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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뜨거웠던 날들
저자 : 리타윌리엄스-가르시아 ㅣ 출판사 : 돌베개 ㅣ 역자 : 곽명단

2012.09.24 ㅣ 270p ㅣ ISBN-13 : 9788971994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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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 A5(210mm X 148mm, 국판)
제품구성 반양장본
이용약관 청약철회
국내도서 > 문학 > 외국소설 > 북미소설
미치도록 뜨거웠던 어느 날, 엄마를 만났다
시와 자유를 사랑하는 미치광이 엄마를


1968년 어느 여름날, 방학을 맞이한 세 자매가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엄마를 만나러 비행기에 오른다. 오랜만에 만난 엄마는 할머니한테 들은 대로 쌀쌀맞기 짝이 없고, 집에는 수상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눈치 빠른 델핀은 그들이 흑인 인권 운동 단체 흑표범당 당원임을 알아차리는데……. 새로운 세상에 대한 열망으로 들끓었던 시대를 배경으로, 자유를 찾아 떠난 엄마와 애어른이 되어 버린 딸의 만남과 이별을 감동적으로 그린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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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서로를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혁명적인 것은
함께 살면서 사랑하기, 타고난 본디 자기를 해치지 않기.”


1968년 어느 여름날, 방학을 맞이한 어린 세 자매가 7년 전에 가출한 엄마를 만나러 비행기에 오른다. 뉴욕에서 오클랜드까지 여섯 시간 반이나 날아간 끝에 만난 엄마는 할머니한테 들은 대로 쌀쌀맞기 짝이 없고, 끼니조차 제대로 챙겨 주지 않는다. 게다가 엄마네 집에는 수상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눈치 빠른 첫째 델핀은 그들이 과격하기로 유명한 흑표범당(The Black Panther Party) 당원임을 이내 알아차린다.
서먹한 동거가 계속되던 어느 날, 엄마는 흑표범당이 운영하는 여름 캠프에 아이들을 보낸다. 델핀은 텔레비전에서 떠들던 것과는 사뭇 다른 흑표범당 어른들의 열정적이면서도 온화한 모습에 안도하는 한편, 전에는 듣지 못했던 민중, 정의, 혁명 같은 말들의 의미에 대해 곱씹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경찰이 들이닥쳐 엄마와 당원들을 끌고 가는데…….
이 책 『어느 뜨거웠던 날들』은 새로운 세상에 대한 열망으로 들끓었던 1968년을 배경으로, 자유를 찾겠다며 가족을 등진 엄마와 어린 세 딸의 이야기를 그린 성장소설이자 가족소설이다. 부모의 본분을 팽개친 이기적인 엄마와 엄마 역할을 대신하려다가 애어른이 되어 버린 딸이 긴 이별 끝에 만나서 어렴풋하게나마 서로를 이해하고 다시 이별하는 과정이 감동적으로 펼쳐진다.
또한 이 작품은 흑인 민권 운동의 파란만장한 역사 중에서도 가장 뜨겁고 논쟁적인 발자취를 남긴 흑표범당의 참모습을 생생하게 되살린 역사소설이기도 하다. 테러를 일삼는 극좌 폭력 단체라는 이미지에 갇혀 있던 흑표범당의 알려지지 않은 진실을 들춰내고, ‘흑인 민권 운동’, 나아가 ‘68 혁명’의 이상과 시대정신에 대해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어 이야기한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은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까지 매혹시킬 역작이다. 한때 ‘새로운 세상’을 향한 열망으로 가슴 뜨거웠던 이들, 죄의식과 부채감을 안은 채 회색인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던 이들, 지금도 여전히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이들, 이도저도 아니고 그저 문학 애호가일 뿐인 이들 그 모두를 만족시킬 것이다.
이 책의 주제를 묻는 어느 인터뷰에서 리타 윌리엄스-가르시아는 구구절절한 설명 대신에 니키 조반니가 쓴 시 한 구절을 들려주었다고 한다. “사람이 서로를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혁명적인 것은 함께 살면서 사랑하기, 타고난 본디 자기를 해치지 않기.” 결국 이 작품이 궁극적으로 말하려는 것은 서로를 완벽히 이해하거나 늘 같은 길을 갈 수는 없을지라도 사랑해야 한다는 것, 서로를,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아껴야 한다는 것, 바로 그 점일 것이다.
2010년에 출간되어 문단과 독자 모두에게 격찬받은 이 작품은 워싱턴 포스트, 보스턴 글로브, 퍼블리셔스 위클리, 커쿠스 리뷰, 스쿨 라이브러리 저널 등의 숱한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고,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도 올랐다. 출간 이듬해인 2011년에는 코레타 스콧 킹 상, 뉴베리 아너상, 스콧 오델 역사 소설상, 페어런츠 초이스 금상 등을 석권했다.

이 책의 특징

*검은 표범들이 꿈꾸었던 세상
이 책은 ‘5월 혁명’의 열기가 전 세계를 달구었던 1968년 어느 날의 이야기다. 미국 전역이 흑인 민권 운동과 반전 운동의 물결로 요동치던 그때, 그리고 마틴 루서 킹 목사가 저격수의 총에 스러지고 반전 운동 진영의 지지를 받던 로버트 케네디마저 암살당한 지 겨우 몇 달이 지났을 무렵, 바로 그 미치도록 뜨거웠던 여름날, 이야기가 시작된다.
저자 리타 윌리엄스-가르시아는 화자이자 주인공인 열한 살 소녀 델핀을 앞세우고 믿기지 않을 만큼 격렬했던 44년 전의 역사 속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간다. 막내를 낳자마자 가출한 매정한 엄마를 만나기 위해 흑표범당의 본거지인 오클랜드까지 날아온 델핀과 보네타와 펀은, 흑표범당에서 운영하는 아침 급식 프로그램에 참여해 여러 인종의 아이들과 나란히 밥을 먹고, 여름 캠프에서 진보적인 가치에 대해 배우고, 대규모 민중 집회를 알리는 데 작은 힘을 보태고, 물밀듯이 몰려든 시위 군중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은질라로 다시 태어난 어머니의 시 「내가 낳은 겨레」를 낭독해 박수갈채를 받는다.
세 자매가 좌충우돌하며 보내는 여름 한 달을 따라가노라면, 주류 언론이 폭력 집단으로 왜곡하고 한편으로는 희화화했던 흑표범당을 비로소 제대로 보게 된다. 실은 그들이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해 무료 급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일찌감치 전인교육을 실시했다는 것, 모든 인간이 평등하고 모든 힘이 인간으로부터 나오는 세상을 꿈꾸었다는 것, 무분별한 폭력을 일삼은 것이 아니라 공권력의 폭력 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거나 인내하지만은 않겠노라 선언했을 뿐이라는 것 등을 알 수 있다.
이 책에 나오는 장면 장면과 에피소드들은 비록 픽션일지언정 역사적인 사실에 기반하고 있다. 리타 윌리엄스-가르시아는 다양한 책과 신문, 『흑표범당-인터코뮌 뉴스』 등을 폭넓게 참조해 한 시대를 눈앞에 펼쳐 보이듯 생생하게 재현한다. 흑표범당 이야기 외에도, 보통 사람들의 일상, 그 시대 특유의 열띠면서도 낙천적인 분위기, 신구 세대의 갈등, 흑인 운동 진영과는 또 다르게 새로운 세상을 꿈꾸었던 히피들의 플라워 무브먼트, 시대를 풍미했던 대중문화 아이콘들―권투 선수 무하마드 알리, 가수 제임스 브라운과 어리사 프랭클린, 음반 레이블 모타운, 드라마 『미션 임파서블』과 『돌고래 플리퍼』 등등, 그 시대를 보여 주는 온갖 요소들이 이야기에 절묘하게 녹아 있어서 읽는 재미를 더욱 북돋운다.
‘작가의 말’에서 리타 윌리엄스-가르시아는 이렇게 말한다. “꼭 필요한 변화를 목격했고 그 변화의 일익을 맡았던 그때 그 아이들을 위해 이 책을 쓰고 싶었습니다. 예, 분명 거기에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긴 세월이 흘렀어도 여전히 ‘변화’가 절실한 지금, 그때 그곳의 아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지금 이곳의 청소년들에게 세상을 움직이는 공동의 가치와 노력과 용기에 대해 귀한 메시지를 전해 줄 것이다.

* 가족과 모성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작품
『어느 뜨거웠던 날들』은 묵직하고 뜨거운 내용을 담고 있지만, 놀라울 만큼 밝고 명랑한 분위기 속에서 전개된다. 특히 델핀 자매의 건강한 매력은 시종일관 웃음을 자아낸다. 늘 함께 다니며 조잘조잘 수다를 떨고, 때론 툭탁툭탁 다투기도 하고, 공동의 적이 나타날 때는 언제 싸웠냐는 듯이 똘똘 뭉쳐서 맞서는 모습이 책 밖으로 튀어나올 것처럼 생기 있게 그려진다. 어린 나이에 동생들을 돌보느라 의젓하고 걱정도 많은 첫째 델핀, 걸핏하면 잘난 척을 해 대는 둘째 보네타, 가장 어리면서도 차돌처럼 야무진 셋째 펀의, 닮았으면서도 서로 다른 개성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또 하나, 『어느 뜨거웠던 날들』은 가족과 모성이라는 오래된 통념에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그런 동시에, 여전히 가족의 사랑과 유대에 대한 믿음을 지지한다. 철부지 세 딸을 남겨 두고 자기 삶, 자신만의 자유, 자기 예술을 찾아 떠난 엄마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리타 윌리엄스-가르시아는 분명한 답을 던져 주는 대신에, 한밤에 주방에서 마주친 델핀과 시실의 대화를 통해 우회적이면서도 세련된 답을 암시적으로 들려준다. 짧은 만남 끝에 서로를 어렴풋하게나마 이해하고 다시 헤어지는 모녀의 모습, 망설임 끝에 마침내 서로를 힘 있게 껴안는 마지막 장면은 독자들의 마음속에 잔잔하면서도 긴 여운을 남긴다.

이 책의 내용
1968년 어느 여름날, 방학을 맞이한 열한 살 델핀이 두 살 터울의 여동생 보네타와 펀과 함께 비행기에 오른다. 뉴욕에서 캘리포니아 주 오클랜드까지 장장 여섯 시간 반을 날아서 어머니 시실 존슨을 만나러 가는 길이다. 7년 전 펀을 낳자마자 집을 나간 매정한 사람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 세 자매는 그저 이름 그대로 시실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긴 비행 끝에 마침내 공항에서 만난 시실은 행색부터 수상하기 짝이 없다. 큼지막한 선글라스에 스카프를 친친 두른 것도 모자라 모자까지 푹 눌러 썼다. 자꾸만 이리저리 눈치를 살피는 품이 영락없는 마타 하리다. 시실은 포옹을 해 주기는커녕 “가자.” 한마디만 내뱉고는 성큼성큼 먼저 가 버린다. 집에 도착해서는 더욱 가관이다. 배고프다고 했더니 밥을 먹으려거든 아빠가 준 돈부터 내놓으란다. 세상에, 저런 미친 사람이 우리 어머니라니! 어쩔 수 없이 돈을 내주자, 이번엔 중국 음식점에 가서 저녁을 사 오라며 밖으로 내몬다. 어려서부터 할매한테 배운 덕에 델핀의 살림 솜씨도 꽤 야무지건만 시실은 주방엔 얼씬도 하지 말라고 못을 박는다.
음식점에서 사 온 저녁을 배불리 먹고 났을 때 누군가 문을 두드린다. 시실이 시키는 대로 방에 몸을 숨기고 문틈으로 엿보니 아프로 머리에 검은 옷을 차려입은 세 남자가 시실과 옥신각신하고 있다. 델핀은 그 세 남자가 뉴스에서 본 흑표범당 당원임을 금세 눈치 챈다. 남자들이 ‘민중’이니 ‘대의’니 하는 말을 들먹이며 시실에게 무언가를 요구하고, 시실은 자신의 ‘예술’이 더 중요하다며 반발한다.
날이 밝자, 시실이 민중의 집에 가서 아침을 먹고 오라며 델핀과 동생들을 내보낸다. 되도록 늦게 돌아오라는 말도 덧붙인다. 셋이 민중의 집에 도착해 보니 흑인뿐만 아니라, 멕시칸, 혼혈, 백인까지 다양한 인종의 아이들이 아침을 먹으려고 줄서 있다. 그리고 지난밤에 시실을 찾아왔던 당원들 가운데 하나가 아이들 앞에서 거들먹거리고 있다. 걸핏하면 이죽거리고 설쳐 대는 통에 ‘설레발 켈빈’이라고 불리는 이 남자,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들지 않는다.
민중의 집에서 아침을 먹은 뒤 델핀은 동생들과 함께 여름 캠프에 참가하기로 마음먹는다. 델핀은 서로 형제님, 자매님이라고 부르는 캠프 분위기에 낯설어하면서도, 교사로 일하는 무쿰부 자매님의 인간적인 매력에 호감을 갖는다. 무쿰부 자매님은 특유의 솔직하고 진솔한 태도로 수업을 진행한다. ‘지구가 공전한다(revolving)는 말에서 혁명과 혁명가라는 말이 나왔다’는 무쿰부 자매님의 설명에 델핀은 귀를 기울인다.
흑표범당 당원들이 시실을 은질라라고 부르는 걸 들은 델핀이 집에 와서 묻는다. 시실은 그게 자기 새 이름이고 시호라고 말한다. ‘시로 길바닥에 쌓인 먼지를 훌훌 날려서 깨끗하고 바른 길을 만들겠다’는 뜻이란다. 시실이 갓 태어난 펀에게 멋진 이름을 지어 주려고 고집하다가 가족의 반대에 부딪히자 집을 나갔다더니, 아마도 시실에게는 ‘이름을 짓는’ 일이 엄청나게 중요한 모양이라고 델핀은 어렴풋이 짐작한다. 며칠 함께 지내는 사이에 마음이 조금 누그러졌는지, 시실이 델핀에게 주방에서 저녁을 만들 수 있게 해 준다. 물론 시실은 델핀이 만든 음식을 싹 먹어치우기만 할 뿐 설거지조차 도와주지 않는다.
여름 캠프에서 델핀은 흑표범당이 걸어온 수난의 역사를 알게 된다. 당원들이 ‘소년 바비’라고 부르는 바비 허턴의 죽음은 동생들을 무사히 돌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델핀에게는 충격 그 자체다. 너무 어린 나이에 당원이 되겠다며 찾아와서 ‘부모 허락을 받고 다시 오라’는 소리를 들어야 했던 소년 바비. 경찰이 들이닥쳤을 때 바비는 총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 팬티 하나만 걸치고 항복했지만, 경찰은 바비에게 총을 쏘았다. 쏘고 쏘고 또 쏘았다. 바로 두 달 전, 그러니까 마틴 루서 킹 목사가 암살당하고 겨우 이틀 만에 일어난 일이다.
흑표범당 신문에서 소년 바비의 이야기를 읽은 델핀은 공포에 휩싸인다. 가뜩이나 불안하던 터에, 무쿰부 자매님이 대규모 민중 집회에 여름 캠프 학생들도 참가한다는 소식을 전한다. 델핀은 그 위험한 곳에 동생들을 데려갈 수 없다고, 여름 캠프에도 다시 오지 않겠다고 선언하지만, 보네타와 펀은 집회 때 공연을 무대에 올린다는 말을 듣고 싱글벙글한다. 시실이 나서는 바람에 여름 캠프에 계속 나가기로 했지만, 델핀은 여전히 불안하다.
다음 날 민중의 집에서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고 돌아와 보니 못 보던 걸상 하나가 주방에 놓여 있다. 무뚝뚝한 시실의 말없는 배려에 델핀은 속으로 뭉클해한다. 저녁을 먹고 설거지까지 마치자, 이번엔 시실이 주방에서 혼자 무슨 일을 하는지 델핀에게 보여 준다. 주방에 앉아 시를 쓰고, 그 시를 금속 활자로 옮기고, 활자판을 인쇄기에 돌리는 시실의 모습이 더없이 평화롭고 행복해 보인다.
시실네 집에서 처음 맞이한 주말, 델핀은 동생들과 함께 나들이를 가기로 한다. 집을 나서는 딸들에게 시실이 ‘뭘 훔치다가 잡혀가도 모른다’며 소리친다. 그 불퉁스러운 말이 안전하게 잘 놀다 오라는 시실 식의 인사라는 것을 델핀도 이제는 안다.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한 델핀과 보네타와 펀은, 히피 뮤지션이며 플라워 걸과 인사를 나누고, 차이나타운에서 점괘 과자를 사 먹고,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너른 세상과 마주한 감회에 젖는다. 나들이를 마치고, 한껏 기분이 좋아져서 돌아오는데, 시실의 집 앞에 경찰차가 서 있다. 그리고 시실과 흑표범당 당원 둘이 수갑을 찬 채 끌려가고 있다. 시실이 대체 무슨 잘못을 했기에? 설레발 켈빈처럼 ‘돼지를 처단하라’고 떠든 것도 아니고, 그저 주방에서 시를 쓴 게 다인데 왜?
델핀과 보네타와 펀은 시실이 돌아올 때까지 여름 캠프에 같이 다니는 혼혈아 히로히토네 집에서 지내기로 한다. 민중 집회 홍보 전단을 함께 붙이러 다니고, 히로히토네 아빠가 만든 고카트를 함께 타고 노는 동안, 델핀과 히로히토 사이에는 묘한 호감이 싹튼다.
마침내 민중 집회 날, 델핀과 보네타와 펀은 1천 명도 넘는 사람들 앞에서 시실의 시 「내가 낳은 겨레」를 낭독해 박수갈채를 받는다. 뒤이어 펀은 설레발 켈빈의 끔찍한 비밀을 폭로하는 시를 낭독해 사람들을 경악에 빠뜨린다. 델핀은 환호하는 사람들 속에서 시실을 발견하고는 시실이 감옥에서 풀려났고 이 자랑스러운 광경을 보았다는 사실에 기뻐한다.
그날 밤, 델핀은 동생들이 잠든 뒤 주방에 갔다가 인쇄기를 고치고 있는 시실을 발견한다. 아빠에게 연락하지 않았다며 나무라는 시실에게 델핀은 저도 모르게 퍼부어 댄다.
“전 이제 겨우 열한 살인데 모든 걸 다 해요. 그 일을 해야 할 어머니가 없기 때문에요. 전 겨우 열한 살밖에 안 됐지만 그래도 있는 힘껏 해요. 벌떡 일어나서 떠나지는 않는다고요.”
울분을 터뜨리는 딸에게 시실은 비로소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열한 살 때 교통사고로 어머니를 잃은 이야기, 하녀처럼 부려먹는 이모 밑에서 고생한 이야기, 죽도록 고생하고도 어느 날 갑자기 이모네 집에서 쫓겨난 이야기, 그 뒤로 밤에는 지하철에서 자고 낮이면 도서관에서 시를 읽은 이야기, 시가 자신에게 버틸 힘이 되어 주었다는 이야기, 그러다 델핀의 아버지를 만나고 세 아이를 낳고 집을 떠나게 되기까지의 이야기, 이야기들…….
마지막으로 시실이 델핀에게 말한다.
“델핀, 열한 살답게 살아. 할 수 있을 때 열한 살 인생을 누려.”
그리고 마침내 이별의 날이 찾아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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