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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는 고양이 종말에 반대합니다 - 온 세상 작은 존재들과 공존하기 위해 SF가 던지는 위험한 질문들(내 멋대로 읽고 십대9)
저자 : 김보영,이은희,이서영 ㅣ 출판사 : 지상의책

2024.01.19 ㅣ 396p ㅣ ISBN-13 : 979119330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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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 문학 > 청소년 > 청소년교양
SF는 더 이상 ‘인간’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소설’로 사유하고 ‘과학’으로 분별하며
미래 ‘사회’를 설계하는 SF 속 금기의 질문들

SF 고전과 당대 걸작을 망라한 빛과 소금 같은 책, 일단 너무 재미있고 유익하다.
전 세대를 아울러 모두에게 앎, 희망, 읽기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 정희진(문학박사, 〈정희진의 공부〉 편집장) 추천사 중에서 -

“어느 날 지구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한국을 대표하는 SF 작가이자 가장 SF다운 SF를 쓰는 작가로 평가받는 김보영, 과학 커뮤니케이터 ‘하리하라’ 이은희, 작가이자 사회활동가인 이서영이 한자리에 모였다. 작중 각각 ‘신작가’, ‘노학자’, ‘한단결’로 캐릭터화된 이들에게 은밀히 주어진 임무는 인간에게 실망해 홀연 무리를 이끌고 지구를 떠나겠다 선언한 대장 고양이의 마음을 돌리는 일. 이 가상의 설정을 바탕으로, 세 작가가 SF를 둘러싼 독자들의 기상천외하고도 위험한 질문을 모아 논제를 함께 정하고, 매주 텔레그램에 모여 뜨거운 토론을 벌였다. 그리고 우리 시대의 이야기꾼 김보영이 재구성해 소설처럼 엮었다. 2019년 출간되어 올해의 청소년 도서로 선정되는 등 적잖은 반향을 일으킨 《SF는 인류 종말에 반대합니다》(지상의책)의 후속편 기획으로, 전편에서 ‘인류를 구할 답’을 찾고자 했다면 《SF는 고양이 종말에 반대합니다》에서는 인간을 넘어 ‘비인간’이라 칭해지는 다양한 존재와 공존하는 삶을 모색한다.

전편인 《SF는 인류 종말에 반대합니다》에서 SF 속 ‘엉뚱한 질문’에 착안해, 허무맹랑해 보이는 상상이 과학기술을 통해 실현되어온 맥락을 짚어보았다면, 《SF는 고양이 종말에 반대합니다》는 한 걸음 더 나아가 SF 속 ‘위험한 질문’에 주목해, 그 도발적인 문제 제기가 우리 사회를 어떻게 얼마나 바꾸어놓았는지 들여다본다. 이제껏 금기시된 문제를 길어 올리고, 당연하게 받아들여 왔던 이분법과 정상성의 사고방식을 거부하며, 세상이 지우고자 한 존재들을 수면 밖으로 드러낸 SF 작품을 다수 다뤘다. 여기에 주장과 사실 사이 간극을 좁혀온 과학적 시선을 보탰다.

한국을 대표하는 SF 작가 김보영의 문학적 상상력, 작가이자 사회활동가 이서영의 비판적 통찰, 생물학자이자 과학 커뮤니케이터 이은희의 과학적 논증이 한데 모인 시너지효과는 예사롭지 않았다. 김보영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전뿐만 아니라 한국의 숨은 걸작까지 찾아 소개하는 데 공을 들였고, 이서영이 논쟁적인 질문을 던지고 이은희가 과학적인 사실을 확인해주는 과정에서, 토론이 점점 깊어지면서 세계관의 지평이 확장되는 것을 독자는 시시각각 경험할 수 있다. 시시껄렁한 유머부터 통렬한 비판까지, 분야를 넘나드는 방대한 대화를 정리하는 작업은 분명 쉽지만은 않았지만, 그렇기에 이토록 진솔하고 생동감 넘치는 책이 탄생할 수 있었다. 세 작가의 불꽃 튀는 토론에 전율을 느끼곤 했던 편집자로서, 공존의 미래를 모색하는 보람 있는 작업이었다고 자부한다.

책에는 〈블러드차일드〉(옥타비아 버틀러)가 제기하는 성별이분법의 허상, 《어둠의 속도》(엘리자베스 문)에서 되묻는 장애와 정상성의 경계, 《레디 플레이어 원》(어니스트 클라인)이 상상한 가상현실 속 위계성의 문제 등 제법 묵직한 이야기들이 수많은 SF 작품과 대화 속에서 펼쳐진다. 청소년뿐 아니라 미래에 관한 호기심 가득한 독자라면 누구든, 상상의 세계에서 과학적 깊이를 파고들며 사회적 이슈를 통찰하는 이 흥미진진한 모험에 만족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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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프롤로그 | 세상 끝의 SF 이야기

1부 명징한 이분법을 좋아하는 너에게 ? 다양성 공존을 묻는 위험한 질문

1장 세상이 이렇게 넓은데, 생물의 성별은 두 개뿐?
- 옥타비아 버틀러의 〈블러드차일드〉와 성별법의 허상

2장 출산 강요와 불임 강요의 환장 콜라보
- 마거릿 애트우드의 《시녀 이야기》와 페미니즘

2부 정체성에 답이란 없다 ? ‘나’의 경계를 넓히는 짜릿한 질문

3장 세상에 간단한 문제는 없다
- 폴 앤더슨의 〈조라고 불러다오〉, 그리고 신체와 정신의 관계

4장 이토록 자연스러운 장애
- 엘리자베스 문의 《어둠의 속도》, 그리고 장애와 정상성

3부 영화 같은 세계에서 살게 된다면? ? 본 적 없는 세계를 상상하는 유쾌한 질문

5장 로봇과 인간이 친구가 될 수 있을까?
- 아이작 아시모프의 《강철도시》와 반려로봇

6장 가상세계가 우리를 자유롭게 할까?
- 어니스트 클라인의 《레디 플레이어 원》과 가상현실 속 우리의 삶

4부 그럼에도 계속 살아갑니다 ? 역경을 헤쳐 나갈 가능성을 모색하는 반전의 질문

7장 바이러스 재난에서 살아남는 법
- 스티븐 킹의 《스탠드》, 그리고 역병과 바이러스

8장 다 함께, 지치지 않고 환경을 회복하기
- 미야자키 하야오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그리고 지구와 인간

에필로그 SF는 끝나지 않아!

작가의 말
도움 주신 분들
미주

[본 문]

“그러면 앞으로 인간은 어떻게 되나요?”
검은 고양이가 걱정스레 물었다.
“다시는 볼 수 없게 되겠지. 오늘 밤 이후로는.”
하얀 고양이가 모래바람이 몰아치는 창밖을 바라보며 사뭇 비장하게 말했다. _프롤로그, 7쪽

Q2. 만약 간성이 존재한다면, 주변에서 보기 힘든 이유는 무엇인가요?
학자 : 음, 그건 말이지. 첫째, 본인이 간성인지 모를 수 있어. 예를 들어 안드로겐 무감응 증후군은 염색체는 XT지만 겉모습은 완벽한 여성이거든. 이런 사람들은 염색체 검사를 받기 전에는 본인이 간성인지 모르고, 남들도 알 방법이 없어. _1장, 41쪽

단결 : 네, 집안에서는 오히려 낙태를 강요하지요. 한국은 정상가족을 결벽적으로 원하기 때문에, 여자가 어리거나, 결혼하지 않았거나, 경제적으로 불안하거나, 남자가 마음에 안 들거나, 모든 상황에서 아기를 낳는 것을 허락하지 않아요.
반면에 사회에서는 낙태를 비난하죠. 2000년대에도 낙태 금지 광고를 흔히 볼 수 있었어요. 합헌이 된 뒤로는 적어도 범죄자 소리는 안 나오게 되었는데, 예전에는 내가 낙태죄 반대 시위하고 있으면 가톨릭 쪽에서 온 사람들이 ‘살인자’라는 팻말을 들이댔다니까요.
직원 : 단결 씨가 말한 고통 관음 같아요. 여자에게 고통을 주는 의미밖에 없네요.
작가 : 정말 모르겠다니까. 인간은 발정기도 없이 섹스하는 생물이고 완전 피임도 어려워서 임신은 일어날 수밖에 없는데, 굳이 죄를 만들어서……. _2장, 78~79쪽

학자 : 의사들의 논리는 이래. 그 시술은 원래 난임 치료를 위한 것이라는 거야. 그런데 난임은 부부에게만 해당하는 질환이기 때문에 미혼 여성은 그 치료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거야. 치료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사람들은 치료할 수 없다는 거지. _2장, 89쪽

단결 : 트랜스젠더 혐오자들은 성별을 바꾸었다가 되돌아오는 사람이 있다는 예시를 들면서 트랜스젠더가 없다는 증거로 쓰는데, 언니 말 들으니 그런 사람도 당연히 있겠네!
학자 : 그럼, 정말 오래 바라던 물건 벼르고 별러서 샀다가 무르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데.
단결 : 학자 선생님은 다리를 기계로 바꾸고 싶다고 했지만, 그 기계가 마음에 안 들어서 더 좋은 기계로 바꿀 수도 있지 않겠어요? 바꿨다가도 마음에 들지 않아서 원래 몸으로 돌아가고 싶어질 수도 있고요. _3장, 131쪽

학자 : 작가 씨 말이 맞아. 아직 모르는 부분이 많으니 무엇이 맞다 틀리다를 논할 때는 아니겠지. 나는 그래도 보통 사회에서 생각하는 이상으로 정신은 신체에 이어져 있다고 생각해. 많이들 둘을 이원화해서 생각하니까.
작가 : 저는 생물학이 정신을 만든다는 말에도 맹점이 있는 것 같아요. 흔히 생물학적이라고 하면 신체만 생각하지만, 환경도 신체와 마찬가지로 물리적인 세계잖아요. _3장, 147쪽

직원 : 하지만 세상에는 장애인이나 소수자 이야기를 하면, “내가 내 이득을 생각해야지 다른 사람을 생각할 여유가 어디 있느냐”며 발끈하는 사람도 많지요?
작가 : 사실 나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신기해요. 내가 소수자를 생각하는 건 궁극적으로는 내 이득도 생각하는 것이거든요. 나는 하나의 단일체가 아니라고요.
단결 : 응?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작가 : 사람은 다면적인 존재란 말이야. 세계 제일의 천재 재벌 국가대표 같은 것이 아닌 이상, 대개 사람은 모든 면이 평균 이상을 수 없고, 많은 부분이 소수자에 속한다고. _4장, 175~176쪽

작가 : 그러고 보면, 사실 가족은 완벽할 수 없는데 다들 인간 가족은 완벽하리라 기대하네요. 이 문제는 레즈비언 자녀나 게이 자녀의 문제에서도 똑같이 제기되잖아요. 한쪽 성이 없는데 잘 자랄 수 있는가? 같은 질문을 하잖아요. 내 생각에는 양쪽 성이 다 있어도 잘 못 자라는 경우가 태반인데요. _5장, 234쪽

작가 : 네, 이건 게임 제작자나 메타버스 개발자들이 세심하게 배려하면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이지요. 오히려 이런 장치는 현실보다 훨씬 쉽게 만들 수 있잖아요. 그 사람들이 좀 더 이런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면 좋을 텐데.
직원 : 가상현실은 만드는 사람에 따라 디스토피아도, 유토피아도 될 수 있다는 걸까요……. _6장, 274쪽

작가 : 그러네요. 좀비는 의인화된 바이러스 같기도 하네요. 바이러스가 눈에 보이지 않아서 그렇지 실제로는 좀비에게 뜯기는 것과 비슷할지도요.
학자 : 세포를 뚫고 들어가서 내부에서 싹 거둬 먹고, 더 먹을 게 없으면 세포를 폭파하고 나와서 다른 숙주를 찾는 거구나.
단결 : 사실 좀비는 흔히 계급의 은유로 많이 해석돼요. 가진 자들이 보기에, ‘멍청한’ 노동계급이 ‘떼로’ 몰려들어서 나라의 기간(基幹)산업을 파괴하고 자본을 잠식하는. _7장, 308쪽

학자 : 동의해. 오염이나 파괴도 사실은 인간의 관점일 수 있지. 자연이 어떤 의지를 가지고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마땅히 그래야 하는 방향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어쩌다 보니 자연 속에서 우리 인간 같은 생명체도 생겨나고 진화해 온 거지. 물론 그러다 우리가 종말을 맞이할 수도 있겠지만, 그 또한 마찬가지로 생명의 역사에서 계속 있었던 일이야.
작가 : 네, 저는 인간이 크게 뭘 바꾸지 않고, 변화하지 않고 이대로 계속 살다 보면 결국 개체 수가 크게 줄거나, 그러다 멸종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러면 어차피 지구는 회복되겠지요. 그게 우리가 없는 세계라 해도. _8장, 3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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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징한 이분법을 좋아하는 너에게,
금기에 도전하며 다양성 공존을 묻는 도발적이고 통쾌한 질문

서울 북쪽, 외진 곳에 자리한 과학 전문 책방 ‘모모’. 황사와 강풍으로 네 사람과 두 고양이가 고립된다. SF 작가인 ‘신작가’, 손녀에게 선물할 책을 사러 들른 ‘노학자’, 동성애 반대 시위와의 다툼 끝에 도망친 사회활동가 ‘한단결’, 책방 아르바이트생 ‘정직원’이 그들이다. 이들은 곧 고양이 별 고로롱에서 온 ‘백설기’가 인간에게 실망한 나머지, 호위무사 ‘양갱’을 비롯한 무리를 이끌고 지구를 떠날 계획을 세우고 있음을 알아채는데……. 이를 말릴 방법은 하나다. 이야기를 좋아하는 백설기를 현혹할 재미있는 토론을 계속해 붙들어두는 것! “인간 따위 세상에 없는 게 나아!”라고 외치는 백설기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인간들은 저마다 전문 분야를 살려 티키타카 대화를 시작하는데……. 과연 이들은 비인간동물 고양이와 함께 살아갈 미래를 지켜낼 수 있을까?

지속 가능한 지구를 만드는 데는 돌봄과 연대가 핵심이라는데, 현대사회는 여전히 이분법적이고 배타적이며 위계적인 사고가 만연하다. 특히 성적(능력) 지상주의로 무한 경쟁에 내몰린 청소년(청년)들에게 이런 현실을 진지하게 되돌아볼 여유는 더욱 부족해 보인다. 남성과 여성, 정상과 비정상, 신체와 정신, 우등과 열등, 인간과 기계 등, 세상은 과연 칼로 무 자르듯 나누어지는 걸까? 이 책은 발칙한 상상력으로 금기시된 질문들을 던져온 SF 장르를 바탕으로, 양분된 세계관 틈새를 샅샅이 톺아보며 그 해답을 찾아보자고 제안한다. 이 기획을 인연으로 한데 모인 세 작가는 토론과 집필 과정에서 경험한 충격과 감동을 고백하며, 이 만남의 행운이 독자에게도 온전히 가닿기를 바란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야기는 이분법적 시선을 해체하는 데서 시작한다. 1부에서는 임신하는 남성(옥타비아 버틀러, 〈블러드차일드〉)이나, 평생 감금되어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는 여성의 삶(마거릿 애트우드, 《시녀 이야기》)을 이야기한 SF를 통해 성별이분법이 얼마나 실체 없는 허상인지 짚어본다. 이외에도 ‘낙태 수술은 일상적으로 일어나는데, 낙태죄는 왜 존재할까?’ ‘왜 유토피아를 상상한 작가들은 3인 육아 체제를 기본값으로 생각했을까?’ ‘인공 자궁은 여성해방에 기여할까?’와 같이, 익숙한 현실을 낯설게 바라보는 질문과 대답이 흥미진진하게 이어진다. 여성과 남성 사이, 수많은 존재를 우리가 얼마나 모르고 아니 외면하고 있었는지 생생히 마주하고 나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사회를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Science Fiction이 Science Fact가 되어가는 세상에서
꼭 다루어야 할 쟁점을 찾아서 서술하는 현재진행형 가이드북.
― 이명현(천문학자, 과학책방 ‘갈다’ 대표) 추천사 중에서 -


‘나’와 ‘세계’의 경계를 탐색하며,
본 적 없는 세계를 상상하는 진취적이고 입체적인 질문

1부에서 지금껏 사회를 쥐고 흔든 이분법을 깨뜨려보았다면, 2부와 3부에선 ‘다양성’과 ‘양면성’에 대해 생각해본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세상에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입체적 시각을 모색하기 위한 여정이다. 이를테면, 4장에서는 장애와 비장애가 위계적으로 구분되지 않고 함께 어우러지는 삶을 상상하기 위해 ‘과학은 장애의 개념을 사라지게 할 수 있을까?’ 같은 질문을 던진다. 5장과 9장에선 ‘로봇을 부모로 둔 아이의 정서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까?’ ’자율주행 자동차가 사고를 내면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까?’와 같은 질문을 통해 우리 삶에 밀접하게 다가온 기술의 양면성과 그 윤리적 활용을 고민해보기도 한다.

장애인들은 오랫동안 비장애인과 동등한 권리를 요구해왔지만, 세상은 여전히 그들에게 ‘표준’에 맞출 것을 요구한다. 4장에서는 자폐인의 시선에서 ‘정상인’의 세계를 낯설게 묘사한 엘리자베스 문의 《어둠의 속도》를 통해 지금껏 장애를 ‘비정상적’이고 ‘부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겨온 시선에 의문을 제기한다. 과연 세상에 불변하는 ‘정상’의 기준이 존재할까? 장애는 반드시 ‘무언가를 잃은’ 상태일까? 반대로, 의공학 기술로 교체한 장애인의 신체가 원래 인간 신체보다 더 뛰어나게 된다면, 이는 곧 기술로 인해 장애와 정상의 위계가 무너질 수도 있음을 뜻하는 것 아닐까?
기술 발전은 다양한 사회구성원이 위계나 구별 없이 함께 살아가는 미래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생각해보아야 할 반작용 또한 크다. 이를테면 가상현실의 확장은 성별이나 인종에 구애받지 않고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고무적이나, 법제화가 기술 발전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탓에 성범죄에 무방비한 현실이다. 코로나 시기 인공지능의 발달은 장애인 고용을 늘렸지만, 반대로 카페 직원이나 시나리오 작가 등 특정 업종의 노동자들이 해고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더 나아가 반려로봇은 치매 노인이나 아이를 보호하는 데에는 효과적이지만, 리얼돌의 성 산업 같은 문제가 남아 있기도 하다.

이렇듯 같은 기술도 어떻게 활용되느냐에 따라 유토피아를 보여주기도, 디스토피아를 보여주기도 하는 법이다. 기술이 어떻게 활용될지는 사회가 어떤 지향성을 갖느냐에 달렸다는 메시지를 상기해볼 때, 이 책이 던지는 ‘지금 여기’의 질문들이 갈림길에 선 우리에게 더 나은 방향성을 제시해주기를 기대해본다.

“우리가 만들어 놓고, 만든 것으로부터 고통받으면 안 되는 거죠?”
“이것도 결국 인간이 뭔가를 해야 하는 문제죠.”
“역시, 가상현실이 디스토피아가 되느냐, 유토피아가 되느냐는
어떻게 그 기술을 활용하는가에 달려 있군요.”
_본문 중에서


디스토피아와 유토피아의 갈림길에서,
역경을 헤쳐나갈 가능성을 모색하는 반전과 실험의 질문

‘신작가’, ‘노학자’, ‘한단결’이 여러 차례 설득을 거듭한 후에도 백설기는 지구를 떠나겠다는 결심을 바꾸지 않는다. 이유는 다름 아닌 환경 파괴 때문이다. 인간이 사냥해 죽인 생물들,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과 한파……. 최근에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전 세계가 단기간에 큰 변화를 맞기도 했다. 환경은 미래를 논하는 데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일 터, 마지막 4부는 앞으로 지구에서 살아갈 우리 삶을 다룬다.

인간이 이미 환경을 망쳐놓았고, 더 이상 지구에는 가능성이 없다는 식의 염세적인 태도는 잠시 넣어두자. 7장에서는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갈 인류의 미래가 어떻게 바뀔지, 바이러스에 걸리면 오히려 유리해지는 감염병이 돈다면 사회는 어떻게 대응하게 될지, 발상의 전환과 과학적 논증이 교차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리고 8장에서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가 전하는, 담담하지만 묵직한 메시지를 전한다. “우리는 분명 세상의 오염이지만, 인간 역시 자연이고 생명이니 그럼에도 계속 살아가야만 한다. 그러니 지나친 절망과 낙관을 경계하면서, 서로를 북돋고 돌보며 계속 살아가자”고 말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환경 파괴를 100까지 놓고 볼 때, 지구는 어디까지 와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해 ‘노학자’는 말한다. 훼손된 것은 지표면과 바다 일부일 뿐! 지구에는 여러 차례 대멸종이 있었고, 그때마다 생물 종은 멸종과 출현을 반복했다. 어쩌면 인간은 인류 멸망이 곧 지구 멸망이라며 지나치게 인간 중심적으로 사고해온 것인지도 모른다.

세 저자가 보증하듯, 《SF는 고양이 종말에 반대합니다》는 ‘지금 여기’의 문제들을 숨기지 않고 전면에 드러내며 치밀하게 파고든다. 작가 김보영은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을 독자가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 치열한 토론을 꼼꼼히 복기하고 정리했다. 또한 이 책을 덮고서도 세상을 바꿀 ‘위험한 토론’을 계속해주길 독자들에게 청했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문제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해도 괜찮다. 세 저자 또한 이 책을 통해 그간 전혀 생각지 못한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다고 고백하니 말이다. 이 책, 《SF는 고양이 종말과 반대합니다》를 주춧돌 삼아, 앞으로 세상을 바꿀 더 많은 위험한 질문들이 이 세상에 거리낌 없이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너무 간단해 보이면, 혹시 내가 간과하거나 놓치는 것이 없는지 한번 생각해야지.”
“만약 기술이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가만히 참고만 있지 않을 거라는 것도
SF는 보여주고 있어요. 어쩌면 기술 자체가 기술을 개발한 사람들을 무너뜨릴지도 모르고요.”
“아, 좋아라. SF 이야기는 정말 끝이 없네요! 우리 이 대화 영원히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요?”
_본문 중에서


추천사
우리는 지구 멸망 이후를 살고 있다. 다만 ‘노아의 방주’에 누가 먼저 탈 것인가를 두고 계급과 젠더, 인종 등의 위계에 따른 고통의 시차가 있을 뿐이다. 동시에 이러한 상황을 인식하지 못하는 무지의 폭력은 또 다른 투쟁의 대상이 되었다. 이 디스토피아 시대에, SF와 현실의 경계는 없다. 여기, 고전과 당대 걸작을 망라한 빛과 소금과 같은 책이 나왔다. 일단, 너무 재미있고 유익하다. 전 세대를 아울러 모두에게 희망, 앎, 읽기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가성비 최고의 책임을 단언한다.
정희진·〈정희진의 공부〉 편집장, 문학박사


이 책은 말하자면 Science Fiction이 Science Fact가 되어 가는 세상에서 꼭 다루어야 할 쟁점을 하나하나 찾아서 간결하면서도 명확하게 서술하는 현재진행형 가이드북이다. 이 책과 함께 SF의 세계를 여행하다 보면 당신은 어느덧 Science Future의 문 앞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현대인이 인간답게 살아가려면 마땅히 갖춰야 할 핵심교양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재미있고 유익하기까지 하다. 등대 같은 책이고 북극성 같은 책이다.
이명현·천문학자, 과학책방 ‘갈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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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영
한국을 대표하는 SF 작가 중 한 사람으로 “가장 SF다운 SF를 쓰는 작가”로 평가받는다. 2004년 〈촉각의 경험〉으로 제1회 과학기술 창작문예 중편 부문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한국 SF 작가로는 처음으로 미국의 SF 웹진 〈클락스월드(Clarkesworld)〉에 단편소설 〈진화신화〉를 발표했고, 영미 하퍼콜린스에서 선집 《I’m Waiting for You and Other Stories》가 출간되었다. 저서로는 《얼마나 닮았는가》, 《다섯 번째 감각》, 《종의 기원담》 등이 있다.

이은희
‘하리하라’라는 필명으로 과학을 쓰고 알리는 칼럼니스트이자 과학 커뮤니케이터. 연세대학교에서 생물학을, 동대학원에서 신경생물학을 공부한 뒤 고려대학교에서 과학언론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저서로는 《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 《하리하라의 몸 이야기》, 《하리하라의 과학 24시》 등이 있다.

이서영
주로 노동문제와 연관된 SF와 판타지를 쓴다. 2010년 환상문학웹진 거울에 단편 〈종의 기원〉과 〈성문 너머 코끼리〉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기술이 어떤 인간을 배제하고 또 어떤 인간을 위해 일하는지, 혹은 기술을 통해 배제된 바로 그 인간이 기술을 거꾸로 쥐고 싸울 수 있을지에 관심이 많다. 저서로는 《악어의 맛》, 《유미의 연인》, 《낮은 곳으로 임하소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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