에 이끌려 고향 참나뭇골(이청준의 고향 진목면이기도 한)로 돌아오나, 이미 미지의 장소만큼이나 낯설어져버린 고향은 그에게 안식처가 될 수 없었다. 그리하여 이웃한 해변 마을에 자리를 잡은 그는 숙식을 해결할 요량으로 마을 주민들 앞에서 자신의 경험과 상상을 변주한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한다.
그가 들려주는 세상 이야기의 많은 부분이 독자인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사회의 알레고리로도 읽히는데, 무소작이 이야기를 거듭하면 할수록 말하는 그 자신은 이야기 속에 몰입해가는 반면, 처음에는 낯설고 기이하게 여기던 마을 사람이 그의 이야기에 점차 흥미를 잃어갈 뿐만 아니라 그 낯설고 기이함 자체를 익숙함으로 받아들이게 되면서 무소작을 외면하기 시작한다. 너도 나도 *제 속을 지니지 못해 중심을 잃고 떠도는 사람들의 삶* *거짓말 세상살이*(p.189)라고 무소작을 손가락질하기 시작했을 때 더는 그가 설 자리가 없어져버리고 만다. 무소작 노인은 그렇게 종적을 감춘다. 대신 그가 떠돌며 낳았던 무수한 이야기들 속에서, 아니 그 이야기 자체가 되어 종생한다. 어릴 적 어머니가 들려주었던 *꽃씨 할머니* 이야기에서처럼.

*안과 밖의 경계가 사라진 이들에게 그의 이야기는 이제 어떤 일도 그 경계 밖의 새롭고 신기한 바깥 이야기가 될 수 없었다.
문제는 그 경계를 다시 확실하게 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소작 씨는 이게 그것이 불가능했다. 세상을 떠돌 만큼 떠돌다 보니 종내는 그의 유년의 고향고을이 가장 멀고도 알 수 없었던 그였다. 그렇듯 그는 원체 제 안을 지니지 못한 채 바깥세상만 떠돌다 돌아온 떠돌이였다. 애초에 제 안이 없는 떠돌이, 안과 밖의 경계를 지니지 못한 떠돌이 처지였다. 안과 밖의 경계조차 분별할 수가 없었다. 그 경계를 알 수 없으니 그것을 다시 분명히 할 수도 없었고, 그 경계선 바깥의 다른 새 이야기를 찾을 수도 없었다.* (「인문주의자 무소작 씨의 종생기」, pp.18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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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준(李淸俊)
1939년 전남 장흥에서 태어나, 서울대 독문과를 졸업했다. 1965년 『사상계』에 단편 「퇴원」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온 이후 40여 년간 수많은 작품들을 남겼다. 대표작으로 장편소설 『당신들의 천국』 『낮은 데로 임하소서』 『씌어지지 않은 자서전』 『춤추는 사제』 『이제 우리들의 잔을』 『흰옷』 『축제』 『신화를 삼킨 섬』 『신화의 시대』 등이, 소설집 『별을 보여드립니다』 『소문의 벽』 『가면의 꿈』 『자서전들 쓰십시다』 『살아 있는 늪』 『비화밀교』 『키 작은 자유인』 『서편제』 『꽃 지고 강물 흘러』 『잃어버린 말을 찾아서』 『그곳을 다시 잊어야 했다』 등이 있다. 한양대와 순천대 교수로 재직했으며,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을 지냈다. 동인문학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대한민국문학상, 한국일보 창작문학상, 이상문학상, 이산문학상, 21세기문학상, 대산문학상, 인촌상, 호암상 등을 수상했으며, 사후에 대한민국 금관문화훈장이 추서되었다. 2008년 7월, 지병으로 타계하여 고향 장흥에 안장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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