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의 눈망울 속으로 황금빛 밀밭이 밀려듭니다.
여우는 기억 조각들을 품고 사는 소년을 가장 따뜻한 눈으로 바라봐 주고 싶습니다.

『비가 내리는 날에는 여우가 되고 싶습니다』는 시인이자 종교철학 연구자인 백우인 작가가 『어린 왕자』를 깊게 읽고 그려낸 서른한 편의 시적인 에세이다. 『어린 왕자』는 어린이가 읽기에도 아름답지만, 어른이 되어 다시 읽었을 때 새로이 보이는 것이 많은 작품이다.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수식이 자주 붙는 것도 만남과 헤어짐, 지혜와 부조리, 탄생과 죽음 등 삶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를 아우르기 때문일 테다.
백우인 작가는 그중에서도 ‘사랑’에 주목한다. 특히 여우가 소년을 사랑하는 방식은 『비가 내리는 날에는 여우가 되고 싶습니다』의 큰 줄기를 이루며 우리의 삶과 사랑을 돌아보게 한다. 여우는 소년의 마음에 아로새겨진 장미의 기억까지도 오롯이 자신의 사랑 안에 담는다. 여우의 사랑은 소란스럽지 않으며, 잘 듣기 위해 귀를 쫑긋 세우는 사랑이다. 장미처럼 투정을 부리고 소년처럼 서툴게 이별했지만 결국에는 여우처럼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 서정적인 언어에 차곡차곡 담겼다.

[목 차]

작가의 말
초상화
여우와 어린 왕자 1~31

여우의 눈망울 속으로 황금빛 밀밭이 밀려듭니다.
여우는 기억 조각들을 품고 사는 소년을 가장 따뜻한 눈으로 바라봐 주고 싶습니다.

『비가 내리는 날에는 여우가 되고 싶습니다』는 시인이자 종교철학 연구자인 백우인 작가가 『어린 왕자』를 깊게 읽고 그려낸 서른한 편의 시적인 에세이다. 『어린 왕자』는 어린이가 읽기에도 아름답지만, 어른이 되어 다시 읽었을 때 새로이 보이는 것이 많은 작품이다.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수식이 자주 붙는 것도 만남과 헤어짐, 지혜와 부조리, 탄생과 죽음 등 삶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를 아우르기 때문일 테다.
백우인 작가는 그중에서도 ‘사랑’에 주목한다. 특히 여우가 소년을 사랑하는 방식은 『비가 내리는 날에는 여우가 되고 싶습니다』의 큰 줄기를 이루며 우리의 삶과 사랑을 돌아보게 한다. 여우는 소년의 마음에 아로새겨진 장미의 기억까지도 오롯이 자신의 사랑 안에 담는다. 여우의 사랑은 소란스럽지 않으며, 잘 듣기 위해 귀를 쫑긋 세우는 사랑이다. 장미처럼 투정을 부리고 소년처럼 서툴게 이별했지만 결국에는 여우처럼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 서정적인 언어에 차곡차곡 담겼다.


별을 소유하지 않는 여우의 사랑

누군가를 사랑할 때 우리는 상대의 모든 것이 알고 싶습니다. 나를 만나기 전에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무엇을 일구며 누구를 사랑했는지, 그 사랑이 지금은 어떤 모양으로 그 사람의 마음에 남아 있는지. 그런데 이 모두를 알아내고 나면 이상하게도 마음 한구석에 비가 내립니다. 내가 없는 그 사람의 지난날이 못내 서운하지요. 그 공백을 하루빨리 메우고 싶어서 큰소리로 사랑을 외칩니다.
백우인 작가가 『어린 왕자』에서 발견한 여우의 사랑은 그러나 조금 다른 이야기를 전합니다. 여우는 소년이 품은 장미의 기억까지도 따뜻한 눈길에 담아냅니다. 관심을 갈구하며 내뱉는 장미의 투정과 그런 장미의 진심을 알아채지 못한 소년의 미숙함도 여우에게는 소중한 소년의 일부입니다.
여우의 하늘에 뜬 무수한 별은 모두 소년의 별입니다. 그중 어딘가에는 몇 개의 가시로 위험에 맞서는 장미와 소년이 살뜰히 관리한 세 개의 화산도 있겠지요. 어느 별도 여우의 것이 아니지만 여우는 그 모두를 사랑합니다. 별을 조금도 이해하지 못한 채 끝없이 소유만 하는 어느 사업가와는 정반대입니다.
여우에게 사랑은 잘 듣는 일에 다름 아닙니다.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소년의 발소리를, 소년이 하는 모든 이야기를, 양을 그려달라고 말하는 그 목소리를 더 잘 듣고 싶어서 아예 귀가 되고 싶을 지경입니다. 빗속을 걸어가는 이에게 이 책은 다정한 우산 하나를 건넵니다. 그리고 속삭입니다. 온전하게 사랑하기 위해서, 우리 모두는 귀가 되어야 할지도 모른다고요.


추천사

묻지 않고는 못 배기던 시절이 두 번 있었습니다. 엄마가 죽기 전 열 살 때까지, 그리고 아내와 연애하던 4년간입니다. 그땐 모든 게 궁금했습니다. 세상 돌아가는 게 신기했습니다. 연인의 모든 게 알고 싶었습니다. 행복했습니다. 사랑은 궁금증이란 사실도 그때 알았습니다.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나의 삶과 나를 둘러싼 세계가 궁금합니다. 더 나은 자신과 세상을 꿈꿉니다. 하루하루 성장합니다. 잠시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게 해준 고마운 책입니다. 질문을 잃어버린 어른에게 권합니다. -강원국(연설 작가, 『대통령의 글쓰기』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