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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선지 위에 휴식 - 한용운문학상 수상 기념 시집(샘문시선 7007)
저자 : 고태화 ㅣ 출판사 : 샘문

2024.02.25 ㅣ 96p ㅣ ISBN-13 : 979119111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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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 문학 > 시 > 한국시
시인의 말

또 다른 나의 정체성

매일 매일 거르지 않고 시를 쓰기 위하여 상념에?젖어?깊은 사유를 하고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어가고?독자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많은 작품집을 감상합니다.
그리고 지푸라기 여러 가닥을 움켜쥐고 새끼줄?엮어 가듯 엮어 가는 힘듦과 깊은 생각에서 자아내는 시라는 부호를 생산해 낼 때면 산고 끝에?해산하는 작품이 탄생 되는 것 같습니다.
시의 제목과 기승전결에 이르는 본문에서 메타포와 운율, 반전을 주는 것이 이론을 공부할 때는 별로 어렵지 않겠구나, 생각하지만 써 놓은 글을 다시 읽어보면 정말 시격이 없어서 다시 고쳐 나가는 수정 과정과 퇴고 과정을 거치지만 너무나 어렵습니다.

시조는 형식(틀)이 있어서 그 틀 속에 집어 넣으면 되지만, 자유시(운문)은 시인 스스로 작품 고유의 그 틀을 만들어 나가야 되기 때문에 어렵다고, 또 괴테가 이르기를 “시인은 신의 제일 가까운 신에 근접한?사람이다, 즉 성현이다”라는 말씀도 지율 이정록 스승님께서 해주셨습니다.
돌덩어리에 불과한 광석을 연단하여 아름답고 빛나게 세공하듯이?詩 또한 자신이 느낀 시상과 감성과 상상력을 발휘해서 객관적 상관물에?운송 되어진 것을 형상화하고 생명을 불어넣어야 맛깔스러운?작품이 탄생하는데?이러한 과정이 도인이 도를 닦듯 고행을 해야 한다는 숭고한 철학을 어렴풋이 짐작을 하는 어린아이 단계인가 봅니다.

시를 쓴다고는 하지만 어느 날 쓰는 시는 한 조각 물거품에 지나지 않고 또 성장해서 쓰는 시는 보석보다 더 찬란하고?고귀한 시로 완성되어 진다는 진리도 이제 배워나가는 과정입니다.
가을이 지나고 날씨가 추워지자 나무에 조락의 슬픔이 찾아왔습니다.?해동하는 봄에 새순을 틔우기 위해 구름은 먹구름을 데려와 겨울비와 눈을 뿌립니다. 이제 곧?봄이 되면 종다리 울고 넓다란 이파리에 물방울이 고이고 영롱한 물 구슬이 그렁그렁 빛나 어쩌면 저리도 아름다운지 시상이 절로 떠오르겠지요.?이러는 제가 격 높은?시인 흉내를 내는 것 같아 미소가 지어집니다.

앙상한 나목 우듬지에 새의 빈 둥지가?자리를 메꾸듯?시는 문장들이 모여 작품으로 완성될 때면 메마른 나목은 이슬비를 초대하자 반가운 손님 봄과 꽃들이 찾아옵니다.?앙상한 나뭇가지에?새의 빈 둥지가 손님이듯이 시는 곧 잠재의식에 파묻혀 있다가 불쑥 튕겨 나온 생각에 한 구절?한 구절 부호로 나타내는 완성된 시는 나만의 손님입니다.

작품은 손님으로 찾아와 주기 때문이며 여러 갈래?길에서?찾아 주었던 만큼 반갑고 고마운 벗이자 환상적인 것은?귀인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습니다.?벗들의 다정다감한 방문이 어쩌면 저자인 나에게 있어 시를 쓰게 하고 또 다른 나를 발견하게 하는 것에 고마움을 느끼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2018년 어느 날 우연하게도 무심코 던진 샘터문학?이정록 회장님께 카톡으로 인사했던 그 시절이 생각납니다. 그날 이후 미숙한 저에게 많은 지도와 샘문예술대학에서 시창작 지도 또한 해주셔서 이렇게 제2 시화집까지?낼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시고, 한용운문학상 등 여러 문학상을 받게 해주신 이정록 스승님께 머리 숙여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오늘은?1985년도 전라남도 장성이란 곳에서 태어나 서울 동작구 이수 근처 자그마한 회사에 입사했던 기억이 되살아납니다.?5년 전 2018년 12월에는 내 이름 석자로 샘문시선집에?시가 수록되고 전혀 모르고 지나간 사람들이 한 번씩 시를 노크해주는 샘문회원님들이 계셔서 참 좋았습니다.
각자가 서로의 얼굴들은 몰라도 단지 같은 해에 등단하고?시는 새롭게 태어나 개인이?살아온 환경은 달라도 같은 해 함께 살아왔다는 이유만으로도 공감된 모습이 보기에 참 좋았습니다.?내가 보아 온 샘문 회원님들은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왔던?좋은 이미지가 유성별?만큼이나, 앞으로도 저의 빛이?영원히 꺼지지 않는 샛별처럼 세상 밝혀 보려는 희망이?식지 않고 꿈틀거리기를 소망해봅니다.

항상 같은 자리 내 옆에서 고생해준 사랑하는 남편과 아들딸 며느리 손주와 이 출간의 기쁨을 같이하겠습니다.?그리고 2024년 6월에 태어날 아가야 “무럭무럭 자라서?이 세상에서 만나는 숙명적 창조의 기쁨을 꼭 맛을 보자꾸나,?아가야 고맙다”, 라고 미리 인사를 전합니다.
2023년 다사다난했던 해 잘 마무리 하시고?2024년 새해는 청룡의 기상으로 더욱더 건강하시고?행복한 삶을 위해 저의 제2시화집을 독자님들께 선물합니다.?부족한 글이오나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감사합니다.

2024. 0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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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저녁, 서재에서
시인 고태화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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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오선지 위에 휴식

여는 글
또 다른 나의 정체성 / 4

평 설
옛 추억과 일상에서 찾는 ‘소확행’ 행복론 / 5
- 손해일(시인, 문학박사, 국제펜 이사장)

1부, 인생은 술래
우리집은 금성길 37 / 18
울 엄마 / 20
아가의 성장기 / 21
내리사랑의 정 / 22
인생은 술래 / 23
숨바꼭질 / 24
보일락 말락 / 25
꼼지락 꼼지락 / 26
작두샘 / 27
개울풀꽃 보랏빛 사랑 / 28
추억의 개울 물 / 29
추억 속에 장맛비 / 30
흑백 필름 / 31
오뚝이 동무 / 32
60대 삶의 반항 / 33
할미꽃 / 34
네 잎 클로버 가족 / 35
삯바느질 장인 / 36

2부, 호박꽃도 꽃이랑게
오선지 위에 휴식 / 38
봄 사랑 표정 / 39
봄이 왔나 봐 / 40
기적소리에 봄을 실어 / 41
혼차 / 42
잔인한 사월 / 44
호박꽃도 꽃이랑게 / 45
들키고 싶지 않은 속마음 / 46
소망빛 행복빛 사랑빛 / 47
기다리는 마음 / 48
지나고 보면 아픔이더라 / 49
너에게로 달려가고 싶다 / 50
사랑하니 아픔이더라 / 51
봄빛 따라 멀어져간 사랑 / 52
봄꽃 칠보단장 / 53
웨딩마치 / 54
하늘빛 고운 날 / 55
사랑의 씨앗이 불꽃으로 / 56

3부, 벤치에 핀 설화
자연의 소리 귀한 소리 / 58
출렁이는 가을 들녘 / 59
벤치에 핀 설화雪花 / 60
하얀 소재 첫눈 / 61
행복 바이러스 / 62
그대의 행복 / 63
행복의 열쇠 / 64
탈출 / 65
하루살이 나방의 오만 / 66
나방의 성장일기 / 67
욕망의 최후 / 68
여명 / 69
능소화 나팔꽃 / 70
가을 산장 연가 / 71
삶의 선물, 행복 / 72
연꽃 / 73
비와 양철지붕 / 74

4부, 항아리들 음악 시간
항아리들 음악 시간 / 76
애드벌룬 / 77
두렁 두렁 두렁 / 78
태양의 자식, 황금 들녘 / 79
또 다른 나의 정체성 / 80
뒤안길 웃음 / 82
초침 분침 방향 침 / 83
문학을 선양하라 / 84
한길 문화마을 / 85
꽉 쥔 욕심 놓아주어라 / 86
기복신 돌탑 / 88
도로아미타불 / 89
추자도의 밤 / 90
이태원 압사 아픔이여 / 92
울산바위 / 94
세계평화의 기도 /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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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또 다른 나의 정체성

매일 매일 거르지 않고 시를 쓰기 위하여 상념에?젖어?깊은 사유를 하고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어가고?독자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많은 작품집을 감상합니다.
그리고 지푸라기 여러 가닥을 움켜쥐고 새끼줄?엮어 가듯 엮어 가는 힘듦과 깊은 생각에서 자아내는 시라는 부호를 생산해 낼 때면 산고 끝에?해산하는 작품이 탄생 되는 것 같습니다.
시의 제목과 기승전결에 이르는 본문에서 메타포와 운율, 반전을 주는 것이 이론을 공부할 때는 별로 어렵지 않겠구나, 생각하지만 써 놓은 글을 다시 읽어보면 정말 시격이 없어서 다시 고쳐 나가는 수정 과정과 퇴고 과정을 거치지만 너무나 어렵습니다.

시조는 형식(틀)이 있어서 그 틀 속에 집어 넣으면 되지만, 자유시(운문)은 시인 스스로 작품 고유의 그 틀을 만들어 나가야 되기 때문에 어렵다고, 또 괴테가 이르기를 “시인은 신의 제일 가까운 신에 근접한?사람이다, 즉 성현이다”라는 말씀도 지율 이정록 스승님께서 해주셨습니다.
돌덩어리에 불과한 광석을 연단하여 아름답고 빛나게 세공하듯이?詩 또한 자신이 느낀 시상과 감성과 상상력을 발휘해서 객관적 상관물에?운송 되어진 것을 형상화하고 생명을 불어넣어야 맛깔스러운?작품이 탄생하는데?이러한 과정이 도인이 도를 닦듯 고행을 해야 한다는 숭고한 철학을 어렴풋이 짐작을 하는 어린아이 단계인가 봅니다.

시를 쓴다고는 하지만 어느 날 쓰는 시는 한 조각 물거품에 지나지 않고 또 성장해서 쓰는 시는 보석보다 더 찬란하고?고귀한 시로 완성되어 진다는 진리도 이제 배워나가는 과정입니다.
가을이 지나고 날씨가 추워지자 나무에 조락의 슬픔이 찾아왔습니다.?해동하는 봄에 새순을 틔우기 위해 구름은 먹구름을 데려와 겨울비와 눈을 뿌립니다. 이제 곧?봄이 되면 종다리 울고 넓다란 이파리에 물방울이 고이고 영롱한 물 구슬이 그렁그렁 빛나 어쩌면 저리도 아름다운지 시상이 절로 떠오르겠지요.?이러는 제가 격 높은?시인 흉내를 내는 것 같아 미소가 지어집니다.

앙상한 나목 우듬지에 새의 빈 둥지가?자리를 메꾸듯?시는 문장들이 모여 작품으로 완성될 때면 메마른 나목은 이슬비를 초대하자 반가운 손님 봄과 꽃들이 찾아옵니다.?앙상한 나뭇가지에?새의 빈 둥지가 손님이듯이 시는 곧 잠재의식에 파묻혀 있다가 불쑥 튕겨 나온 생각에 한 구절?한 구절 부호로 나타내는 완성된 시는 나만의 손님입니다.

작품은 손님으로 찾아와 주기 때문이며 여러 갈래?길에서?찾아 주었던 만큼 반갑고 고마운 벗이자 환상적인 것은?귀인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습니다.?벗들의 다정다감한 방문이 어쩌면 저자인 나에게 있어 시를 쓰게 하고 또 다른 나를 발견하게 하는 것에 고마움을 느끼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2018년 어느 날 우연하게도 무심코 던진 샘터문학?이정록 회장님께 카톡으로 인사했던 그 시절이 생각납니다. 그날 이후 미숙한 저에게 많은 지도와 샘문예술대학에서 시창작 지도 또한 해주셔서 이렇게 제2 시화집까지?낼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시고, 한용운문학상 등 여러 문학상을 받게 해주신 이정록 스승님께 머리 숙여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오늘은?1985년도 전라남도 장성이란 곳에서 태어나 서울 동작구 이수 근처 자그마한 회사에 입사했던 기억이 되살아납니다.?5년 전 2018년 12월에는 내 이름 석자로 샘문시선집에?시가 수록되고 전혀 모르고 지나간 사람들이 한 번씩 시를 노크해주는 샘문회원님들이 계셔서 참 좋았습니다.
각자가 서로의 얼굴들은 몰라도 단지 같은 해에 등단하고?시는 새롭게 태어나 개인이?살아온 환경은 달라도 같은 해 함께 살아왔다는 이유만으로도 공감된 모습이 보기에 참 좋았습니다.?내가 보아 온 샘문 회원님들은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왔던?좋은 이미지가 유성별?만큼이나, 앞으로도 저의 빛이?영원히 꺼지지 않는 샛별처럼 세상 밝혀 보려는 희망이?식지 않고 꿈틀거리기를 소망해봅니다.

항상 같은 자리 내 옆에서 고생해준 사랑하는 남편과 아들딸 며느리 손주와 이 출간의 기쁨을 같이하겠습니다.?그리고 2024년 6월에 태어날 아가야 “무럭무럭 자라서?이 세상에서 만나는 숙명적 창조의 기쁨을 꼭 맛을 보자꾸나,?아가야 고맙다”, 라고 미리 인사를 전합니다.
2023년 다사다난했던 해 잘 마무리 하시고?2024년 새해는 청룡의 기상으로 더욱더 건강하시고?행복한 삶을 위해 저의 제2시화집을 독자님들께 선물합니다.?부족한 글이오나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감사합니다.

2024. 02. 10.
??????????????
설날 저녁, 서재에서
시인 고태화 드림

평설< b>
옛 추억과 일상에서 찾는 ‘소확행’ 행복론

- 손해일(시인, 문학박사, 국제펜 제35대 이사장)

[1] 들어가는 말
고태화 시인의 제2시화집 「오선지 위에 휴식」 발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일반적 시집이 아니라 시화를 곁들여 공들인 작품집이라 더욱 귀한 것이다. 작가에게 작품은 생명이라서 그냥 낱개로 있으면 흩어진 구슬에 불과하지만, 꿰어야 비로소 보배가 된다. 시집은 자신의 분신인 작품에 집을 지어주는 일이다. 전남 장성 출신의 고시인은 첫 시집 「그리움 속에 피어난 그리움」과 여러 권의 공저를 내었으며, 샘문예술대학 학장으로 기여하고 있다. 또한 시인으로서, 시낭송가로서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고시인의 이번 시집에는 제1부 〈인생은 술래〉, 제2부 〈호박꽃도 꽃이랑게〉, 제3부 〈벤치에 핀 설화〉 제4부 〈항아리들 음악시간〉으로 나뉘어 다양한 작품들이 수록하고 있다. 필자 나름대로 고시인의 작품세계를 요약하자면 〈옛 추억과 일상에서 찾는 ‘소확행’ 행복론〉이라 하겠다. 잘 알다시피 ‘소확행’이란 무슨 거창한 행복을 추구하기보다는 ‘가까운 일상에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즐기자는 사회추세를 반영하고 있다. 시의 기본에 충실한 고시인의 작품들은 치열한 사회비판보다는 특히 고향의 옛 추억과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감성과 ‘소확행’을 밝고 긍적적인 톤으로 노래하고 있다. 난해한 언어유희보다 서정성과 스토리를 골격으로 하고 있어 쉽게 읽힌다. 이제 작품을 통해 이를 확인해본다.

[2] 고향에 대한 추억의 편린들
우선 표제 시 「오선지 위에 휴식」을 살펴본다.

청명한 봄의 고향 하늘 기러기 브이자 모양으로 날자 희미한 오선지 선을 긋고
날아가 버린 제트기 음표만 남기고
꽃다운 청춘이여 햇살 닮은 그대의 아름다움 티끌조차 보이지 않는 창공을 향해
소곡을 연주하듯 비행을 하네
새하얀 허공 속에 까만 브이자 무리 오선지 위에 천천히 쉬어 가는 쉼표
잔잔한 소곡에 필요한 멜로디 리듬 화성 흥에 겨워 활기차게 떠나는 빠른 그루브



환상적인 리듬 안에 보이지 않는 즐거움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자연의 어울림
푸른 하늘 기러기 날고 제트기 날고 텅 빈 허공 오선지 위 난, 쉬어가네!

- 「오선지 위에 휴식」 전문

4연으로 된 이 시는 청명한 봄, 고향 하늘을 배경으로 비유와 상상력을 구가한 작품이다. 첫 연은 기러기가 브이(V)자 모양으로 떼지어 날고 여기에 제트기가 날아간 뒤 오선지를 남기자, 마치 음표 모양이 되었다. 여기서 ‘오선지’란 제트기가 날아가며 꽁무니로 하늘에 남긴 하얀 제트기류가 마치 오선지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둘째 연은 햇살 닮은 꽃다운 청춘의 아름다움이 창공을 소곡처럼 비행한다. 셋째 연은 제트기류가 남긴 하얀 오선지 위에 기러기 떼의 까만 브이자 무리는 쉼표 같기도, “흥에 겨워 활기차게 떠나는 빠른 그루브” 같기도 하다. ‘그루브’의 의미 중 첫 번째가 즉흥적이고 충동적이고 빠른 템포의 소곡 리듬이다. 넷째 연은 기러기 떼와 제트기류가 빚어내며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자연의 텅 빈 허공 오선지 위에서 ‘화자는 쉬어 간다’고 한다.

화자는 기러기와 제트기를 비유해 의인화함으로서 자연과 교감하고 일시적인 마음의 안식을 느낀다는 내용이다. 이 작품 화자의 추억은 주로 고향 마을에서의 어릴 적 추억과 할머니와 어머니에 대한 기억들이다. 아무리 고생스럽던 과거도 이를 극복하고 세월이 지나면 아련한 추억의 한 토막으로 삶의 원동력이 되며 행복으로 느껴지기 마련이다. 특히 고향 태자리가 그렇다. 다음 작품 「우리 집은 금성길 37」을 살펴본다.

태어나고 자라왔던 내 고향 금성길 37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언제 어디서나 똘똘 뭉친 육 남매
어릴 적 앞마당에 동서남북 선을 그어 동전만 한 구멍 파고 구슬치기하고
너른 마당에서 두 손으로 눈 가리고 숨바꼭질하던 그 시절 그립다
움푹 파인 마당에서 동네 아이들 모여 뜀박질하다 넘어지면 어느새 일으켜 주시던
할머니의 따뜻한 간호가 그립다 ....
지금은 인기척 없는 텅 빈 집 할아버지 할머니 부모님마저 세상을 떠나시고
육 남매 각자의 세월 속에 최선을 다할 때 두 해 전까지 아버지가 머무셨던 곳 ....
이제는 텅 빈 자리 채워줄 사람 대신 거미줄만 치렁한 쓸쓸함 흐르는 외로운 집
큰 대문 열고 들어가 아버지 불러 보지만 아무 대답이 없어 토방에 올라 방문을 열고
또다시 자그마한 소리로 아버지 불러 본다

그런데 뒤꼍을 서성이시던 아버지가 방 뒷문을 여시며 금방이라도
“어서 오니라” 하시며 웃어주실 것만 같다

- 「우리 집은 금성길 37」일부

저자가 특별히 각주로 표시한 추억의 고향집 ‘금성길 37길’ (삼계면 금성부락 65번지)은 앞산 뒷산 야산 마을 비단성을 두른 수려한 풍경과 인심이 비단결 같다고 해서 ‘금성錦城’이라고 했단다. 조부모와 부모와 6남매, 합해서 10명의 대가족이 살던 이 고향 집에서 저자는 구슬치기 숨바꼭질 등으로 동심을 키웠지만, 지금은 폐가가 된 고향 집의 텅 빈 마루, 알미늄샷시문, 거미줄만 치렁치렁한 외로운 집이 되었다. 큰 대문 열고 아버지를 불러보면 금방이라도 “어서 오니라” 하고 웃어주실 것만 같은 환상에 빠진다. 인간의 회귀본능과 수구초심 때문일 것이다. 수도권으로의 인구집중과 농촌 고령화로 가속화되는 ‘농어촌 공동화’는 우리가 직면한 정책적 해결 과제다.

이 시집에서 「자연의 소리 귀한 소리」 「흑백필름」 「태양의 자식, 황금 들녘」 「탈출」 「인생은 술래」 「삯바느질」 「비와 양철지붕」 「추억 속의 장맛비」 「행복의 열쇠」 「두렁 두렁 두렁」 「숨바꼭질」 「추억의 개울물」 「호박곷도 꽃이랑게」 「울 엄마」 「항아리들 음악 시간」 등은 고시인의 농촌 정서와 추억의 범주에 속하는 작품들이다.

착하디착한 울 엄마 엄마의 기억이 갈수록 점점 흐려진다
봄 햇살이 아지랑이 피어오르고
길거리 벚나무 조팝나무 하얀 꽃잎 산들바람이 깨우고
울 엄마 아지랑이 피어오르듯 가물거린다

- 「울 엄마」 전문

「울 엄마」는 비교적 담담하게 표현했지만, “착하디착한” 어머니에 대한 진한 그리움을 담고 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본인도 늙어가는 지금은 어머니에 대한 기억도 아지랑이처럼 가물거린다. 그러나 동서고금 인류 여하를 막론하고 모성은 영원한 것이며, 그리움과 안식의 첫 번째 요람이다. 인용은 생략하지만, 할머니에 대한 추억은 「삯바느질의 장인」에 담겨있다. 아래 작 「두렁 두렁 두렁」은 “농작업의 출발선” “농부들이 지친 몸 주저앉아 쉼 하는 곳” “누런 칡소 워낭 소리 뎅그렁뎅그렁 쉼 하는 곳”이다.

지금은 편리한 수돗물이 대부분이지만, 옛날에는 우물대신 「작두샘」은 마중물을 넣고 손으로 작두처럼 아래위를 눌러 물을 퍼 올리던 수동펌프이다. 고시인은 이 작두샘에서 농사일에 지친 아버지께 시원스레 등목해주던 추억을 담았다.

어릴 적 마당 한 귀퉁이 작두샘 따사로운 한여름 논밭 일에 지쳐
집에 오신 아빠의 등목을 해드린다
작두샘 몸통에 물 한 바가지 붓고 축 늘어진 기다란 손잡이 꼭 쥐어
열심히 펌프질하면 콸콸 쏟아진다
전기가 없던 시절 동네 언저리에 큰 우물 대신 몇 집 안 되는 작두샘
물줄기 끌어올려 샘물이 넘쳐나고 아빠 등목에 물을 끼얹으면
시원하시다 물방울을 튕기실 때 한겨울 물보다 더 차가워 소스라친다

- 「작두샘」 일부

[3] 살아가는 이야기, 일상의 ‘소확행’ 행복론
고시인의 작품 중 고향 추억에 이어 주류를 이루는 것이 일상의 잔잔한 행복론이다. 「혼차」 「벤치에 핀 설화雪花」 「뒤안길 웃음」 「보랏빛 사랑」 「하얀 소재 첫눈」 등이다. 그중 몇 편을 살펴본다.

약속 장소로 향한다 너무 이른 시간에 도착하여 ...
커피 향 가득한 카페가 있어서 출입문 살짝 열고 들어간다
혼자 마시는 페퍼민트 허브차 낮게 내려앉은 둥글고 하얀 도자기 컵
맑은 물속에 띄운 티백 하나 은은하게 우려 나오는 연둣빛 차 맛은 내 몸을 녹인다
입안에 차 물 머금어 음미한다 향기로운 차, 갈증 해소되는 시원함은
한 줄기 폭포수 되어 내 마른 가슴에 물보라 친다

-「혼차」일부

‘혼차’는 ‘혼밥’이나 ‘혼술’처럼 우리의 소소한 일상 중의 하나인 차 마시기이다. 강바람 차가운 2월 어느 날 약속 시간에 너무 이르게 도착하자 시간을 맟추려 멋진 찻집에서 차 맛을 음미하는 즐거움을 담았다. 차 한잔의 작은 즐거움이다.

15개월 된 아가가 걷는다 ... 15개월 된 아가가 춤을 춘다...
15개월 된 아가가 방긋 웃는다 아빠도 엄마도 따라서 웃고
아기의 작은 엉덩이 흔들흔들, 환한 미소를 가슴 가득 담는다

- 「아가의 성장기」 일부

인간의 일생 중 큰 즐거움의 하나는 자식과 손자 손녀들이 커가는 모습일 것이다. 특히 아가 때의 귀여움과 재롱은 온갖 시름을 잊게 한다. 소소하지만 크고 행복한 동심의 순간들이다.

60대 가장의 반란이 시작되네 몸과 마음 정신은 항상 그대로인데
모든 생각들은 현실에 휘감기고 심신들은 나태해져 예전 같지 않은지
자꾸 이런저런 생각에 약해지고 살아가는데 재미가 없다 하고
옆에서 혼자 지켜보는 게 힘드네

- 「60대 삶의 반항」 1연

그런 즐거움이 있는가 하면 위의 작품처럼 직장을 은퇴하고 노년에 가족과 부대끼며 소외감을 느끼는 우리나라 가장에 대한, 안쓰러움이 있다. 한국의 노인 문제의 실상이다. 다음 작품 「또 다른 나의 정체성」에서는 고시인이 시낭송가로서 열심히 준비하여 낭송하는 순간의 기쁨과 자부심을 피력하고 있다. 최근 급속한 시낭송 붐에 따라 늘어나는 낭송가는 시 작품의 전령사들로서 그 역할 또한 소중하다.

지인으로부터 행사에 초대되고 아침부터 분주하다 어떤 스타일로 폼 나게 꾸밀까...
이래저래 한껏 뽐내고... 큰 거울 앞에 자랑하듯 서 본다
사람은 꾸밈과 동시에 옷맵시까지 갖추고 보면 한결 아름다워져
내가 아닌 또 다른 나로 변신한 화려함이 정말 멋져 보인다 ...
이제는 보이지 않는 마음속을 한알 한알 보석처럼 밝게 표출하며
살리라 다짐해 본다

- 「또 다른 나의 정체성」 일부

고시인은 작품을 통해 일상 곳곳에서 〈소확행〉을 느끼는 〈행복의 전령사〉 역할을 자임하는 듯하다. 「행복 바이러스」 「소망빛 행복빛 사랑빛」 「행복의 열쇠」 「삶의 선물 행복」 등 ‘행복’을 직접 주제로 쓴 시들이 말해준다. 가장 못산다는 아프리카나 방글라데시 등이 국민행복 지수가 높다고 한다. 이에 반해 세계 10대 경제 대국으로 단군 이래 가장 잘 산다는 우리 국민의 행복지수가 OECD 국가 중 최하위이며, 자살률이 세계 으뜸이라는 아이러니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아무리 그래도 행불행은 결국 ‘일체유심조’로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본다. 고시인의 행복론을 살펴본다.

아기 때 즐긴 즐거움은 모르는 즐거움이라 입가에 머물다 스치는 환한 미소 머물게 하네
어른이 되어 즐긴 즐거움은 알아가는 즐거움이라 한 번씩 위로 툭 튕겨 나오는
미소를 즐기네 ...
내가 즐긴 즐거움은 내가 너를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네가 나로 인해 행복해할 때면
모두는 행복하다네
이대로라면 즐거움 속에 피어 누군가 내 삶에 아픔 준다 해도
즐기는 즐거움은 가실 줄 모르는데 나 행복해도 될까요?

-「행복 바이러스」 전문

이 작품에서 아기 때의 즐거움은 뭔지도 모르는 본능적인 즐거움이며, “어른의 즐거움은 뭔가 알아가는 즐거움”이라고 한다. 즐거우면 나는 미소가 절로 나고, 기분이 날아갈 듯 행복하다. 내가 행복해 네가 행복하고, 그로 인해 모두가 행복하다면 금상첨화 아니겠는가? 고시인은 “즐거움이 가실 줄 모르니, 나 행복해도 될까요?” 하고 반문한다. 고시인의 행복론을 좀 더 살펴본다.

긴 여정의 끝자락에서 무거운 짐 내려놓고 하나하나 풀어헤치고
사랑이란 아름다운 시간 속에 행복했던 추억을 떠올리네 ...
사랑의 자물통 찾아 행복의 열쇠를 맞추어 주면
온 세상 다 가진 듯 기쁨 되어 강물 따라 흐르는 인생길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길목에 서 있네
어느새 찾아든 자물통 행복의 열쇠 용광로처럼 뜨거운 빛이 타오르면
넘치고 흘러 서로의 마음 감싸 안고 웃음보따리 움켜쥐고 앉아 있다네

-「행복의 열쇠」일부

고태화 시인의 소확행과 행복론은 다음 작품 「꽉 쥔 욕심 놓아주어라」로 귀결된다.

두 주먹 안에 열 가지 욕심을 가득 채운다
살면서 커져 버린 욕심 한 가지 버리기 위해
주먹 쥔 손 하늘 향해 두 팔을 벌린다 ...
태어나 몇십 년을 삶의 굴레 속에 담긴 욕심들 ...
이제 다시금 버렸던 욕심 버리려 펼쳤던 손가락 다시 오므리고
이제는 욕심이 아닌 용서와 관용과 배려와 봉사를 채워 나가야겠다

-「꽉 쥔 욕심 놓아 주어라」일부

고태화 시인은 일생 살아오면서 알게 모르게 두 주먹에 가득 쥔 욕심을 내려놓고 이제는 욕심이 아닌 용서와 관용과 배려와 봉사로 채워 나가겠다고 다짐한다. 긍정적인 인생관과 ‘청심과욕’의 실천 바로 그것이다.

[4] 마무리하면서
이상에서 고태화 시인의 제2시화집 『오선지 위에 휴식』의 작품세계를 첫째: 고향에 대한 추억의 편린들, 둘째: 살아가는 이야기, 일상의 ‘소확행’ 행복론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았다. 복잡한 문학 이론보다 작품 예를 들어 쉽게 풀어 보았으므로 더 이상 설명은 생략한다. 고태화 시인이 여러 작품에서 보인 ‘소확행’의 실천으로 행복한 노년을 보내고 문학에도 더욱 발전이 있기를 축원하며 평설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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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태화
아호:월연당
서정대학교 졸업(사회복지행정학과)
서경대학교 졸업(경영학과, 평생교육사)
칼빈대학원 졸업(사회복지 문학석사)
강원대학교 경영대학원(AMP 명품과정)
강원대학교총동문회 문화예술국장
샘문예술대학 시창작학과ㆍ시낭송학과 수료
법무부청소년범죄예방위원회 홍보분과 부위원장
샘문평생교육원 샘문예술대학 학장
(사)문학그룹샘문 이사
(사)샘문학(구,샘터문학) 이사
(주)한국문학 편집위원
(사)한용운문학 편집위원
(사)도서출판샘문(샘문시선) 회원
이정록문학관 회원
황야문학 부국장
글동네 사무총장

<수상>
한용운문학상 중견 우수상(샘문)
한용운문학상 중견 특별창작상(샘문)
샘문학상 우수상(시부문)
한용운문학상 동시 등단
신춘문예 샘문학상 시 등단

<공저>
태초의 새벽처럼 아름다운 당신 외 다수
(컨버전스공동시선집/샘문시선)

나 그렇게 당신을 사랑합니다.
추야몽 秋夜夢
이별은 미의 창조
(한용운시선집/샘문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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