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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왜 불안한가
저자 : 에바일루즈 ㅣ 출판사 : 돌베개 ㅣ 역자 : 김희상

2014.04.14 ㅣ 135p ㅣ ISBN-13 : 9788971995877

정가9,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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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 A5(210mm X 148mm, 국판)
제품구성 단행본
이용약관 청약철회
국내도서 > 인문 > 사회학 > 사회학일반
현대인이 직면한 사랑의 어려움과 불안,
그것을 극복하고자 하는 욕구에 대한 사회학적 통찰


에바 일루즈가 다시 돌아왔다. 감정사회학의 달인답게 그녀는 E. L. 제임스의 메가 베스트셀러이자 19금 사도마조히즘 로맨스인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솜씨 좋게 요리한다. 사도마조히즘적인 관계 그리고 진정한 사랑. 두 항은 절대 양립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리고 우리는 자율성과 평등이라는 요구가 불러일으키는 현기증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일루즈는 이 난관을 넘어설 해법으로 사도마조히즘적인 섹스가 자리잡는 과정을 추적한다. 후기 근대적인 세계에서의 사랑, 그것의 역설을 그녀보다 더 명쾌하게 풀이하는 이도 없을 것이다.
-서동진(계원예술대학교 교수)

글로벌 베스트셀러인 ‘그레이 시리즈’를 토대로 현대인의 성과 애정생활이 처한 실상을 고찰하는 이 책은 염주 알처럼 꿰어진 관습과 도덕 아래 연애가 만들어내는 불안의 사슬과 우리 내면의 갈망을 가감 없이 들려주는 르포 기사와도 같다. 자율과 열정의 추구인 동시에 투쟁이기도 한 사랑, 넘쳐나는 자극과 폭발하는 감각 속에서 드러나는 짝짓기의 딜레마를 깊이 있으면서도 속도감 넘치는 문체로 해부한 에바 일루즈는 감정사회학계의 프로파일러라 할 만하다.
-김경(칼럼니스트, 『하퍼스바자』 전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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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1. 베스트셀러에 내재된 사회의 잠재의식
베스트셀러와 책의 상업화
‘그레이 시리즈’는 어떻게 베스트셀러가 되었는가
섹스 판타지를 넘어선 성생활 자기계발서

2. 사랑은 왜 불안한가
절대적이고 안정적인 사랑에 대한 갈망 | 섹스라는 커다란 두려움

3. 평등의 문제 또는 “빌어먹을, 그냥 나랑 자자고!”

4. 사도마조히즘BDSM, 사랑의 유토피아?
하드코어 로맨스와 사랑의 새로운 질서 | 에로티즘의 자기계발

5. BDSM은 어떻게 자기계발 양상과 합치되었는가

옮긴이의 말 | 주 | 찾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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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왜 아픈가』의 맥을 잇는 에바 일루즈의 최신작
인간의 감정을 폭넓게 연구하는 데 몰두해온 여성 사회학자 에바 일루즈가 ‘섹스의 사회학’이라 불릴 만한 새 작품 『사랑은 왜 불안한가』로 다시 독자들을 찾았다. 전작 『사랑은 왜 아픈가』로 한 번쯤 사랑의 고통에 몸살을 앓아본 사람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은 저자는 신작에서도 ‘사랑의 심리학을 넘어서는 사랑의 사회학’ 연구를 이어나간다. 이번에 일루즈가 분석대상으로 삼은 분야는 ‘하드코어 로맨스’, 그중에서도 사도마조히즘BDSM이다. 『사랑은 왜 아픈가』가 사랑하는 남녀의 데이트 현장을 파고든 책이라면 『사랑은 왜 불안한가』는 사랑하는 남녀의 ‘침실’을 본격적으로 해부한다.
일명 ‘BDSM’(Bondage and Discipline, Domination and Submission, Sadism and Masochism: 구속과 순종, 지배와 굴복, 사디즘과 마조히즘이 뒤섞인 성생활을 뜻하는 조어)으로 불리는 현대의 “은밀하고 괴이한” 기형적 사랑관계는 단순히 개인의 심리적 차원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자본주의 발달의 다층적 산물이라는 예리하고도 깊은 통찰이 돋보인다. 나아가 에바 일루즈는 지극히 내밀하고도 개인적인 행위로 여겨지는 섹스조차 실은 다분히 사회적인 행위라고 역설한다.

현대 이성애 관계의 난제를 풀어줄 열쇠는 과연 무엇인가?
- 베스트셀러에 내재된 사회의 잠재의식을 파헤치다


2012년 봄, 영국의 독서시장이 들끓었다. 수많은 여성의 마음을 뒤흔들며 ‘해리 포터’ 시리즈를 제치고 가장 빨리 100만 부 판매를 돌파한 대형 베스트셀러가 탄생한 것이다. 그 주인공은 전 세계에서 총 1억 부 이상 팔려나간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시리즈다. 속편을 포함해 총 3부작으로 출간된 이 시리즈 소설은 세계적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호평과 혹평을 동시에 받았다. “출판을 넘어 문화·사회 전반에 ‘50가지 그림자’ 붐을 일으킨 포스트 페미니즘 시대의 바이블”(워싱턴포스트), “대학생부터 노부인까지, 모든 연령의 여성이 읽고 있는 놀라운 책”(미국 ABC 뉴스)이라는 평가를 받는가 하면, 한편에서는 그 내용과 표현의 자극성 때문에 ‘엄마 포르노’라는 비난을 듣기도 했다. 흔하디흔한 ‘할리퀸 로맨스’ 부류의 소설에 지나지 않는다는 평이었다.

과연 ‘그레이 시리즈’가 담고 있는 진실은 무엇인가? 유례없이 자극적인 소재를 들고 나온 이 소설의 성공비결은 대체 무엇일까? 대표적인 감정사회학자 에바 일루즈가 19금 로맨스 ‘그레이 시리즈’를 분석도구로 삼아 현대 이성애 관계의 한 형태로 자리잡은 사도마조히즘과 그 이면에 숨겨진 사회의 잠재의식을 고찰하는 신작 『사랑은 왜 불안한가 - 하드코어 로맨스와 에로티즘의 사회학??은 전작 『사랑은 왜 아픈가 - 사랑의 사회학』의 문제의식을 이어나간 책으로서, 전작에 조금도 뒤지지 않는 진지함과 신선함으로 누구에게나 예민한 주제를 적절한 어조로 치밀하고 정교하게 파고든다.

일루즈는 우선 사회의 잠재의식이 투영된 결과물로서 베스트셀러에 주목한다. “당대에 큰 성공을 일궈낸 책은 그 사회가 품었던 규범과 이상이 무엇인지 짚어볼 바로미터”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일루즈는 케이트 쇼팽이 1899년에 발표해 그사이 고전의 반열에 오른 작품 『각성』과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비교한다. 『각성』은 자신을 소유물로 여기는 남편에게 실망한 나머지 다른 남자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며 열정을 품는 유부녀 이야기로, 발표 당시 여론의 격분에 시달려야 했다. 온갖 비난에 낙담한 케이트 쇼팽이 이후로는 단편만 쓰게 되었을 정도로 평단과 독자는 이 소설에 냉정함을 보였다. 그러나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의 작가 E. L. 제임스는 그런 유의 따가운 소리는 그저 부수적인 것이었을 뿐 이내 속편을 써달라는 달콤한 제안을 받았다.
요컨대 사도마조히즘적 관계에 집착하는 한 쌍의 남녀를 다룬 소프트 포르노가 『각성』 발표 이후 100년을 갓 넘긴 시점에 전 세계적 베스트셀러로 자리잡은 것이며, 이는 그동안 우리가 사는 사회에 격심한 가치 변화가 일어났음을 웅변하는 것이라고 일루즈는 진단한다.

에바 일루즈는 ‘그레이 시리즈’가 미국의 사회학자 셔드슨이 제시한 베스트셀러의 5대 요소에 잘 부합하는 책이라고 평가한다. 다시 말해 셔드슨이 말한 대로 활용가능성, 수사적 표현의 힘, 반향을 일으키는 힘, 제도적 저장 요소, 결단력 등을 갖춘 텍스트였다는 것이다. 일루즈가 보기에 이 작품의 성공비결은 결코 포르노에 가까운 내용에 있는 게 아니다. 일루즈는 현대 후기의 남녀관계가 지닌 특징이 이 작품의 사도마조히즘적 관계에 어떤 식으로 반영되어 사람들의 ‘공감’resonate을 불러일으켰는지 그 방식에 주목해야만 이 시리즈의 성공비결을 알아차릴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레이 시리즈’는 포르노에 가까운 파격적인 특성을 보여주면서도 우리가 익히 아는 통념, 즉 ‘전형적인 연애소설’이라는 통념과도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일루즈는 ‘그레이 시리즈’를 단순한 ‘엄마 포르노’로 볼 것이 아니라 오늘날 이성애 관계가 직면한 내적 도전이 무엇인지 밝혀주는 동시에 섹스 문제의 자구책을 제시하는 자기계발서로 읽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아가 현대인의 남녀관계에 내재해 있는 두려움과 불안 심리에 초점을 맞춰 고통을 가하는 자(그레이)와 고스란히 당하는 자(아나스타샤) 간의 ‘사랑의 권력관계’가 역전되면서 ‘사랑’이 아닌 ‘섹스’만을 추구하던 그레이에게서 진정한 낭만적 사랑을 이끌어내는 여주인공 아나스타샤에게 많은 여성 독자가 열광했음을 지적한다.

섹스 판타지를 넘어선 성생활 자기계발서, 시대의 신경줄을 건드리다
에바 일루즈는 ‘그레이 시리즈’가 조악한 문학임을 인정하면서도 섹스 판타지를 넘어 일종의 문화적 상상을 선보인 작품이라는 사실을 차근차근 보여준다. 특히 ‘BDSM’이라는 장치는 이 소설에서 이성애 관계가 빚어내는 긴장을 극복하게 해줄 뿐 아니라 여주인공 ‘아나’에게 자기계발의 방편을 제공함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결론적으로 ‘그레이 시리즈’는 “사랑과 섹스가 처한 한심할 정도로 비참한 상태를 꼬집는 촌평인 동시에, 우리 인생을 개선하기 위해 낭만적 상상력과 자기계발 지침을 하나로 묶어낸, 독특한 장르문학의 하나”로 자리잡게 되었다고 역설한다.
‘그레이 시리즈’는 여성이 쓴 여성을 위한 소설로 홍보되었다. 그렇다면 ‘그레이 시리즈’를 내용상 실질적인 ‘여성소설’로 만든 요소는 무엇인가? 이 소설은 여성에게 아주 친숙한 영역을 노리는 영민함을 보였으며, 성생활의 구체적 묘사를 담았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 여성의 섹스는 자신의 쾌락과 자유 혹은 권력뿐 아니라 정체성 찾기(또는 정체성 만들어내기)와 은밀한 애정관계 형성에도 결정적 역할을 한다. 19세기의 소설이 주로 처녀가 사랑을 통해 자아를 발견하는 과정을 그렸다면, 오늘날의 여성 독자를 겨눈 대중소설은 결혼생활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성생활이 이뤄지지 않거나, 결혼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적극적 성생활을 한다 해도 자아가 손상되는 것은 아니라고 부추긴다는 것이 일루즈의 통찰이다. ‘그레이 시리즈’도 바로 이런 트렌드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이렇듯 일루즈는 이 책에서 ‘사랑 문제’ 이전의 ‘섹스 문제’를 충실히 분석하고 있다. 이성애든 동성애든 상대로 하여금 평등과 합의라는 가치를 중시하던 결혼과 사랑과 번식을 전혀 새롭게 정의하도록 강제하는 개념으로 현대의 섹스를 바라보는 것이다. 말하자면 섹스는 남성과 여성의 문화적 ‘현대화’를 이루는 정교한 톱니바퀴처럼 작용한다고 그녀는 판단한다. 즉 사회학자가 아닌 사람들에게 섹스는 침실이라는 극히 사적인 공간에서 일어나는, 어딘지 모르게 죄책감에 물들어 있으면서도 지극한 쾌락을 맛보는 행위지만, 사회학자에게 성과 섹스는 이를 중심으로 사회질서가 조직되는 일종의 축이라는 것이다. 이 축은 사람들을 특별하면서도 계산 가능한 어떤 모델로 묶거나 갈라놓는다. 성과 섹스라는 문제는 사회학이라는 분과학문의 핵심 주제다. 섹스는 육안으로는 알아볼 수 없는 사회적 통제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섹스라는 행위를 통해 우리는 사회와 문화의 구조를 육화하는 동시에 재생산한다. 섹스는 “누구와는 자도 되고 누구와는 자면 안 되는가?” 하는 물음의 답이기 때문이다.

일루즈가 보기에 섹스는 단순히 벌거벗은 두 몸이 마주치는 것 그 이상이다. 심지어 어떤 것이 경계를 넘어가는 섹스인가 하는 문제조차 사회가 정의한다. 결과적으로 경계를 넘어가는 행위는 그 사회가 내세운 규범과 맺는 관계에서만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섹스는 언제나 사회적이며, ‘그레이 시리즈’는 그 최전선을 보여준 작품으로서 사회학자에게 매우 적합한 ‘분석대상’이 되어주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에바 일루즈는 ‘그레이 시리즈’ 텍스트를 매우 충실히 따라가며 분석한다. 시리즈 전체를 이끄는 두 주인공 그레이와 아나의 궤적, 다소 조악하지만 전형적으로 등장하는 빤한 스토리와 잦은 애정 표현, 이 시리즈가 중요한 장치로 가져다 쓰고 있는 BDSM을 인용 묘사하면서 희대의 베스트셀러가 내장하고 있는 남녀관계의 진상, 다시 말하면 한 쌍의 남녀가 ‘BDSM’ 관계(성적인 형태의 ‘주인과 노예 변증법’)를 맺으면서 변화해가는 양상을 그리는 이 소설에서 진정으로 독자가 공감하는 지점이 어디인지 밝혀나간다. 그리하여 애당초 ‘그레이 시리즈’를 둘러싸고 무성하게 번져나간 세간의 이야기와는 또 다른 차원에서 이 작품의 진정한 의미를 추적해낸다.

요컨대 ‘그레이 시리즈’는 영원하거나 완전한 사랑이 아닌 또 다른 사랑을 갈망하는 현대인의 희망을 충족시키는 작품이어서 성공을 거두었다는 것이다. 두 주인공의 사랑은 절대적이고 안정적인 사랑과는 정반대로 격렬한 투쟁과 끝없는 협상을 하는 사랑처럼 보이고, 소설이 자극하는 상상은 자율성과 권력이 욕구와 대립하는 모양새가 아닌, 오히려 욕구를 거듭 촉발하는 상상이라는 이야기다. 또한 ‘그레이 시리즈’는 세간의 오해와는 사뭇 다르게 페미니즘이라는 문화코드를 의식적으로 끌어안은 작품이라고 분석한다. 그렇다고 ‘그레이 시리즈’가 페미니즘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그 구성방식과 캐릭터에 페미니즘 코드를 녹여두었음을 일루즈는 지적한다. 따라서 이 작품에 대해 반反페미니즘적이라고 낙인을 찍는 비판은, 많은 여성독자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을지 몰라도 완전히 빗나간 지적이라고 역설한다.

사도마조히즘은 과연 사랑의 새로운 유토피아인가?
에바 일루즈는 ‘소설’이란 사회적 입장과 그 사이의 긴장을 담아낼 뿐 아니라 적어도 함축적으로 그러한 긴장을 정당화하거나 문제시하는 정치적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그레이 시리즈’가 담은 규범적이고 정치적인 함의가 무엇인지 물어야 하며, 이 작품이 사도마조히즘 관계에 초점을 맞추면서 여성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묘사와 함께 섹스를 왜곡되게 이해했음을 보여주었다면, 이 소설은 아마도 수상쩍은 도덕관을 대변하고 있으리라 짐작한다.
본문 4장에서 에바 일루즈는 이렇게 묻는다. “마조히즘은 일종의 자발적 형태의 굴종이며 제 스스로 아픔을 감당하는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으로, 자존감과 자율성 그리고 쾌락을 추구하는 현대의 향락적 주체와 극단의 대비를 이룬다. 그런데 도대체 왜 여성은 자청해 아픔을 감당하는 마조히스트를 그린 소설을 좋아할까?” 이에 대해 저자는 자율성과 평등과 자유라는 규범이 사도마조히즘 성생활의 자연스러운 확산과 함께 나란히 강화되었다는 독특한 분석을 내놓는다. 일루즈에 따르면 오늘날 미국 인구의 5~10퍼센트의 사람들이 사도마조히즘 섹스를 경험했다고 한다. 결국 사도마조히즘은 지난 30~40년 동안 일종의 문화적 실생활로 자리잡으면서, 점점 더 그 무게를 더해온 자율성과 자아실현이라는 규범과도 결코 대립하지 않았다. BDSM은 오히려 페미니즘의 발달, 양성관계의 점증하는 평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유포되었다고 봐야 하며, 성적 취향이라는 문제가 정체성 정치(인권을 중시하고 자아실현의 비전을 키워가는 정치)에도 투영되었음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의 후반부에서 일루즈는 사드 후작에 대한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의 분석을 소개하면서 자신의 새로운 견해를 덧붙인다. 일루즈는 사도마조히즘을 계몽의 일부라고 본다. 사도마조히즘이 확실성을 추구하는 문제의 내재적 해결책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초월적 존재인 신에 바탕을 둔 질서정연한 도덕적 우주가 와해된 현대의 도덕이 애매모호함, 불확실성, 불특정성이라는 문제로 골치를 앓게 된 상황에서 그 문제의 내재적 해결책은 스스로 빚어낸 확실성에 기초해 행동할 때에만 찾을 수 있으며, 구조적으로 불안정한 현대의 애정관계를 풀어줄 해결책으로서 BDSM이 등장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아닌지 되묻는 것이다. 정해진 역할과 고통, 고통의 통제와 합의의 경계를 약속해주는 확실성을 내재한 섹스형태가 바로 사도마조히즘이라면 그것은 사랑의 조건이나 변태적 섹스라기보다 사회가 지어낸 일종의 장치라는 진단이다. 그러면서 ‘그레이 시리즈’는 섹스와 낭만의 관습을 ‘묘사’하는 동시에 ‘바꿔’놓은 조악한 문학이기는 하지만 이 작품은 ‘허구와 진실 사이의 구분’을 넘나들면서 오늘날 우리의 성생활과 애정생활이 어떤 지경에 처해 있는지 똑똑히 보여준다고 결론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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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바 일루즈(Eva Illouz)
파리10대학교에서 사회학, 커뮤니케이션, 문학을 공부하고 히브리 대학교 석사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했으며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아넨버그 스쿨 박사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과 문화이론을 공부했다.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 프린스턴 대학교 등에서 강의하고, 베를린 지식연구소 교수를 지냈다. 2009년 독일의 유력 일간지 『디자이트』가 꼽은 “내일의 사유를 바꿀 12인의 사상가”들 중 한 명이기도 하다. 『낭만적 유토피아 소비하기』는 전미사회학회 2000년 감정사회학 분야 최우수도서로 선정되었고, 『오프라 윈프리, 위대한 인생』은 전미사회학회 2005년 문화사회학 분야 최우수도서로 선정되었다. 또한 같은 해 프랑크푸르트 사회과학연구원에서 ‘아도르노 강의’를 진행했으며, 그 내용을 『감정 자본주의』로 펴내 학계와 출판계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2013년에 펴낸 『사랑은 왜 아픈가』는 폭넓은 독자들의 호응을 얻으며 감정사회학 분야의 필독서로 자리매김했다.

옮긴이 김희상
성균관대학교와 동대학원에서 서양철학을 전공했다. 독일에서 10년 넘게 헤겔 철학을 연구했다. 현장에서 지켜본 유럽 문화와 깊이 있는 인문학 공부의 체험을 바탕으로 전문번역가로 활동한다.『사랑은 왜 아픈가』, 『심리학 나 좀 구해줘』, 『휴식』, 『자유죽음』, 『당연하고 사소한 것들의 철학』, 『소설, 여자의 인생에 답하다』를 비롯해 지금까지 모두 60여 종의 작품을 우리말로 옮겼고 2008년에는 어린이를 위한 철학책 『생각의 힘을 키우는 주니어 철학』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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