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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빛
저자 : 정지아 ㅣ 출판사 : 창비

2008.03.31 ㅣ 246p ㅣ ISBN-13 : 9788936437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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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 A5(210mm X 148mm, 국판)
제품구성 반양장본
이용약관 청약철회
국내도서 > 문학 > 국내소설 > 한국소설
개인의 삶에 각인된 우리 현대사의 질곡과 모순을 탐구하는 작품들을 꾸준하게 발표해 요즈음 우리 문단에 보기 드물게 묵직한 문학적 감동을 선보여온 작가 정지아가 4년 만에 신작소설집 『봄빛』을 출간하였다. 이번 작품집에는 2006년 제7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인 단편 「풍경」을 포함하여 발표 당시부터 평단의 호평을 받았던 11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일상과 심리를 탐색해 변주하던 지난 소설집과 달리 이번에는 편편이 폭넓은 사유와 인생에 대한 깨달음으로 주제의 무게와 깊이가 더해졌다. 특히 ‘치매’를 겪는 노년의 삶에서 잃어버린 기억의 의미를 찾고 삶을 복원하여 역사에 맥락화하는 단편들은 정지아가 지금껏 작가적 숙명처럼 여겨왔던 주제의식을 궁극으로 끌어올린 수작들로 눈에 띈다.

등단 초기부터 작가 정지아의 작품세계의 주조를 이뤘던 역사적 모순에서 비롯된 개인적 삶의 희생과 질곡이라는 무거운 주제의식이 이번 작품집에 이르러서는 늙는다는 것, 기억을 잃는다는 것, 삶을 복원한다는 것의 의미를 탐구하는 작품들에 탁월하게 녹아들었다. 이제 자신도 인생의 비의를 알 만큼 알아버린 중년이 되어 부모와 자신의 지나간 삶을 반추하고 복원하는 시선과 수많은 경험에서 이룩한 깊은 사유의 세계는 묵직한 감동과 함께 모든 인간에 대한 따뜻한 연민의 감성을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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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삶에 각인된 우리 현대사의 질곡과 모순을 탐구하는 작품들을 꾸준하게 발표해 요즈음 우리 문단에 보기 드물게 묵직한 문학적 감동을 선보여온 작가 정지아가 4년 만에 신작소설집 『봄빛』을 출간하였다. 이번 작품집에는 2006년 제7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인 단편 「풍경」을 포함하여 발표 당시부터 평단의 호평을 받았던 11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일상과 심리를 탐색해 변주하던 지난 소설집과 달리 이번에는 편편이 폭넓은 사유와 인생에 대한 깨달음으로 주제의 무게와 깊이가 더해졌다. 특히 ‘치매’를 겪는 노년의 삶에서 잃어버린 기억의 의미를 찾고 삶을 복원하여 역사에 맥락화하는 단편들은 정지아가 지금껏 작가적 숙명처럼 여겨왔던 주제의식을 궁극으로 끌어올린 수작들로 눈에 띈다.

잃어버린 기억의 의미와 삶의 복원
차안(此岸)과 피안(彼岸)을 포용하며 웅숭깊은 세계를 지향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2006년 이효석 문학상을 수상한 「풍경」의 주인공은 평생 홀로 노모를 모시고 사는 예순의 노인이다. “해가 뜨면 새로 주어진 하루를 살아내듯” 육십년을 살았다. “어머니였고 세상이었으며 유일한 동무”였던 어머니는 벌써 삼십년 전부터 기억을 잃기 시작해 막내아들인 자신을 여수 14연대를 따라 떠난 형들로 착각한다. 집 떠난 자식들을 기다리던 습관을 버리지 못한 어머니는 집을 찾는 누구라도 자식인 듯 대한다. 어머니에게 잃어버린 기억이란 평생 동안 기다린 자식들이기도 하고 한많고 곡절많은 자신의 젊음이자 한평생이기도 하다. 마침내 어머니는 정신의 기억 다음으로 곡기마저 끊음으로써 육체의 기억까지 내려놓는다. 이제 예순이 넘어 함께 늙어가는 아들은 그런 어머니를 연민과 그리움으로 대할 뿐이다. 어머니의 잃어버린 과거와 기억은 곧 자신의 청춘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못」의 주인공 건우씨는 여든을 넘긴 작은어머니의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성치 못한 몸을 갖고 있고 매년 봄 자운영이 필 무렵 찾아오는 시집간 누이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신세이다. 작은어머니는 평생 몸 성치 않은 조카 뒷바라지에 고생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고 건우씨가 차곡차곡 모은 돈을 호시탐탐 노리지만 건우씨는 그 돈이나마 꼭 간직하고 있으라는 누이의 말을 되새기며 작은어머니와 티격태격한다. 봄이 와도 집에 오지 않는 누이를 원망하는 건우씨와, 그런 건우씨를 애처롭게 바라보는 작은어머니는 함께 늙어가는 서로의 처지를 안쓰러워하며 연민의 감정을 품는다.
표제작 「봄빛」에서는 젊은 시절 서슬이 퍼렇던 아버지가 치매에 걸린 듯하다는 어머니의 걱정스러운 전화에 아들이 시골을 찾는다. 밥상머리에서 ‘뚜부’(두부) 반찬을 내놓으라고 막무가내 호통을 치는 아버지와 평생 큰소리 한번 못 냈지만 남편의 보살핌 속에 살아온 어머니의 변한 모습을 보고 아들은 두려울 만큼 가슴이 먹먹해진다.

“내동 일렀는디 또 뚜부가 없그마이!”
귀가 좋지 않은 아버지의 고함소리는 어린 그였다면 경기를 일으켰지 싶게 컸다.
“아이고, 점심에 뚜부를 그렇게 묵고 또 먼 뚜부를 찾소? 저녁은 그냥 자씨요. 오랜만에 재만이가 왔는디 그라먼 재만이 좋아하는 것을 해야제 당신만 묵는 것을 해야 쓰겄소? 얼둥애기도 아니고 한끼를 못 참아서 소리는 버럭버럭 지르고 난리디야 난리가.”
그는 놀란 눈으로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그가 대학 포기했을 때를 제외하고는 단 한번도 아버지에게 대든 적이 없는 어머니였다.
“나가 원제 점심에 뚜부를 묵어!”
“환장하겄네. 노망이 들어도 단단히 들었그마이. 인자 점심에 멀 묵었능가도 모리겄소?”
어머니는 한마디도 지지 않고 따박따박 말대답이었다. 목청도 아버지 못지않게 시끄러웠다.

-「봄빛」중에서

다음날 검사 결과를 위해 찾아간 병원에서 뇌에 문제가 있다며 아버지는 치매 초기 진단을 받는다. 돌아오는 길에 두 노부모가 나란히 자동차 뒷자리에서 잠든 모습을 보며 아들은 그동안 그 부모네에게 받은 것을 돌려줘야 할 때가 돌아왔음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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