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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드볼트 춘양
저자 : 천헌철 ㅣ 출판사 : 푸른길.

2021.11.03 ㅣ 256p ㅣ ISBN-13 : 9788962919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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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종말을 대비한 특별한 씨앗 저장고가 있는 마을
우리나라 오지 봉화 ‘춘양’을 그리다


몇 달 전, TV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백두대간 글로벌 시드볼트가 소개되었다. 시드볼트는 기후변화, 전쟁, 자연재해 등 대재앙으로 인한 식물자원의 멸종을 대비하여 만들어진 종자 영구보존시설로, 전 세계에 단 두 곳뿐이다. 한 곳은 북극해에 있는 노르웨이령 스발바르 제도에 있고, 다른 한 곳이 바로 우리나라 경상북도 봉화군 춘양면에 있다. 현대판 노아의 방주라 불릴 만큼 인류의 미래를 책임지는 중요한 시설이 우리나라에 있다는 것도 놀라운데, 시드볼트가 위치한 곳이 우리나라에서 다소 알려지지 않은 지역 춘양이라는 사실도 새로운 호기심을 끈다. 왜 하필 춘양이었을까? 춘양은 어떤 곳이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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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들어가는 글

1부 추억의 향기
1. 도시 탈출
2. 춘양
3. 춘양역
4. 시장
5. 송이버섯

2부 흐르는 강물처럼
6. 운곡천
7. 계곡
8. 낙동강 낚시 여행

3부 한국의 롱이어비엔
9.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인연
10. 수목원
11. 시드볼트
12. 한국의 롱이어비엔

4부 길
13. 춘양목솔향기길
14. 미슐랭이 인정한 도로
15. 태백산 천제단 가는 길

참고문헌


[본 문]

춘양면은 경상북도에서도 가장 북쪽에 있는 면이다. 봉화군의 북동부에 위치하며 북쪽에서 강원도 영월군과 맞닿아 있다. 이곳에서 남동 방향으로 나란히 길게 뻗은 두 개의 산줄기 사이에 있어 모양새도 길쭉하다. 고산 협곡이라는 지형적 특색으로 기온이 낮아 한국의 시베리아라고도 불리며 봄이 짧다. 그래서 봄을 그리워하여 춘양(春陽)이라고 불린다.
- p.22~24

시드볼트는 말 그대로 종자저장고이다. 현재 노르웨이 스발바르 국제종자저장고(Svalbard Global Seed Vault)가 전 세계 최초로 운영 중인 종자저장고이고, 백두대간수목원 시드볼트가 두 번째이다. 백두대간수목원 시드볼트는 백두대간 글로벌 시드볼트(Baekdudaegan Global Seed Vault)라 부르는데 스발바르 국제종자저장고가 작물 종자를 보관하는 곳이라면, 백두대간 글로벌 시드볼트는 야생식물 종자를 영구보관하는 곳이다.
- p.140~141

시드볼트가 있는 지역은 운곡천 발원지에 가까운 지역으로 오지 중의 오지로 꼽힌다. 이곳은 『정감록』에 나오는 천하 십승지 중 제일의 명당으로서 피난과 보관의 역사로 채워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워낙 오지이기 때문에 전쟁, 흉년, 전염병 등 삼재가 없는 천하명당 조선 십승지의 하나로 알려져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하기도 했었다.
- p.24, p.144

나도 송이산을 지키기 위해 함께 산속으로 들어간 적이 있다. 송이산 정상 근처에 3~4인용 텐트를 치고 생활했다. 송이버섯을 채취해서 산림조합에 건넨 시간을 제외하고는 우리는 거의 산에서 내려오지 못했다. 더구나 초보자에게는 텐트로 올라가는 길도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다. 송이버섯이 나오는 땅을 피해 발걸음을 옮겨야 하기 때문이다. … 한밤이 되면 좁은 텐트에서 잠을 자는데 손전등을 끄면 말 그대로 칠흑 같은 어둠이 내렸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오직 하늘의 별만 반짝였다. 그리고 새벽이 되면 … 안개가 깔린 산은 정말 송이 향으로 가득 찼다.
- p.65~66

나는 사계절 내내 운곡천을 보면서 살았다. 사립문을 열고 강을 바라보면서 하루가 시작되고 하루가 쌓여서 365일이 되고 2년이 되고 10년이 되었다. 아침에 사립문을 열면 물고기가 물 위로 뛰어올랐다. 마치 비가 오는 듯이 여기저기 둥근 원을 그리며 솟아올랐다가 꺼졌다. 한국의 시베리아답게 겨울이 되면 운곡천은 그야말로 꽁꽁 얼었다. 새벽에 얼음이 갈라지는 소리에 잠을 깬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 만물이 소생하는 초록빛 색깔이 완연해지면 사람들은 낚싯대를 들고 물고기를 잡으러 강으로 나갔다. 한밤중 빙판이 갈라지는 굉음은 그쳤지만 물 흐르는 소리는 변함이 없었다. 운곡천은 항상 흐르는 물이었다.
- p.79~80

빗물을 국물로 삼아 끓인 매운탕은 고기 맛이 아니라 자연의 상큼한 맛이었으며 축축이 젖어 버린 텐트 바닥은 따뜻한 온기가 넘치는 시골 사랑방 구들목보다 더 진한 다정함을 주었다. 시커멓게 변해 버린 강물이 청명한 가을 노을에 낀 양떼구름보다 더 아름다워 보였다.
- p.106~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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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종말을 대비한 특별한 씨앗 저장고가 있는 마을
우리나라 오지 봉화 ‘춘양’을 그리다

몇 달 전, TV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백두대간 글로벌 시드볼트가 소개되었다. 시드볼트는 기후변화, 전쟁, 자연재해 등 대재앙으로 인한 식물자원의 멸종을 대비하여 만들어진 종자 영구보존시설로, 전 세계에 단 두 곳뿐이다. 한 곳은 북극해에 있는 노르웨이령 스발바르 제도에 있고, 다른 한 곳이 바로 우리나라 경상북도 봉화군 춘양면에 있다. 현대판 노아의 방주라 불릴 만큼 인류의 미래를 책임지는 중요한 시설이 우리나라에 있다는 것도 놀라운데, 시드볼트가 위치한 곳이 우리나라에서 다소 알려지지 않은 지역 춘양이라는 사실도 새로운 호기심을 끈다. 왜 하필 춘양이었을까? 춘양은 어떤 곳이길래.
서울 금융가의 중심으로 출퇴근 도장을 찍으며, 회식마다 신해철의 「도시인」을 호소력 짙게 부르는 이 남자의 고향은 춘양이다. 디지털화된 숫자를 다루며 하루를 보내는 게 익숙하고, 누가 봐도 도시 남자의 일상을 능숙하게 소화하는 그이지만, 그의 마음 한편에는 늘 춘양이 자리한다. 백두대간 고산 협곡의 지형적 특색으로 기온이 낮고 봄이 짧아, 봄을 그리워한다는 뜻을 지닌 춘양(春陽)은 한국에서 손꼽히는 무공해 청정오지에 속한다.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아 아름다운 자연이 온전히 보존된 곳이 많기에 답답한 도시 생활에 괜스레 응어리진 마음을 달래기 제격인 곳이다. 『나의 시드볼트 춘양』은 춘양의 지리, 역사 이야기를 사람들이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오지에서의 삶의 추억과 함께 엮은 에세이이다. 오래전부터 피난과 보관의 역사로 채워진 춘양에 어떻게 시드볼트가 들어서고, 자신에게도 춘양이 왜 ‘시드볼트’로 자리하게 되었는지를 차근히 풀어 나갔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어려운 요즘, 우리나라에 숨겨진 보석과도 같은 곳이 있었음을 새삼 발견하게 해 주는 고마운 책이다.
오감으로 기억하는 어린 시절의 춘양

저자는 어릴 적 유독 기억에 남는 장면들로 그 시절 춘양의 질감을 표현해 갔다. 춘양에는 춘양목이 유명하다. 춘양목은 금강송이라고 불리는 소나무로서 궁궐이나 사찰의 목재로 사용되는 아주 좋은 목재이다. 따라서 전국에서 수요가 많은 덕에 춘양역 앞에는 늘 화차가 싣고 갈 소나무 더미가 쌓였다. 동네 사람들은 화차가 오기 전 몇 시간 동안 소나무 껍질을 벗기기 위해 모여들었고, 벗겨 낸 나무껍질은 아궁이에 불을 때는 데 불쏘시개로 사용되었다. 좋은 나무가 많아서일까. 춘양은 자연산 송이버섯으로도 알아주었다. 저자의 아버지는 송이를 수집하여 트럭을 몰아 서울로 배달하는 일을 반복하셨는데, 저자는 그런 아버지를 따라 송이 철이 되면 칠흑 같은 어둠이 내리는 산에 텐트를 치고, 새벽이 되면 송이 향 그득한 산을 조심히 옮겨 다니며 송이를 채취했다. 당시만 해도 송이는 외화수입원으로 귀한 대접을 받았기에 온전한 1등급 송이를 맛본 건 친구가 점심 도시락 반찬으로 가지고 왔을 때가 전부였지만, 이 귀한 송이는 저자가 처음 춘양을 떠나 대구에서 대학을 다닐 때 하숙집에 선물로 보내졌다.
운곡천이 흐르는 곳에 살던 저자는 사계절 내내 강을 보며 살았다. 사립문을 열면 여기저기 둥근 원을 그리며 솟아오르는 물고기가 보이고, 겨우내 꽁꽁 언 운곡천이 갈라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자연과 친숙했던 만큼이나 추억도 가득했다. 그 시절 춘양의 풍경, 춘양의 역사와 자연히 맞물려 간 저자의 추억을 잔잔하면서도 생생히 담았다.


피난과 보관의 역사로 채워진 마을
― 시드볼트가 들어서기까지

춘양은 시드볼트가 들어서기까지 오래 준비되어 온 마을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이곳의 역사는 피난과 보관으로 채워져 왔다. 춘양은 예부터 전쟁, 흉년, 전염병 등 삼재가 없는 천하 십승지 중 제일의 명당으로 여겨져 왔는데, 그런 배경에는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한 태백산사고가 있다. 1606년(선조 39) 외풍과 재난에 안전했던 춘양에는 태백산사고가 만들어져 1913년까지 실록이 보관되었다. 도난과 멸실로 훼손된 다른 사고본에 비해 온전히 보전된 태백산사고본은 한국사의 기본 자료가 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선비들은 난이나 당파싸움을 피해 이곳에 숨어들어 왔으며, 임진왜란이 일어났을 때 유성룡의 형 유운룡이 노모를 포함한 일가 100여 명을 안전하게 피신시켰던 지역도 춘양 땅 도심리이다. 왜군은 도체찰사(국가비상사태 총사령관)였던 유성룡의 가족을 해치려고 계획하였는데, 이런 움직임을 간파한 유성룡이 형을 통해 일가의 안전을 도모한 것이다. 그리고 오늘날, 그들이 왜군을 피해 도피했다는 도심리 인근에 바로 백두대간 글로벌 시드볼트가 자리 잡게 되었다.
『나의 시드볼트 춘양』은 백두대간 글로벌 시드볼트의 면면을 다룬 첫 책이다. 노르웨이에 있는 스발바르 국제종자저장고가 작물 종자를 보관하는 곳이라면, 백두대간 글로벌 시드볼트는 야생식물 종자를 영구보관하는 곳이다. 백두대간 글로벌 시드볼트가 들어선 과정부터 운영 방식, 스발바르 국제종자저장고와는 어떻게 다르고, 어떤 지원과 관심이 촉구되는지 등도 함께 알아보았다. 그리고 시드볼트에 특별한 씨앗이 보관된 것처럼, 저자에게도 여전히 자신의 많은 부분을 구성하는 ‘씨앗’과도 같은 것이 춘양에 담겼다. 삶의 위기일 적마다, 또 그가 소진될 때마다 그를 소생해 주는 힘과도 같은 것이. 춘양이 그에게 시드볼트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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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헌철
경상북도 봉화군 춘양면이 고향이다. 춘양초, 춘양중, 영주고, 경북대 경영학과를 나왔다. 1988년 한국수출입은행 서울 본점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우리나라가 OECD에 가입한 이후 관련 회의를 준비하고 참석하면서 국제금융 업무를 배웠고, 2004년 남북청산결제은행 간 회담에서 남한 대표를 맡으면서 북한 관련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여신제도팀장, 총괄사업팀장, 경영전략실장, 경인지역본부장, 감사실장, 여신총괄부장, 심사평가단장을 역임했으며, 경제부총리 또는 기획재정부장관 표창만 네 번을 받았다. 현재는 한국수출입은행에서 중소·중견 기업을 상담하는 시니어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젊을 때 습작하거나 직장에서 기획 문서, 공문을 만드는 정도의 글이 전부였으나 지난해 우리 경제에 도움을 줘야겠다는 결심으로 글쓰기를 시작했다. 그리하여 첫 번째 책, 『보이지 않는 돈』을 출간했다. 이번에는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오지에서의 삶을 기록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되어 춘양 시골의 이야기를 지리 이야기와 함께 엮었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세계로의 외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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