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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동물들
저자 : 전순에 ㅣ 출판사 : 송송책방

2021.03.26 ㅣ 272p ㅣ ISBN-13 : 9791190569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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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 문학 > 수필 > 국내수필
<강원도의 맛> 전순예 할머니가
70 평생 만나고 사랑했던 동물 이야기
"내 인생을 행복하고 풍요롭게 해주었던, 내가 사랑한 동물들을 소개합니다. 여러분도 각자 사랑했던 동물들을 추억하며 잠시 행복하시면 좋겠습니다."
-'들어가며' 중에서

노석미 작가 추천
"이름을 갖게 된 짐승들은 친구나 가족이 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인간에게 천국의 조건을 만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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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들어가며 ✽ 5

1부 천국이 따로 없네

똘똘 뭉친 암탉 다섯 마리의 길조 ✽16
삐루갱이 먹은 암송아지 덕분✽ 24
꿀꿀이가 집을 떠나던 날 ✽ 32
부엉 부자 되라 부엉 부자 되라 ✽ 42
병아리와 노느라면 천국이 따로 없네 ✽ 52
작은오빠 따라 후다닭 ✽ 60
집 지키는 뱀 이사시키기 ✽ 70
말은 못해도 말귀는 다 알아듣는 워리 ✽ 78
비둘기 마음은 콩밭에, 둥둥이 마음은 산에 ✽ 86

2부 가장 많이 웃고 울게 하다

사람 살리고 떠난 오리 ✽ 96
한 밤 자고 간 너구리 ✽ 104
어머니 따라 집에 온 네눈박이 ✽ 112
골뱅이 먹고 살아난 캐리 ✽ 120
콩잎을 다 먹은, 장수한 만복이 ✽ 128
울타리 넘어 도망친 돼지 ✽ 142
살림을 장만해준 행숙이와 방문을 두드리던 행욱이 ✽ 150
외상값으로 받은 까망이 ✽ 164
아버지 방을 들여다보던 애노 ✽ 172

3부 동물들과 맺은 인연

사람에게 구조 요청해서 산 하늘이 ✽ 182
오골계의 ‘꼬끼오’ 오동이 ✽ 190
주천강에 살던, 춤추는 골뱅이 ✽ 198
제 이름을 잊지 않고 대답한 잎새 ✽ 206
두 번 돌아온 ‘고고’ ✽ 214
사랑을 돌보느라 믿음을 저버리다 ✽ 222
씽씽아, 우리를 잊어버려 ✽ 230
이름이 여럿인 달콩이 ✽ 238
동생 태평이를 입양한 임평 씨 ✽ 246
중매쟁이 코르사 ✽ 254

작가의 말 ✽ 262


[본 문]

난챙이는 오른쪽 날개 끝이 살짝 부러졌는데 날지 못합니다. 발톱을 세우고 위엄을 부려보지만 소용없는 일입니다. 밭에서 일하시던 할머니도, 아버지도 쫓아오셨습니다. 할머니는 난챙이는 영물이어서 잡으면 안 된다고 잘 고쳐서 보내주라고 하셨습니다. 아버지가 버드나무 가지를 꺾어다 아주 얇게 깎아서 부러진 날개 양쪽에 대고 삼베실로 감아주었습니다. 사람도 뼈가 부러지면 버드나무를 깎아 대어 움직이지 못하게 하면 붙었습니다. 닭장 옆에 칸을 막고 난챙이를 가두었습니다. 난챙이 덕분에 손님이나 오면 잡던 씨암탉을 먹게 되었습니다. 괘씸하지만 난챙이한테는 닭 대가리와 내장을 생으로 주었습니다. 오빠들이 물고기도 잡아다 주고 개구리도 잡아다 주면 잘도 먹습니다. 그래도 난챙이는 닭을 잡아먹고 싶어서 늘어진 날개를 끌고 사납게 눈을 뒤룩거리며 닭들을 들여다보고 널름거립니다.
일주일 만에 버드나무 보호대를 갈아서 다시 매주었습니다. 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일주일을 보내고 버드나무 보호대를 풀었습니다. 괜찮은 것 같습니다.
(‘똘똘 뭉친 암탉 다섯 마리의 길조’중에서/ p.23)

어머니는 송아지를 아예 부엌에서 같이 키우기로 마음먹습니다. 밥하면서 버럭지(물동이보다 입이 넓고 커 부엌에서 많이 사용하는 옹기그릇)에 물을 떠놓고 시뻘건 불덩어리를 집어넣습니다. “치지직 치지직직~” 무럭무럭 김이 나며 꺼먼 숯물이 우러납니다. 수건을 숯물에 적셔 삐루갱이 먹은 송아지를 골고루 닦아줍니다. 숯물로 닦으면서 보니 그냥 볼 때보다 더 심각합니다. 털이 거의 없고 삐루갱이가 살가죽을 깊이 파먹어 고름이 나는 곳도 많습니다. 고름이 심하게 나는 곳에는 아주까리기름을 발라줍니다. 아기라도 키우는 것처럼 송아지를 들여다보고 이야기합니다.
“얼마나 꿉꿉하고 아프냐. 어디가 얼마나 아픈지 얘기를 해라.” 사람도 못 먹는 콩죽을 끓여 오지동이에 담아놓고 송아지만 먹입니다. 그것도 손으로 떠서 먹입니다. “아이구~ 얄궂어라. 부엌 구석에서 소를 키우다니.” 사람들이 흉을 봅니다. “기구 가관이다(격에 맞지 않다는 뜻). 뭔 언나도 아니고 저것이 뭔 소 노릇을 하겠나.” 혀를 끌끌 찹니다.
(‘삐루갱이 먹은 암송아지 덕분’중에서/ p.26)

병아리는 털이 마르면 어미 닭한테서 떼어내 방으로 데려갑니다. 아버지가 싸릿가지로 위쪽은 좁고 밑면은 넓게 만든 병아리 집에 두꺼운 천을 깔고 열흘 동안 키워 닭장으로 보냅니다. 병아리는 어미 닭한테 맡기면 잘 키우기는 하는데, 온 집안을 뒤엎고 밭을 파헤치고 작패가 심해서입니다.
눈물이 나도록 작고 노랗고 쪼끄만 병아리를 보면 가슴도 아슬아슬 깜짝깜짝합니다. 그래도 고 작은 것들이 많은 것을 알고 있습니다. 첫 먹이로 달걀을 삶아서 노른자를 부스러뜨려주면 아주 즐겁게 재잘재잘 노래하면서 먹습니다. 흙을 발로 파 뒤집을 줄도 압니다. 물 먹을 때는 고개를 쳐들고 넘길 줄도 압니다. 병아리는 뾰족한 주둥이로 먹이를 씹지도 않고 넘기는데 어떻게 맛을 아는지 참깨를 제일 먼저 먹고 싸라기, 좁쌀 순으로 맛있는 것부터 먹습니다.
(‘병아리와 노느라면 천국이 따로 없네’중에서/ p.55)

워리는 화롯가에 앉아 코를 벌름거리며 세상에서 가장 선하고 맑은 눈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며 어머니
를 쳐다봅니다. 어머니가 워리를 바라보는 눈에도 꿀이 뚝뚝 떨어집니다. “어머니는 우리보다 워리를 더 좋아하는가부여.”하니 할머니가 “낳은 정보다 키운 정이 그만큼 대단하단다. 눈도 안 떨어진 걸 데려다 키웠으니.” 하십니다. 기름이 지글지글 나오면 고기를 밀가루에 굴려 또 구우면 기름이 나옵니다. 여러 번 밀가루에 굴려 구워 큼직한 고기 토막을 만들어 워리에게 상으로 먹일 때도 있습니다.
(‘말은 못해도 말귀는 다 알아듣는 워리’중에서/ p.84)

이번엔 너구리가 아랫목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너구리는 눈에 초점을 잃고 정신이 멍합니다. 넋이 나간 것 같습니다. 먹을 정신도 없는 너구리에게 메밀꽃차를 달여 약간 온기가 있을 때 수저로 입을 벌리고 떠먹였습니다. 너구리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 수 없어서 무시래기도 갖다 놓고 무도 먹기 좋게 토막 내서 갖다 놓았습니다. 또 이따가 고구마도 갖다 놓고 옥수수통도 따다 놓습니다.
사람이 아랫목 병원에 입원했을 때는 아버지와 오빠들이 함께 잤는데, 멀건 눈으로 사람이 무서워 벌벌거리는 너구리를 위해 방을 비워주었습니다. 우리 식구는 썰렁한 윗방에 모여서 안방 장지문 틈으로 너구리를 구경합니다. 식구마다 손가락에 침을 묻혀 장지문을 자기 키에 맞게 뚫고 구경합니다.
(‘한 밤 자고 간 너구리’중에서/ p.108)

하루는 저녁을 일찍 먹고 강에 골뱅이를 건지러 갔습니다. 큰물이 지고 난 후라 아직 물이 많아 골뱅이 잡기가 수월치 않았습니다. 한참 강가를 따라 올라가니 메밀달개미(메밀껍질)를 쏟아놓은 것같이 까만 물웅덩이를 만났습니다. 자세히 보니 그것은 골뱅이 새끼들이었습니다. 큰 것으로 골라 한 움큼
건져다가 삶아 국물을 조금 떠먹이니 캐리가 받아먹고 입맛을 다십니다. 그날부터 매일 저녁 골뱅이를 한 움큼 건져다가 삶아 국물도 먹이고 골뱅이도 먹이길 한 달쯤 되니 캐리가 열심히 기어 다니기 시작합니다. 며칠이 지나니 일어서려고 애쓰는 것이 보입니다. 어느 날인가 일어서고 걷게 되었습니다.
(‘골뱅이 먹고 살아난 캐리’중에서/ p.125)


만복이에게 “오늘 학교 앞 논으로 가니까 먼저 그 논에 가서 기다려.” 합니다. 만복이는 서두르는 법 없이 뚜벅뚜벅 걸어서 학교 앞 논에 가서 기다립니다. 만복이는 논을 삶는 일(모내기 전 논바닥을 부드럽고 고르게 펴주는 것)이나 써레질도 아주 탁월하게 잘합니다. 논을 삶는 것은 흙탕물 속에서 하는 일이기에 물 밑이 안 보여서 하기 어렵습니다. 써레질은 써레로 모를 심을 수 있도록 흙탕물 속에서 논바닥을 고르게 하는 작업입니다. 자칫하면 사람도 어디만큼 일했는지 헷갈릴 때가 있습니다. 만약 써레질을 건너뛰면 생땅이어서 나중에 모를 심을 때 괭이로 파든가 해서 심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깁니다. 만복이는 한 번도 실수 없이 정확히 논을 잘 다듬었습니다.
일이 끝나면 다시 뿔에 고삐를 감아 집으로 보냅니다. 만복이는 서두르지 않고 뚜벅뚜벅 걸어오다가 다른 소가 논에서 일하는 모습을 구경합니다. 천방지축 삐뚤삐뚤 일을 못하는 소를 보면 ‘히이이~’ 비웃습니다.
(‘콩잎을 다 먹은, 장수한 만복이’중에서/ p.137)

행욱이는 사람만 보면 좋아서 배를 보이며 뒹굴고 엄청 재롱을 부립니다. 행욱이는 항상 방에 같이 살고 싶어 마당으로 난 방문을 사람처럼 똑똑 두드렸습니다. 문만 열면 얼른 방으로 뛰어들어와 가족이 서로 안아주고 한참을 놀아주다가 억지로 달래서 내보냅니다. 장날이면 친정 동네 사람들이 많이 모여 점심을 먹고 갔습니다. 행욱이가 문을 똑똑 두드리면 행욱이라고 말해줄 사이도 없이 손님이 사람인 줄 알고 “누구시유?”하며 문을 열어봅니다. 갑자기 큰 개가 냉큼 뛰어들어오면 “어머나.” 하며 기절하도록 놀랐습니다.
(‘살림을 장만해준 행숙이와 방문을 두드리던 행욱이’중에서/ p.161)

아버지는 고양이 새끼가 안타까워 생선살을 뚝뚝 뜯어 먹입니다. 국그릇의 고기도 건져 먹이며 특별히 거두었습니다. 어린 애노는 그때부터 아버지를 졸졸 따라다녔습니다. 밭에 갈 때도 앞장서서 갑니다. 풀을 베러 갈 때도 언제나 앞장서서 갑니다. 아버지가 일하는 동안 옆에서 기다리다가 가끔 그늘에 누워 쉬실 때 아버지 어깨에 올라가 어깨를 밟아줍니다.애노는 대장이지만 용해빠져서(성질이 순하고 어리석음) 여버리(바보)라 불렀습니다. 용하지만 용맹스럽기가 치타 같았습니다. 낮은 행랑 지붕 끝에 앉은 새도 날개가 있는 것처럼 사냥해서 고양이를 불러 모아 먹입니다. 산토끼를 잡아올 때 도 있습니다. 한 마리라도 빠지면 용케도 알고 ‘왕오왕오’ 큰소리로 불러 고루 먹입니다. 때론 사냥해오면 다른 고양이들이 달려들어 낚아채기도 합니다. 그래도 아버지의 고양이가 다른 고양이들과 싸우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아버지는 평생 누구와 큰 소리로 다퉈본 적이 없다고 하십니다. 싸움을 싫어하는 성품이셨습니다. 집에 사람이 오면 절대 빈 입으로 보내면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 남의 집에 갈 때는 빈손으로 가면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 어린 날 친척 집에 가본 적 없이 자랐습니다. 어린것이 친척 집에 가서 자칫 ‘여기로 옮겨 앉아라, 저기로 앉아라.’ 하며 눈칫밥을 먹을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놀러 다닐 시간에 풀 한 포기라도 뽑고 집안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라고 하셨습니다. 이담에 커서 이런저런 눈치가 생기면 그때는 떳떳하게 한 보따리 들고 가서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하셨습니다. 큰 손해가 나지 않으면 이웃과 다투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큰 소 한 마리가 왔다 갔다 한다면 모를까 사소한 일로 다투지 말라고 하십니다.
(‘아버지 방을 들여다보던 애노’중에서/ p.178)

집에 온 지 1년이 되어가는 어느 날, 잎새는 ‘앙웅앙웅’ 쉬지 않고 밤낮으로 소리를 지릅니다. 그때는 중성화 수술을 해야 하는 줄 몰랐습니다. 이웃 사람들 보기 남사스럽습니다. 집 앞 비탈밭 원두막에 데려다 놓았습니다. 집 안에서는 갖은 영악을 다 떨면서 밖에 나가면 무서워서 벌벌 떨며 찍소리도 못 내고 사람 품만 파고들어서 도로 집으로 데리고 왔습니다. 집에 들어오면 또다시 괴성을 지릅니다. 한 열흘은 소리를 질러야 끝납니다. 주기도 빨리 돌아옵니다. 이번에는 길고양이가 많이 다니는 삼거리 만물상에 데리고 가서 헙수룩한 상자 창고에 좀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사료와 물을 넣어주었습니다. 매일 가 보면 사료도 물도 먹지 않은 채 구석에 숨어 있는 것을 삼 일 만에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잎새는 조용해졌습니다. 그 뒤 한 달이 지나자 점점 배가 불러왔습니다. 두 달이 좀 지난 어느 날, 잎새는 양수가 터졌습니다. 구석에 상자를 놓고 포대기를 깔고 어두컴컴하게 가려주
었습니다. 어찌 된 일인지 다음 날도 새끼를 낳지 않아 동물병원에 데려가 배에 있는 털을 밀고 초음파를 했는데 새끼가 없습니다. 상상 임신이랍니다.
(‘제 이름을 잊지 않고 대답한 잎새’중에서/p.209)

달밤에 만난 콩 색깔이 나는 고양이라 해서 ‘달콩이’라 이름 지었답니다. 달콩이는 만나는 사람마다 반갑지 않은 사람이 없습니다. 달콩이는 동네 인기 스타입니다. 누구는 ‘나비야~’ 부르고, 누구는 ‘곰돌아~’ 부르기도 하지만 그 많은 이름을 다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뭐라 불러도 야옹 대답합니다. 다들 자기네 나름대로 간식도 주고 밥도 챙깁니다. 사람들이 아파트 옆 골목에 스티로폼으로 따뜻하게 집도 만들어주고 밥도 주었습니다. 많은 길고양이가 모여 밥을 먹고 놀고 하지만 다른 고양이들은 아무리 친절하게 해줘도 사람을 보면 피합니다. 유독 달콩이만 사람을 아주 잘 따릅니다.
(‘이름이 여럿인 달콩이’중에서/ p.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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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해준 동물 친구들

1945년 강원도 평창에서 태어난 전순예 작가는 60살부터 글을 쓰기 시작해 2018년 강원도의 소박한 음식과 사람들, 풍성하고 아름다운 자연을 그리며 쓴 책 <강원도의 맛>을 출간했다. 두 번째 책 <내가 사랑한 동물들>은 인생을 행복하고 풍요롭게 해주었던, 함께 울고 웃으며 살아온 동물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우리 집은 사람들이 동물농장이라고 할 만큼 다양하고 많은 짐승을 길렀습니다. 지금처럼 동물은 애완의 대상이 아니라, 팔아서 돈을 만드는 재산이고, 필요할 때 먹는 식량이고, 농사에 동원하는 노동력이었습니다. 그래도 할머니부터 온 가족이 짐승을 좋아해서 기르는 동안만은 정성과 애정을 다해 돌보았습니다. 70년 넘게 살면서 사람 이상으로 소중하고 행복하고 마음 아팠던 동물과의 만남이 있었습니다. 개, 고양이, 소, 닭, 토끼, 돼지, 부엉이, 물고기, 배추벌레… 내 인생을 풍요롭게 해주었던 동물들을 소개합니다.”(<한겨레21> 연재를 시작하며)

책은 3부로 나뉘어 있다. 1부 ‘천국이 따로 없네’에는 작가가 어린 시절을 보낸 1950~60년대 겪은 동물과의 추억을 담았다. 농가에서 길렀던 소, 돼지, 닭, 개 등 집짐승뿐 아니라 앞산 벼랑에 살던 부엉이, 집지킴이 뱀, 워리가 물고 온 아기 토끼 등 야생동물 이야기가 정겹게 펼쳐진다.
어머니의 씨암탉을 골라 채가던 얄미운 난챙이(새매)가 떨어지자 가족들은 ‘영물’을 치료해 돌려보낸다. 삐루갱이(벼룩이 파먹은) 먹은 송아지를 사와서 어머니가 부엌 아궁이 옆에 두고 정성스럽게 씻기고 언나(아기)처럼 어르며 콩죽을 끓여 먹여 기른 소는 해마다 송아지를 낳고 농사를 도와 집안을 일으켰다. 어미가 일찍 죽어 눈도 못 뜬 강아지 시절부터 미음을 먹여 기른 워리는(그 시절엔 개는 모두 워리였다고) 사람 말을 다 알아듣고 닭들이 곡식을 못 먹게 지키고, 오리가 강에 수영하러 가는 길을 인도하며 집안일을 돕는다. 병아리는 태어나자마자 안방 아랫목에 들여 모이를 먹이고 사람과 부닐며(가까이 따르며 붙임성 있게 구는 것) 열흘 정도 길러 내놓으면 ‘쭈쭈쭈~’ 사람이 부르는 대로 따라다니며 모이를 먹고 풀밭에 누워 쉴 때면 가슴 위에 올라와 놀며 ‘천국이 따로 없는’풍경을 연출한다. 부엉이는 지붕 용마루에 앉아 ‘부엉 부자 되라 부엉 부자 되라’ 울고, 뒷마당 돌담이 무너지자 나온‘집지킴이’ 구렁이를 할머니는 ‘영물’을 죽이면 안 된다고 장정을 동원해 돌담을 옮겨 이사시킨다.
동물을 집안에 기르며 ‘애완’하던 시절이 아니었는데, 사람과 짐승, 짐승과 짐승은 착취하고 적대하기보다는 서로 돕고 애정과 신뢰로 뭉친 공동체였다. 가족이 정성껏 돌보고 애정을 주어 기른 동물들은 종이 달라도 사이좋게 어울려 지낸다. 개 위에 고양이, 고양이 위에 닭이 올라가 자기도 했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신화처럼 펼쳐진다.
2부 ‘가장 많이 울고 웃게 하다’에서는 도움을 많이 받았던 동물들, 그리고 가슴 아프게 떠나보내야 했던 사연들을 소개한다. 아버지가 만년에 사랑을 주었던 고양이 애노는 아버지 앞길을 살피며 뱀도 쫓아주고, 피곤한 어깨도 밟아주었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집을 떠난다. 작가가 20대에 장티푸스를 앓고 깨어난 이후에 집에 들어온 ‘캐리’는 수컷 ‘높이’에게 밀려 밥도 잘 못 먹다 병이 든 작은 암캐였는데, 죽을 줄 알았던 자신을 정성껏 간호해준 어머니처럼,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돌보아 살려낸다. 한겨울 큰오빠가 강에 빠진 너구리를 데려오자 식구들은 추운 윗방에 자고 안방 아랫목에 너구리를 재워 살려 보낸다. 작고 약한 생명이 안타까워 돌보면 동물들은 기적처럼 살아나 정성에 보답한다.
3부 ‘동물들과 맺은 인연’에는 1980년대 이후 작가가 시골집을 떠나 도시에 살면서 만나고 길렀던 동물들 이야기를 담았다. 시절이 바뀌어 개 고양이는 집안에 살고, 어쩌다 마당에 들인 오골계는 차마 잡아먹을 수 없어 애물단지가 된다.‘애를 많이 태워’ 애완동물인 것 같다고 말하는 작가는 환경이 바뀌어도 한결같은 마음으로 동물을 대한다. 이름을 지어 불러주고 착하다 잘생겼다 칭찬하며 친구와 가족이 된 동물들을 끝까지 책임지려 애쓴다. 하지만 그래도 맞이하는 이별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동물을 기르다 보면 늘 끝이 아름답지만은 않습니다. 옛날에는 열심히 일하던 소도 팔고, 정 주어 기르던 개도 팔고, 모이 주던 닭도 잡아먹었습니다. 가슴이 아파도 그 시절에는 그것이 당연한 일로 알고 살았습니다. 이제는 집에서 기르는 동물을 파는 일은 없지만 사람보다 수명이 짧은 동물이 먼저 떠나는 걸 지켜봐야 할 때도 있고,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아 가슴 아픈 이별을 하기도 합니다. 70년 넘게 이별을 겪어도 익숙해지지 않습니다. 그러니 함께할 때 정성을 다해 돌보고, 같이 있을 때 행복한 시간을 즐기는 것이 최선인 것 같습니다.”(‘들어가며’ 중에서)

일흔이 넘은 지금도 지나가다 개를 보면 돌아다보고 또 돌아보고 하느라 걸려 넘어질 뻔하기도 하고 일행이 저만치 가서 뛰어가기도 한다는 작가. 이 책은 평생 사랑한 만큼, 그 이상 사랑을 돌려받은 동물들에게 보내는 감사의 편지이다.

“세월의 갈피갈피에 두고 온 많은 동물들을 앨범을 넘기듯 가끔씩 꺼내봅니다. 누구와도 공유할 수 없는 나만의 기억 앨범 속에 무수한 장면으로 남아 있습니다. 마지막까지 내 인생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해주었던 많은 동물들에게 감사하며 그 기억을 아름다운 선물 보따리처럼 안고 살아갈 것입니다.” (‘작가의 말’ 중에서)

글 중간 중간에 나오는 구수한 강원도 사투리와 깊이 배어 있는 따스하고 자연을 존중하는 옛 문화와 정서, 195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이어지는 동물과의 인연과 관계 맺는 방식의 변화 등을 엿보는 일은 이 책의 또 다른 재미이다. 매화 방현일 작가의 아름다운 일러스트를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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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순예
1945년 강원도 평창군 평창읍 뇌운리 어두니골에서 농부의 딸로 태어났습니다. 어머니를 도와 여섯 살부터 부엌일을 했습니다. 국민학생 때 큰오빠가 빌려다준 동화책 〈집 없는 천사〉를 읽고 감동해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동생들을 보느라 비 오는 날만 학교에 갈 수 있었지만, 학교 문예반에서 동시와 동요, 산문을 쓰며 꿈을 키웠습니다. 하지만 꿈은 꿈으로 남겨둔 채 먹고사느라 바빴습니다. 그래도 팍팍한 삶을 버티게 해준 건 눈 감으면 펼쳐지던 아름다운 고향의 풍경과 어린 날의 추억이었습니다. 평생 마음으로만, 생각으로만 그리던 고향에 대한 글을 환갑이 되어 다시 쓰기 시작했습니다.
강원도 산골에서 해먹던 소박한 음식과 함께 나누어 먹던 사람들, 풍성하고 아름다운 자연을 떠올리며 쓴 책 〈강원도의 맛〉이 있습니다. 〈내가 사랑한 동물들〉은 인생을 행복하고 풍요롭게 해주었던, 함께 울고 웃으며 살아온 동물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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