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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산책 연습
저자 : 박솔뫼 ㅣ 출판사 : 문학동네

2021.04.12 ㅣ 248p ㅣ ISBN-13 : 97889546786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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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 문학 > 국내소설 > 한국소설
가벼운 발걸음으로 시작하는 시간의 춤
결국, 서로의 마음으로 이어지는 경이로운 산책길
박솔뫼 소설의 좋음을 알기에 가장 좋을 신작-로

박솔뫼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미래 산책 연습』을 문학동네에서 출간한다. 『미래 산책 연습』은 박솔뫼의 일곱번째 장편소설이자 웹진 <주간 문학동네>에 연재된 작품으로, 지난겨울 갈무리한 원고를 더욱 가다듬어 이를 읽기에 가장 좋을 계절인 지금 독자들에게 내어놓는다. 2009년 장편소설 『을』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한 박솔뫼는 전혀 새로운 서사 감각과 문체를 선보이며, 등장 자체를 한국문학계의 한 ‘사건’으로 만들었다. 올해로 데뷔 13년, 4권의 소설집과 6권의 장편소설을 출간한 사실이 때로는 무색하고 때로는 어색하게 느껴질 만큼, 매번 자신의 소설세계를 갱신하는 박솔뫼를 ‘젊은 작가의 미래’라고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을 것이다.
낯섦, 전위, 구어체와 비문, 문체와 사유의 리듬감, 일상과 생활. 이는 그간 박솔뫼의 소설을 수식해온 단어이자 그의 소설을 읽어내는 키워드이기도 하다. 각기 다른 의미를 지닌 이 키워드가 하나로 관통하는 바가 있다면, 이 수식들의 요체가 지시하는 곳을 따라간다면, 그 끝엔 ‘자연스러움’이라는 하나의 단어가 존재할 것이다. 기승전결이 불분명하거나 없는 서사 전개, 어디로 도약할지 알 수 없는 이야기의 보폭, 논리가 아닌 사유의 흐름-리듬을 따라가는 문장은 작가에게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발성법이자, 생각과 삶의 흐름을 가장 자연스럽게 구현할 수 있는 방법론이었으리라는 것. 다시 말하자면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으로, 가장 삶을 닮은 방식으로, 가장 호흡에 가까운 리듬으로, 가장 인간적인 보폭으로, 삶의 복잡성과 인간의 깊이를 담아내기에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박솔뫼는 써왔다.
『미래 산책 연습』은 이러한 박솔뫼 소설의 자연스러움을, 그 자연스러움의 좋음을 만끽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작품이다. 물론 자연스러움이 ‘쉬움’이나 ‘말끔함’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간 박솔뫼의 소설을 사랑하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했던 이에게는 그간의 작품보다 한층 친숙하게 쓰인 이 소설로 시작해보기를 권하고 싶다. 또한 박솔뫼의 소설을 사랑해온 독자라면 친숙해서 낯선 새로운 기쁨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모두에게, 이 소설의 제목에서 ‘산책’과 ‘연습’에 주목해주시기를 바란다. 전력 질주가 아닌 바로 ‘산책’, 우리는 이 책을 산책의 가벼운 마음으로 펼쳐도 좋겠다. 또한 실전이나 단 한 번이 아닌, ‘연습(練習/演習)’, 따라서 우리는 얼마든지 익숙해질 때까지 반복하고 멈추고 다시 시작할 수도 있다. 그리하여 지금 뻗는 이 가벼운 한 발짝이 시간의 춤으로 이어지는 첫 스텝이 되는 것을, 누군가의 마음으로 가닿는 첫걸음이 되는 것을 함께 목도해주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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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먼 곳의 친구들에게 _007
코코아 _019
개와 사랑 _041
새로운 것이 시작될 거야 _063
도넛 _083
다음에 쓸 것들 _105
부산의 눈 _127
따뜻한 물 _141
목욕탕 계획 _159
열아홉 시간을 달린 열차 _191
타워에서 _205
개는 연기를 잘한다 _227

작가의 말 _242
추천의 말 | 사이토 마리코(번역가·시인) _244



[본 문]

그러나 빗나갈 것을 생각하지 않고 그것이 정해진 미래라고 우리는 미래에 마주앉아 서로의 이야기를 듣게 될 것이라고 그것을 여러 번 반복하여 익히고 걸치고 입어버리면 나는 그 순간을 어느 순간 겪어버릴지 모른다. 미래에 익숙해지고 미래를 손에 만져본 적이 있는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고 나서는 문을 열고 나가 하던 일을 가던 길을 이어나갈 것이다.(17쪽)

어디에서는 무엇이 보이고 또 그곳에서는 다른 것이 보이고 무언가를 보기 위해 높은 곳에 오르고 숨기 위해 창문을 닫고 몸을 숙인다. 그런데 어떤 장면은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그런 것은 찍을 수도 찍힐 수도 없었다. 보는 사람은 있었을까 그것조차 알 수 없다. 하지만 어디서 누가 무엇을 보고 있었을지 아무도 보지 못한 것이 나중에 무엇을 남기는지 우리는 결코 확신할 수 없을 것이다.(51쪽)

그들이 반복한 것은 그때 그들이 그곳에 있었다면이 아니라 그때 그곳에 누군가 있었다는 돌이킬 수 없는 과거의 사실일 것이다.(92쪽)

하지만 우리가 정말로 마주앉는다면 각자의 손을 내려다보던 고개를 들어 서로를 마주본다면 그때 우리가 할 수 있는 말이 아무것도 없을까. 그럴 수는 없다.(112쪽)

어렵고 긴 아파트 이름을 지나고 밤의 가로수는 당신은 다른 삶의 한가운데로 향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었고 봄이 되면 이 주변에는 벚꽃이 핀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꽃이 피지 않아도 충분히 좋아요.(117~118쪽)

새로운 사람을 만나지 못하더라도 스스로를 마치 다른 사람인 것처럼 생각하며 걸었다. 그렇게 나와 비슷하지만 내가 아닌 사람들을 그리워하면서 곧 사라질 사람들이 된 것처럼 스스로를 여기며 걸었고 나는 그런 식으로 살아왔다는 생각 그러나 나에게는 그것이 늘 때로는 그것만이 생생했다.(124쪽)

—그래서 글은 쓴 거야?
—썼고 쓰고 있어요.
—썼다는 거야 쓸 거라는 거야?
—둘 다예요.(146쪽)

나는 시간을 2000년의 1999년의 1995년의 1994년과 93년 92년의 1990년의 1989년의 광주를 천천히 되짚어보려고 하지만 83년의 82년의 광주는 80년 12월의 80년 11월의 광주는 어떤 곳이었는지. 80년 5월 27일 이후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물을 뿌리고 청소를 하던 모습을 담은 사진을 본 적이 있다. 빗자루를 들고 나서면 피가 거리에 흐를 것이다. 그 냄새와 공기와 광경을 모르고 모르고 모른다.(192쪽)

지난번에는 눈이 왔었는데 모두 함께 눈을 보는 것이 좋았다. 봄이 온다는 것 우리는 발이 땅에서 오 센티쯤 떠 있는 상태로 걷고 또 걷게 될 것이다. 우리는 함께 벚꽃을 보게 될지 모른다고 생각했고 잠깐 그 모습을 그려보았다.(214쪽)

언니의 투피스 차림은 멋졌고 언니는 아마 모든 것을 무리 없이 해내겠지만 두 사람이 서로가 보지 않는 곳에서 각자의 일을 한다는 것이 그 순간 수미에게 무척 냉정한 일처럼 여겨졌다.(2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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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에는 내가 하루를 보내고 싶어하는 완전한 방식이 담겨 있다.”
_황예인(문학평론가)
“지금이라는 시간이 미래에도 과거에도 통한다는 것이
왜 이렇게 멋지고 동시에 슬픈 걸까.” _사이토 마리코(번역가․시인)

『미래 산책 연습』은 두 이야기가 교차되며 펼쳐진다. 부산의 구(舊)도심에 흥미를 느끼며 소설이 될지, 일기가 될지 모를 무언가를 쓰는 작가 ‘나’. 그리고 “매일의 날씨와 지나가는 사람들을 늘 죽을 때까지 기억하고 싶”(25쪽)은 ‘수미’가 각각의 이야기 속 주요인물로 등장한다. 나는 부산에서 여행을 하던 중 목욕탕에서 ‘최명환’을 만나게 되고, 그녀의 소개로 오래된 아파트를 월세로 계약한다. 나는 조금은 충동적인 계약에 당황하지만, 한 달에 한 번 부산의 집에서 글을 쓰면 된다고 마음을 고쳐먹는다. 나는 남포동 일대를 산책하며 용두산아파트, 부산데파트, 그곳의 아케이드, 옛 유나백화점 건물을 지나가고, 유나백화점 육층 남자 화장실에서 1982년 한 대학생이 미국을 향해 80년 5월 광주에 관한 책임을 묻는 유인물을 뿌렸다는 사실을 떠올린다. 이어 시선이 가닿는 곳은 지금은 근대역사관이 된 ‘부산 미문화원’ 건물이다.
수미는 막 교도소에서 출소한 ‘윤미 언니’를 집으로 데려온 참이다. 서로에 대한 어렴풋한 기억만을 간직한 친척이지만, 이제는 한집에서 살게 된 윤미 언니가 수미는 조금은 불편하고 많이 안쓰럽다. “어떻게 생각해도 평범한 미래가 보이지 않”(24~25쪽)는 윤미 언니, 완전히 잘못되고 엎질러진 것 같은 윤미 언니. 그런 윤미 언니가 왜 그렇게 되었는지를 수미의 단짝 친구 ‘정승’은 알고 있는 듯도 하다. 매일같이 힘없이 잠만 자던 윤미 언니가 어느 날 친구를 보러 광주에 가야겠다고 가족들에게 말하고, 어찌된 일인지 수미가 그 여로의 동행자가 된다. 아주 다르게 말을 하는 광주 사람들 틈에서 수미는 “이곳이 바로 그 광주인가……”(79쪽) 생각하다, 언니가 수상한 행동을 보이면 보고하라던 학교 선생님을 떠올리며 긴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부산의 조윤미와 똑같은 이름을 가진 광주의 ‘조윤미’가 만나는 장면을 본 이후, 수미에게도 알 수 없는 변화가 생겨난다.

현재와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들 와야 할 것들을 끊임없이 생각하고 지금에서 그것을 지치지 않고 찾아내는 사람들은 이미 미래를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시간을 끊임없이 바라보고 와야 할 것들에 몰두하고 사람들의 얼굴에서 무언가를 찾아내고자 하는 이들은 와야 할 것이라 믿는 것들을 이미 연습을 통해 살고 있을 것이라고. 어떤 시간들은 뭉쳐지고 합해지고 늘어나고 누워 있고 미래는 꼭 다음에
일어날 것이 아니고 과거는 꼭 지난 시간은 아니에요.(91쪽)

“하지만 우리가 정말로 마주앉는다면
각자의 손을 내려다보던 고개를 들어 서로를 마주본다면
그때 우리가 할 수 있는 말이 아무것도 없을까. 그럴 수는 없다.”

서로 다른 시간 속을 살아가는 나와 수미의 이야기를 언타임리(Untimely)한 인물들이 언타임리하게 교차하는 이야기라고 말해도 좋을 듯하다. 이 두 이야기의 (표면적이고도 희미한) 공통점은 이야기가 전개되는 공간이 부산이라는 점과 ‘부산 미국문화원 방화 사건’을 경유하거나 그것에 다가가고 있다는 점이 거의 전부다. 이 교집합 역시 어느 산책길의 ‘내가 언젠가 지나간 곳을 누군가가 지나간’ 정도의 우연에 불과할지도 모르지만, 우연히 들어선 산책길에서 운명적으로 느껴지는 사물과 사건을 만나듯, 『미래 산책 연습』 속에서 이 두 이야기는 다분히 운명적이고 산책적으로 교차한다.

비가 내리면 수미는 먼 곳에서 누군가 자신을 찾아올 것이라고 자신을 잘 이해하고 있는 누군가가 편지를 보내올 것이라고 막연하지만 확실한 예감이 들었고 라디오에서는 극장에서 상영하기 시작한 영화를 소개하였다. 먼 도시에서 사람들이 만나는 서로가 서로의 운명인 두 사람이 야경을 걷고 어쩔 수 없는 이유로 혹은 서로의 모자람이나 오해 때문에 헤어지지만 결국 다시 만나고 마는 이야기가 좋았다. 그것은 꼭 자신에게 벌어질 일 같았다.(103~104쪽)

글을 썼고-쓰고 있다고 말하는 ‘나’가 부산에서 만난 돈을 모으고 모으고 또 모았던 최명환, 여름 한낮의 부원아파트 속 자크, 함께 토요코인 건물을 바라보다 부산타워에 오르게 되는 P씨, 언덕에서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하던 조무영. 더는 “이전처럼 생생하게 모든 것을 기억하고 싶”(82쪽)지 않은 ‘수미’가 우연히 마주한 광주 청문회 속 ‘조윤미’, “많은 것을 배우는 어른이 되게”(103쪽) 도와달라고 기도하던 윤미 언니, 이제는 일본에서 만나게 되는 ‘정승’. 박솔뫼는 때로는 풍경의 아키비스트가 되어, 때로는 역사의 아키비스트가 되어 그들이 사는 공간과 시간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이러한 인물과 이야기를 통해, 오히려 지금-여기의 ‘여집합’을 마주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미래는 그 시간과 공간의 어디쯤 있을 것이라고 작가는 말하는 듯도 하다. 그리하여 “서로의 지난 시간을 정면으로 부드럽게 마주하”(230쪽)는 순간들을 만들어내고, 우리 역시 그것들과 마주할 수 있도록 인도한다.
산책과 산문은 흩어지고 갈라지고 뒤섞인다는 뜻의 한자 ‘산(散)’을 함께 품고 있다. 그 지극한 자유로움과 자연스러움을 소설로 가장 잘 표현해내는 작가가 바로 박솔뫼이지 않을까. 때로는 샛길로 새어들기도 하고, 익숙했던 풍경이 갑자기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고, 전혀 다른 시공간이 겹쳐 상념에 빠지게도 하는 경이로운 산책길. 그런 산책으로서의 쓰기. 그렇게 미래를 걷기. 연습하듯 가능성을 품고 살기. 박솔뫼에게 걷기와 쓰기가 불가분이듯 『미래 산책 연습』에는 불가분한 인물과 이야기가 흩어져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 속의 인물들과, 마찬가지로 다른 시간 다른 공간 속에서 이 책을 펼쳐 든 독자들이 어느 한순간 이어진다면, 마주한다면 아마 작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눈으로 웃고 순간적으로 이미 서로를 이해해버린 눈빛을 나누었다. 무얼 알까 무얼 안다고. 그런데 그 순간은 물을 물에 섞듯 모든 것이 자연스러웠다.”(180쪽)



추천사

131쪽, 서로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함께하는 밤이 지나가고 있다. 영화를 보던 ‘나’와 최명환은 졸다 깨어난 이가 갑자기 지른 탄성에 창밖으로 눈을 돌린다. 부산에 드문 눈이 떨어지고 있다. 그때 화면 속에도 눈은 내린다. 그렇다면 내가 사는 곳에는? 눈은 없지만, 모든 경계가 풀어지면서 잠시 읽기를 멈추고 고양이를 돌아보면 어디 갔다 왔어? 하는 표정으로 나를 살피고 있다. 응, 어디 다녀왔지. 박솔뫼는 시간에 갇혀 살아가는 나에게 자연스럽게 미래를 거니는 법을 보여준다. 이 이야기에는 내가 하루를 보내고 싶어하는 완전한 방식이 담겨 있다. _황예인(문학평론가)

현재란 단순히 지금이 아니라 과거와 미래 사이에서 누군가가 줄기차게 계속하고 있는 연습의 시간인지도 모른다. 박솔뫼의 상상력이 그것을 가시화한다. 이 작가는 단언하지 않고, 주저해 말을 선택하면서, 사실과 현실과 진실의 사이를 신중하게 왕래한다. 이 세 개의 ‘열매’를 그중 어느 것도 흘리지 않고 과거에서 미래로 나르는 일은 매우 어렵다. 하지만 박솔뫼 작가는 용감하게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그 일을 해낸다. 산책하러 나온 것 같은 홀가분한 모습으로 말이다. (…) 한 시대를 절실하게 살았던 사람들, 특히 여성들의 기억은 어느 시대의 어디에서든 누군가의 연습에 반드시 도움이 될 것이다. _사이토 마리코(번역가․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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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솔뫼
2009년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후 여러 편의 소설집과 장편소설을 출간했다. 소설집 『그럼 무얼 부르지』 『겨울의 눈빛』 『사랑하는 개』 『우리의 사람들』, 장편소설 『을』 『백 행을 쓰고 싶다』 『도시의 시간』 『머리부터 천천히』 『인터내셔널의 밤』 『고요함 동물』이 있다. 김승옥문학상, 문지문학상, 김현문학패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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