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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허락된 미래
저자 : 조해진 ㅣ 출판사 : 마음산책

2022.01.20 ㅣ 216p ㅣ ISBN-13 : 9788960907218

정가1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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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열이 생기고 무너져가는 세계의 귀퉁이에서
소설가 조해진이 건네는 여덟 편의 안부
신작 짧은 소설집 『우리에게 허락된 미래』 출간


2004년 등단 이후 줄곧 사회의 테두리, 중심부 바깥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그들을 대변하듯 이야기를 만들어온 소설가 조해진의 짧은 소설집 『우리에게 허락된 미래』가 출간됐다. 18여 년 동안 네 권의 소설집과 여섯 권의 장편소설을 출간한 그는 신동엽문학상, 젊은작가상, 이효석문학상, 대산문학상 등 국내 유수의 문학상을 수상하며 소설의 가치를 꾸준히 증명해왔다.
조해진의 『우리에게 허락된 미래』는 마음산책 열세 번째 짧은 소설이다.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견지하며 세심하게 정련한 문장으로 쌓아 올린 여덟 편의 소설은 여전히 따뜻하고 묵직하다. 작가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그동안 쉬이 꺼내 보이지 않았던 SF적 상상력을 담아냈다. 미지의 행성 ‘X’와의 충돌을 한 달 남짓 앞두고 재회한 연인 이경과 현석(「X-이경」 「X-현석」), 우주선 고장으로 16년간 우주를 떠돌다 아들을 만나기 위해 지구로의 귀환을 준비하는 은정(「귀환」), 생명 연장 프로젝트에 성공해 233년을 살아왔고, 앞으로도 살아갈 넬(「CLOSED」)까지. 가깝거나 먼 미래 속 작은 개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색다른 방식으로 독자에게 안위를 묻는다.
이번 짧은 소설은 다방면으로 활동하며 현재 가장 주목받는 그림작가 중 한 명인 곽지선(제니곽)과 함께했다. 독창적인 발상과 기법을 통해 상상의 영역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독특한 질감의 그림들이 책에 환상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2년여 전부터 균열이 생기고 조금씩 무너지고 있는 이 세계의 귀퉁이에서 우리는 어떤 자세로 살아가야 하는 건지 자주 고민하곤 했습니다. 『우리에게 허락된 미래』는 실은 ‘허락하고 싶지 않은 미래’의 다른 표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허락하고 싶지 않아서, 미래 세대가 현재의 과오와 남용에서 자유롭기를 바랐기에, 이 소설집에 실린 작품들을 한 편 한 편 완성해갈 수 있었습니다.” _「작가의 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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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작가의 말
X-이경
X-현석
상자
귀향
가장 큰 행복
귀환
종언
CLOSED


[본 문]

20쪽 「X-이경」
이경은 그날을 26일 남겨두고 개업한 식당이나 반값에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그 식당에 앉아 있는 회사원들이 부조리극에 어울린다는 생각에 빠져 있었다. 25퍼센트라는 애매한 확률 때문일 것이다. 네 번에 세 번은 살고 한 번은 죽을지 모른다는 삶의 새로운 조건은 모든 것을 포기할 만큼의 비관으로 변형되기에도, 그렇다고 아무 일 아닌 양 무시하고 넘기기에도 애매했다.
애매한 수치였다.

46쪽 「X-현석」
인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할 수 있는 거라곤 확률을 맹신하며 낙천적으로 일상을 유지하거나 진료실 밖에서 의사의 선고를 기다리는 환자처럼 불안에 잠식되는 것, 혹은 신을 절망적으로 의심하면서도 다시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것, 그게 다였다.

65쪽 「상자」
새의 개체가 계속 준다면 생태계의 고리 하나가 끊어지면서 엄청난 재앙이 휘몰아칠 테고 그것은 어쩌면 인류의 절멸이라는 종착역으로 직행하는 특급열차가 될 수 있는데도, 사람들은 새가 죽어가는 상황보다 죽은 새가 품고 있을 미지의 발병 요인에 더 촉각을 곤두세웠던 셈이다. 아무려나 불안하고 수상한 나날이었다.

104~105쪽 「귀향」
“난 사실 이름이 두 개야. 하나는 고향에서 불리던 이름, 그리고 다른 하나는 미국에서 지어진 이름……. 그런데 난 그 두 개의 이름이 다 싫어. 내가 태어나 살아갈 자격도 없다고 자꾸만 환기시키는 이름들이니까. 라라는 내가 스스로에게 선물해준 이름이야. 라라, 노래하는 것 같잖아. 난 지금의 내 이름이 마음에 드는데, 너는 아니니?”

127쪽 「가장 큰 행복」
이곳에선 한 명 한 명이 국가이자 난민이고 공평하게 가난하니까. 최악은 지나갔다는 안도와 곧 진짜 최악이 오리라는 불길한 예감 사이에 이 세계는 존재하는지도 몰랐다.

151쪽 「귀환」
희망이 하나 있다면 간혹 조명을 밝힌 곳이 보인다는 것 정도였다. 누군가 살아 있어서 저 조명을 밝혔을 테니까. 조명 주위에는 구체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분명 존재할 테니까.

179쪽 「종언」
나는 젓가락으로 깡통 안을 휘젓다 말고 웃었다. 땅콩만 한 아이에게서 그런 말을 들으니 어이가 없었던 것이다. 처음엔 의아하게 날 바라보던 아이가 이내 나를 따라 웃기 시작했다. 살아 있는 누군가와 마주 앉아 왜 웃는지도 모른 채 웃는 이 장면에 내 삶은 도착해 있었다.

185~188쪽 「CLOSED」
수행원은 전원이 꺼진 채 충전되는 밤 시간 동안엔 꿈은커녕 기억 자체를 가질 수 없다. 수행원에게 22시와 06시 사이는 어제와 오늘을 이어주는 시간이 아니라, 오히려 어제와 오늘이 단절되어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일종의 경계선이자 일시적인 죽음이기도 했다. 낮과 단절된 그 밤의 횟수는, 그리고 처음부터 명확하게 정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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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의 마지막 자정일까,
아니면 오늘과 내일의 수많은 경계선 중에 하나일 뿐일까.”
예정되지 않은 미래를 상상하며 차곡차곡 그려온 이야기

여덟 편의 짧은 소설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조해진이 선보이는 SF 이야기들이다. 그는 작품의 배경을 보다 먼 미래로, 지구 너머 우주로 확장하며 자신의 소설 세계를 넓혀나간다. 『우리에게 허락된 미래』 속 등장인물들은 전지구적 차원의 사건과 조우하면서 절망과 체념을 동시에 느끼며 삶을 영위한다. 그 사건이란 더 이상의 삶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죽음’과 맞닿아 있기도 하다.
연작 「X-이경」과 「X-현석」은 소행성 X와의 충돌 디데이 26일에 재회한 옛 연인, 이경과 현석의 이야기를 다룬다. 25퍼센트라는 애매한 수치의 충돌 확률은 일상을 완전히 앗아가지 못하고, 사람들 역시 어정쩡한 자세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러나 죽음을 보다 예민하게 감각하던 이경은 불현듯 7년 전 헤어진 현석의 집으로 찾아가 생애 마지막일지도 모를 26일을 보내고자 한다. 장례지도사로 수많은 죽음을 목도해온 현석은 도래하는 ‘그날’에 대해서도 이경의 방문에도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체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혼란은 가중되고 급기야 이경에게 두려움과 분노가 응축된 감정을 터뜨린다. 현석에게 이경은 “X와 함께 온 손님이자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죽음의 동반자”였다.

현석은 X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날에도 전날과 똑같은 일상을 살았다. X가 네 번에 한 번 지구와 충돌한다는 디데이엔 수면제를 먹고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잠들 생각이었다. 불길에 휩싸여 순식간에 재가 되어버리는 순간이라면 잠을 자는 동안에 지나가길 바랐으니까. 그런 현석에게 이경은 X와 함께 온 손님이자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죽음의 동반자인 셈이었다. _「X-현석」에서

2254년, 인류의 마지막 영토가 된 돔 안을 배경으로 한 「CLOSED」에서는 사는 것과 죽는 것에 대한 더욱 깊은 고찰이 드러난다. ‘생명 연장 프로젝트’의 성공으로 신체 조건은 사십대에 고정된 채 233년째 살아 있는 넬은 외딴 셀 안에서 외부와의 교류 없이 우울에 시달리는 알코올중독자다. 유일한 대화 상대인 로봇 수행원 HN0034는 매일같이 그의 상태를 확인하고 센터에 데이터를 보고한다. 어느 날 넬은 사실 이 돔 안에 사람이라고는 자신뿐일 것이라며 의문을 제기한다. HN0034는 넬의 말을 망상이라고 일축하면서도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며 혹시 생명 연장을 중단하고 싶은 건지 묻는다. 스스로 숨을 거두는 행위조차 불가능한 세계에서 어쩌면 최후의 인류일지도 모르는 넬은 영원한 고독의 공포와 마주한다.

HN0034를 안은 팔에 힘을 주며 넬은 말했다. 넬은 체온을 나누고 싶겠지만 수행원의 은빛 표피에 있는 건 잔량의 전기에너지가 발산하는 열감뿐일 터였다. 인간의 우울함은 어디에서 생성되는 것일까. HN0034는 문득 궁금해졌다. (…) 우울함에서 파생되는 여러 감정은 정해진 수명에서 자유로운 인간을 어째서 이토록 나약하게 하는가. _「CLOSED」에서

비일상적인 사건이 벌어지는 세계에서 인물들이 느끼는 두려움과 불안은 그대로 독자를 관통한다. 작가는 종말이 유예된 ‘허락하고 싶지 않은 미래’를 그리며 “미래 세대가 현재의 과오와 남용에서 자유롭기를” 바란다는 내심을 드러낸다.

“아이 혼자 다니기엔 위험하잖아. 여기가, 아니, 지금이.”
타인과 함께 빛으로 나아가자는 메시지

타인을 향한 다정한 시선도 여전히 소설 전반에 드러난다. 기후 위기와 자연재해로 손 쓸 수 없이 부서져가는 폐허에서 살아가는 수호의 뇌에는 어린 시절 사고로 심은 칩이 있다. 칩으로 인해 자신이 온전한 인간인지 확신할 수 없던 그는 위험을 무릅쓰고 칩 제거수술 경험자를 찾으러 서울에서 포항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홀로 남은 승재를 발견한 수호는 아이의 어머니가 누군가에게 끌려갔다는 말을 듣는다. 그의 엄마 역시 어린 시절 우주로 떠난 후 돌아오지 않아 ‘부재’ 상태였고, 두 사람은 엄마의 부재를 채우려는 것처럼 함께 서울로 향한다.

아이의 선택에 상관하지 말자고, 걷는 동안 나는 그렇게 생각을 정리해갔다. 아이는 그저 제 몫의 남은 시간을 살아갈 뿐이고, 그 과정에서 날 만난 것이 다행인지 그 반대인지 나조차 알 수 없는 것이다. 내 가방 속에는 아직 먹을 것이 조금 남아 있고 서울에는 두 사람의 식량을 책임질 만한 텃밭이 있다는 것, 나는 내가 가진 그 정도의 행운을 믿기로 했다. _174~176쪽 「종언」

『우리에게 허락된 미래』는 소설가 조해진의 새로운 시도이자, 타인을 향한 따뜻한 시선의 더 깊은 변주이다. 그는 미래를 마냥 낙관하지 않는다. 미래에도 여전히 소외된 사람들이 있을 것이고, 작가는 그들을 적극적으로 등장시켜 자기 몫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돕는다. 연민보다는 체온만큼의 온기를 나누며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자는 그의 진심 어린 호소가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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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진
농담에 재능이 없다. 농담이 농담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가 많아서이다. 농담임을 밝혀야 성립되는 농담에 웃음의 전파력이 잠재되어 있을 리 없다. 대신 상황이나 대화의 흐름에 맞지 않는, 농담과 달리 아무런 의도나 기획이 없는 말과 행동으로 누군가에게 웃음을 주는 경우는 종종 있다. 흐름에서 이탈하는 건 내게 다른 세계로 떠나는 타임머신이 제법 많아서인지도 모르겠다. 다리도, 다리와 연결된 몸도 없이 국경을 넘고 대륙을 가로지른다. 시대를 오간다. 그것이 내 일이고 내 모든 것이라고 생각한다.
소설 쓰는 사람으로 18여 년 동안 지내오면서 소설집 『천사들의 도시』 『목요일에 만나요』 『빛의 호위』 『환한 숨』, 장편소설 『한없이 멋진 꿈에』 『로기완을 만났다』 『아무도 보지 못한 숲』 『여름을 지나가다』 『단순한 진심』 『완벽한 생애』를 썼다. 신동엽문학상, 젊은작가상, 이효석문학상, 대산문학상, 김만중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강인하고 자유롭고 싶다. 애쓰는 중이다.

그린이 곽지선
공간의 온도를 그림의 언어로 전하는 그림작가. ‘제니곽’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상이 지닌 본래 의미를 우연과 필연으로 조합해 새로운 이야기를 부여하는 작업을 한다.
instagram / jennykwak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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