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저물어갈 무렵 거리에 서면, 문득 주위가 적막에 잠기는 순간이 있다. 사람들은 물결처럼 흘러가고 나 혼자 여기 서 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나는 무얼 바라고 왔는지, 쉴 새 없이 달려왔으나 돌아보니 걸어온 자리마다 폐허. 거장 황석영이 신작 장편소설 해질 무렵...
읽기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게 열려 있는 이 소설은, 뼈대는 동아시아가 거쳐온 근대의 항적 속에서 짚어야 마땅할 것이나 내게는 심청이라는 이름을 가진 한 여성의 몸의 기록으로도 읽힌다. 15세에서 여든에 이르는 그 기록은 처절하고 안타깝다. 그 "처절"과 "안타까...
황석영이기에 가능한 또 한번의 처절한 영매술이다. 신들린 사람처럼 그가 불러낸 귀기의 허깨비들은 기실 역사의 산 귀신이었으니, 책장을 덮자 방금 긴 악몽에서 깨어나기라도 한 듯 너무도 생생한 분단 반세기의 처절한 영혼이 여기 숨쉬고 있다. 황석영이기에 가능한 또 한번의...
'강남몽'은 일제강점기에서부터 지금에 이르는 한국현대사의 지층을 세로로 잘랐을 때 드러나는 시대의 무늬를 보여준다. 그 단면에서 이념의 탈을 쓴 야만성과 약육강식의 벌거벗은 욕망들, 쫓아내는 자들의 권력과 쫓겨나지 않으려는 자들의 아우성이 꿈틀거린다. 강남의 꿈은 쫓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