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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니콜라이 고골 단편선
저자 : 니콜라이고골 ㅣ 출판사 : 새움출판사 ㅣ 역자 : 김민아

2021.07.20 ㅣ 264p ㅣ ISBN-13 : 9791190473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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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짐승아, 대관절 어디서 코를 베어 온 거야?”
러시아 문학의 스승 니콜라이 고골, 그의 환상소설 5편!


어느 날 눈을 떠보니 얼굴에서 코가 사라졌다. 체면과 관등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코발료프는 코를 찾기 위해 광고를 내러 가기도 하고, 우연히 자신보다 높은 관등인 체하는 코를 만나 옥신각신하기도 한다. 영문도 모른 채 사라진 코를 쫓고, 관료가 된 코가 망토를 두른 채 위엄 있게 호통치는 모습은 읽는 이들이 실소를 터뜨리게 한다. 과연 그는 코를 되찾을 수 있을까? 한편,「외투」에서는 어느 관청에서 문서를 정서하는 소심하고 보잘것없는 사내에게 크나큰 시련이 닥친다. 러시아의 살인적인 추위를 막아 줄 외투가 해어진 것이다. 가난한 관리는 고투 끝에 멋진 외투를 장만하지만 결국 강도들에게 빼앗겨 버린다. 여기에서 또 한 번 환상적인 장치가 등장하는데,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작고 나약한 사내는 죽은 후에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는 사자가 된다. 마찬가지로 낮은 계급이라는 벽 때문에 사랑하는 여인을 놓치는「광인의 수기」는, 앞선 이야기들과 함께 사람보다 관등이 중요시되는 빼쩨부르크의 기괴한 분위기를 전달한다. 분위기를 바꿔서「소로친치 시장」과「사라진 편지」에는 악마가 등장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상반신이 돼지 형상인 악마는 사람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긴 하지만 인간에게 이용당하기도 하고, 마지막「사라진 편지」에서는 결국 분통을 터트리며 게임에서 지는 등 어쩐지 크게 위협적이진 않다. 그런데 이런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터무니없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고골이 당대의 실상을 예리하게 파헤치고 있기 때문이다. 환상보다 더 환상적일 만큼 부조리한 현실을 오롯이 담은 고골의 단편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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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외투
광인의 수기
소로친치 시장
사라진 편지

역자의 말
니콜라이 고골 연보







[본 문]

그는 빵을 가르고 나서 그 가운데를 흘낏 쳐다보았다가 무언가 하얀 것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이반 야코블레비치는 칼로 조심스레 후벼서 손가락으로 만져보았다.
“단단하네!” 그는 중얼거렸다. “이게 도대체 뭐지?”
그는 손가락을 밀어넣어 끄집어내었다. 코였다!
-「코」 중에서

연달아 기이해져만 가는 환영들이 쉼 없이 그에게 나타났다. (...) 끊임없이 여주인을 불러 이불 아래에 있는 도둑을 끌어내달라고 하다가 자신에겐 새 외투가 있는데, 왜 가운 같은 자신의 낡은 외투가 앞에 걸려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장군 앞에 서서 그의 마땅한 질책을 들으면서 ‘제 잘못입니다, 각하’라고 연신 말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외투」 중에서

이렇게 허약 체질이었던 그는 유령을 감히 멈춰 세우지 못했고, 결국 유령이 돌연 멈춰 몸을 돌려서는 “너, 원하는 게 뭐야?”라고 물으면서 살아 있는 사람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커다란 주먹을 보여줄 때까지 어둠 속에서 그 뒤를 쫓아 걸었다. 경관은 “아무것도 아닙니다.”라고 말하고는 그 즉시 뒤로 돌아섰다. 그러나 유령은 키가 훨씬 큰 데다 아주 수북하게 콧수염을 기르고 있었는데, 오부호프 다리 쪽으로 향하는 듯하다가 밤의 어둠속으로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외투」 중에서

나는 이 모든 다양한 일들이 무엇 때문에 일어났는지 이미 여러 번 이해하고 싶었다. 무엇 때문에 나는 9등 문관이고 어째서 나는 9등 문관일까? 어쩌면 나는 백작이나 장군인데 다만 9등 문관처럼 보이는 건 아닐까? 아마 나 자신도 내가 누구인지 모를 수도 있다. 사실 그런 수많은 예들이 역사에 있다. 어떤 평민이, 하물며 귀족도 아니고 단지 소상인이나 농민에 불과한 사람이 갑자기 무슨 고관대작으로, 때로 심지어 황제로 밝혀지는 것이다.
-「광인의 수기」 중에서

그녀는 거울 앞에 앉아 있다가 펄쩍 뛰어올라 내게서 물러섰다. 그렇지만 나는 그녀에게도 내가 스페인의 왕이라고 말했다. 나는 그녀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그런 행복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고 적들의 간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함께하게 될 거라는 말만 했을 뿐이다. 나는 더 이상 그 어떤 말도 하고 싶지 않아서 밖으로 나왔다. 오, 이 교활한 존재, 여자들이여!
-「광인의 수기」 중에서

“어느 날 어떤 죄로 인해, 아 이런, 무슨 죄인지는 모르겠고, 어쨌든 악마가 지옥에서 쫓겨났어.”
“어떻게 말이야, 영감?” 체레비크가 말을 중단시켰다. “지옥에서 악마를 쫓아내다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뭘 어떻게야, 영감? 농부가 개를 집에서 쫓아내듯 쫓겨나면 쫓겨난 거지. 갑자기 변덕이 생겨서 뭔가 착한 일을 하려고 했을 수도 있지. 하여튼 악마에게 문을 가리켰어. 이 창백한 악마는 너무 지겨워서, 지옥에서 너무도 지겨워서 목이라도 매고 싶을 정도였거든.”
-「소로친치 시장」 중에서

“그런데 말이지, 내 영혼이 오래전에 악마에게 팔렸다네.”
“그게 뭐 놀랄 일인가! 살면서 악마와 접촉하지 않는 이가 누가 있겠나? 그러니까 죽기 전에 즐겨야 한다고 말들 하잖아.”
“여보게들! 나도 즐기고 싶은데 오늘 밤이 용감한 나에게는 마지막 시간이거든! 자, 형제들!”그들의 어깨를 두드리며 그는 말을 이었습니다.
“나를 버리지 말게. 오늘 하룻밤 자지 말아주게. 그러면 자네들 우정을 평생토록 잊지 않겠네.”
-「사라진 편지」 중에서

그리고 그 후 (...) 아내에게 매년 바로 그 시일에 이상한 일 하나가 벌어졌는데, 아내가 춤을 춘다는 것입니다. 아무것도 안 하고 그저 춤만 춘대요. 무엇을 하려고 그녀가 애쓰든 간에 다리가 마음대로 움직이기 시작해서 앉았다 일어섰다 이런 식으로 춤을 추게 한다네요.
-「사라진 편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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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짐승아, 대관절 어디서 코를 베어 온 거야?”
러시아 문학의 스승 니콜라이 고골, 그의 환상소설 5편!

어느 날 눈을 떠보니 얼굴에서 코가 사라졌다. 체면과 관등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코발료프는 코를 찾기 위해 광고를 내러 가기도 하고, 우연히 자신보다 높은 관등인 체하는 코를 만나 옥신각신하기도 한다. 영문도 모른 채 사라진 코를 쫓고, 관료가 된 코가 망토를 두른 채 위엄 있게 호통치는 모습은 읽는 이들이 실소를 터뜨리게 한다. 과연 그는 코를 되찾을 수 있을까? 한편,「외투」에서는 어느 관청에서 문서를 정서하는 소심하고 보잘것없는 사내에게 크나큰 시련이 닥친다. 러시아의 살인적인 추위를 막아 줄 외투가 해어진 것이다. 가난한 관리는 고투 끝에 멋진 외투를 장만하지만 결국 강도들에게 빼앗겨 버린다. 여기에서 또 한 번 환상적인 장치가 등장하는데,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작고 나약한 사내는 죽은 후에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는 사자가 된다. 마찬가지로 낮은 계급이라는 벽 때문에 사랑하는 여인을 놓치는「광인의 수기」는, 앞선 이야기들과 함께 사람보다 관등이 중요시되는 빼쩨부르크의 기괴한 분위기를 전달한다. 분위기를 바꿔서「소로친치 시장」과「사라진 편지」에는 악마가 등장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상반신이 돼지 형상인 악마는 사람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긴 하지만 인간에게 이용당하기도 하고, 마지막「사라진 편지」에서는 결국 분통을 터트리며 게임에서 지는 등 어쩐지 크게 위협적이진 않다. 그런데 이런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터무니없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고골이 당대의 실상을 예리하게 파헤치고 있기 때문이다. 환상보다 더 환상적일 만큼 부조리한 현실을 오롯이 담은 고골의 단편을 만난다.


재치와 풍자, 그리고 눈물이 담긴 이야기
소시민들의 삶을 그린 사실주의 문학의 시초

넓은 영토와 장구한 역사 때문인지 러시아 문학은 전쟁과 정치, 철학 같은 거대 담론과 어울린다. 왠지 역경을 헤치고 운명을 극복하는 영웅이 주인공이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우리 삶과 더 밀접하고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소시민들의 삶에 천착한 고골이 있었다. 고골에게는 시대의 영웅이 필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고골 작품의 소시민들은 사회와 인생의 풍파에 휘청이는 파란만장한 시대의 주인공이기도 했다.「외투」의 아카키예비치나「광인의 수기」의 이바노비치를 보면 그들이 미치거나 죽음에 이른 것이 개인적인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코」의 코발료프가 관등밖에 모르는 속물이 된 것도 당시 사회의 분위기를 떼놓고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한편, 악마를 이용해 결혼 승낙을 얻어내는 젊은 연인이나, 악마와의 게임에서 이기고 임무를 수행한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보면 안도감이 느껴진다. 어려움이 있어도 자신의 재치와 우연한 도움으로 극복해내는 모습이, 이것 또한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이치이자 현실이라는 생각으로 이끌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에게 대서사극의 특별한 영웅이 필요할까? 내 일상을 지키고 옆 사람을 단단히 지키는 일이 곧 사회를 지키고 영웅이 되는 길이 아닐지. 고골은 이렇게 일견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인물들을 데려다가 웃음을 입히고 비극과 환상을 더해 독자들에게 큰 인상을 남긴다.


누구도 풀 수 없는 수수께끼 같은 작가
하지만 웃음 뒤에 눈물을 감춰 둔 그의 작품들

고골은 스스로 자신을 ‘누구도 풀 수 없는 수수께끼’라고 표현했다. 러시아 작가를 생각하면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 등을 먼저 떠올리지만, 러시아 대문호들의 문학적 스승이라고 할 수 있는 고골의 영향력은 작지 않다. 스스로 불가해한 삶을 살았던 그였지만 문학에 대한 열정과 업적은 도스토옙스키가 ‘우리는 모두 고골의「외투」에서 나왔다.’라고 표현했을 정도로 대단했다. 주인공의 환상적인 해프닝은 비극으로 느껴졌고, 악마를 물리치면서 일상을 지키는 모습에서는 흐뭇함과 유머를 느낄 수 있으니 고골의 시도는 성공한 것 같다. 부조리한 사회 속 소시민의 모습은 개인에 대한 그의 동정심을 느끼게 한다. 부패와 속물주의, 무자비한 자연 아래 위험에 처한 개인은 독자들에게 현실적이고 사실적으로 다가온다. ‘그 웃음 뒤에서 우리는 보이지 않는 눈물을 느낀다.’라는 푸시킨의 표현처럼 눈에 보이는 환상과 해학뿐 아니라 내면에 담긴 고골의 고민과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을 만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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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이 바실리예비치 고골
러시아 사실주의 문학의 창시자로 평가받는 고골은 우크라이나의 소지주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1828년에 페테르부르크로 상경해 우크라이나 인민의 생활을 취재한 소설 『지칸카 근교의 야화』를 발표하며 큰 명성을 얻었다. 이 무렵부터 푸시킨을 비롯한 여러 문인과 교제하게 된다. 한때 페테르부르크 대학에서 세계사를 강의하기도 했으나 실패하고 곧 퇴직했다. 스위스, 파리, 로마 등지에 거주했고 예민하고 섬세한 성격으로 우울증을 앓기도 했다. 「코」, 「외투」, 『검찰관』, 『죽은 혼』등의 대표작을 남기고 1852년에 생을 마감했다.




옮긴이 김민아
서울대학교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러시아문학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러시아 국립 인문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인간 존재에 대한 물음으로서의 『죄와 벌』」, 「공통의 장소로서의 기념비」(논문), 『공통의 장소 : 러시아, 일상의 신화들』(역서), 『다시 돌아보는 러시아 혁명 100년』(공저) 등을 펴냈다. 현재 경북대 소속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며, 서울대와 경북대에서 러시아어 및 러시아문학(문화)을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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