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문학상과 현대문학상을 거머쥐며 뛰어난 작품세계를 인정받고 있는 작가 김숨의 네번째 소설집 『국수』가 출간되었다. 현대문학상 수상작 「그 밤의 경숙」을 비롯 김숨의 탁월한 소설세계를 보여주는 9편의 작품을 실었다. 가족의 의미를 진중하고도 새롭게 천착하는 진정성과 더...
김숨의 연극은 ‘반복’되는 임종의 순간이자 거대한 장례식인 것이다. 반복은 습관을 만들어내고 습관은 두려움을 없앤다. 홀로 남겨짐에 대한 공포로 인해 쓰게 되었다(「작가의 말」)는 몇 편의 소설은 이렇게 반복을 통해 영원한 고립인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휘발시킨다. 김숨...
땅이 황폐하여 농사를 지을 수도 없고, 바다가 가깝지 않아 어부가 될 수도 없으며, 공장도 들어서지 않아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었던 한 가난한 마을의 북쪽에 조선소가 세워진다. 조선소는 튼튼한 몸을 가진 남자들이라면 가리지 않고 일자리를 내주었고, 그 소식을 듣고 마을 ...
두 여자가 있다. 침이 말라가는 여자(시어머니)와 홈쇼핑 콜센터에서 일회용품처럼 쓰이다 버려진 여자(며느리). 그녀들의 동거는 5년 전, 홈쇼핑 콜센터 전화상담원으로 일하는 며느리를 대신해 아이를 돌보기 위해 시어머니가 며느리의 집으로 들어오면서부터다. 일반적 시선에 ...
부모에게 버림받고 시골의 할머니에게 떠맡겨진 일곱 살 동화의 눈에는 세상 모든 것이 상처투성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나약함을 감추기 위해 가장 가까운 존재들에게 상처를 입히고, 또한 그 업보를 가슴에 묻고 살아가는 듯하다. 사랑의 상처, 인생의 좌절, 그리고 도무지 어쩔...
세계를 측량하려는 욕망은 세계의 본질에 가닿으려는 욕망이다. 이것은 기하학을 낳는다. 욕망의 선들이 모여드는 소실점의 끝에서 김숨이 걸어오고 있다. 가장 간결한 형식으로, 복잡해 보이는 사물들이 사실은 점, 선, 면으로 이루어진 입체들이라고 알려준 기하학자들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