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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우아한 제로 웨이스트 여행 - 1년 반 12,500km 유라시아 자전거 유람기
저자 : 신혜정 ㅣ 출판사 : 사우

2023.09.05 ㅣ 368p ㅣ ISBN-13 : 9791187332893

정가18,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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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 규격 외(225mm X 152mm, 신국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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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 문학 > 수필 > 국내수필
저질 체력의 30대 여자, 1년 반 동안 홀로 유라시아 12,500km를 자전거로 누비다
우아하고 궁상맞고 웃기고 짠한 제로 웨이스트 여행자의 천일야화


서른셋, 일중독자로서 질주하는 삶을 살던 한 여자가 멈추어 서기로 결정한다. 퇴사를 하고, 어떻게 살지를 바닥에서부터 다시 묻기 위해 중국으로 가는 배에 자전거와 함께 올랐다. 1년 반 동안 튀르키예까지 12,500킬로미터를 달렸다. 이 책은 그 여정에서 만난 사람들과 쓰레기와 깨달은 것들을 감동적으로 담아낸 에세이다.
일용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제로 웨이스트 여행을 실행했다. 혼자 하는 자전거 여행도 쉽지 않았지만, 무더위와 배고픔 속에서도 페트병에 든 시원한 음료수와 비닐 포장된 과자를 사 먹을 수 없는 제로 웨이스트 여행자가 겪어야 하는 어려움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그만큼의 기쁨과 감동도 누릴 수 있었다. 쓰레기 없는 여행을 위해 겪어야 했던 웃기고도 짠한 이야기는 재미있으면서도 강력한 환경교육 효과를 발휘한다.
여정 중 유라시아 곳곳의 쓰레기장과 재활용장을 찾아다녔다. 우리가 버린 것들은 결국은 우리와 연결되어 있었다. 물건을 오래 쓰고 아껴 쓰고 쓰지 않기 위한 각종 ‘궁상’이, 다른 말로 하면 나와 다른 존재들과 우리의 터전을 존중하는 ‘우아함’일 수 있겠다고 느꼈다.
이 책의 또 다른 주인공은 길 위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이다. 그들은 지친 자전거 여행자에게 조건 없는 환대를 베풀어주었다. 그들은 우연히 만난 여행자를 스스럼없이 집에 초대해 잠자리와 풍성한 음식을 나누어주었다. 국적도 종교도 피부색도 다르지만, 다 사람이었다. 낯선 자전거 여행자에게 조건 없는 나눔을 베풀어준 사람들의 이야기는 어떤 드라마보다 더 재미있고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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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좀 긴 프롤로그_ 다시 길바닥으로

1부 자전거계에 혜성같이 등장한 느림보, 차라리 걷는 게 낫지 않을까(중국)
■ 여행의 출발, 오후까진 수월했지
■ 내비가 날더러 강을 건너라 하네
■ 거대함의 비결
■ 황주를 마시러 황산에 오르다
■ 자전거 인생 최대의 오르막
■ 이 사우나에는 출구가 없다
■ 16년 차 쓰레기 수집가의 수레
■ 마음이 불가사의하게 큰 사람
■ 왕년의 세계 최대 쓰레기장에 가보니
■ 한 식당 안 다른 세상
■ 광저우에서 호강 한번 하기 겁나 힘들다
■ 자전거 여행자의 두 문장
■ 그렇게 받아놓고

2부 여행을 나왔는데 왜 안 행복하지?(베트남, 라오스, 태국)
■ 다리 하나 건너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걸어갔다
■ 마른하늘에 오토바이가 와서 박았다
■ 내가 뭘 했다고 이렇게 주나
■ 산 넘고 물 건너 라오스로
■ 자전거 타기 너무 싫다
■ 자전거 타기가 제일 쉬웠어요
■ 다시 돌아왔다, 여행으로

3부 나를 살리는 건 사람들 그리고 (태국, 미얀마)
■ 공동체가 나를 살렸다
■ 꿈은 이루어진다, 쓰레기 재활용장에서 일하기
■ 동행을 만났다
■ 미얀마로 가는 길에는 산이 두 개(죽었다고 복창한다)
■ 여러모로 아름다운, 밍글라바 미얀마!
■ 비포장 지옥길 위에서도 사람들은 아름답고
■ 오늘 잘 곳은 어디인가
■ 그때도 바간, 지금도 바간
■ 자전거의 반란 그리고 뻗어오는 구원의 손길들

4부. 다이내믹 서역은 저를 시험에 들게 하옵고(인도, 파키스탄)
■ 고철 지프차가 태워준다며 섰다
■ 마니푸르의 삼일야화
■ 환장할 인도의 노플라스틱
■ 레벨업의 성지, 인도
■ 도둑놈 많다는 비하르주에서의 하루
■ 뉴델리 블루스
■ 라다크 오지마을, 여기까지 올 필요는 없었다
■ 하늘과 가까운 곳에서 보내는 편지
■ 쓰레기 트럭을 히치하이킹하다
■ 호텔 스타인은 어디인가
■ 시크교 동행과 시크사원 밥을 먹었다
■ 저를 시험에 들게 하는 인간들이 너무 많사옵고
■ 암리차르의 성스러운 황금사원에서 오이를 깠다
■ 라마단 기간 파키스탄에 뛰어들었다
■ 중국 비자 찾아 삼만리
■ 왜 파키스탄에 그리스 유적이?

5부 높은 데는 안 간다고 했잖아요(중국 신장,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 이틀 연속 경찰차를 탄 사연
■ 텀블러에 담아줘요, 제발
■ 내 손을 접어주기
■ 다 컸어, 파미르도 혼자 가고
■ 파미르에서 만난 인생 최고의 역풍
■ 세계여행자의 로망 파미르고원에서 하는 상상

6부 이슬람의 손님 대접에 정신을 차릴 수 없다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이란)
■ 추석 대보름에 자연인과 캠핑
■ 투르크메니스탄에서 만난 자전거 장인
■ 이란, 반전과 재반전의 나라
■ 인간의 등불
■ 샌드위치를 천 주머니에 받아 오지 못했다

7부 나의 엘도라도는 누군가의 지겨운 일상(튀르키예)
■ 트럭에서 만난 천국과 지옥
■ 튀르키예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 오르락내리락하다 하루 해가 지는 지겨움
■ 이스탄불에 왔다

에필로그: 보리수 한 그루의 숲

[본 문]

자전거로 유라시아 여행을 간다고 하면 사람들은 다들 쫄바지에 근육질의 프로 사이클러를 떠올리지만, 나는 자전거가 힘든 줄을 몰라 자전거를 택한 철없는 저질 체력의 직장인이다. 유라시아 여행, 내 힘으로 천천히 가보고 싶은데 걷기에는 너무 느릴 것 같고 자전거 정도가 좋겠는데? 라는 순진한 생각이 이 여행의 첫 발상이었다.
자전거는 초등학교 때 이후로 타보지 않았다. 이번 여행을 나오기 한 달 전 테스트 삼아 국내 여행을 하면서 30여 년 평생 처음 자전거로 오르막을 올라봤다. 자전거로 오르막 오르기가 걸어서 오르막 오르기보다 빡세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당연했다. 자전거는 홀몸이 아니라 족히 20킬로그램은 될 짐까지 매달고 있었다. 하찮은 오르막에도 목에서는 바람 새는 소리가 났다. 오르막마다 골고다 언덕인 것이다. 이 체력으로 과연 자전거 여행, 갈 수 있을까? -‘황산에서 황주를 마신 이야기’ 중에서

히옌은 내게 많이 먹으라며 밥에 계란말이를 올려준다.
“Don’t hungry. Don’t hungry(배부르게 먹어. 많이 먹어).”
히옌의 서툰 영어에 울컥한다. 오늘 처음 보는 사람 배고프지 말라는 그 마음에 오늘도 살게 된 것이 고마워서. 이렇게 큰 지구에서 먼지같이 아주 조그만 사람이, 먼지같이 아주 조그만 사람 하나 덕분에 또 살게 되는 것 같아서. 계란말이를 꿀꺽 삼켰다.-‘먼지와 같은 존재일지라도’ 중에서

중간중간 버스가 멈출 때 음식을 파는 행상이 몇몇 올라탔지만 다 비닐 포장이라 안 먹었다. 한 행상이 스티로폼 용기와 랩으로 잘 포장된 포멜로(자몽 비슷한 과일로 내가 너무 좋아함)와 비닐봉지에 두 번 싼 옥수수(내가 환장함)를 들고 올라탔을 때 나는 비닐이란 무엇인가, 나란 놈은 무엇인가 되뇌었다. 그때까지는 그래도 견딜 만했다.
오전에 자전거를 타며 기력을 소비해서인지 버스에 가만히 앉아 있는데도 3시경부터는 당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자전거를 타다 배가 무지 고플 때 몸이 이렇게 된다. 혈액순환이 안 되어 몸이 굳어지는 느낌. 잠시 명상을 한다 생각하고 몸에 기를 돌리는 시뮬레이션을 하니 괜찮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괜찮다. 일단은 괜찮은 것 같다며 몸에 가스라이팅을 시전했다._‘자전거 타기가 제일 쉬웠어요’ 중에서

서로의 얼굴과 주변의 존재가 보이는 작은 공동체. 내가 다른 존재들과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을 정도의 공동체. 공동체가 굴러가는 데 뭔가 할 수 있다고 느낄 수 있는 공동체. 시사아속은 예전에 세계 대안 공동체 마을의 한 사례로 한국 언론에 소개됐었다. 그때부터 마음에 품고 있던 그곳에, 마침내 가게 된 것이다.
생명력 넘치는 축제 현장 사이로는 ‘손해가 곧 이익이다(Our Loss is Our Gain)’라는 아속 공동체의 철학이 적힌 현수막이 나부꼈다. 또 다른 사회가 있었다. 내가 알던 사회 논리와는 다른 논리를 가진 사회, 내가 알던 상식과는 다른 상식이 통하는 사회, 내가 꿈만 꾸었던 사회를 누군가는 직접 살아가고 있었다._‘공동체가 나를 살렸다’ 중에서

어제 계획은 분명히 오늘 아침에 출발하는 거였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서 자연스럽게 염색 일을 구경하다가, 아이들이랑 동네 구경도 하고, 동네 이발소에서 달밤님 이발도 하고, 오후에는 아저씨와 이웃집 아저씨를 따라가서 전통 양조장도 구경하고 술도 마셔보고 하다 보니 오늘 출발하기는 자연스럽게 글러졌을 무렵, 아저씨가 물었다.
“내일 말고 내일모레 가는 건 어때?”
그렇게 해서 세 밤이 된다. 아줌마는 오늘도 내게 담요를 꼼꼼히 덮어주었다._마니푸르의 삼일야화‘ 중에서

안전을 이유로 파키스탄 카라코람 하이웨이의 긴 구간을 버스로 이동하면서 좋기도 하고 아쉽기도 했다. 버스를 탄 구간은 내게 계속 미지의 공간, 그저 높은 장벽으로 남아 있겠구나. 몸에 맞추자면 시간이 갈수록 포기해야 할 것이 많아질 텐데, 계속 포기하면서 부러워만 하고 싶지는 않다.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것을 해나가는 것, 미지의 영역에 들어가 보는 것, 인생에 한 번씩은 이런 도전을 해보고 싶은 것이다. 그 고생, 그 고독, 그 고단함 속에서 깨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그것을 겪고 싶은 것이다._’다 컸어, 파미르도 혼자 가고‘ 중에서

레자 아저씨네 집은 마당이 넓었다. 아저씨와 나세르는 토마토와 닭고기를 사 와서 마당에서 닭고기를 양념하고, 케밥을 만들고, 불을 피우고, 부채질을 해가며 토마토와 닭을 굽고, 부엌에서 아저씨 부인은 쌀을 삶아 감자 위에 부어 식용유를 섞어 쪘다. 장장 3시간 동안 안팎에서 요리한 끝에 점심은 3시경에 완성된다. 맛있게 먹고 놀다 보니 해질녘, 슬슬 나갈 준비를 하는데 레자 아저씨가 다시 정중하게 이야기한다. 자고 가라고. 다시금 마음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아낌없이 주는 레자 아저씨._’이란, 반전과 재반전의 나라‘ 중에서

위태로운 분위기를 흩으려야 한다. 무서워하면 상대가 진짜 무서운 사람이 될 수 있는 상황이 있다. 기사는 트럭에서 내릴 때의 스킨십 이후 내가 기사를 슬쩍슬쩍 피하는 것을 진작에 눈치챘는지 물었다.
“왜 나를 무서워해?”
“아니? 안 무서워. 네가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아. 우린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거야!”
내내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앵무새처럼 대꾸를 반복한다. 흑해에 가까워지는 동안 날은 저물어 완연한 어둠이 내렸다. 여전히 도로에는 지나는 차도 인적도 없는데, 기사가 갑자기 차를 세운다.
“지금 트라브존 쪽은 차가 막힐 시간이야. 기다렸다 가자.”
기사는 차 문을 철컥 잠근다. 내 쪽으로 몸을 돌려 가까이 다가앉는다. 심장이 떨리는 게 손까지 전달되어 오랜만에 손이 떨린다. 호신용 스프레이는 벌써 뚜껑까지 열어 주머니 안으로 쥐고 있었지만 차 문이 잠긴 상태에서는 무엇도 소용없어 보였다._’트럭에서 만난 천국과 지옥‘ 중에서

조용한 라이딩에 가끔씩 변수가 된 것은 개다. 개의 국민성, 아니 국견(犬)성을 논할 수 있다면, 가장 호전적인 견족으로 태국 견족과 튀르키예 견족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곳 개들은 태국 개들보다 평균적으로 덩치가 컸다. 짖는 소리도 컸다. 그러나 나는 이제 태국에서처럼 개에 쫄지 않았다.
인도 라다크에서 개에 물리고서 매일 상처에 비누를 문질러 소독하면서 나는 개와의 관계를 재정립했다. 대자연에서 개와 나는 만인 대 만인으로 맞서야 했다. 그 이후 파미르의 역풍 속 너덜하게 악만 남아 있던 때, 짖으며 달려오던 개에게 나도 놀랄 정도로 고함을 지르게 된다. 이렇게 여행 1년 만에 나는 번듯한 개 쫓는 자로 성장한 것이다._’오르락내리락하다 하루 해가 지는 지겨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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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반, 홀로 유라시아 12,500km를 자전거로 달리며 깨달은 것들
서른셋, 일중독자로 질주하는 삶을 살던 한 여자가 달리는 기차에서 내리기로 결정한다. 그녀는 기후위기 대응 NGO에서 고연차로 일하고 있었다. 일은 익숙하고 동료들은 좋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렇게 좋아하고 중요하던 일에서 회의가 들었다. 이 길이 맞나? 그러면서도 익숙한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친한 친구의 죽음을 계기로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자신에게 묻기 위해 멈추어 서기로 했다.
그녀가 선택한 다음 행보는 실크로드를 따라 유라시아를 자전거로 달리는 것. 초등학교 때 이후로 자전거를 타본 적 없는 저질 체력(?)의 직장인은 자전거가 걷기보다 빠르다는 단순한 이유로 자전거 여행을 계획한다.
아울러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제로 웨이스트 여행을 하기로 결심한다. 여자 혼자 하는 자전거 여행도 쉽지 않았지만, 무더위와 배고픔 속에서 페트병에 든 시원한 음료수와 비닐 포장된 과자를 사 먹을 수 없는 제로 웨이스트 여행자가 겪어야 하는 어려움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그만큼의 기쁨과 감동도 누릴 수 있었다.
저자는 1년 6개월간 12,500km를 달리며 가치 있는 삶에 대해 자신에게 질문하고 대답하기를 수없이 반복한다. 지구는 뜨거워지고 있고, 바다와 대기는 쓰레기와 미세먼지로 오염되고 있는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지구는 이렇게 넓고 큰데 먼지보다 작은 존재인 내가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기는 있는 걸까. 이 질문은 “죽지도 않고 돌아오는 각설이처럼” 여행 내내 되살아났다. 저자는 세계 곳곳의 쓰레기 처리장을 둘러보고 재활용 작업장에서 일을 해보면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게 된다. 그동안 책으로, 인터넷을 통해 알고 있던 것을 직접 눈으로 보고 나서야 절감할 수 있는 바가 있었던 것이다.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은 지친 자전거 여행자에게 조건 없는 환대를 베풀어주었다. 미얀마의 오르막길에서, 파키스탄의 라마단 기간에, 파미르고원에서 사람들은 기꺼이 손을 내밀었다. 특히 “내일 굶는 한이 있더라도 오늘 찾아온 손님을 그냥 돌려보내지 않는” 이슬람 국가의 사람들은 우연히 만난 여행자를 스스럼없이 집에 초대해 잠자리와 풍성한 음식을 나누어주었다. 국적도 종교도 피부색도 다르지만, 다 사람이었다. 낯선 자전거 여행자에게 조건 없는 나눔을 베풀어준 사람들의 이야기는 어떤 드라마보다 더 재미있고 감동적이다.
이 책은 오랜 여정에서 저자가 깨달은 인생과 일의 의미와 소중한 가치에 대해 들려준다. 저자가 만난 수많은 사람과 온갖 사연이 생생하게 담겨 있어 독자는 마치 함께 자전거를 타고 여행하는 듯한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우아하고 궁상맞고 웃기고 짠한 제로 웨이스트 여행 이야기
웃으면서 배우는 강력한 환경교육 책!
저자는 직장 생활을 할 때 일회용 플라스틱 일주일 안 쓰기에 도전한 적이 몇 번 있었다. 번번이 실패했다. 플라스틱을 안 쓰려면 미리 챙겨야 하는데 일하는 동안에는 그만한 집중력이 없었기 때문. 이제 일이 아니라 일상에 집중할 수 있는 여행자니까 다시 도전을 해보기로 한다.
“플라스틱은 가볍고 저렴하고 편리하다. 그걸 지나치게 많이 쓰는 게 문제다. 재활용도 까다롭고 잘 썩지도 않는 것이 남용되니 지구 표면이 플라스틱으로 덮이고 있다. 2050년에는 바다에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시간이 지나면 플라스틱은 미세플라스틱으로 잘게 분해되어 떠다닌다. 그 미세플라스틱을 물고기가 먹고 바닷새가 먹고, 사람이 먹을 것이다.”
그리하여 1년 반 동안 일회용 플라스틱 없는 여행을 한다. 심지어 여행 중이지만 면 생리대를 사용할 수 있었다. 빨아서 자전거 뒤에 달아두면 한나절이면 바짝 말랐다.
“일회용 플라스틱 없는 일상은 예상보다 수월하다. 텀블러, 장바구니, 반찬통과 수저가 레스웨이스트 기본 세트다. 언제 뭘 사게 될지 모르니 ‘상비’가 중요하다. 숙소에 짐을 풀고 밖에 나갈 때도 가방에 기본 세트를 챙긴다. 혹시 기본 세트를 못 챙겨 나왔다면 좋아 보이는 것이 있어도 사지 않으니, 그다음에는 기본 세트를 몸처럼 챙기게 된다.
그날그날 물과 간식은 그 전날 준비한다. 달리는 중에 포장 안 된 음식을 찾기 힘들 수 있으니 간식도 그 전날 준비하는 게 좋다. 숙소 근처 빵집이나 과일가게나 노점에서 포장 안 된 음식을 담아달라고 한다. 일상에 여유가 있으니 이런 일이 귀찮지 않다. 오히려 삶을 살뜰히 챙기는 재미가 있다.”
종종 위기가 찾아왔다. 산길을 달리다 보면 식당을 찾지 못해 끼니를 거를 때가 있었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비닐 포장된 빵과 과자는 물론 비닐로 돌돌 만 찐 옥수수나 스티로폼 용기에 담아 랩으로 둘둘 만 과일도 사 먹을 수 없었다. 기온 43도의 무더위에도 페트병에 든 시원한 음료수를 쳐다보며 한숨을 쉬어야 했다. 그야말로 웃기고도 슬픈 이야기가 넘쳐난다. 힘겨운 자전거 여행 중에도 비닐 포장지 하나를 안 쓰려고 배고픔과 갈증을 견디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편리함에 젖은 우리의 일상을 무거운 마음으로 돌아보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쓰레기 줄이기를 실천하고 싶은 이들에게 가장 효과적인 동기부여가 될 만하다.
“일회용 플라스틱을 안 쓰기로 했던 지난 여행 동안 나는 부탁과 거절에 능숙해졌고 조금은 뻔뻔해졌다. 콜라를 텀블러에 담아달라고 손짓 발짓을 했다. 빨대로 먹어야 하는 쉐이크는 숟가락으로 떠먹으려고 반찬통에 담아달라고 했다. 상인이 비닐이나 빨대를 꺼내기 전에 ‘필요 없어요’를 외치는 감지 센서도 고도로 발달했다.
그런 나의 행동을 사람들은 이해하기도 하고 못 하기도 했다. 특히 플라스틱 쓰레기가 전국적으로 이슈화되지 않았던 중국에서 직원들은 내 요구에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영문을 모르는 직원들에게 나는 그저 자기 컵을 참 좋아하는 사람으로 비쳤고, 그래도 상관없었다. 이해받든 오해받든 나의 길을 가면 되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버린 쓰레기가 실제로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고 싶어 힘닿는 대로 쓰레기 처리장을 찾아가 본다. 세계 전자쓰레기의 70퍼센트가 모이던 중국의 쓰레기 처리장을 방문하고, 집집마다 플라스틱 재활용으로 먹고산다는 베트남 하노이 인근 마을에서 산처럼 쌓인 플라스틱을 목격한다. 태국의 공동체 마을에서는 쓰레기 분리수거 일을 직접 해보면서 ‘재활용’이라는 것이 막연히 생각하던 재활용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우리가 분리수거를 잘한다고 해서 다시 사용되는 것이 아니었다. 80퍼센트 이상이 그대로 버려져 땅에 묻히거나 소각되거나 바라도 흘러 들어간다.
“사실 이렇게까지 쓰레기가 나올 필요가 없다. 물건을 쓰레기통에 넣으면 쓰레기가 된다. 필요 이상으로 많아지면 쓰레기가 된다. 쉽게 쓰고 쉽게 버리는 문화보다는 작은 것도 살뜰하게 존중하고 아끼는 문화가 품위 있는 문화, 우아한 문화가 아닐까.”

“서로 다르고 무관해 보이던 것들이 모두 연결되어 있음을 발견하는 것은
더할 나위 없는 즐거움이었다”
유라시아 대륙 극동, 분단되어 섬처럼 존재하는 한국에서는 국경을 넘으려면 비행기나 배를 타야만 한다. 저자는 중국에서부터 라오스, 태국, 미얀마, 인도, 파키스탄까지 자전거로 국경을 넘다 보니 국경에 대해 새로운 개념을 갖게 되었다고 말한다.
“국경은 생긴 지 100년도 안 되었고 완전한 것도 아니다. 세계지도를 보면 대륙을 나누는 선은 실선(국경)인데, 가끔 점선(임시경계)도 보인다. 국경 분쟁 중인 인도와 파키스탄의 카슈미르 지역에서는 실선도 점선도 없는 땅도 있다. 라오인은 현재의 라오스보다 태국에 많다. 라오스의 라오인이 3-400만인데 태국에는 2000만이 산다. 타지키스탄의 타지크인은 6백만인데 아프가니스탄에는 8백만이 산다. 나는 사실은 이런 세계에서 살고 있었다. 모든 것은 열려 있고 흘러가고 때론 나뉘지만 사실은 모두 얽혀 연결되어 있다.”
중국과 일본과 베트남과 한국은 많은 문화를 공유하고 있었다. 중국에서 자전거 세차를 해준 아저씨한테 선물로 챙겨 간 전통 문양의 책갈피를 드리니 거기에 적힌 한자를 짚으며 한 자 한 자 설명을 해주었다. 이처럼 저자는 한국‘만의 고유성이라는 게 있는 걸까, 하는 의문을 품게 하는 장면을 여러 번 목격한다.
파키스탄에서는 아프로디테상과 동전에 그리스인이 새겨져 있는 동전을 보게 되었다. 그러니까 이 지역은 인더스 문명에 속했다가 페르시아의 지배를 받았다가 그리스 알렉산더 대왕의 지배를 받기도 했으니 아프로디테상과 그리스인 동전은 이곳의 다양한 정체성의 흔적인 것이다.
“지금 내가 선 이 자리에, 과거 간다라인도 페르시아인도 그리스인도 박트리아인도 쿠샨인도 굽타인도 훈족도 혜초 스님도 오갔을 것이다. 사람들은 엎치락뒤치락 왔다 갔다 하며 살아왔고, 지금의 세계도 비슷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외국은 ’해외‘가 아니라 옆 동네였다.
시공간을 크고 넓게 인식하면 파키스탄도 파키스탄만의 것이 아니고, 중국도 중국만의 것이 아니고, 한국도 한국만의 것이 아니다. 우리는 국가나 민족과 종교의 경계로 나뉠 수 없이 연결되어 서로 주고받으며 지금에 이르렀다는 것을, 나는 실크로드의 한 지점에서 그리스 신처럼 생긴 부처상을 보며 실감하고 있었다.”
나라만이 아니라 종교도 그렇다. 이슬람과 기독교 간 종교 분쟁은 전쟁을 불사할 정도지만 이슬람이나 기독교나 유대교에 뿌리를 두고 있다. 둘 다 중동에서 탄생했고 ’하나님/하느님(God)’를 섬긴다. 유대교와 조로아스터교, 불교와 힌두교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발전해갔다. 저자는 전혀 다르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연결되어 있음을 발견하는 즐거움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고 말한다.
“세상이 구석구석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해나가는 여정은, 황홀했습니다. 사람은 환경에 의해 사회에 의해 빚어진다는 것, 언어도 생김새도 달라서 달라 보이던 사람들이 사실은 다르지 않다는 것, 적자생존이고 약육강식의 세상이지만 그중에도 자신의 우물을 지켜 남의 목까지 축이게 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한 사람이 한 사람의 세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추천사
위너준현 (유라시아 자전거 여행자)
30대 저질 체력(?) 여성이 그 먼 길을 혼자 자전거로 여행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큰 용기를 준다. 힘든 길 위에서도 일회용품을 안 쓰려고 노력하는 모습에 편안하게 일상을 사는 나 자신을 반성하게 된다. 수많은 이야기를 담담하고도 재미있게 풀어놓았으니 ‘진짜 여행’이 고픈 이들에게 추천한다.

김유미 (프랑크푸르트의 빵 굽는 재독 한인)
나 또한 지구를 위해, 아니 내 주변을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고야 마는, 그리고 그것은 결국 나를 위한 것임을 알게 되는 기분 좋은 여행기.

최진경 (좋은 동네 이웃을 꿈꾸는 급여 생활자)
오랜만에 만난 그가 “자전거 여행 가요”라고 무심히 말했다. 마치 한강변이나 달릴 것처럼. 그런데 자전거로, 이스탄불이라니! 이 특별한 이야기에서 하고 싶었던 일에 도전할 용기 한 조각 얻어가시길!

신아름 (얼바인의 삼총사 대장)
특유의 긍정과 우직함으로 장장 1년 반의 자전거 유람을 해낸 그녀. 생명과 환경이라는 고유의 방향으로, 갈 수 있는 만큼 기필코 가고야 마는 작가의 다음 발걸음이 한층 미덥고 기대된다.

고양시 자연농부 꿈나무
그녀의 도전은 가슴이 뻥 뚫리듯 대리 해방감을 느끼게 해준다. 읽으면서 간간이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하고 비슷한 생각을 하며 고심하던 내 모습이 겹쳐 눈물이 흐르기도 했다.

이수정(남양주 시라소니)
속세를 사는 레스 웨이스트 지향자가 휘청거릴 때마다 펴볼 수 있는 책이 생겨 참 든든하다. 이 책이 준 울림의 무게만큼 좀 더 빨리 중심을 잡을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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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정
집순이지만 한 번씩은 집을 떠나보고 싶어한다. 눕는 게 취미지만 십 년에 한 번쯤은 몸고생을 하고 싶어한다.
사람이 자연에 조화롭게 사는 사회를 꿈꾼다. 기후 대응 NGO 〈푸른아시아〉에서 7년여 일했다. 열심을 내던 일에서 시나브로 매너리즘이 찾아왔다. 2018년, 어떻게 살지를 바닥에서 다시 묻기 위해 자전거와 함께 중국으로 가는 배에 올랐다. 1년 반 동안 튀르키예까지 12,500킬로미터를 페달질하며, 이 광활한 유라시아 대륙에서 사람도 문화도 환경도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았다.
일회용 플라스틱 없는 여행을 목표로 했다. 더위와 자전거로 열이 오른 몸으로 차가운 콜라 페트병을 외면해야 할 때는 눈을 질끈 감을 만큼 뼈아팠지만, 그래도 페트병 하나 만한 보람이 있었다. 그 보람이 쌓이고 쌓여 나중에는 습관이 되었다. 여정 중 유라시아 곳곳의 쓰레기장과 재활용장을 찾아다녔다. 내가 버린 것들은 결국은 나와 연결되어 있었다. 물건을 오래 쓰고 아껴 쓰고 쓰지 않기 위한 각종 '궁상'이, 다른 말로 하면 나와 다른 존재들과 우리의 터전을 존중하는 '우아함'일 수 있겠다고 느꼈다.
여행하면서 받은 게 너무 많아서 살아 돌아오면 착하게 살겠다고 다짐했다. 그리 쉽진 않다. 대학을 졸업하며 다시는 공부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여행 후 대학원에 갔다. 환경교육 석사를 마치고 현재 교육학 박사과정 입학을 앞두고 있다. 천주교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JPIC와 NGO 〈국제기후종교시민네트워크〉에서 기후 대응 일을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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