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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젤맨(문지아이들 67)
저자 : 디디에레비 ㅣ 출판사 : 문학과지성사 ㅣ 역자 : 최윤정

2005.10.14 ㅣ 0p ㅣ ISBN-13 : 9788932016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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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 아동 > 유아 > 유아그림책
아르노랑 같은 아파트에 사는 엔젤 씨는 이상한 아저씨다.
집에서 잘 나오지도 않고 사람들하고 말도 별로 안 한다.
살짝 열린 문틈으로 들여다본 엔젤 씨네 집에서는 신기한 것들이 가득하다.
꼬마 로봇 알피도 있고, 벽에는 날개옷을 입은 남자의 사진이랑 그림이 붙어 있고...
모든 게 궁금한 아르노에게 알피가 살짝 귀띔해 준다.
"엔젤맨은 최초의 초능력 인간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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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남자 아이들의 세계를 여자 아이들의 시각에서 그려 낸 간결하면서도 가슴을 찌르는 이야기!
초능력 인간은 누구에게나 선망과 부러움의 대상이다. 현실에선 불가능한 그야말로 초자연적인 일을 척척 해내니 누군들 부러운 눈초리를 보내지 않을 수 있을까. 게다가 그들은 한결같이 정의롭기까지 하다. 『엔젤맨』은 어른이든 아이든 누구나 맘속에 가지고 있는 초능력 인간에 대한 이야기다. 한창 왕성한 활동을 하면서 많은 팬을 가지고 있는 초능력 인간이 아니라 이제는 모든 사람들에게 잊혀져 쓸쓸한 노년을 보내는 초능력에 대한 인간 이야기.

아파트 맨 꼭대기 층에 사는 엔젤 씨는 어린 아르노 눈에 이상한 아저씨로밖에 안 보인다. 집에서 잘 나오지도 않고 사람들이랑 말도 별로 안 한다. 게다가 어쩌다 볼 때면 늘 파티복 같은 하얀 양복에 기다란 흰머리는 단정하게 빗질이 되어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짐작이 안 된다. 그러나 비밀은 오래 가지 않는 법! 아르노에게 엔젤 씨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다. 혼자 낑낑대며 무거운 짐을 나르는 아저씨를 도와 아저씨네 집 앞까지 가게 된 것이다. 살짝 열린 문틈으로 들여다 본 세계. 아르노에게 새로운 세상과 친구를 만나게 해 줄 또 다른 문이 열리는 순간이다.

엔젤 씨네 집에는 신기한 것들이 가득하다. 꼬마 로봇 알피도 있고, 벽에는 날개옷을 입은 남자의 사진이랑 그림이 붙어 있다. 모든 게 어리둥절한 아르노에게 알피가 살짝 귀띔해 준다. “엔젤맨은 최초의 초능력 인간이었어.” 이제 아르노는 노인의 영광스러웠던 과거 속으로 빠져든다.

아르노는 오래 된 앨범을 들여다보며 한 시대를 주름잡았지만 지금은 망각 속에 빠져 버린 최초의 초능력 인간 엔젤맨의 활약상을 엿보게 된다. 하지만 그토록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엔젤맨도 판토맨과 플래시맨 또 무슨 무슨 맨이 나오면서 사람들에게 점점 잊혀져 가 자식 같은 로봇 알피와 아파트에서 조용히 지내고 있었던 것이다. ‘엔젤 맨’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하나도 다를 게 없는 ‘엔젤 씨’가 된 것도 그 때부터다.

하지만 엔젤 씨는 여전히 뭔가에 몰두하고 있다. 마치 무슨 준비를 하는 것처럼 한나절씩 아파트 지붕 위에 올라가 괴상한 기계들을 살피고 하늘도 관찰하며 말이다. 엔젤 씨는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엔젤맨이 되고 싶은 거였다. 로봇 알피를 맡아 줄 친구를 찾을 때까지 계속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알피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 줄 아르노가 나타나자 마침내 엔젤 씨는 그 동안 준비한 옷과 신발을 신고 날개를 활짝 펴고 하늘로 힘차게 날아올랐다. 엔젤 씨가 떠나고 난 후 아르노에게 슬픈 마음이 들 때마다 알피가 따뜻하게 위로해 준다. 그건 말로 해 주는 위로가 아니다.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알피는 큰 위로가 되어 준다. 이 이야기는 이렇게 끝을 맺는다. “슬픈 기분이 들 때도 있는데 그럴 때는 알피가 그 자그마한 손을 내 어깨에 얹어 준다. 친구의 손길이 어깨에 닿으면 슬픈 기분 같은 건 슬그머니 사라지고 만다.”

이 짧은 그림책 속에는 참으로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누구나 맘속에 가지고 있는 초능력 인간에 대한 이야기, 은퇴한 엔젤 씨가 다시 한 번 엔젤맨이 되어 하늘을 날아오를 꿈을 꾸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하고 노력하는 이야기, 늙고 사라지는 것 혹은 아름답게 마감하는 이야기, 친구에 대한 이야기, 서로에 대한 속 깊은 배려에 대한 이야기…… 길고도 짧은 이야기 안에 신나고 슬프고 재미있고 가슴 뭉클한 모든 것이 들어 있다.

『엔젤맨』의 그림과 글은 묘한 대비와 함께 조화를 이룬다. 3D 영상을 담아 낸 그림은 마치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하고 로봇과 기계가 잔뜩 나와 자칫 딱딱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기계적인 느낌의 그림은 굉장히 정감이 묻어나는 글과 묘하게 어울려 읽다 보면 어느새 주인공들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 책장을 덮을 때쯤은 마음이 한결 훈훈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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