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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의 잔 - (토마토문학팩토리)
저자 : 박희 ㅣ 출판사 : 토마토출판사

2023.04.10 ㅣ 432p ㅣ ISBN-13 : 9791192603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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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 문학 > 대하/역사/무협소설 > 대하/역사소설
430년 전, 조선의 막사발은 어떻게
일본의 국보 ‘이도다완’이 되었나?

『제왕의 잔』

“현재까지도 일본 최고의 보물로 전해 내려오는 그 이도다완은 실은 조선의 막사발이다.”
힘 있는 구성과 섬세한 필력으로 가능케 한 역사소설의 새로운 가능성


현존하는 일본 최고의 국보 ‘이도다완’이 조선의 막사발이었다는 게 사실일까? 이 막사발을 만든 이는 누구이며, 호시탐탐 조선의 도자기 기술을 노렸던 일본 권력자들의 속내는 무엇일까? 오늘날 IT나 반도체 기술에 버금가는 도자기 기술을 선점하고 도자기 장인들을 포섭하기 위해 전쟁마저 불사했던 430년 전, 역사적 소용돌이에 휩쓸려 늘 엎어지고 넘어지고 무너지는 삶을 살았던 한 사기장의 삶과 장인정신을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삶이란 무엇인지 화두를 던진다. 경남 스토리 공모전에 공개되자마자 “탄탄한 구성과 높은 완성도”를 구가해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대상의 영예를 안았던 『제왕의 잔』은, 임진왜란이라는 역사적 사건에 숨은 한중일의 검은 속내와 야망을 ‘이도다완’이라는 의외의 소재와 흡인력 있는 스토리텔링으로 힘 있게 풀어나가며 한국 역사소설의 새로운 계보를 이어나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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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프롤로그 7
죽어야 사는 사내 9
황제, 그리고 휘몰아치는 음모 41
아아, 가마의 여신이여! 77
엇갈린 운명 113
불사조와 푸른 천 상자의 비밀 167
마음을 움직이는 그릇 213
도자기 전쟁 257
사무라이 조선 도공 305
운명을 건 경합 371
제왕의 잔 413
에필로그 423
작가 노트 425

[본 문]

일본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절대적 신임을 받았던 다성茶聖 센리큐가 극찬했던 ‘이도다완井戶茶碗’은 그 생김새가 우물 모양과 같다고 해서 ‘이도井戶’라고 명명했다. 차를 따르면 그 투박함이 신비로운 기물이 되고, 햇살에 비치면 그 깊이가 우물 같은 환상을 불러일으키며, 자연스러움과 조용함과 청정함이 오롯이 담기는 그릇이라는 의미다.
현재까지도 일본 최고의 보물로 전해 내려오는 그 이도다완은 실은 조선의 막사발이다. _7쪽

도경이 조정의 실세 이조판서 도윤수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듣고 놀랐다. 아니, 궁금했다. 도대체 무슨 기구하고 절박한 사연이 있기에 실세의 아들이 신분을 속인 채 이 척박한 땅에서 버러지처럼 사는가. _36쪽

도경은 일단 뒷산에 올라 쪽을 뜯어왔다. 염색장이를 찾아가 쪽물을 들이는 방법까지 알아왔다. 쪽의 일부는 삶아서 물을 내고 나머지는 날 것을 그대로 물에 불려 색이 우러나기를 기다렸다. 그사이 굴 껍데기를 스무 시간 불에 태워 말린 것을 가루로 만들었다. 굴 껍데기 가루는 색을 더욱 선명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었다. 어느 정도 쪽물이 우러나자 쪽 삶은 물과 날 물을 섞고 굴 껍데기 가루를 넣어가면서 열 시간 이상 저은 뒤 하루 더 발효시켰다. 다음날 쪽물 바닥에 가라앉은 뭉글한 덩어리만 거둬 잿물을 넣고 다시 하루를 더 발효시켰다. 푸른빛을 만드는 데만 무려 나흘의 시간이 걸렸다. 드디어 끈적한 액체 덩어리가 완성되었다. 푸른빛이 더없이 영롱하여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_224쪽

센 리큐는 두 손 가득 알맞게 들어차는 막사발을 쥐고 경이로운 눈빛이 되었다.
“헌데 격식 있는 다완들도 많은데 와 하필 이 투박한 것을…….”
해동이 말끝을 흐렸다.
“글쎄요… 그저 언뜻 보이는 그 볼품없음이 그윽하고, 투박한 것이 모난 것을 감싸니, 부족한 제 마음마저 오롯이 담기는 것 같습니다.” _241쪽

도경은 그새 자신이 많이 늙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불혹을 넘긴 나이. 세상일에 정신을 뺏기거나 미혹되지 않는 나이. 오직 하나에만 매몰되어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는 나이. 욕망도 욕심도 기꺼이 버릴 수 있지만 여전히 부대끼는 운명 때문에 갈등하는 나이. 도경은 그 형언할 수 없는 세월의 문 앞에서 자꾸만 문고리를 놓치고 있는 자신을 보았다. _327쪽

어느 한때 아름답던 시절이 있었고, 그 시절을 살아내던 순간들이 서로를 갈망하게 했다. 그 갈망이 불우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어 서로를 부추겼지만 모두 실패했다.
시절은 과거로 이어지고, 과거는 아픔이 되어 오늘 이 아픔을 목도하게 할 뿐. 현실은 운명이라는 이름으로 찬란히 빛나지 않고, 돌아서야 할 때를 미루면 더 깊은 수렁의 지옥에 던져질 터. _343쪽

“막 부어 마시고, 막 말아 먹고, 막사발이네! 막사발!”
덕배의 너스레를 들으며 도경은 막사발을 지그시 들어 보였다. 우물물을 퍼서 막사발에 부어 벌컥벌컥 마실 때의 그 청량감이 좋았다. 사기장들의 식사를 챙겨주는 함안댁이 가끔 그 막사발에 탁주를 부어 마시고는 곤하게 낮잠을 잘 때도 있었다. 물을 담으면 물처럼, 술을 담으면 술처럼, 막사발은 무엇을 담아도 그 무엇이 되었다. _405쪽

일본은 왜 이렇게까지 조선사기장들에게 집착하고 조선의 도자기에 열광하게 되었을까. 16~17세기 도자기 기술은 지금의 IT나 반도체 기술에 버금가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일본은, 도자기를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면 유럽과의 무역을 통해 원하는 만큼 조총을 사들일 수 있다는 사실도 알았다. 도자기 기술이 없는 일본 입장에서는 도자기 선진국이었던 조선과 명나라가 부러움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도자기를 팔아 조총을 점유하고 조선을 넘어 중국 대륙까지 손아귀에 넣겠다는 일본의 야심, 임진왜란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_4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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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수집 5년에 자료 분석 2년, 소설화 작업 1년간의 대장정 끝에 탄생한 소설 『제왕의 잔』. 경남 스토리 공모전에서 공개되자마자 “탄탄한 구성과 높은 완성도”를 구가해냈다는 찬사를 받으며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대상의 영예를 거머쥐었던 그 소설이, 도자기를 담금질하듯 마지막으로 문장을 다듬고 살피는 시간을 거쳐 마침내 토마토출판사에서 출간됐다. 『제왕의 잔』은 임진왜란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이도다완’(막사발)을 중심으로 새롭게 재구성한 역사소설이다. 박희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이도다완을 차지하려는 강대국들의 이해관계와 조선의 도자기 기술을 탐하는 일본의 속내를 가감 없이 보여주지만, 그가 이 작품에서 정말 비중 있게 다루는 것은 “천한 사기장”으로 대표되는 서민의 삶과 그들의 일이다. 좋은 도자기 한 점을 빚기 위해 좋은 흙과 장작을 찾아 헤매고, 다완의 모양을 잡고, 가마 앞을 지키며 땀 흘리는 이들의 모습은, 43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지금 이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며 자신만의 삶과 자부심을 만들어가는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설령 명나라를 정복하지 못한다고 해도 조선만 차지할 수 있다면,
아니, 조선의 도자기 기술만이라도 장악할 수 있다면 전쟁은 손해가 아니야…”
아시아의 패권을 장악하려는 제왕들과 이도다완에 얽힌 이들의 야심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임진왜란을 일으킨 ‘진짜 이유’

손끝에서 느껴지는 흙의 감촉과 유약에서 풍기는 묘한 향에 매료되어 명문가의 자식으로 태어났으나 스스로 천한 사기장의 길을 택한 도경은, 몰락한 양반가의 여식인 연주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연주는 새로 부임한 부사의 첩으로 보내질 위기에 처하고, 이를 알게 된 도경이 연주와 함께 밀선을 타고 도망치려다 붙잡힌다. 부사는 반역의 죄를 씌워 연주를 기생으로 매도하고, 홀로 괴로워하던 도경은 연주와 함께 도망치게 해주겠다는 일본인 지주地主 소우의 명에 따라 명나라 경덕진으로 향한다. 명나라 최대의 도자기 생산지인 경덕진, 그곳에서도 명나라 황실의 도자기를 전담 생산하는 ‘어기창’으로. 물론 이 모든 것이 연주를 이용해 사기장인 도경의 기술을 탈취하고자 소우가 꾸민 일이라는 것은 꿈에도 모른 채. 그리고 그곳에서, 평생의 악연이자 라이벌인 일본인 도공 요시와의 인연이 시작된다.
한편 일본 전국시대를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이제 일본을 넘어 천하를 도모할 생각에 홀로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그의 이런 야심을 실현하기 위한 첫 번째 목표는 조선을 쳐서 조선의 도자기 기술을 탈취하고 도자기 장인들을 납치하는 것이었다. 왜 하필 도자기였을까. 그것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 아부하는 간신의 말, “막사발 하나에 머스킷(조총) 오십 자루면, 막사발 천 개에 머스킷 오만 자루 (…) 그 정도면 전국 통일은 물론, 조선을 넘어 명나라까지 손아귀에 쥘 수 있습니다”를 통해 유추할 수 있다. 자체적으로 도자기를 생산해 도자기에 열광하는 유럽과의 무역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그렇게 쌓아올린 부로 조총을 획득해 천하를 도모하는 것. 이것이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계획이었고, 이것이 일본의 학계에서조차 임진왜란을 ‘도자기 전쟁’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천벌과도 같은 재능으로 자신의 운명과 대적하는 삶을 살아야 했던
한 인간의 처절하고 아름다운 싸움

이후 도경은 조선에서 명나라로, 다시 일본으로 그 무대를 옮겨가며 온갖 고초를 겪는다. 일찌감치 그의 가능성을 알아본 소우부터, 한평생 그를 의식하고 훼방을 놓았던 요시다뿐 아니라, 일본 차 문화의 거장인 센 리큐와 일본 최고의 권력자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까지, 도경의 솜씨에 매료된 이들은 어떻게든 그를 이용하거나 방해하려 한다. 전쟁과 권력자들의 이권 다툼에 휩쓸려 원치 않게 자신의 운명과 대적하는 삶을 살게 된 도경은, 이제 자신이 주변인들까지 힘들게 하는 것을 깨닫고 무너진다. 어쩌다 이렇게 되어버렸을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고 싶다는 평범한 꿈은 너무 까마득한 옛일이 되어버렸고, 자신을 구하려던 늙은 스승은 위태로워졌다. 흙냄새가 좋아 시작했던 사기장 일은 자신을 너무 먼 곳까지 데리고 와 버렸다. 형언할 수 없는 그 세월의 문 앞에서 자꾸만 문고리를 놓치고 있는 스스로를 깨닫고, 도경은 이제 모든 것을 놓고 떠나려 하지만… 그럼에도 그가 손에서 놓을 수 없는 마지막 한 가지는, 흙이었다.

해동은 왜 사기장이 되려 하는지 물었다.
“그냥요, 그냥 좋아요… 흙이 손가락 사이사이 파고드는 촉감도 좋고, 잿물을 만들 때 그 향도 좋고요, 불 속에서 다시 태어나는 그릇처럼…….”
그릇처럼 자신도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말은 혀 속에 묻었다.
해동은 그만두라는 말도, 열심히 하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 _본문 중에서

담담히 자신의 삶을 살아낸 이들의 하루하루가 쌓여 만들어내는 ‘역사’
그 묵묵한 날들에 대한 존경과 경의

『제왕의 잔』은 일본의 국보 26호 ‘기자에몬 이도다완’이 조선의 막사발이라는 사실에 착안해 작가가 문학적 상상력을 발휘해 쓴 팩션이다. 오래 전 일본 출장길에 본 이도다완이 뇌리에 강하게 남았고, 이후 이 작품을 쓰기 위해 임진왜란과 한중일의 역학관계는 물론, 한중일의 도자기 역사와 기법에 대해 본격적으로 공부했다. 그 시간이 무려 자료 조사 5년에 자료 분석만 2년이다. 이러한 각고정려 끝에 탄생한 소설이기 때문일까, 정밀한 연구에 유려한 필치가 더해진 그의 글을 읽다 보면 흙 반죽을 단련하고 가마 앞을 지키는 일련의 과정들이 눈앞에 선연해지고, 장작을 패며 땀 흘리는 사기장들의 건강한 흥얼거림이 들리는 듯하다.

반죽을 끝낸 태토는 물레 위에 걸쳐지고 도경의 손길에 따라 다완의 모양이 잡혀갔다. 다완은 1차 건조 후 채색과 그림을 입힌 뒤 유약을 발라 다시 건조하고, 초벌구이와 재벌구이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이 더해졌다. 도경은 마지막까지 다완의 선과 면과 색과 기운을 살폈다. (...) 드디어 가마에 불이 타올랐다. 도경은 가마촌 사람들과 함께 모든 상념을 태워버릴 듯, 밤새 가마 앞을 지켰다. _본문 중에서

박희 작가는 이 작품을 쓰면서 막사발을 만든 이름 모를 사기장에 대한 무한한 존경과 경의를 느꼈으며 이러한 “평범한 삶이 주는 벅찬 마음”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밝혔다. 『제왕의 잔』에는 이도다완으로 대표되는 한중일의 이권 다툼과 제왕들의 야심도 여실히 드러나 있지만 작가가 그보다 더 공들여 다루고자 했던 것은 “담담히 자신의 삶을 살아낸” “이름 없는” 사기장들의 삶 그 자체다. 천한 사기장이라고 손가락질받으면서도 자부심을 가지고 묵묵히 자신의 일에 임해 장인의 경지에 다다른 그들의 모습은, 바로 지금 각자의 자리를 지키며 자신만의 삶과 자부심을 만들어가는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역사, 그것은 하나의 천금 같은 명령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하루하루가 모여 완성된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하게 하는 소설이다.

우리의 삶이 미래에 대한 거창한 목표나 설계는커녕 그저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에 급급한 것처럼 보여도, 그 급급한 하루하루가 모여서 때로는 거대한 파도가 되어 운명과 맞서기도 하고, 때로는 잔잔한 수평선이 되어 삶을 견뎌낸다는 사실에 홀로 가슴 벅차는 순간들이었다. 그렇게 평범한 삶이 주는 벅찬 마음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이것이 21세기에 ‘막사발 사기장’ 도경을 소환한 이유이자 『제왕의 잔』을 꾸역꾸역 완성한 나의 변辯이다._「작가 노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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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rLYP4jy53X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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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 방송국 기자로 일했다. 서울역 노숙자들을 취재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시나리오 『잿빛 영혼들에게 굿모닝!』이 199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10년 MBC 대하사극 「김수로」의 원안 작가로 방송계에 입문했으며, 2017년에는 경남 스토리 공모전에 소설 『제왕의 잔』이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대상을 받았다. 현재는 드라마 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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