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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밤이 끝나가요 때마침 시는 너무 짧고요(창비시선458)
저자 : 최지은 ㅣ 출판사 : 창비

2021.05.25 ㅣ 172p ㅣ ISBN-13 : 9788936424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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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 B6(188mm X 127mm, 사륙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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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 문학 > 시 > 한국시
“사랑하는 사람은 시 속에만 있어요”
상실의 아픔을 따스하게 감싸는 최지은의 첫 시집
남은 사람의 자리를 지키며 빚어낸 슬픔이 주는 뭉클한 위로


2017년 창비신인시인상에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한 최지은 시인의 첫 시집 『봄밤이 끝나가요, 때마침 시는 너무 짧고요』가 창비시선으로 출간되었다. 등단 시 “사유의 넓이와 감각의 깊이에서 길어 올린” 시편들에서 “신산한 생활의 풍경을 담담하게 늘어놓는 진술들이 돋보였다”는 호평을 받았던 시인은 꾸준히 자기만의 목소리를 가다듬어왔다. 등단 사년 만에 펴내는 첫번째 시집에서 시인은 상실과 슬픔으로 어룽진 지난 세월과 자신의 내력을 고백하듯 펼쳐 보인다. “떠날 수도 잊을 수도 없는 자리에서 기억하듯이 꿈을 꾸고 꿈을 꾸듯이 기억하는 방식으로 들려주는” 애잔한 이야기들이 “한 사람의 내밀한 고백을 넘어 누구나 품고 있을 저마다의 상처가 바로 그 자신의 뿌리를 이룬다는 사실을 아프게 일깨워”(김언, 추천사)주는 이 시집을 통해, 우리는 가장 개인적인 슬픔에서 비롯된 작은 파동이 각자의 슬픔을 두드리는 큰 울림으로 번져오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최지은의 시에서 퍼져나오는 이 슬프고도 아름다운 울림은 봄밤의 은근함과 초여름의 따스함을 닮은 위로를 전하며 또 한번 새로운 세대의 서정을 마주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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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제1부ㆍ이 꿈을 어떻게 끝내야 할까
폭염
칠월, 어느 아침
우리들
전주
부고
사랑하면 안 되는 구름과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되는 구름에 대해
메니에르의 숲
밤, 겨울, 우유의 시간

제2부ㆍ한없이 고요한, 여름 다락
구름 숲에서 잠들어 있는 너희 어린이들에게
내가 태어날 때까지
가정
열일곱
열세살
한없이 고요한, 여름 다락
시리즈
여름
여름
여름이 오기 전에
한낮의 에스키스
벌레
열다섯
오직 일어나지 않는 일들만 살아남는다

제3부ㆍ듣고 싶은 말이 들릴 때까지
불면
기일
목소리
삼나무숲으로 가는 복도
얼음의 효과
히어리의 숲
유월
눈 내리는 병원의 봄
창문 닫기
하나의 시
내 뒷마당 푸조나무 위로 눈이 내리고
기록
나는 나라서
미래에게
나 없이도
여름의 전개

제4부ㆍ나만의 장난을 이어갑니다
십이월
청혼
신혼
칠월
영원
햇빛 비치는 나무 책상 위로 먼지, 내려앉는
너 홀로 걷는 여름에
이 꿈에도 달의 뒷면 같은 내가 모르는 이야기 있을까
지혜의 시간

해설|소유정
시인의 말



[본 문]

우리는 이불과 이불을 덧대어 잠자리를 만든다. 이불을 덧댄 자리에 서로 눕겠다며 조그맣게 같이 웃고. 이제 자야지. 그래 자야지 그만 자야지. 미루고 미루는 잠. 먼저 잠드는 사람이 있고 잠이 들려 하는 사람이 있고. 잠들기 위해 먼 길을 돌아온 사람이 있고. 한 사람은 깨어 있기로 한다. 어금니에 낀 딸기씨를 혀끝으로 건드리면서 잠은 어떻게 드는 거였더라. 서로의 잠을 위해 잠자는 우리들. 눈 뜨면 아직도 어두운 새벽이고.
-「우리들」 부분

우리는 말이 없다 낳은 사람은 그럴 수 있지
낳은 사람을 낳은 사람도
그럴 수 있지 우리는 동생을 나누어 가진 사이니까
그럴 수 있지

저녁상 앞에서 생각한다

죽은 이를 나누어 가진 사람들이 모두 모이면 한 사람이 완성된다

(…)

우리는 각자의 방으로 흩어진다

우리가 눈 감으면
우리를 보러 오는 한 사람이 있었다

우리는 거기 있었다
-「가정」 부분

나는 새벽이었다. 구름이었다. 맑고 차가운 계곡. 돌멩이. 이끼. 연꽃잎 위에 버려진 맹꽁이 알. 세갈래로 벌어진 동백 열매껍질. 상한 이파리. 아홉번 죽고 열한번째 다시 태어난 나비. 고양이의 분홍빛 혀가 홀짝이는 여름비. 언 호수 아래 눈 뜬 물고기. 해 질 녘 떠돌이 개. 곱슬머리 여자애까지. 모두 나였다. 내가 태어날 때까지 나는 숱한 꿈이었다.
-「목소리」 부분

어떻게 하면 듣고 싶은 말을 계속 들을 수 있을까. 그때부터 시를 썼어요. 듣고 싶은 말이 들릴 때까지. 시는 짧고 밤이 끝나가고. 깨끗한 물도 오래 만지면 상한 냄새가 나더라고요. 거기서 시를 썼습니다. 냄새나는 몸으로요. 익숙한 자세로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가슴 아프다고 말합니다. 이런 건 시가 아닐 거라고도 말합니다. 물론 사랑하는 사람은 시 속에만 있어요. 이런 말도 다 시에서 들었어요.

(…) 내가 미워하는 시는 다 내가 쓴 거예요. 나는 똑똑한 사람이 못 됩니다.
-「창문 닫기」 부분

오른손은 왼손을
우리는 너희를
안아주는 마음들

나는 나라서 나 아닌 것들을 안아주면서
이럴 때
나는 나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우리는 서로가 아니라서 서로를 안아줄 수 있습니다
-「나는 나라서」 부분

우리는 서로를 기르고 있다
점점 더 닮아가는 방식으로

같이 죽어가는 것도 같고
같이 살아 있는 것도 같고

같은 몸이 되어가는 것 같다

살아 있는 내가

죽어 있는 사람을 닮아가는 것 같은 여름

바라보기만 했는데

여름이었다
-「여름의 전개」 부분

어디부터가 몽상의 시작이었을까. 사랑을 잃은 건 언제 적 일일까. 이 밤길은 왜 이렇게 길고 어두울까. 왜 아무도 보이지 않는 걸까. 얼마나 더 걸어야 집에 닿을까. 몽상의 끝에 나의 집 있을까. 백번의 사랑을 잃고 백두번째 사랑에 빠져 걷고 있는 이 밤. 지금 여기. (…) 어수선한 몽상의 이미지를 하나하나 거두어봅니다. 하얗게 지워지는 머릿속. 순하고 느린 숨. 흰빛. 끝으로 나의 두 눈동자를 지워봅니다. 한없이 아름답고 가벼운 여름밤 내 가슴 위를 지나갑니다.
-「이 꿈에도 달의 뒷면 같은 내가 모르는 이야기 있을까」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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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있음의 아름다움으로
나 아닌 것들을 안아주며 걸어가는 한 사람

시집은 한편의 슬픈 소설을 읽는 듯하다. 오랜 슬픔과 외로움이 “내 안의 물소리”(「밤, 겨울, 우유의 시간」)로 일렁이는 애달픈 가족 서사가 먹먹하다. 세살이 되던 해 “다른 사랑을 찾아 나를 떠난”(「이 꿈에도 달의 뒷면 같은 내가 모르는 이야기 있을까」) 어머니, 열여섯이 되던 해 “스스로 물속으로 사라진”(「햇빛 비치는 나무 책상 위로 먼지, 내려앉는」) 아버지, ‘나’의 꿈속에서 “다시 태어나려고 꿈을 고르고 있”(「여름이 오기 전에」)는 할머니, “부모됨을 배운다며 달걀을 품고 다니”(「벌레」)던 언니, 그리고 여전히 “내 머릿속 가득 짖어대는//내가 잃어버린 개들”(「폭염」). 지금은 곁에 없는 그리운 존재들을 하나하나 되살리며 시인은 “나를 낳은 사람과 낳은 사람을 낳은 사람들의 이야기 끝을 모르는 이야기”(「내가 태어날 때까지」)를 잔잔하게 속삭이듯 들려준다.

문학평론가 소유정이 해설에서 “훌륭한 몽상가”라고 말했듯이, 시인의 고백은 “내 마음 가장 못생긴 시절”(「십이월」)의 아련한 기억 속에서 반복되는 “꿈속의 꿈”이거나 “이야기 속의 이야기”(「한없이 고요한, 여름 다락」)로 이어진다. 시인은 “이 꿈을 어떻게 끝내야 할까”(「부고」) 하면서도 늘 삶과 죽음의 경계를 허무는 꿈속으로 하염없이 잠겨든다. “안전하고 조금 슬픈” 그곳에서 “내 안에서 내가 나를 부르는 목소리”와 “낯설게 중얼거리는 다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시인은 “내가 미워하는 나의 시”(「목소리」) 속에서 자신의 내력을 되짚어보고, “내가 만든 꿈” “내가 만든 시” 속에서 “나의 어둠을 알아”(「밤, 겨울, 우유의 시간」)채어 다시 태어나기를 바란다. 끝없이 반복되는 꿈의 굴레를 끊어내자면 오로지 그 방법밖에 없을 테니 말이다.

상실의 아픔과 슬픔도 때로는 빛이 되어 어둠 속을 살아가는 힘이 된다. 지나온 시간을 찬찬히 더듬어온 시인은 “어수선한 몽상의 이미지를 하나하나 거두어”(「이 꿈에도 달의 뒷면 같은 내가 모르는 이야기 있을까」)간다. 이제 시인은 “더는 늦지 않게/해야 할 말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나만은 만지지 못하는 나의 슬픔”(「청혼」)을 어루만지며 달래는 ‘사랑’의 힘으로 삶을 꾸려갈 것이다. “듣고 싶은 말이 들릴 때까지”(「창문 닫기」) 차분하게 기다리며 “나만의 시 나만의 놀이//나만의 장난을 이어”(「너 홀로 걷는 여름에」)갈 것이다. 시인은 “여기 있음의 아름다움을 힘껏 사랑한다”(시인의 말)고 말한다. 그리고 나지막이 들려오는 목소리. 비로소 “처음으로 소리 내어 말해보고 싶었”던 말, “최선을 다했잖아요”(「너 홀로 걷는 여름에」). 뭉클하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차례로 떠나가는 뒷모습을 그려내면서도 시인은 “나 아닌 것들을 안아주면서” “나는 나라서 다행이라고” 말하며(「나는 나라서」), 바로 지금 이곳에 남아 “걸어가는 역할”(「얼음의 효과」)을 묵묵히 맡는다. 그런 그는 “후회라도” 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을 하기 위해 남은 “한 사람”(「히어리의 숲」) 몫을 끝까지 살아내려고 하는 자이다. 개인의 상실이 온전히 한 사람의 상실만으로 남지 않는다는 사실이 너무도 절실히 다가오는 이 시대, “한 사람”의 자리에서 그 오롯한 자세를 지키며 슬픔의 길을 걸어가는 화자의 모습에서 우리는 어쩌면 따뜻한 위로와 용기를 얻을 수도 있겠다. 그리하여 찾아오는 환한 슬픔의 빛을 품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최지은 시인과의 짧은 인터뷰 (질의: 편집자)

-첫번째 시집이 출간되었습니다. 소회를 듣고 싶습니다.
시를 엮으며 자주 되뇌던 말이 있어요. ‘일단락’이라는 말이었는데요. 마감을 상상할 때는 깔끔한 ‘끝’, ‘완성’을 고대했는데, 결국 저로서는 불가한 것이더라고요. 지금으로서는 불편한 자세를 고쳐 앉은 약간의 편안함으로 일단락의 기쁨을 누려보고자 해요.
무엇보다 이렇게 독자 여러분께 인사드릴 수 있어 기쁘고요. 벌써부터 저는, 제 시를 읽어줄 누군가가 아주 가깝게 느껴집니다. 고마운 마음을 미리 전하고 싶습니다.

-'시인의 말'에도 나와 있듯 "검은 개" 그리고 "흰 개"와 지내시는 것으로 압니다. 평소의 소소한 일상 그리고 시를 쓰는 풍경은 어떠한지 궁금합니다.
시집을 엮는 동안 검은 개, 흰 개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눈 맞추는 것만으로도 매편 마감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거든요. 가끔 제가 쓴 시를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을 때는 앞에 둘을 앉히고 소리 내어 읽어보기도 했고요.
새삼 많은 시를 검은 개, 흰 개를 곁에 둔 풍경 속에서 쓰고 고쳤다는 걸 돌아보게 됩니다. 언젠가 둘 만을 위한 시를 짓고 들려줄 수 있다면 또다른 기쁨일 것 같습니다.

-"여름" "목소리" "보랏빛" 등의 시어가 전하는 분위기가 아름답게 다가오는데요. 첫 시집을 엮으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이나 특징은 무엇인가요?
이 시집에는 마흔일곱편의 시가 담겨 있는데요. 때로 저는 이 마흔일곱편의 시가 하나의 긴 시로 여겨졌어요. 각각의 시적화자는 모두 다른 인물이면서도 또 서로 꼭 닮아 있어 한 사람처럼 여겨지기도 했고요. 이 화자들과 마주하며, 저는 각 화자들의 삶의 진동과 크고 작은 변화를 느낄 수 있었는데요. 이때의 변화는 제 자신의 변화였을까요.
한편의 시 속에서 혹은 시집의 흐름 안에서 시적화자의 변화를 지켜보고 지지하고 응원하는 마음이 저에게는 가장 중요했습니다. 시적화자의 삶을 평가하거나 판단하지 않고, 동정하거나 조롱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고, 그의 것은 그의 것으로, 그의 시간 그의 슬픔 그의 감각 그의 멈춤 그의 후회, 그의 것을 있는 그대로 두고 그저 같이 가보는 것이 행복했습니다. 때로 시적자아가 꼭 나 자신인 것 같다는 착각 때문에, 두렵기도 했지만요.
독자께서 이 화자들의 삶의 진동을 함께 감각해주신다면 제게는 큰 기쁨일 거예요. 부디 곳곳에 감추어둔 아름다움도 함께 발견해주시기를 바라보고요.

-이번 시집에서 특별히 애착을 느끼는 작품이 있다면 소개와 이유를 부탁드립니다.
지금으로서는 「지혜의 시간」입니다. 특별한 이유는 없고요, 그저 마음속의 ‘수복이’를 품고 나아가는 먼 여름을 상상해 보았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개와 산책하고, 건강을 지키고, 뉴스를 살피고, 스스로를 놀라게 하는 책을 찾고 읽는 것. 무엇보다 시집을 아껴 읽어줄 독자 여러분의 평온한 ‘봄밤’을 저는 오래도록 기원할 거예요. 정말입니다. 깊이 고맙습니다.


작가의 말

나와 눈 맞추어주는 나의 개가 어젯밤 내게 일러준 것.

인간, 여기 내가 있어.

몇편의 시를 묶고 또 버리며, 어쩌면 내가 하고 싶던 말이 결국 이것이 아니었을까 돌아본다.
여기 있음의 아름다움을 힘껏 사랑한다.


두려운 것은 더 두려워졌고 아름다운 것은 더 아름다워졌다. 나아갈 수 없어도 깊어지는 사랑을 생각한다는 이야기. 새로운 시를 쓰고 싶다는 이야기. “하늘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Tennessee Williams)를 자꾸 되뇌는 봄밤.


여전한 나의 어리석음과 미숙함을 나 역시 알지만. 부끄럽고 아프게 새기며 계속해보고 싶다. 어쩌면 그것이 여기 있음의 아름다움일지도 모르니까.


빛과 바람, 돌멩이와 언덕에게
내가 쓴 몇편의 시를 들려주고 싶다.

2021년 5월
검은 개 흰 개와 함께 최지은


추천사

김언(시인)
최지은은 “듣고 싶은 말이 들릴 때까지” 기다릴 줄 아는 시인이다. 시가 되기를 기다릴 줄 안다는 말과도 통하는 저 기다림의 미덕은 그래서 하고 싶은 말부터 쏟아내는 시나 듣고 싶은 말부터 들려주는 시와는 태생부터 다른 시를 예감케 한다. 최지은에게 시는 한 박자 늦게 탄생하는 무엇이다. 한 박자 늦게 도착하는 소식처럼 천천히 들려오는 그 무엇의 소리는 한편으로 자신의 내면을 한바퀴 더 돌고 나온 자의 목소리일 것이다. 한바퀴 더 도는 동안 자신의 내부에서 더듬더듬 만져지는 것들. 건져지는 것들. 이 모든 것이 한번도 쥐어보지 못한 누군가의 그리운 손길로 다가올 때, 시는 끝내 닿을 수 없는 도착지를 거느린 이야기가 된다. 반대로 저 모든 것이 한번도 뿌리치지 못한 누군가의 애처로운 눈길로 느껴지면, 시는 어찌해도 달아날 수 없는 상처에 붙들린 꿈이 된다. 꿈이든 이야기든 혹은 꿈의 이야기든 상관없이 계속해서 그 자리를 맴도는 방식으로 흘러나오는 말. 스며나오는 말. 조금씩 조금씩 백지를 적시듯이 번져오는 그 말이 쌓이고 모여 물방울 하나의 형상으로, 물방울 하나의 목소리로, 물방울 하나의 운명으로 응결된 자리에 다시 최지은의 시가 있다. 떨어질 듯 떨어지지 않는, 떨어져서도 다시 떨어지기 위해 제자리로 집결하는 물방울의 말이 끊임없이 되돌아오는 방식으로 모여든 곳에 이 시집이 있을 것이다. 떠날 수도 잊을 수도 없는 자리에서 기억하듯이 꿈을 꾸고 꿈을 꾸듯이 기억하는 방식으로 들려주는 이 시집의 이야기는, 한 사람의 내밀한 고백을 넘어 누구나 품고 있을 저마다의 상처가 바로 그 자신의 뿌리를 이룬다는 사실을 아프게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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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은 崔智恩
2017년 창비신인시인상에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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