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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연의 로스트 타임
저자 : 이규연 ㅣ 출판사 : 김영사

2019.10.08 ㅣ 0p ㅣ ISBN-13 : 97889349990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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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 인문 > 사회학 > 노동/사회문제
무지와 무관심, 기만과 폭력으로 지체된 정의를 불러내기 위해
지옥에서 천국을 상상하는 탐사 저널리스트의 이야기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의 이규연이 주목한 36개 사건의 주체 못할 이면과 사람의 참지 못할 울음. 이것은 암흑의 핵심으로 파고들어가 빛을 발견하는 일과, 그 일을 해야만 하는 이유에 대한 한 탐사 저널리스트의 기록이다. 누군가 고통받는 시간이자 정의가 지연되는 시간인 ‘로스트 타임’을 줄이기 위해 그가 뛰어다녔던 현장 속에서, 우리는 지난 30년간 탐사보도 한길을 걸으며 그 길을 개척해온 공익 탐정의 분투와 성장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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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프롤로그. 누군가에겐 하나의 사건이 모든 삶이었다

1. 잠든 사람은 깨울 수 있어도 잠든 척한 사람은 깨울 수 없다
잔혹한 동화가 만들어낸 현실의 법: 조두순 사건으로 본 감형의 조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악성 민원인의 절규: 대구 어린이 황산 테러와 살인 공소시효
잠든 척할 수 없는 시대: 법을 적용받지 않는 법 집행자, 검찰
2. 진실을 땅속에 묻으면 더 큰 폭발력을 축적한다
음란지옥의 불길에 타버린 사람들: 버닝썬 천태만상 속 유착의 고리
가장 뛰어난 예언자, 과거: 최순실의 국정 농단과 침묵의 카르텔
눈 덮인 들판을 함부로 걷는 권력: 십상시 문건이 고백하는 대한민국 권력 서열
3. 강물이 화나면 배를 뒤집을 수 있다
분노와 난폭의 차이: 촛불혁명의 아주 멋진 순간
신뢰와 신념의 가속도: 정유라가 탄 말을 추격하는 기수들
부정과 은폐의 무게추: 대통령 탄핵의 전말
4. 모든 접촉은 흔적을 남긴다
음모론의 탄생 공식: 〈세월X〉가 뚫은 물길
미래의 재난을 상상하는 힘: 재난의 올바른 수습이 필요한 이유
팩트 없는 진상의 허상: 다시 가라앉은 세월호
5. 악행 그 자체보다 악을 보고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세상은 파괴된다
방관의 다리는 언제나 튼튼하다: 독을 뿜어낸 가습기
움직이지 못하는 초인의 꿈: 루게릭병 환자와 나눈 편지
정서적 사다리를 제공받을 권리: 난곡의 2가지 가난
6. 악인을 비난하기는 쉽지만 이해하기는 너무 어렵다
죄의 미미한 시작과 창대한 끝: 이영학이 쓴 인간의 가면 벗기기
실험실 밖에서 과학이 지켜야 할 예의: 황우석 신화와 과학 정치화의 덫
절대악의 칼에 베인 21년: 지존파의 살인공장 혹은 지옥
7. 우리는 언제든 모비딕과 마주칠 수 있다
‘기레기’가 풀어헤친 그날의 기록: 5.18 보도와 기자의 진실
국민의 포기할 수 없는 권리: 감시 사회를 감시하는 자
정보기관의 변신은 유죄: 만들어진 간첩들
8. 두 도시는 다른 방향으로 걸어갔다
떠오르려는 해를 사로잡는 법: 10년 만의 평양 취재
승부 없는 통일을 위해: 대동강 변의 변화 탐사
회색 도시의 컬러: 북한 녹화 사업의 두 얼굴
9. 진실도 때로는 다치게 할 때가 있지만 머지않아 치료받을 수 있는 가벼운 상처다
진실을 완성하기 위한 팩트 퍼즐 조각: 북한 식당 종업원의 인권
오보는 책상에서 만들어진다: 대북 제재와 단둥의 실제 물동량
회한의 바다에서 건져 올린 무엇: KAL기 사고 수습 실태
10. 봄은 왔지만 여전히 침묵의 봄이다
서서히 죽어간다는 것: 보이지 않는 방사능과 함께 사는 사람들
그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 X-이벤트 대비 시나리오의 필요성
한국에서만 덩치를 키우는 괴물: 메르스 창궐의 비밀
11. 스컬리, 진실은 저 너머에 있어요
과학 없이 존재하는 것들: 목격된 UFO
진품을 진단하는 장님: 프레임에 묶인 〈미인도〉
늙어버린 몽타주: 화성 연쇄 살인 추적
12. 역사를 기억하지 못하는 자, 그 역사를 다시 살게 될 것이다
물증보다 강력한 고백: 광주로 간 군인들
왜곡된 역사를 기록하지 않기 위해: 전두환 회고록의 진실
법이 저지른 만행: 인혁당 유가족의 통곡

에필로그. 지옥에서 천국을 상상하는 탐정

탐사 노트
1. 심층의 3차원
2. 논리적인 인터뷰 요령
3. 탐사의 정의
4. 탐사의 구성
5. 공직자 인터뷰 요령
6. 부패 기관 탐사 요령
7. 명예 훼손 책임의 단서
8. 이머징 이슈 포착
9. 탐사 준비의 중요성
10. STEPPER
11. 대통령 어젠다 활용
12. 글쓰기 방법

[본 문]

‣ 내세울 만한 취재 성과는 적고 로스트 타임을 대면한 기록이 훨씬 많다. 항상 한발 늦고, 뒤늦게 분노한다. 그렇더라도 무력감만을 느끼지는 않는다. 비록 늦었더라도 누군가에게는 로스트 타임을 줄 수 있었다. 보스턴의 성추행 피해 아동에게 스포트라이트의 탐사 보도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이런 면에서 로스트 타임은 상실의 시간이자 회복의 시간이다. _14쪽

‣ 잠든 사람은 깨울 수 있어도 잠든 척한 사람은 깨울 수 없다. 탐사 취재를 하면서 진짜 잠든 사람과 잠자는 척하는 사람을 구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단순히 책임 소재를 묻는 차원이 아니다. 잠든 척하는 사람들이 저지른 실수나 비리는 더 교묘하게 은폐되기 때문이다. 힘 있고 교활한 사람이나 집단일수록 잠자는 척을 잘할 가능성이 크다. _44쪽

‣ 조용래씨는 아버지 조순제가 녹취록을 남기려 했던 이유가 정치인 박근혜의 검증 필요성 때문이었다고 했다. 2007년 당시나 그 후인 2012년 대통령 선거 때 조순제 녹취록을 검증했더라면 최순실 게이트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만시지탄이었다. 최고의 권좌인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치열한 검증이 왜 필요한지, 큰 교훈을 조순제 녹취록은 일깨워준다. 가장 뛰어난 예언자는 바로 과거다. _68쪽

‣ 권력의 비참한 말로는 부정 그 자체에서 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워터게이트가 그랬다. 도청 장치의 설치라는 부정으로 닉슨이 하야하지는 않았다. 닉슨이 도청 장치 설치에 직접 관여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정치적인 타격을 우려해 이를 은폐하는 과정에서 폭발력은 배가됐다. 박 전 대통령이 처음부터 최순실 수사를 검찰에 전적으로 맡겼더라면 탄핵 발의까지 갔을까. 권력을 탐사할 때 부정 그 자체만이 아니라 부정의 은폐에도 주목해야 한다. _107쪽

‣ 때에 따라 대중의 상식에 반하는 내용도 보도해야 한다. 그것도 탐사보도의 운명이다. 공정성과 균형성을 잃지 않고 사실 확인을 꼼꼼히 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을 전제로 말이다. 누군가 세상의 진실을 자세히 밝히려고 할 때 이것을 방해하려는 자들이 들이대는 논리가 음모론이다. _126쪽

‣ 2008년 2월, 숭례문 방화 사건을 계기로 사고 백서 실태를 탐사해본 적이 있다. 1993년 문민정부 출범 이후 일어난 20개 대형 재난을 검증 대상에 올려놓았다. 취재가 마무리되면서 대한민국의 한심한 민낯이 드러났다. 재난 20건 중 12건은 백서가 아예 없었다. 세월호 참사는 이때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우리 사회나 언론이 아직 선진이라고 할 수 없는 점이 있다. 바로 ‘실패학’이 없다는 점이다. 너무 쉽게 잊는다. _132쪽

‣ 외환위기로 촉발된 빈부격차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커질 것이라고 봤다. 그런 병폐가 뿌리 깊게 박힌 달동네를 탐사함으로써 가난의 대물림 실상을 파헤쳤다. 하지만 취재는 처음부터 벽에 부딪혔다. “가난은 나라도 못 구한다.” 정치인이나 관료는 물론이고 언론조차 이런 명제를 갖고 있었다. ‘가난은 나라도 못 구한다’고 규정하면 정의는, 민주는, 행복은 어떤가. 과연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희망을 잃게 하는 명제와 맞서야 한다. _176~177쪽

‣ ‘어금니 아빠’에서 흉악한 살인자로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영학의 ‘인간 가면’을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다. 되돌려보면 그를 먼저 검증하고 피해자 김양을 살릴 기회는 많았다. 천사로 포장된 사이코패스! 우리가 방심한다면, 제2, 제3의 이영학은 반드시 나타난다. 죄는 처음에는 거미집의 줄처럼 가늘다. 그러나 마지막에는 배를 잇는 밧줄처럼 강해진다. 아무리 보도라도, 인물이 사건의 중심이다. 사건을 추적하면서 인물의 과거를 추적해야 한다. _197~198쪽

‣ 비리는 학력, 재산, 명예, 그 어떤 것과도 관련성이 없다. 탐사보도를 하다 보면 선인과 악인을 모두 만나게 된다. 문제는 선인과 악인을 구분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상당수는 선과 악, 두 모습을 모두 갖고 있다. 적어도 사회적으로 중대한 해악을 끼치지만 않는다면 악인이라고 규정하긴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이것으로 문제가 사라지지 않는다. 악이 선의 가면을 쓰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_200쪽

‣ 숙소로 이동한 기자들은 깊은 고민에 빠진다. 밖은 전쟁터나 마찬가지였다. 군도, 시위대도 취재에 협조해줄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취재를 접을 수도 었다. 김창훈 기자는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올라간다는 거는 너무 무책임하고 비겁하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창성 기자는 기자로서 왜 여기에 와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고 했다.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누군가가 훗날에 당신은 그때, 그 현장에서 무엇을 했냐고 물으면, 나는 뭐라고 답할 것인가!’ _230쪽

‣ X-이벤트는 공포로 다가올 때가 많다. 공포는 누구에게나 피하고 싶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X-이벤트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공포영화를 자주 보면 면역이 생기듯, X-이벤트를 상상함으로써 대재난에 대한 적응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X-이벤트는 확률적으로 계산돼 나오지 않거나 극히 낮은 발생 확률을 가진 극단적인 사건이다. 현실적인 상황과 비용 등을 감안할 때, 발생 가능성이 희박한 사건에 대비해 100퍼센트의 예방책과 대응책을 세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시나리오를 짜는 것만으로도 그렇지 않을 때보다 더 재난에 잘 적응할 수 있다. 때로는 불온한 생각이 세상을 좀 더 안전하게 할 수 있다. _345쪽

‣ 유병언은 의혹의 배후가 아니라 의혹의 재료가 됐다. 사체가 발견됐음에도 유병언 생존설이 돌기 시작했다. 시신을 바꿔치기 하고 자신은 도주했다는 것이었다. 유병언 독살설도 나왔다. 재산 환수를 막으려는 세력이 유병언을 죽였다는 주장이었다. 이런 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과학적 근거는 거의 없었다. 오히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설명을 들어보면 자살이 아니라는 과학적인 단서를 찾기 어려웠다. 그렇지만 이후에도 유병언 타살설은 심심치 않게, 유령처럼 떠돌아다닌다. 한번 강하게 짜인 프레임은 과학의 이름으로도 쉽게 깨지지 않는다. _371쪽

‣ 베트남전쟁 중 미군이 저지른 만행을 고발하는 작품이 자주 눈에 띄었다. 베트남전이 끝난 지 수십 년이 지난 시점에서, 그것도 자국 군인의 베트남 양민 학살을 끊임없이 파고드는 보도가 줄곧 나오고 있다니…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한 탐사 전문기자의 취재 후기를 잊지 못한다. 어렵고 힘겨운 역사 탐사를 끊임없이 해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적어놓고 있었다. “잊힌 역사는 결국 뒤틀려버린다.” 우리가 역사를 잊으면 그 역사는 왜곡될 것이라는 뜻이리라. _407쪽

‣ 국가 배상금을 받은 피해자는 모두 77명이었다. 그중 43명이 반환금 때문에 빚쟁이로 몰렸다. “꼬인 역사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대법원은 중앙정보부와 국가정보원의 편을 들었습니다. 대법원은 우리를 두 번 죽인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법은 약육강식의 정글을 정리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법이 강자와 권력의 편에 설 때 정글은 더 참혹해진다. 탐사는 법을 존중해야 하지만 법이 얼마나 잔혹할 수 있는지도 함께 봐야 한다. 법의 이름보다 더 잔혹한 것은 없다. _421쪽

‣ 우리 정치와 언론은 지난 국정 농단 사태에서 값진 교훈을 얻었다. 주요 인사가 국회의원으로 선출되고, 대선 후보 경선에서 격돌하며, 대통령에 당선되기까지, 우리는 측근의 그림자에 눈을 감았다.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우리 아이들이 쓰러져 가는데도 단순히 괴질을 앓을 뿐이라며 한동안 발을 뺐다. 버젓이 ‘만들어지는’ 간첩을 의심하지 않았다. 나태해서, 네거티브 공세가 두려워, 정치권력의 눈치를 보느라 검증 대열에 서지 않았다. 공동체는 탐사하지 않은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했다. _4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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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은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무지와 무관심, 기만과 폭력으로 지체된 정의를 불러내기 위해
지옥에서 천국을 상상하는 탐사 저널리스트의 이야기


매일 접하는 뉴스 속에서 진실만을 추출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진실을 가장한 거짓이 난무하고, 실체 없는 허상이 떠도는 시대, 우리는 진실의 숨은 그림을 발견할 수 있을까. 암흑의 핵심으로 파고들어가 빛을 발견하는 일을 하는 공익 탐정이 있다. 탐사 저널리스트 이규연은 그의 일을 그렇게 정의한다. 탐사보도의 일과 그 일을 해야만 하는 이유에 대한 기록을 담은 책 《이규연의 로스트 타임》이 출간되었다.
왜 책 제목이 ‘로스트 타임’인가. 스포츠에서 지체된 시간을 뜻하는 ‘로스트 타임’은 사법과 정치, 경제에도 출몰한다. 우리의 무지와 무관심, 기만과 폭력으로 누군가의 시간은 사라진다. 그때마다 그 누군가는 가슴을 치고, 목소리는 사라진다. 로스트 타임은 잊힌 시간이며 지체된 정의다. 하나의 사건이 모든 삶이었던 누군가에게 반드시 돌려주어야 할 시간이기도 하다. 탐사 저널리스트는 사라진 누군가의 시간, 목소리, 삶을 그에게 되돌려주는 직업이기도 하다.
취재 현장에서 늘 최선을 다해왔지만 아쉬움도 남았다. 항상 한발 늦고 뒤늦게 분노했다. 조금만 더 악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았더라면. 그러나 더 깊이 들어갔다가는 발을 헛딛고 굴러 떨어질지도 몰랐다. 이 책은 지난 30년간 공익 탐정으로 탐사보도의 길을 개척해온 한 탐사 저널리스트의 분투기며 성장기다. 잃어버린 시간을 회복의 시간으로 만들기 위해 스포트라이트를 비추었던 36개의 생생한 기록과 분투가 감동적이고 눈물겹게 펼쳐진다. 또한 탐사의 정의, 구성, 인터뷰 방법 등을 정리한 탐사보도 취재 원칙과 요령이 12개의 ‘탐사 노트’에 일목요연하게 담겨 있다.

“악행 그 자체보다 악을 보고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세상은 파괴된다”
지연된 정의, 사라진 시간을 되찾기 위한 36개의 스포트라이트


기자 초년병 시절, 사회부 수습 과정을 막 끝내고 과학부로 옮겨 선배들의 일을 거드는 말석에서 이규연은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제 손가락이 녹아가고 있어요.” 그의 손가락은 화상 흔적을 남기며 반 마디나 녹아 있었다. 젊은 기자의 촉이었을까. 파고들면 무언가 밝힐 수 있을 거란 직감에 따라 기꺼이 병원비를 부담하며 그에게 정밀 검사를 받게 했다. ‘방사선 피폭으로 추정됨.’ 진단 결과를 들고 그의 일터로 찾아가서 피폭 차단 용구는커녕 방사선 위험에 대한 사전 교육도 없었던 실상을 폭로하는 기사를 썼다.
보도의 후폭풍은 컸다. 보건 당국과 노동 당국이 사건 조사를 시작했고 과학기술부는 방사선 취급 현장에 대한 일제 점검에 들어갔다. 탐사보도의 영향력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제보자 조선소 용접공은 배상을, 기자는 특종상을 받았다. 그로부터 그는 ‘탐사’라는 이름조자 생소하던 척박한 한국 언론 환경에서 탐사보도 전문 기자의 길을 30년간 개척해왔다.
JTBC의 간판 탐사 프로그램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2002년 미국탐사보도협회 총회에서 성직자의 아동 성추행을 고발한 보도로 명성을 얻은 <보스턴 글로브> 취재 기자를 만난다. 그의 명함에는 탐사보도팀의 별칭, ‘스포트라이트’가 적혀 있었다. 번개처럼 스친 생각, ‘나중에 탐사보도팀을 꾸린다면 별칭을 이렇게 지어야겠다.’ 13년 후 그는 자신의 이름을 붙인 탐사보도 프로그램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을 꾸렸다.
지옥에서 천국을 상상하며 분투하는 가운데 그가 특히 스포트라이트를 비춘 36개 사건은 한국사회를 뒤흔들며 변화를 만들어왔다. 로스트 타임을 회복해주지 않는 사회는 정의로울 수 없다. “탐사는 로스트 타임을 줄이고, 또한 역설적으로 로스트 타임을 돌려주는 활동이다.” 나태해서, 네거티브 공세가 두려워서, 권력의 눈치를 보느라 그 ‘일’을 방기하는 공동체는 탐사하지 않은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한다고 결어에 붙인다. 우리 모두에게 공공선을 찾아내고자 하는 공익 탐정의 소망이 자라나기를 기대하는 것, 이것이 그가 이 책의 쓴 이유다.

“참혹하고 추악하더라도 진실을 대면하는 것,
그것이 탐사 저널리스트의 일이다”
정의가 깊이 잠들어 있을 때 우리는, 당신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탐사는 과거, 현재, 미래에 벌어지는 사건을 추적한다. 하지만 여러 시제 중에서도 현재에 더 집중해야 한다. 때를 놓치면 결코 회복할 수 없는 시간이 생긴다. 지금의 불의를 깨는 데 온 힘을 다해야 한다. 탐사의 가치는 불의에 대한 무분별한 공포를 정당한 분노로 바꾸어 정의를 불러내는 데 있다.”
‘대구 어린이 황산 테러 사건’ 탐사보도 기사는 국회에서 잠자고 있던 살인 공소시효법 폐지 논의를 재점화했다. 루게릭병에 걸린 농구선수 박승일의 사연은 현상 보도 기사 일변도의 경향에서 벗어난 내러티브 기사로 사람들의 관심과 공감을 만들었다. 어느 누구도 감히 인터뷰할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5.18 당시 공수부대원에 대한 취재는 시민에 대한 발포 명령과 실행 상황을 가해자의 증언으로 재구성해내면서 광주의 비극이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주었다.
악을 추궁하는 일은 늘 고통스럽다. 시시때때로 선을 가장하여 진짜 얼굴을 알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악의 뿌리가 우리의 방관을 자양분 삼았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악의 원인이 무엇이건 정의가 지연되어서는 안 된다. 세상의 변혁이 어떻게 일어나고 이 과정에서 탐사가 무슨 역할을 해야 하는지, 탐사 저널리스트는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이규연은 말한다.
사건의 주체 못할 이면과 사람의 참지 못할 울음이 이끌어가는 드라마들 속에서 우리는 탐사의 쓸모와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탐사를 통해 밝혀진 진실이 우리를 할퀴더라도 그 진실은 확인하지 않은 의혹보다는 값지다. 악행 그 자체가 아니라 악을 보고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세상은 파괴된다. 정의가 깊이 잠들어 있을 때 우리는, 당신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다시, “너무 늦은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그의 말대로, 우리는 희망을 거부하는 명제는 부정해야 한다. 모든 억울함 뒤에 방관이 있다, 사람 없는 사건은 없다. 거미줄처럼 가늘었던 죄는 배를 잇는 밧줄처럼 강해지고 땅속에 묻은 진실은 더 큰 폭발력을 축적한다. 저자 이규연은 다시 독자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왜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탐사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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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연
탐사 저널리스트. 중앙일보 탐사기획 에디터, JTBC 초대 보도국장을 거쳐 현재 탐사기획국장으로 탐사보도 프로그램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기획 및 진행을 맡고 있다. 2005년 한국인 최초로 미국탐사보도협회 특별상을, 두 번의 한국기자협회 한국기자상을 수상했다.
서울대학교 졸업 후 중앙일보에 입사해 탐사보도 한길을 걸었다. 고려대학교에서 과학학과 KAIST 미래전략대학원에서 미래학을 공부한 것은 저널리스트로서 사회문제와 시대 흐름을 앞서 포착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항상 한발 늦고 뒤늦게 분노했다. 지난 30년은 위법과 합법 사이, 두려움과 정의감 사이에 솟은 교도소 담장 위를 아슬아슬하게 홀로 걷는 시간이자 탐사의 사회적 역할을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이 책은 묻혀 있는 진실을 발굴하고 마지막 한 조각까지 짜 맞추며, 공익 탐정으로 탐사보도의 길을 개척해온 한 탐사 저널리스트의 분투기이며 성장기다. 세상은 무관심으로 파괴된다. 직접 마주한 현장은 생각보다 참혹했고 그곳에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울고 있었다. 밝혀진 진실이 우리를 할퀴더라도 그 진실은 확인하지 않은 의혹보다는 값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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